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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댑트도 지난 2019년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시작으로 신용보증기금 ‘IPO 후보 기업’, 기술보증기금 ‘프런티어 벤처기업’에 잇달아 선정된 미디어커머스 업계의 ‘히든 챔피언’이다. 고려대에서 사회학과 미디어학을 전공한 박정하(35) 대표는 일찍부터 미디어의 변화에 주목했다. 모바일 푸드 콘텐트 스타트업 그리드잇(현 쿠캣)에서 콘텐트총괄이사로 일하며, 이문주 대표와 함께 푸드 채널 ‘쿠캣(Cookat)’을 론칭했다. 쿠캣 채널은 론칭 1년 만에 구독자 780만 명을 모았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디지털·모바일 콘텐트의 영향력이 향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은 적중했다.
쿠캣 채널의 성공으로 미디어커머스의 성장 잠재력을 확인한 박 대표는 지난 2017년 어댑트를 창업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푸드가 아닌 다른 콘텐트에도 비즈니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디지털 환경에 대한 이해도와 마케팅 역량의 가치를 스스로 검증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창업 2년여 만에 시리즈A로는 큰 규모인 120억원을 투자받았다. 그간의 과정을 설명해달라.
2019년 투자 유치 당시에는 자금만 있으면 정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출은 우리가 예측한 만큼 빠르게 늘지 않았다. 그 지점에서 ‘왜 더 성장하지 못하는지’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찾은 답은 ‘본질에 집중하자’였다. 가장 먼저 브랜드 수를 줄였다. ‘디지털과 모바일 환경에 맞는 상품을 기획해 판매하는 일은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우리였지만,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추가 론칭하는 것을 중단했다. 그리고 우리 브랜드 중에서 고객만족도와 재구매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성장 요인은 ‘고객 만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다음 품질관리(QC) 프로세스를 신설해 인력을 확충하고 품질관리에 대해 자문해줄 유능한 고문님을 모셨다. 상품력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토대를 갖춘 것이다. 이후 처음부터 다시 상품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시장을 읽는 우리의 안목과 뛰어난 상품력을 결합하면 소수의 히어로 상품만으로도 목표하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구매팀을 신설하고, 재고관리와 CX(Consumer Experience) 시스템에 대한 개선 작업도 진행했다. 아이디어 상품 기획과 마케팅만 잘하던 조직이 다른 부분의 역량을 키우려니 꼬박 2년이 걸렸다. 상품기획과 마케팅 이외에 우리에게 부족했던 부문의 역량이 기존 커머스 부문에서 중견기업 수준에 이르렀을 때, 회사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데도 시리즈B 투자를 추진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사업에서 자금이 큰 영향력을 갖는 것은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시리즈 A 투자를 진행하며 깨달았다. 지금까진 계속 흑자인지라 자금 수혈을 서두를 이유도 없다. 무엇보다도 시리즈B 투자 유치는 큰 자금이 있으면 4~5배 이상 빠르게 성장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설 때 추진하고 싶다. 시리즈A 투자를 받은 2019년에 비해 성장동력이 한층 명확해진 만큼 올해는 추가 투자 유치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 성장 동력 중 하나가 콘텐트 사업인가. 오디지(ODG)와 솔파(Solfa)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히 그렇다. ‘콘텐트’와 ‘미디어커머스’는 어댑트의 양대 성장축이다. 오디지와 솔파를 이끄는 윤성원 대표와는 쿠캣 시절부터 인연을 맺었다. 당시 윤 대표는 솔파 채널만 갖고 있었는데, 그때부터 윤 대표의 콘텐트에 매료됐다. 솔파 스튜디오에 좋은 제작 환경과 인력을 지원하면 훨씬 더 매력적인 콘텐트를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지난해 말 회사 설립 후 처음으로 TV CF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광고 시장의 무게중심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디지털로 이동하리란 것을 체감했다. 새로운 정체성의 디지털 콘텐트 제작 스튜디오를 만든다면, 향후 큰 광고 시장을 섭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을 과감하게 투입해 시리즈물을 제작하고 OTT(Over The Top) 시장에 진출하는 비전도 그렸다. 그런 큰 그림을 보여주며 윤 대표에게 함께하자고 설득했다.
디지털 콘텐트 제작사 인수로 성장 동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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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지와 솔파의 향후 사업계획을 설명해달라.
‘더 매력적인 콘텐트를 만들어보자!’라는 심플한 목표를 세우고, 콘텐트와 채널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첫 시도로 지난해 말 ‘1994(일구구사)’ 채널을 론칭했다.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ODG의 출발점이었듯이 20~30대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채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1994년생이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나이(29세)여서 ‘1994(일구구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20~30대의 이야기를 하면서 세대 간 소통도 다루고 싶다. 다음 신규 채널의 주제는 ‘음악’이 될 것 같다. 기존 음악 채널과 다른, 새로운 색깔을 지닌 채널을 준비 중인데 음원 사이트, 기획사 등과도 협업하면서 제작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Solfa 채널을 통해 시리즈물을 발표할 계획을 세워 OTT 플랫폼과 협업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콘텐트 해외 확장은 이미 진행 중이다. ODG 채널 구독자가 300만 명인데, 해외 팬 비중도 꽤 된다. ‘한국아이가 미국아이를 처음 만나면 하는 말’(조회수 6400만 회 이상), ‘미국아이와 좋아하는 간식 공유하기(feat. 뿌셔뿌셔, 팬케이크)’(조회수 2800만 회 이상) 같은 영상은 국내보다 해외 조회수가 더 높다. 우리 채널 내에서 국가 간 소통을 다루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어댑트가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한다(Solve____’s problem)’가 어댑트의 슬로건이자 핵심 가치다. ‘정말 효능이 우수한 건강기능식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 피부에 좋은 뷰티 제품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두 가지 질문이 우선이고, 그 후에 시장에 맞는 기획을 덧붙이는 것이 어댑트가 일하는 방식이다. ‘상품력이 우수하면 고객이 만족하고, 고객이 만족하면 재구매가 일어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 마케팅과 유통을 확장하는 것은 그다음 문제다. 상품력이 우수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주력 브랜드 ‘푸드올로지(콜레올로지 제품)’와 ‘발란스핏(압박스타킹 제품)’ TV CF를 진행 중인데 고객 후기를 하루 단위로 분석하고 피드백을 수렴해 제품 개선에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콜레올로지의 경우, 고객 피드백에 따라 지금까지 4차례나 제품 리뉴얼을 진행했다. 목 넘김이 쉽도록 압축률을 높여 정제 크기를 줄이고,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 코팅을 최소화하는 등이다. 현재는 코팅을 최소화하니 원료 특유의 향이 진하게 느껴져서 불편하다는 고객 피드백에 대한 개선 방안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D2C 기업의 장점은 고객들과 바로바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품이 개선되는 과정과 고객 의견에 대한 피드백이 여러 채널에 축적되면서, 어댑트 브랜드의 진정성을 알아주는 마니아 고객층도 형성되고 있다.
어댑트의 2022년 사업계획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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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커머스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국내에 D2C 미디어커머스가 싹을 틔운지 6~7년이 넘었다. 시장 플레이어들은 ‘D2C’나 ‘미디어커머스’라는 용어로 묶어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가는 기업도 있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성과를 내는 기업도 있다. 성공한 대표 브랜드 하나만으로 아이덴티티를 확립한 기업도 있고, 마케팅 대행사를 자회사로 둔 기업도 있다. 우리가 콘텐트 제작사 오디지와 솔파를 인수하면서 미디어커머스와 콘텐트를 결합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도 미디어커머스 진화의 한 예라고 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스타트업이 물꼬를 튼 미디어커머스가 이제 더는 스타트업 시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까지 미디어커머스에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마케팅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기획, 생산, IMC, 유통, CX 등 사업의 모든 영역에서 중견기업 이상의 역량을 갖춘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디지털마케팅과 기존 마케팅을 결합하고, 온라인 유통과 오프라인 유통까지 섭렵한 회사들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커머스 업계에서도 조만간 판을 뒤흔들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