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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기업 리더 50인의 신년 에세이(7) 

 

간결함 | 박재완 맥스트 대표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보겠다는 일념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하지만 현실에서 부딪히는 창업 이후의 어려움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은 주로 기존 산업을 혁신하기 위해 창업하므로 경쟁회사도 없을뿐더러 시장도 형성되기 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 역시 12년 전 ‘증강현실’이라는 분야에서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증강현실’이 무엇인지 설명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랐고 상품이나 기술을 설명하면 꾸벅꾸벅 조는 사람도 여럿 보았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내가 설명하는 내용들이 생소하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중언부언하고 어려운 기술 용어를 잔뜩 넣어서 말하는 나의 전달 방식이 문제였던 것이다.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라는 용어가 있다. 말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는 30초에서 2분 이내에 모든 설명을 마치는 방식이다. 내가 하는 사업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지를 설명하기보다는 고객 혹은 투자자 관점에서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요점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만큼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이렇듯 간결하고 쉽게 설명하는 방식의 중요성을 깨닫고 난 이후 모든 미팅에 앞서 철저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1시간이든 30분이든 미팅을 준비하면서 나는 이 미팅에서 무엇을 전달할 것이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어떻게 하면 간결하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을지를 미리 생각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결국 사업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맺는 인연의 연속으로 진행된다. 지나고 나면 운 좋게 좋은 사람을 만나서 일이 잘 진행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습관이 좋은 인연을 만들고 사업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인연을 불러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새로운 리더십과 팀워크 | 이건전메타넷티플랫폼 대표


2018년 6월부터 등산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약 1년 반 전이다. 26년간 회사 생활을 하며 운동을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몸이 점점 무거워졌고 정신도 맑지 못함을 느끼게 되었다.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고,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등산을 선택했다.

의외로 주변에 등산하는 사람이 많아 모임을 시작하면서 도움도 받고 자신감도 생겼다.

주로 둘레길과 낮은 산 위주로 다니지만,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는 왠만하면 산에 오른다. 토요일 등산은 주간에 쌓인 독을 빼느라 초반 30분은 무척 힘들다. 나머지 두 시간가량은 호흡이 편해지면서 즐거운 산행이 된다. 일요일에는 초반부터 산다람쥐가 된 듯한 느낌이다.

등산과 마라톤은 비슷한 점이 많다. 초반에 너무 빠르게 산을 타면 지쳐서 산행이 즐겁지 않다. 경사도가 높은 곳에서는 속도를 더 낮춰야 한다. 마라톤을 하듯 등산을 해야 하는데, 마치 100m 질주를 하듯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이런 멤버가 선두에 서면 전체 일행이 빨리 지치게 된다.

코로나19가 우리를 덮친 지 벌써 2년이 지났다. 앞으로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등산에서처럼 경험 많고 노련한 선두와 같은 리더가 필요하다. 그리고 낙오자 없이 함께 즐겁게 오를 수 있는 팀워크가 필요하다. 정상에 도달하려면 가파른 경사로를 올라야 하지만, 때로는 쉴 때도 있어야 하고 경치를 보며 여유를 즐길 때도 있어야 한다. 함께 얘기하다 보면 다시 오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등산을 한 뒤로 건강을 유지하고 맑은 정신을 갖게 됐다. 또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등산하면서 새로운 리더십과 팀워크의 중요성도 알게 됐다. 살려고 시작한 등산 덕분에 삶의 질이 향상됐다. 비즈니스도 등산을 하듯 멤버들과 즐겁게 하고 싶다. 우리 회사는 2021년 의미 있는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이후 고도성장을 통한 기업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매우 가파른 산을 동료들과 함께 올라야 한다. 낙오자 없이 모두 정상에 서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그리고,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즐길 수 있도록….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도전 |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기업의 체질과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하는 근본적인 과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커다란 도전에 맞서게 됐다. 모든 생산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고 비접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패션업계 역시 이러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바이어들에게는 화상회의를 통해 3D, Virtual 샘플을 제시하고 확정된 스타일은 디지털 형식으로 공장에 전달해 자동화된 라인에서 생산을 시작한다. 팬데믹 종료와 상관없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이런 모든 변화에서 중심은 ‘사람’이다. 팬데믹 이후의 조직문화는 혁신을 넘어선 변화, 즉 진화(Revolution)가 필요하다. 조직문화의 진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투명한 공유와 솔직한 소통이 중요하다. 넷플릭스에는 ‘선샤이닝(sunshining)’, 즉 직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문화가 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중요한 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투명하게 공유하면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보의 투명한 공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솔직한 소통과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다. 누구나 상사 혹은 가장 높은 직급에 이르기까지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소통을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최근에는 타운홀 미팅이 널리 행해지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도 1년에 수차례,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전 사원이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 참여하여 Top management와 직접 대화나 댓글로 매회 한 시간을 훌쩍 넘기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지만 납득할 만한 수준의 논의 과정을 통해 불만족을 최소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IT회사, 벤처회사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이 방식이, 최근에는 비교적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제조업 분야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투명하고 솔직한 소통이 얼마나 기업들의 생존에 필수적인지를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요구되는 생존 조건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원가절감 및 수익 확보를 위한 설비투자를 지속해야 함과 동시에, 밸류체인 너머의 기회까지도 탐색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면 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스핀오프를 통해 사업부를 분리, 전문성을 확보하고 다른 업체와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길고 긴 펜데믹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다시 바이러스 확산세가 거세지고 있으며 한국 역시 역대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미크론이라는 변이의 출현으로 22년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했듯, 우리는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 나갈 것이며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낼 것이다. 그 과정을 이겨내고 이 터널의 끝에서 다시 한번 멋지게 도약하는 한국 기업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아들아! 삶에 지치고 힘들 때… | 신철호 OGQ 대표


옥탑방을 지나는 산바람에도 행복한 네 삶이면 좋겠어. 세상을 바꿀 플랫폼을 만든다는 목표를 실행하는 과정은 너를 여러 번 좌절하게 할 거야. ‘이게 끝일까’ 스스로 의심할 때, 아빠의 편지를 꼭 읽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삶의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이었어. 수면제 두 움큼을 입에 털어 넣고 운전석을 젖힌 채 팔베개하고 누워 차 안에서 지하 주차장 천장을 올려다볼 때가 삶의 2막이었어. 운 좋게 깨어났는데 다시 살겠다는 의지가 생기더라. 마지막이 임박한 순간에도 선택권은 여전히 나 자신에게 있더라. 생의 시작과 끝은 의지가 아니었지만, 생명줄을 잡고 놓는 것은 오로지 나만의 선택이었던 거지.

물론 그 의지는 금방 사그라질 수도 있어. 채권자의 빚 독촉에 고개숙인 나를 거울로 볼 때, 다시 또 주저하더라. 오롯이 살겠다는 의지만으로는 세상 문턱에 들어설 수 없었어. 앞으로 뭘 할지, 왜 살아야 하는지 다시금 나만의 ‘미션’을 찾아야 했던 거야. 그때는 몰랐어. 미션 덕분에 아빠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것을. 누구를 만나는가, 어디에 시간을 써야 하나, 왜 돈을 버나, 삶의 목적과 방향이 생긴 후에야 흔들려도 자리를 되찾는 내가 됐어.

미션에 집중 후, 하루를 열심히 사는 내가 좋아졌어. 매일 아침 차에 타면 나에게 ‘10초’를 선물하는 습관은 그때 시작했어. 아무리 바빠도 지켰어. ‘잘될 거야. 잘할 거야.’ 계속 되뇌는 아빠만의 마법 주문이었지. 무한의 관대를 주다가도 한순간에 돌아서는 세상의 야속함에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때, 눈을 감고 나를 칭찬하면 그 힘겨움을 이겨낼 수 있었어. 세상은 내가 나를 믿을 때, 그 믿음에 부응하는 더 큰 믿음을 줬어.

그때 즈음, 사람·시간·돈, 이 3가지 가치를 긴 안목으로 대하는 마음이 생겼어. 그냥 사는 것 말고, 잘 살고 싶었어. 나와 사랑하는 사람 및 미션을 위한 시간을 루틴에 두지 않고, 돈의 기회나 유혹에 수시로 결정을 바꾸는 일은 더는 하고 싶지 않았어. 너와 함께 캐나다에서 연주를 하고, 길을 거닐고 나면 아빠는 생존 의지를 더 굳힐 수 있었어.

이후 내 의지, 미션, 믿음, 장기적 가치도 계속 뚜렷해졌어. 아빠만이 아닌 소중한 사람들의 생각과 색깔에 더 주목하게 됐어. 믿고 신뢰하는 동료들의 개성을 살리고 싶었어. 마치 프랑스 화가 르누아르가 검은색을 그림자로 쓰지 않는 것처럼, 동료들의 관점과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노력했어. 그러자 세상도 비로소 우리를 기억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더라.

삶이 내일 끝난다면 오늘 무엇을 해야 할까. 매번 성공할 수 없지만 매번 실패하는 것도 아냐. 모든 의미 있는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뜻을 같이하는 이가 있다면 세상을 바꿀 결과물을 내놓을 행운이 네게 분명히 올 거야. 네가 있어 행복하다. 너와 함께 살아가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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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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