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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섭 차이커뮤니케이션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이 되려는 이유 

김영문 기자
요즘 광고 시장을 휩쓰는 곳이 있다. 바로 차이커뮤니케이션이다. 대형 기획사도 수주하기 어렵다는 대기업 캠페인 사업을 연달아 따냈고, 메타버스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대규모 투자도 받았다. 창업 17년 차에 접어든 차이커뮤니케이션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영섭 차이커뮤니케이션 대표는 “광고회사가 아니라 어쩌다 보니 광고를 하게 된 크리에이터”라며 “앞으로 광고가 디지털 바람을 타고 언제 어떻게 확장될지 아무도 모르기에 메타버스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품고자 한다”고 말했다.
‘쿠팡이츠, 아모레퍼시픽, SSG, 아시아나항공, KB카드, CJ제일제당, 구찌코리아 등.’

앞서 열거한 대기업 광고는 딱 한 회사가 도맡아 진행한다. 바로 디지털 종합광고회사 차이커뮤니케이션(CHAI COMMUNICATION, 이하 차이)이다. ‘양’뿐만이 아니다. ‘질’도 국내 최고임을 인정받았다. 차이는 한국 광고작품을 총망라하는 ‘2021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빛이 났다. 차이가 만든 아모레퍼시픽 라보에이치 ‘샴푸엔없지라보에있지’ 캠페인이 퍼포먼스마케팅에서 대상을 받은데 이어 쿠팡이츠 ‘당연한 이야기’ 캠페인으로 통합캠페인전략에서 금상, 하이트 진로 테라 ‘TERRA & TOP 브랜드’ 캠페인이 퍼포먼스마케팅 분야에서 금상을 거머쥔 것이다.

올해 7월 열린 ‘2021 대한민국 디지털 애드 어워즈’에서도 이마트 공식 유튜브 채널 ‘이마트 LIVE’로 전체 그랑프리를 받았고, 이 작품을 포함해 차이가 총 7개 부문에 출품한 9개 작품이 모두 수상한 바 있다.

사실상 싹쓸이 수준이다. ‘이마트 LIVE’ 외에도 CJ제일제당 유튜브 채널 ‘제1의 맛’으로 소셜미디어 부문 대상, 프로모션 부문에서 CJ제일제당 ‘갓먹의 시대’ 캠페인으로 금상, 통합마케팅 부문에서 아모레퍼시픽 라보에이치 ‘샴푸엔없지라보에 있지’ 캠페인으로 최우수상과 젝시믹스 ‘퍼포먼스마케팅의 한계는 없다’로 금상을 받았다. 디지털 영상 부문에서 KB국민카드 ‘리브메이트’ 캠페인으로 금상, 쿠팡이츠 ‘당연한 이야기’ 캠페인으로 최우수상을 받았고, 퍼포먼스(앱) 부문 금상(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론칭 캠페인)과 애드테크마케팅 부문 금상(트렌드 분석을 통한 구찌코리아 퍼포먼스 마케팅 전략) 등도 수상 대열에 합류했다.

“상을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는 게 아닙니다. 수상의 의미를 알리고 싶었어요. 차이는 단순히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광고회사가 아닙니다. 디지털 종합 광고를 총괄하고 더 나아가 퍼포먼스 세일즈, 즉 기업의 마케팅 캠페인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회사라는 걸 인정받은 겁니다. 브랜드를 알려 호감을 증대하고 자연스레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전략 구조, 이게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

지난달 강남구 논현동 차이 사무실에서 만난 최영섭 대표가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보통 플랫폼 기업이라고 하면 특정 공간에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콘텐트를 만들고 구성하는 것 자체가 플랫폼”이라며 “그래서 차이는 퍼포먼스마케팅을 주로 맡는 ‘P’와 크리에이티브 콘텐트를 담당하는 ‘C’ 사업부로 나눴고 이를 토대로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사가 그의 의지를 가장 먼저 알아챘다. 지난 9월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차이에 20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이번 투자는 상장전지분투자(Pre-IPO)로, 2대 주주가 된 케이스톤파트너스가 차이의 상장을 적극적으로 도울 계획으로 단행했다. 통상 광고업계가 평가받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이번 투자는 꽤 큰 규모다.

투자사는 차이의 두 가지 측면에 주목했다. ‘성장성’과 ‘신사업’이다. 실제 매출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 2016년 17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4년 만인 2020년 340억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배나 뛰었다. 올해 수주 취급고 규모만 2000억원이 넘는다. 2004년 최 대표가 5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이제 300명이 일하는 국내 대표 디지털 광고업체로 성장했다. 신사업도 차이의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투자사는 특히 ‘메타버스’에 주목했다. 차이는 광고업계에서 드물게 가상현실 콘텐트 제작 능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최 대표도 “올해 안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메타휴먼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며 “메타버스 사업을 본격화하려고 영상디자인, 모션캡처 기술, 휴먼 디자인, 특수효과 등 해외 3D 기술 전문가를 대거 채용해 메타버스 마케팅 시대를 주도할 기술적 토대를 쌓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가 디지털 ‘뉴딜’을 이끌 거라 본 것이다. 최 대표는 창업 초기에도 디지털 회사를 표방하며, 기존 광고 시장 질서에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2004년 창업 당시 디지털 광고 시장은 모바일이 아닌 웹 기반의 서비스 중심이었다”며 “배너 광고 중심의 디스플레이 광고와 검색광고 중심의 퍼포먼스 마케팅이 분리돼 있었다. 난 이 두 가지 갈래가 하나로 가야 한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광고 시장에서 디지털과 전통 간 벽은 훨씬 최 대표의 생각보다 두꺼웠다. 2017년 구글 프리미어 파트너 어워즈에서 차이가 아시아퍼시픽 위너로 선정되면서 ‘통합’ 노력이 비로소 빛을 봤다. 13년이나 고집을 부린 덕분이다. 지금도 차이는 ‘광고는 제품을 잘 파는 마케팅의 시작’이라고 보고 콘텐트 제작부와 미디어 커머스 부서가 함께 움직인다. 광고가 매출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한다.

최근에는 초개인화된 데이터를 수집·통합·분석해 개인화 마케팅을 지원하는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 Customer Data Platform)’ 시장까지 떠오르고 있다. 실제 차이는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자회사이자 CDP 회사인 트레저데이터와도 협력하고 있다. 최 대표는 그간 쌓아온 데이터 마케팅 전략 노하우로 메타버스에서 또 다른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투자사도 메타버스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그렇더라. 투자사는 차이가 미래에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를 꼼꼼하게 따져 물었다. 당장 구체적인 수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조직 운영과 투자 계획에 담아야 할 내용이다. 아마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더라도 상당수 회사는 관련 기술회사와 협업하는 식으로 진행할 거다. 하지만 차이는 메타버스 기술을 내재화할 생각이다. 지금은 관련 인프라 또는 기술을 가진 엔터 업체, 게임사가 메타버스 시장을 그리고 있다. 인프라, 기술 모두를 쥐어야 한다.

투자를 받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겠다.

그렇다. 사실 2년 전부터 관련 분야를 준비해왔다. 당시는 메타버스가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마케팅 시장이 새로 열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찍이 회사 내에 ‘버추얼 본부’를 꾸린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초까지 XR(확장현실), VR(가상현실), 웹XR과 메타휴먼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는 브랜드들이 마케팅을 펼칠 공간이다.

메타휴먼도 곧 나온다고 들었다.

그렇다. 올해 광고업계에서 가상인간 ‘로지’가 신한라이프 광고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가상인간을 회사의 ‘얼굴’로 내세우는 일이 앞으로 늘어날 것 같다. 특정 가상인간이 여러 기업을 대표하기보다는 기업마다 자사의 특성을 담은 가상 인간을 내세우고 싶어 하지 않겠나. 차이는 이런 수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웹 XR 서비스는 일종의 가상공간이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주목받는 게 ‘가상 오피스’다. 재택근무 중 자신의 아바타를 가상공간에 출근시켜 동료들과 소통, 협업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만난 것과 비슷한 경험을 느끼게 하는 서비스다.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창업 후 17년을 달려오면서 숱한 디지털 광고 회사와 경쟁했으나 지금까지 시장에 자리 잡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이 ‘업’에서는 누구보다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변신을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2000년 이전만 해도 웹사이트에서 마케팅을 펼치는 게 나름의 혁신 사업으로 비쳤는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모바일 플랫폼에 마케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광고를 수주해도 어디 그게 끝인가. 광고가 어떻게 매출로 이어지는지, 어떤 루트로, 어떻게 보여줘야 매출과 직결되는지 끊임없이 추적하고 데이터화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

트렌드 리포트를 많이 보겠다.

아니다. 특히 광고와 관련된 리포트는 보지 않는다. 그런 리포트 때문에 시장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차별화를 꾀해야 살아남는 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산업 전반의 인사이트를 키우는 건 매우 중요하기에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브런치 등 플랫폼에서 활약 중인 인플루언서가 올린 콘텐트를 유심히본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돋보이지만, 사람들 반응도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광고업계가 많이 달라졌다고 했다. 어떻게 변했나.

오프라인 시장은 이미 저물었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 광고 시장이 웹 기반으로 흘러갈 때만 해도 네이버 전면 광고를 잡는 곳이 경쟁력 있는 광고사였다. 모바일시대로 넘어가자 유튜브라는 거대한 바다가 영상광고 시장을 확 바꿔버렸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평가다. 광고가 딱히 아웃풋을 따지지 않는 비용으로 치부될 때와 달리 이제는 퍼포먼스를 데이터화해야 한다. 디지털이 기존 광고 시장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것이다.

데이터를 포착하는 비결이 있나.

‘CINDI’ 솔루션을 활용한다. 디지털 미디어 내 다양한 트렌드를 수집, 분석해 소비자 언어로 재해석된 다양한 키워드를 발굴하는 기술이다. 우리가 기존 퍼포먼스 마케팅보다 진화된 전략으로 캠페인을 수행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특히 시시각각 변하는 MZ세대 트렌드를 읽는 데 유용하다. 각종 플랫폼 미디어에서 생성되는 콘텐트, 디지털버스 등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를 읽고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이른바 데이터 기반 마케팅이다.

어떤 마케팅 회사는 제조사를 인수해 커머스에 뛰어들기도 한다.

우리와 결이 다르다. 우리는 제조사를 인수해 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더 많은 기업에 마케팅 툴을 제공하고자 한다. 차이에 퍼포먼스, 브랜딩, 소셜, 모션그래픽, 테크 본부 등을 따로 꾸린 이유다. 여러 스타트업이 모여 프로젝트 하나에 입체적으로 달라붙는 식이다. 모든 채널에서 통합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만들어내는 능력, 특히 디지털 마케팅 실력만큼은 국내 최고라 자부한다. 고객들이 계속 차이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메타버스도, 메타휴먼도, 웹XR 서비스도 같은 맥락에서 준비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시장에 맞서려면 업무 강도가 만만치 않겠다.

광고회사를 보는 일종의 편견이다. 어느 정도 맞을 수도 있겠다. 차이가 업무가 편하고 복지만 훌륭한 회사라기보다는 광고, 더 나아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열정을 꽃피우고 싶은 이에게 더없이 좋은 회사라는 점을 어필하고 싶다. 10년 장기근속자도 20여 명이나 된다. 누구보다 차이의 가치와 성장 비전을 믿는 사람들이다. 매주 월·화요일에 여는 메타버스 회의도 10년 이상 근속 리더들이 주도하고 있다.

조직문화는 어떤가.

17년이나 된 회사로 300명이나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벤처 회사 같다. 무엇보다 임직원과의 스킨십을 중요하게 생각해 사내 아이디어 회의에는 되도록 참석하려고 한다. 처음에는 부담스러워하더니 계속 듣기만 하니까 자연스럽게 의견을 주고받더라. 물론 부서 간 갈등을 빚으며 종종 쓴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여러 부서가 더 치열하게 협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관점과 시각,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지닌 통찰력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MZ세대 직원도 많을 텐데. 최근 시장에서도 무시 못 할 존재다.

분명 다른 세대와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내 생각을 주입하거나 설명하진 않는다. 그저 MZ세대 직원과 차이의 아이덴티티를 공유하고 싶다. 신입 직원들을 보면 참신한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그들의 능력이 메타버스 마케팅 시장을 주도하는 데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내가 광고계에 발을 들인 게 1990년대 말이다. 2004년부터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잡겠다며 달려왔는데 모바일이 세상 판도를 바꿨다. 남다르다고 믿었던 우리도 변화에 쫓긴 적이 있다. 묵묵히 업력을 쌓고 기업을 만나며 항상 중요한 PT에 참여했던 것 같다. 디지털과 전통 광고 시장을 융합하려던 노력을 비로소 인정받은 2017년 구글 프리미어 파트너 어워즈도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고 고민은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광고는 어떤 형태로 진화할까. 모바일 플랫폼은 어떤 콘텐트를 담고자 하는가. 메타버스 시대가 오나. 정답은 없지만, 해답은 여러 개다. 예비 광고인들에게 십수 년간 “본인의 역할에 관해 규정하지 말고 역할에 대한 경계를 허물라”고 조언했다. 그래서인지 요새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인 ‘규칙 없음(No rules rules)’이 더 눈에 들어온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이원근 객원기자

202112호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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