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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가 만난 TREND LEADING COMPANIES(3)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 파트너스 공동대표 

“볼트온 전략으로 3배 성장 이끈다” 

신윤애 기자
가장 보수적인 자금으로 가장 트렌디한 회사에 투자하는 PEF 운용사가 있다. 연기금, 공제회 등 공공성 높은 자금으로 중고거래 플랫폼, 국제학교, 영상 콘텐트 스튜디오, 협동로봇 제조사 등에 투자했다. 연평균 수익률이 28%에 이를 정도로 운용 성과도 좋다. 화제의 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을 이끄는 라민상 대표를 박진호 대표가 만났다.

# 2019년 전자세금계산서 및 빅데이터 서비스 기업 ‘비즈니스온’ 인수, 2020년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인수, 2021년 영상 콘텐트 제작·유통사 ‘JTBC스튜디오’에 3000억원대 투자, 2대주주 등극

PEF(사모펀드)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이 최근 3년간 진행한 투자들이다. 국내 전자세금계산서 시장점유율 1위이자 상장사인 비즈니스온부터 중고거래업계를 이끌고 있는 번개장터,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과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연이어 대박을 터뜨린 JTBC스튜디오까지. 각 산업에서 게임 체인저라 불리는 회사들에 투자하고 인수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포트폴리오에서 눈여겨볼 점은 라민상 대표의 ‘투자 안목’뿐이 아니다.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군인공제회 등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LP(펀드출자자)의 자금으로 트렌디한 산업에 투자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라민상 대표가 오랜 시간 쌓아온 수와 실력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물일 터다. 박진호 뷰스컴퍼니 대표가 라민상 프랙시스캐피탈 대표를 세 번째 인터뷰이로 초대한 것도 그 비결을 듣고 싶어서다.

프랙시스캐피탈은 2013년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 출신 컨설턴트 3명(라민상, 이관훈, 윤준식)이 공동 설립했다. 지금까지 총 8개 펀드를 통해 25개 기업에 투자했고, 현재 10건을 회수하며 5개 펀드를 청산했다. 주요 투자자는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고용노동부, 군인공제회, 한국교직원공제회, 신한은행, KB손해보험 등이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를 시작으로 소비재·서비스 업종에 주로 투자해오다가 최근 IT·콘텐트·바이오 산업으로 투자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28.3%이며 누적 운용자산(AUM)은 1조원에 달한다.

박 대표와 라 대표가 지난 2월 14일, 삼성동에 있는 프랙시스캐피탈 사무실에서 만났다. “궁금한 게 많아 작정하고 왔습니다.” 박진호 대표는 프랙시스캐피탈의 가장 최근 소식인 비즈니스온의 시프티 인수 건부터 물었다.

얼마 전 비즈니스온이 근태관리 솔루션 회사 ‘시프티’를 인수했다. 이로써 비즈니스온이 인수한 회사가 총 4개가 됐다. 인수한 회사를 통해 또 다른 회사를 계속 인수하고 있는데, 그 배경이 궁금하다.

비즈니스온은 시프티를 품으면서 재무 영역을 아우르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플랫폼에 더해 인사관리(HR) 서비스까지 제공하게 됐다. 말씀하신 대로 비즈니스온은 우리가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2년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M&A)을 진행하고 있다. 2020년 전자계약 플랫폼 글로싸인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넛지파트너스를 인수해 전자세금계산서 구축 사업에 전자 증빙·부가세를 접목한 재무통합 솔루션을 확대 제공한다. 또 빅데이터 분석 기업 플랜잇파트너스를 인수해 고도화된 분석과 데이터 시각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런 방식은 사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고, 우리가 가진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서 좋다. 이를테면 비즈니스 온은 유료 유저가 300만 명이 넘는데, 인수한 회사들과 고객 300만 명을 공유해 크로스 셀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관계사를 추가 인수하고 시너지를 내는 투자전략을 업계에선 ‘볼트온’이라고 부른다.

볼트온 전략의 다른 장점은 무엇인가.

볼트온 전략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순 없지만 우리가 선호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수 후보에 대한 사전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가 충분하기 때문에 딜을 발굴하는 탐색 비용을 낮추고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다. 둘째, 협상력이 높아진다. 사업상 시너지를 낼 수 있으니 매각 측에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져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셋째는 리스크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이미 경험한 업종이기에 신규 투자보다 리스크가 적고 운용인력, 포트폴리오, 경영진의 업력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피투자기업의 여유 현금이나 현금흐름을 활용해 인수금융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PEF 운용사는 투자원금을 아끼는 효과도 누린다.

볼트온으로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기에 높은 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투자 초기부터 볼트온을 구상하고 딜에 들어가는 건가. 어디까지 그림을 그리고 시작하는지 궁금하다.

대체로 최초 기업에 투자할 때부터 볼트온을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볼트온 전략이 미리 노출되면 딜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미리 준비한 듯 관계사들의 몸값이 너무 올라 있는 경우도 있다. 볼트온을 계획하는 투자 건이 있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그 회사를 포함해 동시에 인수를 추진하는 게 더 좋다.

볼트온으로 규모가 커지면 회사 간 융합을 이끌어내는 게 어렵지 않나. 여러 회사를 합치면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이 상당할 것 같다. 회사끼리 겹치는 조직,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기업문화 정립 등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집집마다 가풍이 있듯 회사에도 저마다의 레거시가 있어 이를 통일하는 건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피인수기업의 고속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두기 때문에 처음부터 조직에 손을 많이 대거나 억지로 문화를 바꾸려고 하는 않는다. 비즈니스온을 예로 들어보겠다. 현재 비즈니스온이 갖고 있는 회사들에는 중복되는 기능과 인력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목표한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면 인위적으로 바꾸지 않는다. 만약 특정 기능을 통합하고자 할 때는 가장 잘하는 회사가 리드할 수 있게 하고, 자회사가 더 잘하고 있으면 비즈니스온의 사업부문을 떼서 자회사에 붙이는 정도로 조정한다. 인력이나 조직을 당장 없애지 않는 이유는 조직원에게 동기부여가 돼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톡옵션 등 인센티브도 많이 부여하고 있다. 채찍보단 당근 정책이라고 보면 된다.

경영진을 꾸리는 일도 고민이 깊을 텐데.

비즈니스온은 인수 후에 이전 회사에서 동료로 일했던 분과 내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지금도 공동대표로 있지만 그분이 워낙 잘하고 있어 나는 뒤로 살짝 빠져 있는 상태다. 이와 달리 직접 경영자로 참여하지 않는 ‘부재주주’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기존 경영진을 유지할 때도 있고 완전히 새로운 경영진으로 꾸릴 때가 있다. 이럴 땐 경영진을 믿고 맡기는 편이다.

기존 경영진을 완전히 새로운 인력으로 바꾸는 건 어떤 경우인가.

기존 경영진이 원하는 경우다. 새로운 경영진이 오면 이전과 다른 제약들이 생기지 않나. 이런 상황을 불편해하는 대표들은 새로운 사람이 더 잘할 것 같다며 물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엔 물러나기보다 새로운 주주와 함께하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분의 51%는 팔고 49%를 남겨뒀다면 처음부터 투자자와 협업하기 위해 투자를 받았을 확률이 높다. 회사를 만들고 오래 경영해온 사람보다 그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기존 경영진과 새로운 경영진이 함께 가는 건 좋은 흐름이라고 본다.

투자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최근 번개장터뿐 아니라 하노이 국제학교, JTBC스튜디오, 비욘드뮤직, 두산로보틱스 등 각 부문에서의 앵커 역할을 하는 회사들을 투자, 인수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피투자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을 알고 싶다.


▎두 사람은 2018년 엔코스의 중국 공장 설립식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키스미’라는 화장품 브랜드 인수를 고민하던 라민상 대표가 박진호 대표에게 조언을 청하며 가까워졌다.
우리는 피투자기업을 선정할 때 두 가지를 꼭 따져본다. 우선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이끄는 게임 체인저여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 체인저는 고속 성장하거나 사업 모델이 혁신적이거나 기술혁신 등을 통해서 고속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회사다. 다른 하나는 기업의 가치 혹은 성장을 함께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회사 설립 초기에는 소비재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안정적인 회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언제나 게임 체인저를 찾아왔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쌓인 지금 좀 더 혁신적인 곳에 투자하는 것이지 이전부터 우리의 투자 색깔은 확실했다.

고속 성장을 만들어내는 전략이 궁금해진다. 대표님이 인수한 회사마다 빠르게 이익을 내고 있다. 비즈니스온도 인수 2년 만에 이익이 2배 늘었다고 들었다.

경영권을 인수하는 경우 피인수기업의 성장을 이끌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세워놨다. 3가지 핵심과제를 선정해 3년간 집중적으로 실행한 다음 기업가치를 3배 이상 끌어올리는 ‘가치제고 방법론’이다. 기업의 최대 잠재치를 도출하고 향후 중장기 재무 목표를 설정해 과제를 선정하는 게 첫 번째 프로세스다. 이후엔 회사 내 운용역 및 주요 임직원으로 성과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과제 실행을 적극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는 성과연동 보상체계를 정교화해 임직원에게 동기부여를 열심히 해준다. 3년 정도 지난 후에는 잠재적인 매수자를 탐색하고 인수 타당성 검증을 거쳐 최적의 엑시트 타임라인을 설계한다. 매각 전 단계에서는 성과를 극대화하는 작업을 거쳐 최고의 가치로 만든다. 그다음 우리보다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곳을 찾아 엑시트한다.

번개장터도 경영권을 인수한 경우다. 번개장터는 프로세스대로 잘 성장하고 있나.

우선 인수 배경부터 설명하겠다. 이전 직장 동료이자 티켓몬스터 CEO였던 이재후 대표와 어느 날 술이나 한 잔하자고 가볍게 만났다. 역시나 일 얘기로 흘렀다. 당시 이커머스 투자에 관심 있던 터라 이커머스 경험이 있는 이 대표에게 몇 개 회사를 추천해달라고 했고 당근마켓, 번개장터, 안다르, 하이퍼 커넥트, 프레시지 등 5곳을 추천 받았다. 그중 중고거래 플랫폼에 가장 끌렸다. 이 대표가 번개장터는 지배주주가 들어와서 새로운 팀을 짜면 좀 더 다른 국면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잠재력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해줬다. 신현성 의장이 투자했었기 때문에 의견을 듣고자 신 의장과 나, 번개장터 대표 셋이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주와 대표의 말로 번개장터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들으니 더 매력적이더라. 또 해외에선 중고거래 시장이 발달하고 성장하고 있는데 반해 국내는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많이 뒤처져 있어 아직 성장 가능성이 많아 보였다. 일본의 메루카리, 동남아의 카루셀, 프랑스 베스티에르 등 해외 성공 사례를 보니 번개장터의 지향점이 명확해지고, 그 길로 가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래서 이재후 대표에게 CEO를 맡아주면 인수하겠다고 말했는데, 진짜로 이 대표가 CEO를 맡아줘 일이 추진됐다. 당시 엑시트할 시기였던 신 의장은 엑시트를 한 다음 금액을 키워 다시 들어왔다. 번개장터는 인수 후 볼트온 전략으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유저 대부분이 MZ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이 좋아하는 서비스를 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많이 했다. 그래서 인수한 곳이 국내 대표 스니커즈 커뮤니티인 ‘풋셀’이다. 무엇보다 중고거래는 재미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사고 싶었던 물건을 찾아보는 ‘보물찾기’ 같은 재미다. 그래서 데일리 액티브 유저나 체류 시간을 성장을 평가하는 중요 지표로 삼는다. 최근 잘 올라가고 있다.

경영권 인수가 아닌 지분투자였지만 JTBC스튜디오 투자 건도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3000억원대 투자를 하며 2대주주가 됐는데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콘텐트 사업은 2015년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전차책 유통 플랫폼인 ‘리디’다. 당시만 해도 미국의 전자책 시장과 비교하면 국내 시장은 한참 작았다. 미국의 전자책 침투율이 25~30%였다면, 한국은 2~3%로 1/10가량이었다. 당시 시장 규모는 작았지만, 리디는 확고한 1위 사업자였다. 결국 시간의 문제일 뿐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장르물을 중심으로 빠르게 독자가 늘었고, 이를 원천 소스로 하는 드라마,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리디 투자를 통해 콘텐트 산업에서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을 때도 항상 염두에 뒀다. 그러다 JTBC스튜디오가 투자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했을 텐데.

JTBC스튜디오는 회사를 파는 게 아니라 함께 성장할 동업자를 찾고 있었다. OTT의 등장으로 콘텐트의 양적·질적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판을 벌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차원이기도 했다. JTBC스튜디오 측은 주주가 된 이후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살폈다.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제안서를 직접 작성해서 제출해야 했고, 정말 공들여 썼다. 그간 많이 해왔던 소비재·유통사 투자 경험, MZ세대를 겨냥한 서비스에서 얻은 새로운 소비 행태에 대한 이해, 리디플랫폼과의 콘텐트 교류 방안,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 매드업과의 협업, 화장품·식품 ODM 회사와의 PPL 공동개발 등에 대한 전략을 상세히 녹였다. 결과적으로 잘 설득된 것 같아 뿌듯하다.

JTBC스튜디오는 투자 후 어떤 변화가 있나.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이 넷플릭스에서 ‘대박’ 났다. 우리가 투자한 이후 글로벌 기업 및 투자자들이 추가 투자한 것으로 안다. 큰 투자들이 이뤄져 굉장한 작품들이 나온 것 같고, 올해는 더 잘할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최근 할리우드의 ‘윕’이라는 스튜디오를 인수했다는 점이 뿌듯하다. 애플tv, HBO, 맥스 등에 드라마를 또 공급하는 스튜디오다. 앞으로 JTBC스튜디오의 글로벌 행보를 함께할 수 있어 좋다.

JTBC스튜디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이 많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비욘드뮤직과 콘텐트 교류 이야기는 나도 솔깃하다.

음원 저작인접권을 매입, 관리하는 비욘드뮤직은 오프차트의 곡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보통 신곡이 나온 후 2~3년이 지나면 거의 오프 차트에 들어온다. 이때 음원 사용량에 따른 로열티로 수익이 나는데, 2만 곡 이상 모이면 캐시플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샘플이 커지면 추정의 오류가 적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고, 이에 따라 음원 포트폴리오는 변동성이 매우 낮은 인프라성 자산의 성격을 갖게 된다. 그런데 요즘 오프 차트 곡들이 역주행하는 사례가 많다. 드라마 OST로 불리거나,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경연곡으로 쓰이는 경우다. JTBC는 음악 예능을 잘 만드는 곳이다. [팬텀싱어], [히든싱어], [싱어게인], [비긴어게인] 등 모두 히트를 쳤다. 비욘드뮤직이 보유한 명곡들을 JTBC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 경연 후보곡으로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드라마 OST나 예능 프로그램의 BGM으로도 쓸 수 있다. 이게 바로 시너지 아니겠나.

대부분 투자자는 재무적인 정량 평가에 집중해 성과와 계획을 이야기하는데 대표님은 정성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투자’는 무엇인가.

리스크가 크면 리턴이 크고, 리스크가 작으면 리턴이 작은 게 기본적인 투자 원칙이다. 이 원칙을 거슬러서 추정된 리스크 대비 투자수익(리턴)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면 성공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 초과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우리 회사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장’에 중점을 둔다.

이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하겠다.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가진 곳으로 손꼽히는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고용노동부 등에서 자금을 받았다. 이 외 주요 투자자 대부분이 연기금, 공제회 등 공공성 높은 자금이다. 투자자 유치 비결과 이들의 자금으로 가장 트렌디한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비결을 알려달라.

공공성 높은 자금을 펀드에 유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PEF 운용사의 그동안 투자수익률(investment track record)이다. 물론 이런 투자수익률은 좀 입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가령 LP들은 A사가 평균 20% 수익률을, B사가 평균 30% 수익률을 냈어도 A사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투자 건당 수익률의 변동성이 크기보다는 투자건별, 투자연도별로 달성한 꾸준한 수익률을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 요즘은 보수적인 기관에서도 해외 기관들의 평가 방법을 차용해 평가 기준을 높였다. 투자수익이 운이었는지, 노력이었는지를 다면적으로 평가한다. 투자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수익을 냈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우린 투자수익률과 투자전략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이러한 LP들이 우리 펀드와 개별투자 건에 공동투자하는 케이스들이 많아지고 있다. JTBC스튜디오에 투자할 때는 3000억원 중 국민연금이 앵커 LP 역할을 맡아 상당 금액을 동반출자했고, 산업은행, 신한금융투자 등 기관 6~7곳도 투자에 참여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콘텐트 제작 스튜디오에 개별 투자하는 건 처음이었고, 내부 설득 과정도 꽤 힘들었지만 좋은 결과가 기대되기에 만족한다고 했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런 경우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최근엔 유펜에서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을 공부 중이라고 들었다. 참 부지런하시다.

나는 리디에서 전자책을 읽고, 비즈니스온 서비스 UI/ UX 리뷰를 하고, 번개장터에서 물품을 사고팔며, JTBC 핵심 콘텐트를 일일이 찾아서 볼 정도로 피투자기업에 관심이 많다. 직접 해보고 느끼며 장단점을 찾는 게 즐겁다. 최근 IT 관련 기업에 투자를 많이 하게 돼 자연스럽게 컴퓨터공학에 다시 관심이 생겼다. 이전에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개발자로 일해본 경력이 있어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듣는 중이고, 이번 학기에 파운데이션(필수과목)을 끝내면 고대하던 머신러닝을 배울 수 있다. 기대가 크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대표는 “성장을 위해 투자를 받아야 하나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에 대표님을 만나 생각이 깨였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라 대표도 “기술적이고 감성적인 데다 채널이 다양한 뷰티산업은 남성이 소비재 산업을 통달하는 데 가장 좋은 영역”이라며 “소비재 투자가 많은 운용사 대표로서 이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박 대표와 이야기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화답했다.

※ 박진호는… 뷰티전문마케팅회사 뷰스컴퍼니를 2014년에 창업해 아모레퍼시픽,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1500건이 넘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수집해 효과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K뷰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 정리=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임익순 객원기자

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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