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등의 흥행으로 전 세계가 K콘텐트에 주목하는 지금, 게임업계도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네오위즈는 일찌감치 그 해답을 ‘엔터테인먼트’에서 찾았다.
▎문지수 네오위즈 대표는 “IP 확보가 중요해진 만큼 게임과 엔터의 결합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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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다르지만 ‘콘텐트’라는 점에선 일맥상통합니다. 게임업계가 IP를 활용해 엔터테인먼트 전방위로 진출하고, 엔터테인먼트의 IP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 더 확장될 것이고요.”지난 1월 11일 판교 네오위즈 본사에서 만난 문지수 대표의 말이다. 문 대표의 말처럼 요즘 게임업계는 앞다투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진출하는 분위기다. NC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부터 소형 게임사까지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투자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형태로 엔터를 사업에 접목하고 있다.네오위즈는 누구보다 먼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눈을 돌렸다. 2016년 MBC+와 ‘아이돌챔프’라는 앱을 만들어 팬덤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MBC+에서 방영하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쇼챔피언], [주간아이돌]과 앱 내 투표 서비스를 연계해 인기를 끌었고, 여러 브랜드·미디어사와 제휴를 늘려 서비스 범위를 확장했다. 투표에서 1등한 아이돌은 뉴욕 타임스퀘어 광고판에 등장하기도 하고, 유명 매거진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지난해 7월부터는 포브스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정기적으로 투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포브스 선정 OOO하는 아이돌’이라는 주제로 매달 투표를 진행한 다음 본지에 결과를 게재한다. 또 1등을 차지한 아이돌에겐 스페셜 표지와 영상을 제작해주는 서비스도 진행한다. 지금까지 총 7번의 투표를 진행했고 지난해 연말엔 아이돌챔프 앱을 활용해 ‘제1회 FKA(Forbes Korea Kpop Awards)’를 개최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지난해 ‘포브스 선정’이라는 밈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아이돌챔프엔 해외 유저가 많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지인 포브스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고 많은 투표 중에서도 포브스코리아와 함께하는 투표가 유독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실제로 아이돌챔프에서 활동하는 전체 유저 중 80% 이상이 해외 유저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서구권까지 200개국 가까운 나라의 K팝 팬이 유저로 참여한다. 이 앱의 DAU(일간 활동 유저수)와 MAU(월간 활동 유저수)는 각각 30만 명, 131만 명이고 지금까지 총 660만 회 이상 내려받았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엔터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지만 네오위즈는 국산 FPS(First-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게임)의 황금기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 대표 게임제작사다. 1997년 설립된 네오위즈(현 네오위즈홀딩스)로부터 2007년 분할(당시 네오위즈게임즈)돼 그룹사의 모든 게임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2020년 포브스코리아가 매출, 영업이익 등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선정한 ‘대한민국 파워게임 기업 40’에서 14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엔 포브스 선정 ‘2021년 현재 플레이해야 할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톱 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게임업계는 게임 제작만 해도 충분히 잘나가지 않나. 그런데 네오위즈뿐 아니라 대부분의 게임회사가 엔터에 관심을 보인다. 그 이유가 뭔가.게임회사와 연예기획사 모두 콘텐트 비즈니스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두 업종은 다른 업종보다 콘텐트를 생산해내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도 비슷하다. 게임은 개발부터 출시까지 2년 정도 걸렸다고 하면 빠르다고 한다.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연습생이 데뷔하기까지 수년이 걸리지 않나. 또 게임이든 아이돌이든 ‘데뷔’했다고 모두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결국엔 IP를 갖고 싶어 한다. 게임의 디지털 자산과 엔터의 디지털 자산을 컨버전스하고, 다양한 채널에서 IP를 얻기 위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IT가 중심이 되는 세상에서 (어떤 시장이나 상관없이) OSMU(One Source Multi-Use)를 이뤄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본다.
아이돌챔프를 시작할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처음부터 투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MBC+와 제휴해서 예능 프로그램 등의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로 시작했다. 그런데 단순히 영상만 볼 수 있는 플랫폼은 팬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새로운 무언가를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었는데, 3년 전 시작한 투표 서비스가 반응이 좋아 정착하게 됐다. 지금은 아이돌챔프의 대표 서비스다.
아이돌챔프 외에 진행 중인 엔터 관련 사업이 있나.네오위즈 랩이라는 자회사에서 팬덤 관련 비즈니스를 이끌어간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맞춤형 굿즈 서비스를 시도해볼 생각이다. 특정 아이돌을 ‘구독(월 정액)’하면 매달 구독자가 원하는 모양, 색깔 등을 반영해 맞춤형 굿즈를 보내주는 방식이다. 엔터사와 협업이 필요한 일이라 아직 준비할 게 많다. 조만간 아이돌과 게임을 결합한 ‘아이돌리 프라이드’란 게임도 출시한다. 3월 출시가 목표다. 아이돌리 프라이드는 동명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원작인 일본 게임으로, 유저가 매니저가 돼 직접 아이돌을 육성하는 게임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6월 출시됐다. 출시 후 일본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 다운로드 순위 1위, 매출 9위를 기록했으며 ‘2021 일본 구글플레이 스토어 베스트 게임’에 이름을 올린 인기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한국 문화와 정서에 맞게 현지화하는 작업을 거쳤다.
아이돌 육성하는 RPG 게임 출시
▎오는 3월 출시 예정인 아이돌 MMORPG 게임 ‘아이돌리 프라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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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의 원조 격 게임인 ‘프린세스메이커’가 생각난다.캐릭터를 육성한다는 점에선 같지만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아이돌리 프라이드는 팀 구성, 예를 들어 2인조 혹은 3인조로 구성할지를 정하는 세팅부터 이 그룹을 춤에 특화할지 랩이나 노래에 특화할지 등을 정해 훈련시킬 수 있다. 이후 데뷔를 하면 다른 유저의 아이돌 팀과 경쟁을 펼칠 수 있게 했다. [프로듀스 101]처럼 아이돌이 경합을 펼쳐 팬 투표를 받는 식이다. 나아가 아이돌챔프와 결합해 투표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아이돌리 프라이드는 실존하는 아이돌의 IP를 활용한 게임이 아니다. 아이돌의 IP로 게임을 만든 사례도 있는데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다. 결국 팬심이 사업성으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아직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층은 대부분 10대 후반~ 20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게임을 좋아하는 마니아층은 20대 후반~30대 남성이다. 이들은 라이프스타일이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 10대 후반 여고생은 (물론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웹툰·웹소설·SNS를 즐길 것이고 35세 남성 직장인은 게임을 선택할 것이다.이들을 활용해 수익화하는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다. 아이돌 팬과 게이머는 비용을 지출하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팬은 스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게이머는 자신의 캐릭터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출을 한다. 또 게이머들의 지출은 한층 더 복잡한데, 게임 장르에 따라서도 유저마다 원하는 게 다르다. MMORPG 마니아들은 캐릭터의 성장에 관심을 두고 FPS 마니아들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나 능력을 원한다.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구조는 솔직히 아직 설계하지 못했다.
팬덤 비즈니스 플랫폼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아이돌챔프만의 차별점은 뭔가.다른 플랫폼들이 팬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면 우리는 팬덤을 서포트하는 역할로 포지셔닝했다. 내부에서는 ‘팬덤 서포트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팬이 투표에 참여하는 이유는 아이돌이 유명해지고 수상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나중엔 우리가 가진 게임들과 연계해서 아이돌의 음원이나 영상 등을 게임에 노출하는 자체적인 컬래버도 계획 중이다.
네오위즈가 엔터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나.우리는 주로 웰 메이드 인디 게임을 발굴해서 글로벌 서비스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선 하기 힘든 현지화 작업, 즉 현지 규제를 분석하고 번역하는 일도 도맡아 한다. 아이돌을 키우는 기획사도 규모가 천차만별이다. 우린 소형 기획사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이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실제로 아이돌챔프 데이터를 보면 이들의 팬덤이 더 똘똘 뭉치는 것 같다.팬덤 비즈니스에 대한 얘기를 주로 나누었지만 문 대표는 “우리의 본업은 결국 게임 제작 아니겠냐”면서 “엔터 관련 사업 외에도 준비하고 있는 게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네오위즈가 그리고 있는 청사진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게임업계가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리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요. 게임업계 역사를 잠시 이야기하자면, 1990년대 말부터 전국에 PC방이 보급돼 온라인게임이 엄청나게 성장했죠. 2000년대 중반부터는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며 또 한 번 성장했고요. 2010년엔 모바일게임이 한국게임시장을 이끌었습니다. 갑자기 인구가 늘거나 새로운 디바이스가 쏟아지지 않는 한 게임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 겁니다. 코로나19가 잠시 특별한 호황을 준 것이고요. 그래서 전 세계 게임회사가 ‘그 이후’를 생각하는 겁니다. 엔터 외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다음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P2E(Play to Earn: 아이템을 현금화하여 돈을 벌 수 있다는 개념의 게임 방식)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 있죠. 암호화폐로 아이템을 환전해주거나 캐릭터나 아이템을 NFT화하는 식입니다. 아직 한국에선 불법이지만 언젠간 그 경기장을 열어주지 않을까요. 저희도 요즘 잘나가는 게임을 P2E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는 3월엔 크립토(암호화폐) 골프 임팩트라는 게임을 출시하고, 2분기에는 브라운 더스트를 암호화폐와 결합해 출시할 예정입니다. 더불어 자체적인 IP를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게임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