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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기업 리더 50인의 신년 에세이(10) 

 

오승일 기자
뿌리 깊은 나무와 샘이 깊은 물 | 도희성 시스템알앤디 상무 & 그린테크놀로지 대표


2021년은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었지만 이제 코로나만 탓하기엔 어려운 시점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장비 산업에 종사하는 시스템알앤디와 그린테크놀로지의 입장에선 쉬운 해가 거의 없었다. 경기 불황과 그에 따른 고객사의 투자 위축, 중국으로 이전되는 디스플레이 시장 패권, 대기업 생산시설의 오프쇼어링(off-shoring), 단기 집중된 투자 수요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치명적인 각종 위협들에 대응하고자 쌓아왔던 기본기가 작금의 충격에도 버틸 수 있는 경쟁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알앤디는 LCD/OLED 디스플레이 후공정 장비를 주력으로 성장해온 회사다. 장비와 같이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생산이 이뤄지는 수주 산업은 전방산업 경기나 투자 사이클의 낙수효과에 기인하는 실적 변동성이 가장 큰 리스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전방산업의 민감도를 최소화하고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고객사와 긴밀히 협업한 덕분에 2차전지 분야 스태킹/패키징 기술 개발에 성공해 주력 매출원으로 성장시켰다. 최근엔 자동차 부품사를 대상으로 각종 조립 라인을 개발·공급 중이며, 특히 수소연료전지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기술투자를 진행해 시장 선도기업으로서 납품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2021년 대표로 취임한 그린테크놀로지는 새로이 푸드&바이오 장비 분야에서 리딩 컴퍼니가 되겠다는 미션에 도전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린이라는 사명을 달았고 좋은 인재들을 영입했다. 후발 분야인 만큼 도전적인 과제들을 설정해 진행하고 있으며, 목표한 바를 달성해 세상을 뒤흔들 만한 결과를 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고객사 생산시설을 밀착 지원하겠다는 동반성장의 마음가짐으로 투자해온 중국, 베트남, 폴란드, 미국 등 각 해외 법인의 역할도 이번 코로나 위기를 계기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격리로 인한 국가 간 이동 제한은 각 현지법인의 전문성을 더욱 제고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또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발생한 주요 자재의 품귀현상은 해외 법인이 단지 생산의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했다. 향후 존재할지도 모를 탈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을 구축해 본사와 협업 체계를 공고히 다지는 첨병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가 많이 열리며,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아니하므로 내를 이루어 바다로 흘러가느니’

용비어천가 2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팬데믹 상황에서 새해에는 어떠한 사업 환경이 펼쳐질까? 그 누구도 다가올 위협을 예측하기는 어렵겠으나, 어쩌면 이에 대처하기 위한 해법은 우리가 늘 준비해왔던 기본기 안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샘이 깊은 물처럼 생존을 고민하는 경영자와 근로자, 2세 경영자들에게 응원을 전한다.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 | 민정상 이모티브 대표


2020~21년을 혹독하게 보냈다. 많은 회사가 성장보다는 생존하기 위해 더 치열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본디 스타트업은 ‘살아남는 것’을 숙명으로 여겨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사회, 문화, 생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급변하는 시장에 적응하려고 그 어느 때보다 발버둥치지 않았을까 싶다.

2020년 11월, 난 대기업에 몸담았던 10년간의 회사 생활을 뒤로한 채 ADHD, 자폐, 치매,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일상의 행복을 찾아주고자 이모티브를 설립했다. 모든 회사가 그렇겠지만,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사람이 재산이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광고 카피가 주는 의미가 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만큼 조직 구성원 한 명 한 명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으로 직결되고, 이들의 생명력이 곧 생존의 열쇠라고 믿게 됐다.

조직원의 힘이 곧 ‘생존의 열쇠’라고 믿는 만큼 항상 이모티브 조직원에게, 채용 면접을 볼 때도 강조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증명할 것. 창업자인 나를 비롯해 임직원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회사는 정당한 가치에 의미 있게 보상하고, 구성원 각자는 회사 생존과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

둘째, 긍정적인 마인드, 밝은 인성과 태도다. 회사는 언제든 실패할 수 있고, 피보팅(Pivoting, 기존 사업 전환) 할 수 있어야 한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고, 방향이 바뀌어도 힘차게 달려가려면 그 원동력은 자신 안에 있어야 한다. 특히 긍정의 힘과 밝음의 에너지는 매일 다시 뜨는 해처럼 끊임없이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

마지막은 탄탄한 조직문화다. 뛰어난 인재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려면 끈끈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쾌한 답도 없고 어려운 문제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조직 구성원이 신명 나게 일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도 어렵지만, 내 몫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언젠가 연극도 끝이 난다. 솔직히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일하든, 일하는 의미를 찾아 재미있게 일하든 연극은 언젠가 끝나게 되어 있다. 그래도 기왕이면 구성원 누구나 재밌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면 관객뿐만 아니라 연기자 모두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의미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금방 도래할 줄 알았는데,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창업하면서 되뇌었던 문구가 있다. ‘지금은 누군가에겐 위기이고, 누군가에겐 기회’라는 말. 부디 더 많은 기업이 생존과 성장의 기회를 찾길 바란다.

발전을 위한 노력 | 박영준 타바론코리아 대표


전 세계에서 물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음료가 커피가 아닌 차(TEA)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오래된 차의 역사만큼이나 사람들이 꾸준히 즐기고 있는 것이다.

15년 넘게 차 산업 한 분야에만 매진하며 ‘어떻게 하면 무거운 다도의 틀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항상 내 자신에게 던지곤 한다. 단순히 마시는 것에만 국한되는 게 아닌, 일상생활의 제품들로 말이다.

우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확고하게 심어주기 위해서는 제품 유통과정은 물론 어떠한 장소에서 어떻게 접했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맛을 경험해보지 못한 제품에 쉽게 지갑을 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런 이유로 5성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카페를 중심으로 고객들에게 직접 접근하는 오프라인 B2B에 주력해왔고, 별도의 마케팅 없이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중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약 2년 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활동이 줄어들면서 호텔과 레스토랑, 카페가 직격탄을 맞았고 B2B 거래가 전년 대비 70% 정도 줄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길었다. 팬데믹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이렇게 오랫동안 팬데믹의 영향을 받게 될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현재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부터 문화, 사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비대면이 강조되면서 온라인과 배달 서비스가 확장되었고, 방역 조치가 계속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더해졌다.

이렇게 많은 것이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에서 나와 내 회사의 생존 그 자체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지 긴 고민이 이어졌다.

그 변화의 첫걸음으로 내가 택한 것은 온라인 사업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이었다. 직원들과 유기적 소통을 바탕으로 그간 시도하지 않았던 온라인 부문에 과감하게 공을 들인 결과 200% 이상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이미 우리 브랜드에 익숙한 고객들의 연령대와 소비 패턴을 분석해 그들이 주로 접하는 온라인 사이트를 선별하고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좋은 결실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어려움은 언제나 또 찾아오기 마련이다. 특히 코로나라는 예측 불가한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한 가지 확실한 건 나와 내 회사, 직원들은 이 어려운 시기에 더욱더 단단해졌다는 것이다.

단지 생존을 위한 노력이 아닌,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했다. 이제 그 결실이 하나씩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야근을 불사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할 따름이다.

메타버스를 받아들이자 | 김동주 이루다투자자문 대표


2021년의 단어를 하나만 고르라면 아마도 메타버스가 아닐까? 한국에서 연초부터 가장 많이 회자되었고,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단어로 떠올랐다.

하지만 주목받는 것만큼이나 이 단어의 정의가 명확한 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다들 이 단어에 열광할까. 우선 메타버스가 뭔지 알아야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표현하는 사회적 정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어떤 이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나오는 가상현실 게임이라 생각하고, 어떤 이는 그냥 인터넷을 새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다 누군가 올린 트위터 문구가 내 이목을 끌었다.

“메타버스란 디지털 공간의 삶이 물리적 공간의 삶보다 더 가치 있게 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발을 디디고 있는 물리적 공간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디지털 공간에서의 삶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현실에서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하기보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에 내 사진을 어떻게 올릴지 고민하는 이가 꽤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로 머무는 일터는 사무실이나 공장이었지만 요즘은 ‘노트북과 줌(ZOOM)’이다. ‘친구’의 개념도 좀 달라졌다. 과거에는 같은 지역에 살았거나 같은 학교를 다녔던 이가 친구였다면 이제는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에서 만난 모든 이와 친구가 될 수 있다. 내가 10대일 때 친구들에게 나이키 운동화를 신었다고 자랑했다면 요새 10대들은 로블록스라는 게임에서 어떤 옷을 갖고 있는지를 자랑한다. 자산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 법정화폐나 부동산 같은 실물만 자산으로 여겼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비트코인, NFT 등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누군가는 지나친 과장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도통 이해가 안 된다면 주변에 있는 10~20대 친구에게 물어보시라.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정의내리지 않았을 뿐 이미 그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의 삶을 살고 있다. 머지않아 이들이 이 시대를 끌어가게 된다. 그때 세상은 지금과 분명 다를 것이란 얘기다.

아직도 지금의 ‘디지털 현상’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며 외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 삶 곳곳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으며, 코로나19가 이런 변화를 더 앞당기고 말았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물리적인 삶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기존의 방식만 고집해 사는 건 위험한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없다. 메타버스라는 개념은 이제 막 시작했고, 어떤 방향으로 정립될지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건 인류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고, 코로나19 덕분에(?) 변화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는 것이다. 변화를 받아들이자. 새로운 세상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말자. 10~20대가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자. 이해되지 않더라도 시도하는 데 주저하지 말자.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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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호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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