안정적이고 무난한 중형 세단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도요타 캠리가 이미지와 포지셔닝을 확 바꿨다. 특히 하이브리드를 통한 전동화로 스포티한 XSE 트림을 만들었다. 캠리는 여러 세대를 이어온 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 변신이 가장 획기적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요타 캠리의 8세대 캐릭터는 과거 ‘평이함’에서 ‘신선함’으로 변모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꽤나 합리적인 전동화를 이룬 덕분이다. XSE는 캠리 하이브리드 믹스에 추가된 완전히 새로운 트림 레벨이다. 캠리를 다시 매력적으로 만든 레시피는 간단하다. 가솔린과 전기 구동 하이브리드를 통한 강력한 연비, 진보적 스타일링, 기능적 인테리어 등이다. XSE의 스포티 캐릭터를 어필하듯 이번 시승차는 립스틱처럼 강렬한 레드여서 처음 봤을 때 실제 ‘이 차가 캠리 맞아?’ 순간 의심했다.외부 인테리어는 전 세대 캠리들이 다소 차분하고 밋밋한 이미지였다면 2021년형 캠리는 같은 계열 브랜드 렉서스의 개성을 승계한 인상이다. 도요타는 디자인 콘셉트를 ‘예리한 외모(KEEN LOOK)’로 설정했다. 말 그대로 날카롭고 복잡성에서 나오는 개성을 강조한 듯했다. 뉴 캠리 하이브리드 XSE는 앞 범퍼와 헤드램프,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전면 그릴, 알루미늄 휠 등의 디자인을 변경했다. 한편, 안전주행 기능(차선추적 어시스트,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긴급제동보조 시스템 등)은 렉서스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시승 구간은 서울 강남에서 대구까지 총 500㎞이다. 경부, 영동, 중부내륙 고속도로다. 에코/노멀/스포트 세 가지 드라이브 모드 중 고속도로에서는 더 빠른 반응과 변속 타이밍, 안정적 스티어링 힐 조작이 가능한 스포트 모드로 설정했다.
개인적으로 XSE에서 가장 맘에 든 것은 내부 인터페이스다. 처음 마주했을 때는 다소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운전하다 보니 클래식하고 직관적인 구성은 이제까지 운전자들이 가장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레이아웃임을 깨닫게 한다. 캠리의 계기판과 기능 조작은 운전 중 시야 분산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계기판에는 속도계 외에 하이브리드의 전환을 주행에 따라 알려주는 바늘이 있다. 에코(ECO)와 파워(PWR)를 실시간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연료효율을 알려주는 것이 역동적이다.
오르막길에서 가속력을 시험하기 위해 액셀을 끝까지 밟았다. 치고 튕겨 나가는 듯한 질주감은 살짝 모자란 느낌이지만 안정적으로 빠르게 고속에 도달했다. XSE 하이브리드는 208 마력의 최대 출력을 생성하기 위해 2.5리터 I-4엔진과 118마력 전기 모터가 함께 작동한다. 도요타에 따르면, TNGA 플랫폼을 채용해 파워컨트롤 유닛, 시트,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낮게 설계하고 중심고를 낮춰 차량의 좌후 흔들림을 줄이는 동시에 승차감과 고속 안정성을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뉴캠리 하이브리드의 강력한 한 방은 연비다. 정부 공인 표준연비는 17.1/17.3/16.8㎞/ℓ(복합/시가지/고속)로 최고 수준이다. 실제 가득 주유한 상태에서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729㎞였고, 실제 대구까지 왕복을 마쳤음에도 주유 계기판은 절반밖에 줄지 않았다.-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