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글로벌 혁신 테크 

말 거는 장갑, 말 되는 손짓 

‘손짓 발짓으로도 통한다’는 말을 실제로 가능케 해주는 기기가 등장했다. 착용자 손동작을 분석해 말로 바꿔주는 장갑 ‘브라이트사인(Brightsign)’ 이야기다. 이번 호 글로벌 혁신 테크는 불가능해 보이던 것을 남다른 기술력으로 현실화한 여섯 가지 제품을 들여다본다.
1. 손이 말을 건다, 브라이트사인(Brightsign)


브라이트사인만 있으면 손짓을 즉시 말로 바꿀 수 있다. 평범한 장갑처럼 생겼지만 브라이트사인은 착용자 손동작을 음성으로 실시간 변환해주는 수화 통번역 기기다. 전 세계 30개국 수화를 인식하며, 이를 180여 개 목소리로 대신 말해준다. 남녀노소 혹은 취향에 따라 목소리를 골라 사용할 수 있다. 말소리의 빠르기와 높낮이도 조절가능하다. 브라이트사인은 기존 수화 번역의 난점을 해결할 목적으로 개발됐다. 수화 종류는 국적뿐 아니라 사용자에 따라서도 무척 다양하다. 현재 통용되는 수화만 100여 개, 사용자별 편차까지 더하면 수천 개 형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사용자 개개인이 자신의 손동작을 직접 입력할 수 있어 수화로 대화 시발화자 편차에 따른 오해를 줄이는 데 탁월하다. 개발자 하데엘 아유브는 “청각 및 언어 장애인이 통역 없이 모든 사람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도록 돕고자 이 상품을 만들었다”며 개발 의도를 밝혔다.

- 세부 정보 https://www.Brightsignglove.com

2. 나를 알아주는 옷감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데이터 수집, 저장 및 처리가 가능한 디지털 직물을 최초 개발했다. 이 직물은 체온 데이터를 수집하며, 사용자의 다양한 활동과 신체 분비물 사이의 연관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 96% 정확도로 착용자의 활동 정보를 포착한다. 영화 파일 767KB, 음악 파일 0.48MB 상당의 정보를 생성 및 저장할 수 있는 수준의 용량을 갖췄다. 수집한 데이터는 별도 저장 장치 없이도 약 2개월간 보관할 수 있다. 직물의 비밀은 실리콘으로 덮인 디지털 칩이다. MIT 연구진은 디지털 칩 수백 개를 폴리머(polymer) 섬유와 합성해 얇은 실을 만들어냈다.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신경망도 삽입했다. 이 직물은 이처럼 고기능 요소를 갖추었지만 10회가량의 세탁을 버텨낼 정도의 견고함을 자랑한다.

- 세부 정보 news.mit.edu

3. 로봇 개, 에얼리언고(AlienGo)


개를 닮았을 뿐 아니라 개처럼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 등장했다. 중국 로봇 개발사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에서 개발한 로봇 개 에얼리언고는 고도의 운동 능력을 갖췄다. 쪼그려 앉고, 몸을 숙이거나 돌리며, 장애물을 뛰어넘는 등 개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행동을 그대로 흉내 낸다. 달릴 수도 있다. 최대 속도는 약 1.5m/s에 달한다. 사람과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GPS 및 비전 카메라를 탑재한 덕분에 에얼리언고는 맞닥뜨린 사람이나 사물을 구별해내고, 대상의 동작을 따라 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착한 사물을 3D로 재구성해 가상의 지도를 만들어낼 줄 아므로 장애물을 뛰어넘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혹여 문제가 생겨 자리에서 이탈하고 난 뒤에도 금방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덕분에 에얼리언고는 현재 공사 현장이나 공장의 좁고 가파른 지대를 오르내리며 위험 물체를 감지 및 탐색하는 일에 투입되고 있다.

- 세부정보 www.Unitree.com

4. 전기가 통하는 피부


무거운 웨어러블 기기가 더는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미국 콜로라도 볼더 대학(University of Colorado at Boulder) 연구원들이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 전자 피부는 다른 스마트워치와 같이 체온이나 심박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스마트워치보다 가볍고, 폐기물이 적다. 게다가 우리 피부와 같이 자체 회복 기능을 갖추고 있어 몇 번이고 다시 쓸 수 있다. 장치 표면의 폴리아민 성분이 기능 손상을 약 13분 내에 치유, 재가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신축성도 좋다. 어떤 방향으로든 기존 크기의 60% 이상 늘어나 팔목, 목 등 원하는 곳 어디에나 착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한계는 존재한다. 내장된 전자 칩이 맨눈으로 보이며, 가동하려면 외부 전원이 필요하다는 점 등이 한계로 거론된다. 연구팀은 “아직 기존 웨어러블 장치에 비견할 만큼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자 피부가 상용화되면 웨어러블 기기 폐기로 인한 환경 영향 걱정 없이 신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세부 정보 www.colorado.edu

5. 몇 수 앞서 보다, 체스업(ChessUp)


얼마 전 넷플릭스(Netflix) 드라마 [퀸스 갬빗(Queens Gambit)]이 인기를 끌면서 한동안 체스 열풍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체스를 배워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늘었는데, 체스 초심자들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 체스 보드 ‘체스업’이 등장했다. 체스업은 인공지능이 삽입된 체스 연습용 도구다. 상대 기사의 수를 분석해 단 몇 초 만에 병렬 대응 전략을 내놓는다고 한다. 다수 전략 중 최악의 수는 빨간색, 중간 수는 파란색, 최적의 수는 녹색으로 표시해 사용자가 여러 전략을 한꺼번에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게 돕는다. 체스업을 통해 사용자는 체스 경험 빈도와 상관없이 고급 체스 전술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초심자일지라도 퀸스 갬빗, 시칠리아 방어, 루크 엔드 게임 등 다양한 고급 전략을 연습해볼 수 있다. 한편 대적할 상대가 없거나 더 다양한 상대와 대진하고 싶을 때는 무료 온라인 사이트 lichess.org에서 플레이어 수백만 명과 가상게임을 즐길 수 있다. 체스업은 현재 크라우드펀딩 웹사이트 인디고고(INDIEGOGO)에서 약 259달러(28만8000원)에 만나볼 수 있다.

- 세부 정보 https://www.bryghtlabs.com/

6. 치매 노인의 벗, 로봇 스티비(Stevie)


로봇이 실버산업에서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일랜드의 공립대학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는 지난 2019년 인공지능 기반 치매 노인 보조용 로봇 스티비를 개발했다. 스티비는 사용자에게 약물치료 시간을 알려주거나 화상통화를 연결하고, 원격으로 조명을 켜고 끄는 등의 동작이 가능해 요양원과 같은 노인 보호 시설에서 활용됐다. 그 결과 2019년에는 타임(Time)지가 선정한 올해의 발명품 TOP 100에 들었다. 올해 그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스티비 2가 탄생했다는 소식이다. 새로운 스티비는 이전 모델보다 뛰어난 이동성을 확보하고, 깊이 인식 카메라·비전 센서 등 첨단 감지 기술을 탑재해 사람은 물론 주변 환경과 유연하게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 주변 인물의 얼굴과 음성을 인식하는 기능은 물론 응답 능력까지 갖췄다. 스토리텔링, 빙고, 퀴즈 게임 등 유희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간호 인력의 전면 배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향후 스티비는 훌륭한 의료 보조 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세부 정보 www.tcd.ie

- 정하은 인턴기자 jung.haeun@joongang.co.kr

202107호 (2021.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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