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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원장 

“불활화 백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최적 백신 될 것”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백신은 면역력 획득 및 제조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그리고 이 방식은 백신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세계적 권위의 백신 연구소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의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원장은 백신 종류별 역할론에 관한 얘기를 꺼냈다.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장은 코로나19 백신 종류별 역할론에 관해 얘기했다. 그러면서 불활화 백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적합한 백신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다. 맞고 싶어도 맞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접종 대기자는 넘치는데 물량이 따라주지 못한다. 백신 쏠림 현상도 엿보인다. 일각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실제 지난 6월 16일에는 특정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심각한 부작용으로 지목됐던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진단을 받은 30대 남성이 사망에 이르렀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따른 첫 사망 사례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러시아 백신을 도입해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특정 백신이 언급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러시아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이 개발한 ‘코비박(CoviVak)’이다.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이다.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코비박이 언급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에서 접종 가능한 백신과는 다른 방식(플랫폼)인 ‘불활화 백신(사백신)’이라는 기대감이다. 불활화 백신은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병원성을 제거하되 면역원성은 유지하도록 한 뒤 체내에 주입하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독감·소아마비·A형간염 백신이 이에 속한다. 또 다른 하나는 이를 개발한 추마코프 연구원이 국제적 명성의 백신 연구소라는 점이다. 추마코프 연구원은 1957년 설립 이후 소아마비 백신을 시작으로 60여 년간 백신만 연구해온 저명한 연구소다.

지난 6월 15일 중앙일보S 주최로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포스트 팬데믹 시대 대비, 바이러스에 대한 최적 대응 방안 마련 콘퍼런스’에 참석한 추마코프 생명과학연구원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원장을 식전에 만났다. 그는 불활화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강조하면서도 각 백신의 역할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부분을 언급했다.

코비박은 현재 어느 단계까지 개발됐나.

임상 1·2상이 완료됐고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임상 1·2상은 각각 200명을 대상으로 했고 3상은 3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다. 이미 지난 2월 20일 러시아 내 조건부 사용승인을 받은 상태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일반인에게 접종하고 있다.

다른 백신들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을 불활화 백신으로 개발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난 6월 15일 열린 ‘포스트 팬데믹 시대 대비, 바이러스에 대한 최적 대응 방안 마련 콘퍼런스’에서 이슈무하메토프 원장이 불활화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백신을 개발하는 기본 접근법이 되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가장 고전적인 방식의 플랫폼을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불활화 백신은 전체 비리온(virion·바이러스 입자)을 활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단백질에 대해서만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전체 바이러스에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예방 효과를 기대하는 부분이다. 전통적으로 검증된 방식이라는 점에서 채택하게 됐다.

불활화 백신 방식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 수월하다는 의미인가.

사실상 우리 연구소는 모든 균주를 연구하고 있다. 접근법만 고려한다면 전체 비리온을 활용하기 때문에 (다른 백신보다) 변이 바이러스에 더 강한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검증해보진 않은 상태라 조심스럽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럴지 지켜볼 필요는 있다.

사실 추마코프 연구원이 과거에 소아마비 백신에서 채택한 방식은 불활화 백신이 아닌 약독화백신(생백신)이었다. 당시엔 다른 곳에서 개발한 불활화 백신이 실패했는데.

그렇긴 하다. 그땐 (불활화 백신이) 생백신과 달리 두 번 접종해야 했고 값도 비싸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효능도 만족스럽진 않았다.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생백신 개발은 불활화 백신보다 어려운 과제다. 생백신은 자연감염과 비슷한, 질병을 유발하는 약화된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생백신으로 개발하려면 해당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위험성을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바이러스를 잘 길들일 수 있을지 파악해야 한다. 근데 지금은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약독화 코로나19 백신 종자를 만들기 위한 감염성 복제에 장시간이 필요하고 안전성 테스트를 광범위하게 해야 한다. 과거 우리 연구소가 소아마비 백신에서 성공한 생백신을 코로나19 백신 플랫폼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은 현재 해당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약독화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만큼 완전한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비박의 임상 1·2상 결과가 궁금하다.

코비박에 대한 임상 2상 결과 접종 42일 후(첫 접종 14일 후 2차 접종) 항체 생성률이 85.7%로 나타났다. 안전성에 위배되는 증상을 보인 피험자는 전혀 없었다.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임상 1상에서 피험자 200명은 모두 아무런 부작용을 겪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이다. 코비박의 강점이다.

기존 백신보다 효과가 다소 떨어지는 듯한데.

약간은 오류가 있는 관점이라고 본다. 백신 간 프로텍팅 효능을 정확히 비교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프로텍팅 효능을 비교하려면 모든 백신이 임상 3상을 완료한 뒤에 해야 한다.

다른 제조사들은 왜 다른 방식을 택했을까.


▎주제 발표 후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 한·러 백신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에는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다양한 종류의 백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팬데믹 사태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mRNA 백신이나 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 최신 기술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도입된 이유는 속도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백신은 비상사태에서 만들 수밖에 없는 백신이라고 본다. 반면 불활화 백신은 바이러스 분리에만 3~4개월이 소요된다. 일주일이 급박한 상황이지 않았나. 화이자는 사실 불활화 백신의 선구자 격이다. 그런데도 불활화 백신을 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들 백신이 최전선에서 선봉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 종류별로 역할이 다르다고 봐야 할까.

그렇다. 먼저 개발된 백신들은 현재 선봉대에서 최선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백신으로 사태가 어느 정도 잠재워지면 각각의 백신이 자기 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성과, 효능, 접종 횟수, 또 얼마나 자주 맞을 수 있는지 등 저마다 차이가 있다. 일례로 바이러스 벡터 백신의 경우 여러 차례 맞을 수 있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불활화 백신은 반복해서 접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입증됐다. 이제 코로나19 팬데믹이 사그라지면 그다음엔 계절성을 띠게 될 것이다. 그땐 또 다른 보호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불활화 백신이 역할을 할 것이다. 먼저 개발된 방식이 비 올 때 우산을 펴는 것이라면 불활화 백신은 비가 안 드는 곳으로 몸을 피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불활화 백신은 일각에선 ‘중국 백신’ 취급을 받기도 한다. 중국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단지 중국 시노팜사의 백신과 플랫폼이 같다는 이유에서다. 시노팜사의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그룹이 긴급사용 승인에 앞서 낸 보고서에서 “60세 이상의 경우 접종 효과에 대해 확신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슈무하메토프 원장은 의연했다.

중국 백신과 같은 방식이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이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마음이 평안하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 제품에 대해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노하우를 자부하기 때문이다. 중국 백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단, 이것만은 말하고 싶다. 불활화 백신에서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바이러스 활성을 차단하는 것이 안전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것과 균주가 가진 면역 모델링 특성이 변형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활성을 차단하는 방식이나 사용된 장비에서 (중국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비교 자료를 들자면, 우리는 지난 10년간 WHO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은 제품이 많지만 중국의 경우 사전승인을 통과한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불활화 백신은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우리 연구원은 황혈병 백신을 이미 52개 국에 보급한 경험이 있다. 우리는 연구, 개발, 랩 생산, 준상업용 생산, 상업용 생산(양산) 등 모든 공정이 가능한 단일 연구 생산 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실험실 생산과 양산은 기술적으로 다른 문제다. 실험실 규모에서는 가능한 기술이라도 양산체제로 들어가면 기술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연구원 설계 단계부터 ‘연구가 이뤄졌을 때 대량생산까지 가능한 시설을 구축해야 한다’는 추마코프 박사의 원칙을 반영했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한 만큼 솔루션을 갖고 있다.

향후 계획은.

임상 3상이 완료되면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백신과 교차 접종을 할 수 있을지, 재접종 시에는 어떤 백신을 선택해야 할지도 연구 과정에서 좀 더 명확하게 밝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코로나19 백신을 약독화 백신이나 바이러스 유사입자(VLP;바이러스와 유사한 구조를 항원으로 삼는 방식으로 생산성·안전성·효능에서 가장 뛰어난 백신으로 평가) 기반 백신으로 확대 발전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또 기존에는 백신을 만들거나 치료할 수 없었던 질병에 도입할 수 있는 기술을 점차 만들어나갈 것이다. 예전에는 연구가 일단 질병에서 출발해 바이러스까지 도달했다면, 이젠 바이러스를 먼저 연구해 기존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다른 방향의 접근법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다.

-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2107호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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