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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기업 리더 50인의 신년 에세이(9) 

 

오승일 기자
1422일 만에 만들어낸 ‘생존의 조건’ | 김성준 렌딧 대표


아마도 2021년 6월 10일은 렌딧 구성원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될 것이다. 이날은 렌딧이 국내 1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로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날이기 때문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1호 등록 기업이 되기까지 우리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기다려야 했다. 높은 수준의 법 기준에 맞춰 회사의 물적·인적·사업적인 모든 부분을 점검받고 실사까지 완료해야 하는 과정인 데다, 국내 첫 심사 사례였던 만큼 당국의 심사 과정 역시 길고 세심했기 때문이다.

온투업 1호 등록 기업이 되기까지 과정 역시 짧지 않았다. 2017년 7월부터 국회에서 P2P 금융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했지만, 법 제정이 본격화된 것은 2019년에 이르러서였다. 정부와 국회가 모두 서민금융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안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2019년 10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0년 8월 27일 법 시행 이후에는 1년간 온투업 등록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법 시행 전 P2P 금융산업을 영위하던 기업들이 법 기준에 맞춰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렇게 국내에서 2015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초기 P2P 금융 스타트업들이 4년여에 걸쳐 만들어낸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세계 최초로 제정된 P2P 금융산업법이다. IT 기술과 금융이 융합된 기술 기반의 이 새로운 금융산업을 세심하게 정의해 혁신 산업으로 육성하고 더불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제정된 세계 첫 사례를 국내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국회에서 첫 법안이 발의된 2017년 7월 20일 이후 2021년 6월 10일 국내 1호 온투업 등록 기업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1422일, 시간으로 계산하면 34,128시간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민첩한 실행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에 4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에서의 시계는 다르다. 여러 규제의 벽을 넘어 IT 스타트업이 금융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했던 법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리부트(REBOOT) 2022!

생존과 성장 | 김현준 뷰노 대표


모든 기업의 숙명은 생존이다. 지금과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숙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저 태어난 김에 사는 존재들이 아니다. 그 어느 기업도 단지 살아남기만을 목표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은 역동적이고 유기적인 시장 환경에 적응하여 기회를 포착하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수익을 일으키는 것을 존재 이유로 한다.

또 얻은 수익을 재투자하여 새로운 기회를 찾아냄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의 순환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위기와 기회는 마치 양자역학에서 이야기하는 미시세계의 관측되기 전 입자와 같이 두 개의 상태가 50% 확률로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중첩(Quantum Superposition)에 견주어볼 수 있다. 즉, 우리가 당면하는 모든 순간은 위기와 기회가 중첩된 상황이라는 의미이다.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결국 모든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지가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기회의 순간보다는 위기의 순간이 더 많이 찾아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러나 사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가 경험했던 대부분의 위기는 제한적이었거나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 경우가 조금 더 많았다. 또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 위기를 어떻게든 모면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그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고 더 공격적인 시도와 도전을 했으면 어땠을까? 물론, 말이 쉽다는 것을 잘 안다. 나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더라도 역시나 위기 상황을 모면하는 데 정신없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기업의 생존은 단지 살아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데 있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당면한 중첩된 상황을 ‘기회’의 상태였다고 언젠가 관측자에 의해 판단될 수 있도록 해보면 어떨까? 생존이 아니라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그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말이다.

상생을 위한 진정성 | 이성민 에스앤에스 대표


생존의 사전적 의미는 ‘살아 있음’ 또는 ‘살아남음’이다. 나에게 생존이란 단순히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잘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며 함께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생존을 위협받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생존을 위해 걸어 나갔다. 수많은 국가·기업·개인은 세계적 재난 속에서 상생(相生)을 위하여 힘써왔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싸워 이겨내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무늬만 상생이 아닌 상생을 위한 진정성이 이 시대에 맞는 ‘생존’이며,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상생을 위해 살아남은 자들의 진정성 있는 양보와 배려를 통한 의무와 역할이 ‘생존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실리콘밸리의 대부 존 헤네시는 저서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서 도덕성보다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가 진정성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도덕적인 사고를 뛰어넘어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며, 모든 것을 진정으로 대하고 거짓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진정성이야말로 자신만의 무기가 되는 시대가 왔고, 무한 경쟁의 시대에서 우위를 증명할 수 있는 기본이 됐다. 최근에는 공인이나 리더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가 진정성을 요구받고 있다. 바야흐로 진정성이 모든 일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책임을 다한다면 어떠한 것이든 빛을 발할 것이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로열티를 감면하는 등 본사와 가맹점의 상생을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해왔다. 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공동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상생을 위해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생존하고 있다. 즉, 개인이 살기 위한 노력을 넘어 함께 살아나가기 위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의무와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세계적 재난 속에서 상생의 의지를 가지고 다 같이 헤쳐나간다면 2022년의 우리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 확신한다.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정성휘 홍두당 대표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긴 말이다. 변화가 없었다면 지방의 크지 않은 향토기업인 홍두당은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홍두당에 큰 영향을 미쳤다. 홍두당이 근대골목단팥빵이라는 베이커리 브랜드에 주력하는 외식기업이기도 하고, 대구에 터를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구 최고 번화가인 동성로에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모습을, 대구 토박이로서 난생처음 봤다. 외식업이 외부 환경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또 한 번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B2B 사업과 이커머스다. 근대골목단팥빵을 운영하며 쌓은 제품 개발 노하우와 제조 기술을 활용해 쿠캣, 메가커피 등 유명 식음료기업에 베이커리 메뉴를 납품하는 동시에 근대골목단팥빵 공식 온라인몰을 오픈해 고객 접점을 늘렸다. 쉽지 않았지만, 임직원 모두가 합심한 덕분에 오프라인 매출 손실분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었다.

홍두당은 이제 또 다른 변화를 준비하며 포스트 코로나를 기다리고 있다. 근대골목단팥빵을 대전의 성심당 같은 지역 관광상품으로 만들겠다는 창업 초기의 목표에 다시 집중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대구를 찾아올 그 날, 더 멋지게 변신한 근대골목단팥빵을 보여드리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홍두당은 근대골목단팥빵이 탄생한 근대골목 한편에 사옥을 준공하고, 근대골목단팥빵 본점을 확장 이전했다. 사옥은 브랜드 정체성과 근대골목 특유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부각하고자 옛 건물을 매입해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또 사옥에는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을 갖춘 제조시설까지 마련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이 같은 홍두당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어려운 시기에 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돈을 쓰냐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코로나 시국 이후 홍두당이 지역 대표 향토기업으로서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지역 명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변화와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변화의 결실은 작지만 또렷하게 보이고 있다. 대구 대표 디저트 브랜드 개발 사업을 포함해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사업에 영광스럽게도 홍두당이 함께하고 있다. 대구약령시장 상인들과 손잡고 국산 한약재를 활용한 스페셜 메뉴를 개발했으며, 근대골목단팥빵 본점에서는 대구를 대표하는 천재 화가 이인성 화백의 특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찰스 다윈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우리 모두에게 지금의 변화가 훗날의 생존을 위한 단단한 밑거름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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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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