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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로빈 사노피 파스퇴르 한국법인 대표 

11년째 노숙인에게 무료로 독감백신 접종하는 기업 

신윤애 기자
백신의 효과는 접종률과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단면역이 형성돼야 감염률이 낮아지고, 바이러스와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취약계층이 존재한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취약계층의 백신 접종률을 높여 전 세계 공공보건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지난 8월 부임한 파스칼 로빈 사노피 파스퇴르 한국법인 대표.
‘독감처럼 인류와 공존하며 다스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가장 많이 언급되고 비교되는 질병이 독감이다. 1918년 세계를 집어삼켰던 스페인독감은 코로나19보다 더 지독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년간 백신접종으로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고 감염 확산을 막은 덕에 이제는 평범한 감기 바이러스처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아직도 매년 10월이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하는 이유다.

우리는 독감뿐 아니라 A·B형간염, 디프레아, 파상풍, 소아마비, 황열 등 많은 감염병과 질병을 백신으로 예방한다. 코로나19 백신도 유행이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세상에 등장해 팬데믹 진화 작업을 돕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인류의 안녕을 지켜온 백신. 그 뒤엔 백신을 연구개발하고 제조하는 제약사들의 노고가 있었다. 프랑스의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 파스퇴르㈜(이하 사노피 파스퇴르)도 오랫동안 전 세계의 공공보건에 일조해온 백신 전문 기업 중 하나다. 110년 이상 백신 개발에 매진해왔고, 매년 10억 도즈 넘는 백신을 생산해 5억 명에 달하는 인구에게 예방접종 혜택을 나누고 있다.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 때문에 고통받거나 사망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든다.’ 사노피 파스퇴르의 기업 비전처럼 사노피 파스퇴르는 단순히 백신을 개발해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백신의 필요성을 알리고, 접종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챙기는 활동들도 진행하고 있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이 활동을 ‘사회책임 활동’이라고 부른다.

사노피 파스퇴르의 사회책임 활동은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1997년 법인을 설립해 한국에 상륙한 사노피 파스퇴르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내 제약사, 보건당국과 긴밀히 협업해 한국의 공중보건에 이바지하며 국내 백신 시장의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5가 혼합백신 ‘팬탁심주(DTaP-IPV/Hib)’, 청소년 및 성인용 Tdap 백신(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아다셀주’, 12개월 이상 연령 소아 및 성인용 베로세포 배양 일본뇌염 생백신 ‘이모젭주’ 등을 공급하고 있다. 2001년엔 주사형 개량 불활화 폴리오 백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매년 겨울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독감백신을 접종하는 프로그램(Helping Hands)을 통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살뜰하게 챙기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로 벌써 11년째 진행 중이다.

지난해 8월, 한국법인 대표로 부임한 파스칼 로빈도 사노피 파스퇴르의 사회책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제약에도 활동들을 멈추지 않고 공공보건 개선에 힘을 보탰다.

“기업은 다양한 삶의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공동체를 위한 가치 창출과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노피 파스퇴르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로빈 대표는 포브스코리아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2년 사노피 파스퇴르에 입사해 백신에 대한 광범위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쌓았고, 신흥국 및 선진국 시장에서 활약하며 백신 시장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한국에 오기 직전엔 루마니아-몰도바 지역에서 사노피 백신사업부를 이끌었다. 사노피 루마니아는 지난해 유럽 지역에 있는 사노피 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 성장을 이뤄내며 루마니아제약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다음은 로빈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한국법인 대표로 부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한가운데, 어찌 보면 새로운 경험을 시작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아닌 시기에 한국법인에 왔다. 새로운 팀원들과 서로 알아가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임직원들의 전략적이고 신속한 팀워크가 큰 힘이 됐다. 덕분에 혼란스러운 팬데믹 기간에도 국내에 필요한 백신 물량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

사노피 파스퇴르는 국내에서 어떤 활약을 하고 있나.

공공기관과 협업해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NIP)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국내 신생아 중 85% 이상이 영유아 5가 백신인 ‘펜탁심주(Pentaxim®)’를 접종했으며, 의료 종사자 및 대중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플루엔자 백신인 ‘박씨그리프테트라주(Vaxigrip Tetra®)’를 국가 독감 예방접종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또 육군 신병을 대상으로 메낙트라주(Menactra®), 아다셀주(Adacel®), 아박심주(Avaxim160®) 백신을 지원하여 뇌막염, 디프테리아/테타누스/페투시스 및 A형간염 예방에 기여했다. 특히 올해 4월 영아용 6가 혼합백신인 ‘헥사심프리필드시린지주’를 출시해 좋은 성과를 거두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영아용 6가 혼합백신 ‘헥사심프리필드시린지주’는 기존 5가 혼합백신에 B형간염 질환을 추가 예방함으로써 영아 기초접종에 해당하는 6가지 감염 질환, 즉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B형간염, 폴리오(소아마비)와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에 의해 발생하는 침습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국내 의학계의 지원을 바탕으로 이 백신을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시키기 위해 보건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예정이다.

노숙인에게 무료로 백신을 접종하는 ‘Helping Hands’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의료지원 취약계층 중 노숙인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2011년 당시, 한국 사회는 노숙인에게 많은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들의 건강권을 위해 선뜻 손을 내밀지 않았다. 우린 감염에 취약한 상황에 놓인 노숙인들의 인권문제에 주목했고, 노숙인들의 호흡기질환 예방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해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문성을 갖춘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노숙인 및 주거 취약계층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플랫폼을 마련했다.

Helping Hands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노숙인들에게 치명적인 질병이 될 수 있는 독감을 조기에 예방하고자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1년간 전국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에게 인플루엔자 등 총 4만9100 도스의 백신을 지원했다. 동시에 노숙인의 건강권 인식 개선 및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 실제로 서울시 노숙인 6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독감예방접종사업으로 인한 사회심리적 인식 변화’ 설문조사 결과 83.2%가 백신접종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신뢰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77%가 백신접종으로 건강이 개선됐다고 느꼈고, 76.6%가 전반적인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답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도 소외된 의료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프로그램 내용을 전면 개편해 꾸준히 진행했다. Helping Hands는 ‘2021 대한민국 커뮤니케이션 대상’에서 가 코로나19 극복 프로그램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 이외의 국가에서는 어떤 사회책임 활동들을 하고 있나.

내가 몸담았던 루마니아 지사는 환자, 지역사회, 직원들을 대상으로 보건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취약계층 아이들과 질환을 앓고 있는 환아들을 대상으로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건강 증진을 돕는 데 초점을 맞췄다. MagiCAMP, SOS Children’s Villages, 적십자, 푸드뱅크 등 지역사회 프로그램과 협력하여 크리스마스 선물, 교육 관련 학용품 및 음식을 기부하며 지원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 환경보호를 위해 디뉴브 델타(Danube Delta) 지역의 플라스틱 오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플라스틱 소비에 따르는 책임 있는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공공미술 전시회에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제약들이 있을 텐데.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의 확산과 그로 인한 비대면 전환은 기존의 사업 방향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기업이 해결책을 마련해야 했고, Helping Hands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필요했다. 실제로 지난해 의료시설과 의료 인력이 코로나19 확산 예방 및 관리에 집중되면서 독감예방접종 활동이 난항을 겪었다. 서울시 협력병원 및 민간 자원봉사 의료 단체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또 ‘사회적거리두기’ 실시에 따라 이전의 ‘대규모 접종’ 방식을 ‘소규모 찾아가는 접종’으로 전면 수정했다. 접종 장소 방역 소독 및 거리두기, 방역 매뉴얼 숙지 등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3개월간 약 45회에 걸쳐 접종을 진행했으며, 의료진 1인당 1일 최대 100명을 접종하며 의료진 및 접종 대상자의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

앞으로 Helping Hands를 어떻게 개선할 계획인가.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독감예방접종 대상자를 생활지원사로 확대하려고 한다. 노인돌봄사업을 수행하는 인력인 생활지원사의 경우 1인당 평균 16명의 65세 이상 독거 노인을 담당한다. 임금은 일반 근로자 월평균 급여의 37% 수준일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여건을 따져봐도 의료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업무 특성상 독감 등 호흡기질환에 취약한 노인과 대면 접촉이 잦기 때문에 가을·겨울철 독감백신 접종을 소홀히 하면 전염병의 매개체가 되기 쉽다.

사회책임 활동 외에 한국에서 어떤 사업을 펼칠 계획인가.

우리가 보유한 제품군 안에서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세상에 더 많이 알릴 것이다. 독감을 예로 든다면 우리는 수년간 독감의 고위험군이 누구인지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우리가 잘하는 일이고 또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더 좋은 백신도 많다. 이 제품들을 국내에 소개해 더 많은 사람이 예방 가능한 질병 때문에 고통받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고령인구가 늘고 있는 만큼 보건 당국과 협력하여 국내의 고령화 문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202112호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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