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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시대, 일하는 방식의 재구성(3) 

비대면 업무 환경에서의 성과관리와 리더십 

원격근무 및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사례가 늘면서 업무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러한 흐름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는 대면과 비대면 방식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Hybrid) 형태의 업무 환경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가까운 미래에 맞이하게 될 업무 환경의 특징은 무엇이고, 그에 따라 성과관리 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알아보자.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기나긴 팬데믹 터널이 머지않아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택근무 등 비대면 업무 환경으로 전환했던 기업 중 일부는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면 다시 예전처럼 모든 구성원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들은 이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올해 1월 31개국 임직원 3만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트렌드지수(Work Trend Index)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73%에 달하는 임직원이 원격근무를 하나의 옵션으로 유지하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점은 이와 동시에 응답자 중 67%가 대면 업무와 협업이 늘어나길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소 모순된 결과지만, 코로나19 이후 많은 임직원이 비대면 업무 방식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경험하게 되면서 업무 방식에 대한 요구가 더욱 다양해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근무 형태는 대면(출근)과 비대면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대면과 비대면 사이의 어느 한 지점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무 형태의 ‘적정 기준’을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기보다는 임직원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사/조직문화 트렌드라는 주제로 자주 논의되는 MZ세대의 특성과 긱 이코노미(Gig Economy)를 생각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향후 대부분의 기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MZ세대이며, 기존 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지니고 있다. MZ세대는 조직 내에서 더욱 유연한 근무 환경을 추구하며, 동료와의 협업, 개인의 성장을 위한 피드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고 그 의견을 수용하는 기업을 선호한다. 긱 이코노미는 서비스 분야에서 임시직이나 프리랜서를 활용하는 경제적 활동을 뜻하며, 전문가들은 앞으로 근로자의 40% 이상이 긱 워커(Gig Worker), 즉 독립적인 계약자나 프리랜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긱 이코노미가 모든 산업 분야에서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지만, 변화의 흐름상 외부의 임시직 근로자와 조직 내 임직원이 단기간 협업하는 상황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는 곧 조직 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일하게 되는 개인들이 증가하는 추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해보았을 때, 기업은 비대면 원격근무 옵션을 중단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기존처럼 업무 환경을 하나의 일괄적인 정책으로 지정하기보다는, 임직원이 개개인의 니즈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근무 시간과 장소가 다른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협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업무 환경과 일하는 방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과제가 더해질 것이다. 이는 디지털 전환의 다른 주제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제도나 도구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결국 문화를 바꿔야 하는 문제이다.

비대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성과관리

사실 비대면 근무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자율근무제(또는 유연근무제)라는 이름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왔다. 자율근무제는 근무 형태나 일정 관리를 정해진 범위 내에서 임직원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비대면 업무 방식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자율근무제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가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이유는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존의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유지한 상태에서 제도만 도입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정해진 시간 동안 동일한 장소에 모여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 익숙한 국내 기업에서 자율근무제를 도입했을 때, 임직원들의 협업과 성과관리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는 비대면 업무 환경에서 나타나는 주요 특징인 업무 수행 과정의 비가시성(Invisibility)과 커뮤니케이션의 비동시성(Asynchronous Communication)으로 인한 것이다. 비대면 방식의 보이지 않는 업무 환경은 구성원들의 정확한 업무량과 생산성을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또 직원 개개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일하게 되면서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워져 협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비대면 환경에서도 업무 수행 과정의 가시성과 커뮤니케이션의 동시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 글로벌 스타트업인 깃랩(Gitlab)의 원격책임자(Head of Remote)인 대런 머프는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와 같은 근무 환경의 변화에 맞춰 조직 내 모든 작업 흐름을 철저히 검토하여 모든 업무가 100% 원격근무 상황에 맞도록 변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비대면 업무 방식을 기본 업무 방식으로 세팅하면 필요에 따라 대면 근무 방식을 병행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는 업무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대면 환경에서 최적의 성과 관리 방안은 무엇이며, 기업은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두고 변화를 추진해야 할까?

자율성·가시성·개별 피드백으로 관리

비대면 업무환경에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첫째, 임직원에게 업무 수행 과정의 자율성을 제공해야 한다. 즉 리더가 업무 과정을 일일이 챙기기보다는 결과에 중점을 두고 성과를 관리해야 한다. 대면 업무 상황과 달리, 비대면 상황에서는 리더가 잦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구성원의 업무를 관리하려 한다면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낮아지고 의욕도 저하될 수 있다. 업무 상황이 빠르게 변화할수록, 임직원이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는 리더와 구성원 간의 신뢰 형성에 중요한 요소다. 성과 중심의 문화로 바뀌어야 대면과 비대면에 상관없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업무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대면 업무 환경에서는 조직의 목표나 업무의 맥락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아도 동료와 소통하며 상호 학습하고 이해해나가는 과정이 용이하다. 하지만 비대면 업무 환경에서는 휘발성 높은 커뮤니케이션 방식만으로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보이지 않는 업무 환경에 가시성(Visibility)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유용한데, 위키 또는 노트 방식으로 정보와 업무 이력을 축적하고 칸반보드(Kanban board)나 갠트차트(Gantt chart)와 같은 프로젝트 관리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은 공동 목표를 인식하고 업무 상황을 공유하며, 비동시적인 업무 커뮤니케이션의 내용 또한 지속적으로 기록으로 남아 업무 맥락 및 히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비대면 환경에서 근무하는 구성원들의 업무 생산성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소진되는 비효율 문제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셋째, 개별화된 형태의 피드백을 상시 제공하는 것이다. 비대면 환경에서 임직원들은 대면 업무가 주는 소속감과 유대감을 얻지 못한 채 쉽게 고립감을 느낄 수 있다. 자율성을 부여하더라도 직원 간, 팀 간 커뮤니케이션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며, 특히 신규 입사자들이 소외되지 않고 업무에 안착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팀장은 팀원과 개별 온라인 미팅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고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제거하는 등 조력자이자 코치로서 팀원의 성향에 맞는 개별적인 관리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이것은 성과에 대한 빠른 피드백과 코칭을 원하는 MZ세대의 특성과도 잘 맞는다. 최근 많은 기업이 연 1회 성과를 평가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과 같은 방법론을 활용하여 평가 간격을 줄이고 상시적으로 성과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래 도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관리 도구인 Planner를 활용하여 팀 내에서 팀장과 팀원 간 성과관리가 이루어지는 시나리오를 예시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근무하는 상황에서 업무의 가시성을 확보하고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비대면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성과관리를 하려면 리더십 차원의 노력과 환경적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일선에서 구성원들과 가장 많이 소통하는 팀장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팀장으로서 디지털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비대면 환경에서의 효과적 성과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생산성 및 커뮤니케이션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두이스트(Doist)는 전사 구성원들이 전 세계 각지에 거주하고 있으며 100% 비대면 근무를 하고 있다. 두이스트는 자사 서비스인 트위스트(Twist) 홈페이지에 비대면 업무 환경에서 일하는 방식과 관련된 상세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세계 각지에서 비대면으로 협업하고 있는 리더 및 구성원들이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가올 업무 환경의 변화에 대한 준비를 아직까지 시작하지 않은 기업이라면, 우리 조직이 비대면 환경에서 어떻게 일해야 할지에 대한 종합적인 모습을 정의하고 구성원이 따라야 할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해보기 바란다.

※ 김일겸 무늬랩스 대표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경영 컨설팅펌 A.T.커니, Booz & Company, IBM Global Business Services 등에서 국내외 기업의 성장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컨설팅을 했다. 그는 기업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효과적인 고객경험의 설계와 성공적인 조직문화 혁신 및 변화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무늬랩스를 창업했다.

202106호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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