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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기업에서 배운다 

친환경과 Sustainability(지속가능) 경영 

경영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매출과 이익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던 기업들은 이제 비(非)재무적 가치에 무게를 둔다. 사회와 소통하고 윤리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지속가능경영’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 막 지속가능경영을 도입하는 추세다. 한 발 앞서 지속가능경영을 시작한 북유럽 기업들에서 배울 점은 무엇일까. 핀란드 경영 컨설팅 기업 레달의 퍼 스테니우스 대표에게 들었다.

▎핀란드 에너지 회사 Neste는 고객의 CO2 배출량을 연간 2000만톤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로 생산, 설비에 나서고 있다. / 사진:neste
유럽 기업들은 일찌감치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친환경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잘 알려진 대로 유럽 연합(EU)은 1990년대 후반부터 ‘교토의정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기후 위기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2050 탄소 중립(온실가스 순배출이 ‘0’인 상태)’ 선언이 대표적이다. 에너지·항공 산업처럼 환경오염을 심하게 일으키는 부문에서 ‘배출권거래제(사업장, 국가 간 배출 권한 거래를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효율적인 방법으로 목표에 다가서는 모습이다. 이는 일부 산업군에서는 피할 수 없는 변화로, ‘적응 또는 소멸’의 문제로 여겨진다. 퍼 스테니우스 레달 대표는 “환경법의 극적인 변화로 예전 방식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게 된 기업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 시대에 ‘적응’하고 있다”며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마저 배출권거래제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연과 매우 강한 유대감을 지닌 북유럽 국가와 기업들은 세계와 경제를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더욱 실질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퍼 스테니우스 대표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들은 각국의 자연환경에 맞는 각기 다른 환경보호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긴 해안선을 가진 덴마크는 재생에너지로 풍력에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해빙수를 지닌 거대한 산지를 품은 노르웨이는 수력발전에 많은 투자를 한다. 큰 산림을 보유한 핀란드와 스웨덴은 바이오매스(태양에너지를 받아 유기물을 합성하는 생물유기체) 활용을 권장한다. 그 결과 1990~2013년 스웨덴이 온실가스를 22% 감축하면서 GDP 58% 성장을 이뤄내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현재 스웨덴은 필요한 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청정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핀란드도 2035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핀란드 에너지 회사 Neste는 고객이 배출하는 CO2를 연간 2000만 톤에 상응하는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Neste는 생산 부문에서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엔 생물다양성 보호가 지속가능경영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기업들은 산림보호, 멸종위기종의 서식지 조성 등에 동참하는 추세다. 일례로 스웨덴 Business@Biodiversity Sweden이라는 그룹이 민간기업과 함께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 이 그룹은 자체적으로 생물다양성 손실과 관련된 과학적인 노하우를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민간기업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습지 복원과 같은 보전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북유럽 기업들이 이토록 환경 친화적인 경영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퍼 대표는 그 원인에 대해 “기후 불안은 북유럽 국가 국민이 가진 공통적인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유럽에서 ‘환경보호’는 정부와 기업을 넘어 전 국민적 관심사로 통한다.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활동에 북유럽 국가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스웨덴 전력회사 Vattenfall은 팟캐스트를 통해 국민에게 ‘화석연료 없는 에너지 솔루션’의 구체적인 대책을 전달하고 있다. 퍼 대표는 “친환경에 관심이 상당한 북유럽 국민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그들의 ‘친환경 정책’을 면밀히 살피는데, 이는 기업들에 은근한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많은 북유럽 기업이 자발적으로 GRI(지속가능보고서 작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국제기구) 지수를 공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퍼 대표가 말했다.

지속가능성 평가해 보조금 지원


▎ 사진:전민규 기자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프로젝트에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다. 아무리 좋은 취지여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일 수 있다. 특히 소규모 기업이라면 더 그렇다. 이에 대해 퍼 대표는 Neste와 ST1이라는 에너지 기업을 예로 들었다. “다만 Neste는 정부 소유 기업으로 비교적 규모가 크고 ST1은 비상장 회사로 규모가 작습니다. Neste는 비교적 표준화된 방식으로 친환경 경영을 실행하고 있지만 ST1은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에 북유럽 국가들은 기업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 퍼 대표는 “국가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에 R&D 지원을 비롯해 보조금을 많이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비즈니스 핀란드(고용경제부 산하 정부기관)는 신규 혹은 성장하는 기업에 자금을 제공하는데, 지원 기업을 선정할 때 수출 전망과 지속가능성 기준을 면밀히 살핀다고 한다. 정부도 기후변화 완화에 도움을 주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한 펀드를 만들었다.

많은 지원과 혜택이 있지만 지속가능경영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소비자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보수적인 산업군이 그렇다. 퍼 대표는 “제조업, 해양산업을 비롯한 건설, 미디어와 같이 환경 관련 법규에 영향을 덜 받는 분야는 지속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해양처럼 산업 내 하도급 수준(very high level of subcontracting)이 높은 산업군에서는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어 관리감독마저 어려운 실정이라고 퍼 대표가 토로했다.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 퍼 대표는 “한국 기업 32개를 조사했더니 크게 두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구체적인 설명과 조언을 덧붙였다. 첫째, 한국 기업은 환경지속가능성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다소 분명하지 않았다. “한국 기업은 환경 지표와 데이터 보고에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이러한 맥락에서 온실가스와 비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결과를 꼼꼼하게 보고하고 있습니다. 반면 정확한 감축 목표와 단기 실행 계획을 가진 곳은 적은 편이에요. 예를 들어 핀란드 기업의 86% 이상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갖고 있지만 한국 기업은 67%만 이 목표를 설정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폐기물 감축과 비온실가스 부문에서 한국 기업들의 상황은 더 미흡하다고 했다. 핀란드 기업의 46%가 폐기물 감축에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 반면 한국 기업은 전체의 6%만 감축 목표를 갖고 있었다. 퍼 대표는 “비온실가스의 경우 핀란드 기업은 73%, 한국 기업은 5%가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분석됐다”며 “한국 기업은 측정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실행 가능한 계획을 도출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퍼 대표가 발견한 두 번째 특징은 한국 기업의 환경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이 통합적인 top-down 접근 방식이 아닌 bottom-up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자회사 간 환경지속가능성에 쏟는 노력에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이 환경지속가능성에 쏟는 노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각 자회사가 선택한 ESG 지수를 충족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퍼 대표는 지속가능성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노력도 살펴봤다고 한다. 그는 “최근 한국 정부가 K-ESG라고 하는 자체 ESG 지수 초안 계획을 발표했다”며 “한국 정부는 정보공개, 환경, 사회적 영향 및 거버넌스와 관련된 4개 범주에 대해 81개 기준을 수립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새로운 인덱스가 글로벌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통용될지 여부는 다른 문제이며 세계시장에서 요구하는 인증 기준을 재통과해야 하는 절차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기업들이 더 나은 지속가능경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노력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전반적인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퍼 대표가 지적했다. 그는 “기준과 목표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지속가능경영이 회사의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을 살펴보고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고객이 얻을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속가능경영은 선택 아닌 필수

그렇다면 지속가능경영에서 한 발 앞선 해외 국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성공 전략은 무엇일까. 퍼 대표는 이에 대한 해답을 이렇게 제시했다. “지속가능성 보고와 거버넌스를 설정할 때 UNSDG(유엔개발그룹)와 GRI의 ‘프레임워크’를 참고하면 좋습니다. 또 유럽과 미국의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 한국 기업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서구 기업은 일반적으로 엄격한 지속가능성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죠. 기업들도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최고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어요. 한국 기업도 기회를 얻으려면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요구 사항을 높은 수준으로 충족해야 할 것입니다. 지속가능경영은 유럽 및 미국 시장에서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이자 진입을 위한 기회입니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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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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