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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기업 리더 50인의 신년 에세이(11) 

 

오승일 기자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 이승환 돌고도네이션 이사장


세상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그 마음이 사회를 위한 기부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가 기부단체에 대한 정보와 신뢰 부족이거나 기부 방법을 몰라서라면 이제는 누구나 언제든지 기부 문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나는 기술 기반의 문화가 사회 변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기부 플랫폼을 개발해 해결하고자 했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말, 비영리 영역에서 생존하기 위해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물품 기부 관련 특허출원과 함께 돌고도네이션을 설립했다.

돌고는 IT 기반의 기부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표방하며 다른 비영리단체들과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새로운 기부 문화를 만들고 있다. 그리고 편리성, 투명성,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체계적으로 적응력을 키워왔다. 그 결과 기부자는 모바일로 편리하게 기부하고, 기부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기부금 전액이 수혜자에게 사용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기부자 3000명을 통해 1억7000만원을 모금했고 80개 기부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해왔다. 돌고가 기부자들과 함께 새로운 기부 문화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감격스럽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기부자와 함께할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행복한 사회를 꿈꾼다. 그래서 자선은 나의 천직이고 돌고는 그 시작점이다. 그러나 매년 수억원에 이르는 재무적 적자가 발생하고 서비스 규모가 커질수록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 가끔은 두렵다. 하지만 나는 기부 문화에 있어서 최대 적자는 곧 최고 적자(the Fittest)가 되는 시작점이라 믿는다. 돌고가 ‘적자생존’의 위치에 올랐을 때, 많은 사람이 따뜻한 마음을 사회에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3대가 이어가는 가치경영 | 조경은 한국카본 상무 & 세계여성이사협회 이사


한국카본은 탄소섬유와 유리섬유 같은 산업용 섬유를 가공하는 복합소재 기업이다. 한때는 특수하게 여겨졌던 카본이지만 지금은 그 분야가 확대돼 누구나 쉽게 접하는 익숙한 단어가 됐다. 크게는 LNG선박이나 슈퍼카에서, 작게는 흔히 접하는 낚싯대나 골프채에 사용된다. 또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드론이나 친환경 장비 소재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우리는 그 특성만큼이나 유연하면서도 탄탄한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카본과 3대째 인연을 맺고 있다. 제조의 근간이 되는 기술을 뿌리내린 할아버지, 그 기술에 고객이라는 가치를 더해 회사를 키워오신 아버지. 두 분의 뒤를 이어 지금 나는 한국카본이라는 뿌리 깊은 나무에 새로운 가지를 그리고 있다. 우리의 제조를 더욱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꿈이 열매를 맺고 있다. 모든 것이 점점 더 세분화·개인화돼가는 시대에 맞춰 지금보다 더 여러 분야에서 더 많은 사람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소재 추천부터 성형까지 지원하는 것이 미래를 열어가는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자동차 관련 분야의 일을 하게 되면서 디자이너가 신규 소재를 적용하기 위해선 고려해야 할 사항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내가 회사에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 팀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이 팀은 소재 개발 업무보다 UX(User Experience)에 집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용자 측면의 경험과 편의성을 강화해 제품에 반영할 수 있도록 기술을 동원하고 사업화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고객 편의와 효율의 극대화라는 가치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나는 세 가지 계획을 세웠다.

첫째, 다양성의 확장이다. 우리는 최근 새로운 경험이 풍부한 인재들을 확보한 덕분에 이전보다 더욱 다채로운 해외 고객들에게 수출량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016년에는 외국 투자 유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장관 표창을 받았다. 이같이 다양성의 힘은 미래 성장 동력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나 자신도 그간 제조업에 드물었던 여성 경영인으로서 회사에 조금이나마 다양성을 더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여성이사협회 회원들은 이미 여성 경영인으로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롤 모델들이다. 여성 경영인들의 사회적 임팩트를 더하고 여성의 경영 참여 확대를 이루고자 하는 미션을 갖고 있다. 이렇게 성별, 나이, 전공 등을 내려놓고 다양한 사람이 활약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다.

둘째, 디지털화다. 공장의 스마트화부터 고객이 맞춤주문을 할 수 있는 메뉴창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흐름과 함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매우 많다. 강력하면서도 복잡한 디지털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다. 나는 이 신무기를 유연하게 다루는 강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사내 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한다.

셋째, 결국 우리의 근본인 기술이다. 더 좋은 재료, 더 정교한 재단, 더 빠른 생산 등 다양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많은 고객이 만족할 수 있게 하려면 그 요구를 받쳐줄 더욱 수준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의 뿌리가 되는 기술을 혁신적인 수준으로 강화해 한국카본이 기나긴 세월을 살아갈 거목으로 커가는 데 일조하는 것이 나의 세 번째 임무라고 생각한다.

더욱 세분화되고 상세해지지만 결국은 다시 근본으로 돌아오는 이러한 흐름. 좋은 제품을 만들어 더 많은 고객에게 더 편리하게 제공하면 더욱더 좋은 제품으로 이어진다. 흡사 생태계와 같은 이러한 흐름으로 자연환경에 도움이 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한국카본의 3대가 이어가는, 그리고 그다음 3대가 이어갈 가치경영이다.

만남이 즐거우니 일하는 게 즐겁다 | 지철 한울정보통신 대표


회사를 운영하며 살아온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만난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었다. 사업을 하면서 부딪치는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었고, 전문가처럼 할 수도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서 한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나와 회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직원을 찾았으며, 그 사람의 장점에 맞춰 회사 업무에 배치했다. 물론 겸손과 배려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항상 존중해줬다. 직원 만족이 고객 만족으로 이어져 회사 매출은 성장했고, 여러 고비를 하나씩 넘기며 다행히 여기까지 잘 온 거 같다.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외식업을 비롯해 카드결제기를 사용하는 모든 업종의 피해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현시점에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모두에게 매우 감사하다. 이에 대한 보답은 질 좋은 서비스와 친절밖에 없는 것 같다. 고객 만족과 직원 만족이 코로나를 극복하는 한울정보통신의 해법이고 생각한다.

카드결제가 이뤄지는 모든 업종에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해마다 유행이 참 빠르게 느껴진다. 배달과 무인상점, 밀키트 등 새로운 분야의 발전이 매우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트렌드에 따라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춰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하는 것이 즐겁다.

급변하는 시장 흐름에 맞춰 요즘에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많이 만나고 있으며, 고민하고 계획하는 부분에 대해 방향성을 갖게 해줘서 큰 도움이 된다. 무엇이든 내가 더 가지려 하지 않고 더 줄 게 없을까 매일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지만 오히려 직원들에게는 전보다 더 좋은 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가 아닌 회사를 먼저 생각하면 언젠가는 나에게도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 사람을 만나는 게 좋고, 만날 때마다 즐겁다. 우리를 믿고 이용해주는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회사를 믿고 일하는 직원들에게 더 좋은 복지를 제공한다면 앞으로 더 오래,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Back to the basic | 한승재 소나무 인터내셔날 대표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우선으로 중시했던 기준은 다름 아닌 ‘기본에 충실할 것’이다. 우리 회사는 좋은 가죽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이 근간이다. 화려한 마케팅 기술이 널려 있는 요즘, 다소 순진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제조업의 기본은 ‘좋은 제품, 좋은 가격’이다.

디자이너로서 업계에 발을 들여서인지 ‘품질’에 대한 나의 고집은 남다르다. 당장의 수익이나 홍보보다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고집은 창업 이후 가장 큰 위기였던 2021년 우리 회사의 ‘생존 조건’이 되었다.

유명 브랜드의 가방이나 신발 액세서리를 만들어 ODM과 OEM으로 전개하던 우리 회사는 코로나19라는 강풍을 맞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운영이 힘들어진 거래처의 주문이 급감한 것이다. 그런데 위기의 순간, 잔머리를 굴리기보다는 다시금 ‘좋은 제품, 좋은 가격’이란 기본에 집중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당시 주력 상품은 아니었지만 우리 회사에는 소량으로 수출하던 제품이 있었다. 바로 ‘스마트워치 스트랩’이었다. 타 브랜드의 OEM이 아닌 ‘소나무뉴욕’이란 자체 브랜드로 론칭한 제품이었기에 매출은 작지만 나름의 애착이 있었다. 그래서 거래처의 주문이 줄어든 시기, 소나무뉴욕 스마트워치 스트랩을 국내시장에 직접 선보이기로 했다.

스마트워치 가죽 스트랩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지만, ‘나라도’ 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제품은 없었다. 품질이 좋으면 굳이 이 가격을 지불해야 할까 싶은 고가였고, 가격이 착하면 왠지 품질이 아쉬웠다. 스트랩은 워치의 액세서리이기 때문에 가격의 높고 낮음을 떠나 배보다 배꼽이 더 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액세서리로 구매할 수 있는 가격에 퀄리티 높은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제작 과정을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기존의 뻔한 제작 과정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품질과 가격을 맞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년간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제품을 만들었던 경험을 총동원해 새로운 과정을 고안했다. 디자인과 색감, 생활방수, 내구성 등 스트랩이 갖춰야 할 기본에 집중했다. 그렇게 완성된 제품을 보니 조금 머쓱하지만 ‘나라도 사고 싶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국내 소비자에게도 통했는지 스마트워치 스트랩은 이제 우리 회사의 효자 상품이 됐다. 국내에서만 수십만 개가 팔렸고, 순식간에 수천여 개가 넘는 리뷰가 달렸다. 구매 고객의 리뷰는 대부분 ‘가격에 비해 제품의 품질이 너무 좋다’는 것이었다.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였던 2021년이 가고 수출길도 조금씩 열리고 있는 지금, 소나무뉴욕은 국내외에서 급성장세다. 위기의 회사를 지켜낸 것이 다행일 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우리의 진심이 통한 듯 해 더욱 기쁘다. 앞으로도 회사가 더욱 굳건히 번창하길 바라지만, 2021년이 다시금 내게 알려준 ‘기본’은 잊지 않으려 한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만족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 이 기준은 2022년 새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당연히 지속될 것이다.

능력보다 태도 | 이의현 로우로우 대표


2021년도 예외 없이 양극화를 기저에 깔고 역대급으로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 오죽하면 포브스에서 제안한 신년호 에세이 주제가 ‘생존의 조건’일까. ‘존버해야 승리한다’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버티는 게 이기는 해였다.

우리는 코로나19와 싸우면서도 양적완화와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까지 감지하고 부동산, 주식, 코인, NFT도 지지 않고 해야 한다. 대체 우리는 어디서 서식하며 무엇과 싸우고 버텨서 ‘생존’해야 할까?

나의 서식지는 로우로우다. 불안하고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이고, 예측이든 기대든 계속 비껴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매일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한다. 조직이나 회사에서의 의사소통은 톱다운(top-down)과 바텀업(bottom-up)으로 이루어진다.

관리자가 5~10도 방향을 틀면 동료들은 90~180도 정도로 크게 흔들린다. ‘더 단순하게 하자!’라고 해도 ‘단순함’의 정도와 해석조차 제각각이라 기획의도나 예상과 다른 결과들이 나오는 것이다.

즉흥적으로 던지는 ‘이런거 어떨까?’라는 질문에 동료들은 그렇게 하라는 건지 바꾸자는 건지 몰라 갸우뚱하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논의에서 상을 맞추는 것을 강조하고 영어에도 might ,should, must가 있듯이 ‘참고→추천→권유→권고→지시’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래도 미스커뮤니케이션은 일어나기는 한다.)

상황에 맞춰 단어를 사용하고 이것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설명하니 작업이 빨라지고 정교해졌다. 하지만 나의 리더십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혼란한 시기여서 그런지 동료들의 볼멘소리는 배로 늘어난다. 사실 상처도 받고 며칠 동안 신경 쓰이고 과민반응을 보여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근래에 깨달은 게 있다. 내가 듣는 입장이 되었을때도 ‘불평→넋두리→건의→이의→항의’를 구분해서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결책이 없는 의견은 불평일 뿐이고 악순환만 불러온다. 때로는 일부러 흘려들으려 한다. 넋두리에는 공감해주고 케어해야 한다. 건의는 신중히 듣고 고민해 결론을 꼭 지어야 한다. 논리적이고 설득력 높은 이의는 논의가 더 건강했고 성숙했을 때 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경청해야 한다. 잘 모르겠으면 직접적으로 이게 불평인지 건의인지, 팩트인지 의견인지 물어보기도 한다. 팀원끼리도 대안 없이 불평만 늘어놓으면 소모적이고 악순환으로 가기 십상이기 때문에 서로 의도를 정교하게 캐치해야 한다.

도대체 어느 환경에서 누구와 싸우고 버텨서 생존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당장 내가 가장 많은 시간 서식하고 있는 곳에서 몸짓, 말짓 하나부터 ‘선순환’해보자. 요즘 세상이 불안하고 초조해서 다들 부자연스럽기만 한 것 같다. 생존의 조건은 능력이 아니라 태도이다. 그래야 생태계는 자연스럽게 선순환된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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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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