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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가 만난 TREND LEADING COMPANIES(2) 유귀선 바이포엠 스튜디오 대표 

콘텐트·IP 시장의 새로운 포식자 

신윤애 기자
박진호가 만난 트렌드 리딩 컴퍼니의 두 번째 주인공은 유귀선 바이포엠 스튜디오 대표다. 바이포엠 스튜디오는 콘텐트 IP와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OSMU의 이상적인 모델을 실천하는 스타트업이다. 끊임없는 도전과 집념으로 업계 관행을 깨고 자신만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온 유 대표는 오늘도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바이포엠 스튜디오는 지난해 예비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는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여우티 등 PB 브랜드 누적판매량 900만 개 달성’, ‘국내 디지털 음원 지수 4위 입성’, ‘책 발간 수 대비 베스트셀러 달성 비율 90% 돌파’, ‘7개월 만에 치킨 프랜차이즈 70호 오픈’.

바이포엠 스튜디오가 1년 만에 올린 성과다. 자세히 설명하면 여우티는 출시 한 달 만에 월 매출 10억원을 올리며 티(tea) 시장의 톱 티어로 올라섰고, 디지털 음원 지수에선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JYP와 YG를 앞질렀으며, 상황이 안 좋다는 출판·F&B 시장에서도 이익을 내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대단합니다. 그런데 바이포엠 스튜디오는 뭘 하는 회사죠?” 아이러니하게도 유귀선 대표는 요즘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하나하나 굵직한 성과지만, 한 회사의 것이라기엔 사업 간 연관성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바이포엠에서 바이포엠 스튜디오로 사명을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회사의 업종을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스튜디오’란 명칭을 추가했다. “스튜디오란 단어를 붙였으니 콘텐트 관련된 일을 하는 회사라고 인지하지 않을까요?” 유 대표가 말했다.

바이포엠 스튜디오는 2017년 광고대행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2019년 티 브랜드 ‘티트리트’, 이너뷰티 기능성 식품 브랜드 ‘푸디트’ 등 PB를 만들며 커머스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출판·웹툰·음원 시장에도 차례로 뛰어들었고 2차 저작물 관련한 IP를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엔 F&B 브랜드 디에프코리아를 인수해 치킨 브랜드를 론칭, 프랜차이즈로 확장하고 있다. 2018년 31억원대였던 연 매출액은 2019년 188억원, 2020년 320억원으로 증가했고, 2021년엔 6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 최근엔 시리즈B 투자를 완료하며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200억원을 넘겼다. 그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2021년 예비유니콘 특별보증기업 20곳’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 올해 안에 코스닥 상장을 하겠다는 목표로 달리고 있다.

투자를 받고 예비 유니콘에 선정되는 과정에서도 유귀선 대표는 언론에 메시지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사업에만 집중하자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박진호 대표의 초대에 응한 이유가 뭘까. 그는 “고객사, 투자자, 협업 대상자를 만날 때마다 회사를 소개하는데 꽤 긴 시간을 할애해야 했고,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추측성 소문만 무성해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작업을 오랜 친분이 있는 박 대표와 하고 싶었다고.

두 사람은 6~7년 전 일로 만난 사이다. 마케팅이란 공통점 덕분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박 대표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일하는 방식, 마케팅을 바라보는 관점에선 다른 부분이 더 많다고 한다. 일찍부터 ‘뷰티’라는 카테고리에 집중한 박 대표와 달리 유 대표는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유 대표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소식을 공유해주는데, 매번 새로운 영역이어서 놀랍다”고 말했다. 그가 유 대표를 두 번째 인터뷰이로 초청한 것도 유 대표의 넓은 시야, 공격적인 사업 확장, 빠른 실행력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과는 다른 관점을 가진 대표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궁금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지난 1월 11일 강남구에 있는 바이포엠스튜디오 사무실에서 만났다. 간단히 안부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기다렸단 듯 곧바로 사업 얘기에 돌입했다.

얼마 전 ‘당신은 치킨이 땡긴다(당치땡)’란 치킨 프랜차이즈를 시작했다. 갑자기 F&B를 한다고 해서 솔직히 조금 놀랐다.

대표님만 놀란 게 아니다. 투자자들도 많이 묻는다.(웃음) 커머스, 출판, 웹툰, 음원에 이젠 F&B까지 하니까 우리 회사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선택과 집중을 하라는 조언도 많이 듣지만 분야를 더 넓히면 넓혔지 좁힐 생각은 없다. 우린 모든 산업을 콘텐트, 마케팅 관점으로 접근한다. OSMU,즉 OS(One Source)를 발굴해 MU(Multi Use)하는 거다.

그래도 보통은 비슷한 카테고리부터 확장해가지 않나. 유 대표의 다음 포트폴리오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겠다. 여우티가 대박난 다음 갑자기 음원산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의아했다. 넥스트스텝을 어떻게 정하는지 궁금하다.

사실 처음부터 콘텐트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우리 회사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말씀드리겠다. 우린 처음에 광고대행업을 하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직원 12~13명이 한 달에 70~80건씩 물량을 소화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카테고리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올려놓는 전략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다. 다시 말해, 브랜딩 시뮬레이션 경험이 쌓였다. 결국 우리가 직접 제품을 만들어보자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탄생한 게 차(tea) 브랜드 ‘티트리트’다. 시작할 때 어떤 카테고리에 도전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화장품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1등을 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반면 티백 시장은 연 매출 300억원대면 업계에서 1~2위를 할 수 있다고 들었다.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실제 ‘티트리트’에서 여우티란 음료를 출시하고 6개월 동안 2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잘될 때는 일 매출이 4억~5억원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여우티는 팥과 호박으로 만드는 음료인데, 원재료가 농산물이다 보니 날씨 등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재고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 나중엔 너무 지쳐서 재고가 없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음원산업이었다.

음원산업은 오래전부터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고 들었다. 공략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린 음원 중에서도 OST를 하고 싶었다. 드라마와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은 정말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다 돌아다녔다. 그런데 박 대표님 말씀대로 그 시장은 이미 주인이 있더라.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서 ‘나도 그 판에 껴달라’고 하면 누가 받아주겠나. 역시나 들어가기 어려웠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콘텐트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바탕으로 일단 모든 기획사를 두드려 ‘광고 대행’부터 시작했다. 더불어 웹툰 IP를 인수하기 시작했다.

웹툰 IP와 OST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우리는 유명한 웹툰 또한 드라마 이상의 뷰어십과 스토리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고, 콘텐트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요소가 더 많다고 생각했다. 사실 웹툰 OST란 개념은 없었고, 웹툰 BGM만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공격적으로 공략해서 커다란 성과를 냈고, 시장 내 주요 플레이어가 될 수 있었다. [취향 저격 그녀]라는 웹툰의 OST를 우리 회사가 발매했는데 수록된 9곡이 모두 음원차트에 올랐다. 그러자 음원을 듣고 웹툰을 찾아보는 사람이 생기더라. 낙수효과로 웹툰 매출이 음원 매출을 넘어서는 광경을 목격했다. 자연스럽게 웹툰 산업에 흥미가 생겼고 웹툰 제작에도 뛰어들었다. 광주에 웹툰 스튜디오도 마련했다.

웹툰 시장은 어떻게 공략했나.


▎유귀선 대표(왼쪽)와 박진호 대표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마다 서로에게 내용을 공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다.
웹툰 시장 또한 처음이라, 흥행에 성공했던 드라마의 웹툰 판권을 인수하는 전략으로 갔다. [또 오해영], [멜로가 체질], [연애의 발견], [나의 아저씨] 등의 내로라하는 작품들의 웹툰 IP를 우리가 갖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도 인기 있는 작품들이다. 나아가 웹툰 OST도 드라마 OST를 불렀던 가수를 섭외해 리메이크 음반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저작인접권을 확보하고 있다.

콘텐트 IP, 저작인접권을 인수하려면 비용이 꽤 들 것 같은데.

맞다. 특히 웹툰 OST 제작을 위해 저작인접권을 확보하는 데 비용을 좀 들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티스트를 설득하는 비용에 가깝다. 음원엔 저작권과 저작 인접권이 있는데 저작권은 작곡가, 작사가, 가수 등 실연자에 주어지고 저작인접권은 회사와 같은 제작사에게 주어진다. 우린 OST 음원을 특정 가수에게 불러달라고 한 다음 가창료 명목의 제작비를 제공하여 곡을 제작하고, 회사는 저작인접권을 확보한다. 그런데 웹툰, 즉 만화에 들어갈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면 아티스트들이 흔쾌히 응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비용을 많이 지불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500만원선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3000만~5000만원까지 제안하기도 한다.

비용을 10배 가까이 주는 이유가 있나.

사업 출범 당시 출판업을 예로 들자면 아무리 잘나가는 작가라도 업계 평균 선인세는 100만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우린 1000만원대를 제안한다. 무조건 몸값을 올리는 경쟁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린 작가들에게 경력이 전혀 없는 신입 사원 아니겠나. 최고의 작업 환경을 지원해줄 테니 함께 일하자고 제안해야 그나마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사업을 해보니까 0에서 1을 만드는 작업이 가장 어렵게 느껴진다. ‘아무 경험이 없지만 진짜 잘할 테니 우리를 한번 믿어주세요’ 하면서 설득하는 일도 그중 하나다. 예비 유니콘에 선정되기 위해, 투자를 받기 위해 IR을 했던 것보다도 더 어렵다. 그래서 우린 우리만의 방식으로 0에서 1을 만들어간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출판업에 대한 스토리도 궁금하다. 『너의 안부를 묻는 밤』, 『너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등 직접 책을 썼고, 어렵다는 출판시장에서도 이익을 내고 있다.

여기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2017년 처음 책을 낼 때만 해도 다음 책을 낼 계획은 없었다. 그러다 나의 첫 책을 만들어주신 편집장님을 우리 회사로 모셔와 출판업을 시작하게 됐다. 그때 ‘종합 1위’를 시켜드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어떤 작가가 신생 출판사랑 덥석 계약을 하겠나. 두 달 정도 준비해서 직접 책을 썼다. 그게 두 번째 책의 탄생 배경이다. 다행히 결과는 좋았다. 15만 부 넘게 팔렸고 이후 50~60팀과 계약을 맺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월 매출 10억원대, 영업이익은 40% 가까이 된다. 실제로 김호중 님의 에세이 책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목표도 이뤘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과를 내는 게 인상적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K3리그 축구선수 출신이라 그런지 유 대표의 열정과 투지가 남다르다. 선수 생활을 한 경험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궁금하다.

난 어릴 때부터 운동이란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온 셈이다. 그래서 사업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도전하고 싶다. 공격수라 그런지 공격적인(?) 면도 살짝 있지만, 누구나 그렇듯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두려움은 있어도 주저함은 없어야 된다’는 게 사업 모토다. 우리 회사는 수십만원부터 수백억원대가 걸려 있는 의사결정도 하루 이틀 안에 무조건 끝낸다. 스타트업이니까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빨리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장점이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시작 여부를 결정할 시간에 우린 전략을 수정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옮겨갈 수 있는 거다. 웬만하면 심호흡을 크게 8번 하는 시간 내에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표님도 마케팅 종사자로서 스피드한 의사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실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 트렌드가 훅훅 바뀌는 게 매력적이지만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말 빨라야 한다. 요즘 관심 있게 지켜보는 건 뭔가.

직접 제작하려고 애니메이션 판권을 사기 시작했다. 네이버 웹툰을 영화관·글로벌 OTT에 상영하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물론 공격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메타버스에도 관심이 있을 것 같은데.

맞다. 실제로 곧 메타버스 음원이 발매될 예정이다. 메타버스 캐릭터로만 하는 건 아니고 우리가 갖고 있는 다른 사업들과 연계해 진행한다. 특정인이 중심이 되는, 즉 사람 비즈니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매력이다. 엔터 업계는 아티스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사람 비즈니스에 지친 이들에게 돌파구가 될 거다. 사람 비즈니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엔터뿐 아니라 출판, 드라마, 웹툰 모두 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마감 일자, 비용 등 많은 게 작가 중심으로 돌아간다.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변수가 너무 많고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돈만 날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회사는 특정인이 없어도 잘 돌아가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린 회사가 주도적으로 콘텐트를 만든다. 예를 들면 소재를 미리 정한 다음 작가 4~5명을 붙여 동시다발적으로 콘텐트를 만들게 한다. 그렇게 하면 한 달 만에도 콘셉트에 맞는 작품이 탄생한다.

투자 이야기로 화제를 바꿔보겠다. 최근 시리즈B를 마쳐 보도가 많이 됐다. 특히 F&F의 투자 소식이 화제였는데…. 협업 가능성이 열려 있는 투자사와 손을 잡는 전략적 투자 유치를 했다고 들었다. 어떤 협업들을 구상하고 있나.

네이버 웹툰과 협업해 웹툰을 활용한 OSMU를 구상 중이다. 웹툰을 드라마로 만들거나 애니화할 수도 있다. 다들 F&F를 궁금해하는데, 우리가 만드는 웹툰, 드라마, 애니메이션에 F&F의 의상을 입히는 방식의 PPL을 구상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OSMU를 실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려면 회사 내부에서 부서 간 협업이 중요할 텐데.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영역싸움’은 없나. 부서마다 KPI(핵심성과 지표)가 달라 이해 충돌이 일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각보다 많다.

우선 우리는 KPI가 없다. 또 부서, 부서원의 R&R(역할과 책임)도 없다. 출판 부서에 근무하는 이가 음원 제작에 참여해도 되는 구조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유를 준다. 예산을 집행하고, 결재를 하는 것도 업무 담당자의 몫이다. 보고 의무도 없다.

스스로 결정하고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문화


▎바이포엠 스튜디오가 웹툰IP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드라마들. 왼쪽부터 [또 오해영], [쌈마이웨이], [나의 아저씨].
넷플릭스의 규칙 없음이 생각난다. 하지만 대표 입장에선 불안할 것 같은데.

나보다 직원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웃음) 특히 큰 기업에서 온 직원들은 규칙이 없고, 주어진 일이 없다는 것에 초조함, 두려움을 느낀다. 이들이 적응하고 성과를 내기까지 경제적인 손실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서 또 배우는 게 있지 않나. 결국 직원들이 한계를 극복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직원들이 어떻게 바뀌었나.

대형 음원 유통사에서 온 직원이 있었다. 처음에 광고대행료로 300만원, 500만원이라도 벌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더라. 2년이 흐른 지금, 그 직원은 거래액 20억원 아래의 제안은 ‘쿨하게’ 거절하는 통 큰 사람이 돼 있더라. 최근 또 뿌듯했던 일이 있었다. 일본 작가에게 판권을 사 온 책이 예상외로 대박을 터뜨렸고, 그 작가의 후속작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시 후속작을 준비해 출간하려면 적어도 6개월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직원들이 다음 달에 출간 예정이라고 하더라. 연유를 물으니 ‘어차피 대표님이 얼마가 들더라도 동의해주실 거라 생각해 미리 후속작을 사 와서 작업하고 있었다’고 하더라. 직원들이 나를 믿고,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성장한 모습에 크게 감동했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묻고 싶은 게 있다. 나도 매번 하는 고민인데, 유 대표가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뭔가.

매출이다. 들어간 비용을 뛰어넘는 결과를 내야 브랜딩이 됐다고 생각한다. 기회와 실행 방식은 계속 바뀌는 것 같다. 코로나19 이후에 산업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고, 나도 생각이 좀 바뀌었다. 처음에 재고 없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고 했는데, 최근 F&B에 뛰어들지 않았나. 그 시장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보였고 주저 없이 시작했다. 이 또한 콘텐트로 녹일 생각인데, 우선은 오는 4월 방영될 드라마에 등장하는 치킨집 이름으로 ‘당치땡’이 쓰일 예정이다. 배우 곽도원과 윤두준이 나오는 드라마로, 주인공이 이름 없는 치킨집을 운영하다가 대형 프랜차이즈로 키우며 성장하는 스토리다. 이처럼 과거의 내가 어떤 결정을 했다고 해서 (시장이 바뀌고 대세가 기울었는데) 끝까지 그 결정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난 매출, 브랜딩을 위해 계속 바뀔 거고 우리 회사도 계속 바뀌어갈 거다.

※ 박진호는… 뷰티전문마케팅회사 뷰스컴퍼니를 2014년에 창업해 아모레퍼시픽,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1500건이 넘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수집해 효과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K뷰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 정리=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2202호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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