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 정부는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이하 미래차) 생태계 조기 전환을 목표로 관련 산업 인력 2000여 명을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차 산업 확대와 맞물려 전년 대비 2배 넘는 매출을 기대하는 기업이 있다. 미래차 전문 보안 기업 ‘시옷’이다. J포럼 2기 원우 박현주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서초구 시옷 사옥에서 박현주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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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설립, 2019년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마이크로칩’과 국내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보안 디자인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약 7년 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내다보는 기업이 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보안 솔루션을 갖춘 융합 보안 기업 ‘시옷’이다.시옷의 성장세는 숫자로 드러난다. 2022년 수주액은 지난 2021년 매출을 세배가량 웃돈다. 지난 3월에는 동문파트너즈, 현대투자파트너즈로부터 20억원 상당의 투자도 유치했다. 짧은 업력에도 유력기업과 시장의 주목을 끌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성장하는 시장을 알아보고 대세에 주저 없이 탑승한 덕분”이라고 강남 사옥에서 만난 박현주 대표가 밝혔다.박 대표는 2018년부터 ‘미래차 전문 보안 기업’이라는 비전을 추진해왔다.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산업이 더는 개념에 머물지 않고 현실화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기술이 결합된 미래차 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자율주행차량 판매량은 2030년 53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0년 판매량은 800만 대가 넘습니다.”시옷이 뛰어든 차량 보안은 미래 차 분야의 최대 화두다. 스마트카 시대가 본격화되며 자동차 전자제어기 ECU(Electronic Control Unit), 센서 등 전장부품 비중이 커졌고, 내연기관까지 전장화됐다. 또 각각의 전장부품은 스마트폰 등으로 원격제어가 가능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유익한 변화지만, 해킹 등 보안 위협의 통로가 확대될 우려도 있다. 시옷의 하드웨어 솔루션은 외부 위협에 노출될 수 있는 전장부품을 암호로 보호한다.차량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를 뜻하는 ‘펌웨어 OTA(Over The Air)’ 보안도 서비스한다. 시옷의 펌웨어 OTA 보안 솔루션은 암호화·보안 부팅(Secure Boot)으로 데이터의 무결성과 기밀성을 보장한다. OTA 보안은 자율주행차 운행을 현실화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로 꼽힌다. 위변조 및 오작동이 끼어들면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월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자동차 사이버보안 국제기준 UN R155·UN R156을 마련, OTA 보안을 탑재한 차량만 유럽 내에서 판매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이처럼 보안이 미래차 현실화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니, 시옷처럼 전장부품 보안 솔루션 개발에 뛰어드는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박 대표는 “미래차 보안기술을 갖춘 기업 중 상용화 및 매출 확보에 성공한 기업은 거의 없다”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미래차 보안을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업체는 해외 기업 3~4곳이 전부다. 시옷은 매출 2/3를 미래차 보안 분야 에서 거둬들인다. 국내외 주요 자동차 부품사, 서비스 공급사가 시옷의 고객사다.시옷이 시장에서 돋보일 수 있었던 비결은 차량 하드웨어에 최적화된 소형화·경량화 기술이다. 규격 및 용량 한계가 있는 차량 반도체에 보안 시스템을 삽입할 때는 모듈 크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시옷은 지난 2017년, 제한된 사물인터넷(IoT) 리소스에 적합한 ‘하드웨어 암호모듈 경량화 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저전력 환경 지원, 내구성 보증기간 지원 등 차내 환경에 특화된 서비스도 시옷의 강점으로 꼽힌다.하드웨어 보안에 대한 시옷의 전문성은 컴퓨터공학자로서 보안업계에서 오래 일해온 박 대표의 이력과 관련 있다. 박 대표는 2000년 1세대 IT 보안업체 시큐어소프트에 입사, 펌웨어 개발을 거쳐 연구 총괄을 지냈다. 2005년부터는 모바일 보안 전문 업체 엠큐릭스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지휘하며 하드웨어 보안에 눈을 떴다.“소프트웨어 보안 사업의 경우 턴키(Turnkey) 계약으로 진행되다 보니 매출 신장이 어려웠습니다. 제품 실체가 있는 하드웨어 보안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입니다. 게다가 고객들이 USB 등 하드웨어 장치를 가져와 보안을 탑재해달라고 부탁하더군요. 하드웨어 보안이 수요가 있다는 것을 판단하게 된 배경입니다.”엠큐릭스에서 하드웨어 보안 기술력을 쌓으며 오랜 기간 기술적 상상력을 불태워온 박 대표는 회사를 나와 시옷을 설립했다. 마냥 기대되는 길만은 아니었다. 개발자들에게 하드웨어 보안은 ‘불모지’로 통한다. 하드웨어는 메모리, 중앙처리장치(CPU) 등 리소스가 한정돼 있고 운영체제(OS)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우려하는 주변의 목소리는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아이디어를 낸 것은 지금까지 전부 포기 없이 추진해왔고, 상용화해냈습니다.”우려가 무색하게 박 대표는 설립 3년 만인 2018년 하드웨어 보안 솔루션 개발과 국가정보원 보안성 검증을 연달아 완료했다. 마침 IoT 시장 확대와 맞물려 하드웨어 보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품 문의가 쏟아졌다. 그런 시옷을 눈여겨본 마이크로칩과 2019년 보안 디자인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박 대표의 남다른 추진력을 믿고 우수 인력도 모여들었다. 초창기 3명으로 시작한 시옷 임직원은 곧 30여 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7년간 거침없이 달려왔는데, 박 대표는 벌써 다음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현안은 해외 고객사 확장이다. 시옷의 모든 제품은 글로벌 규격에 맞게 개발돼왔다. 재작년 워싱턴D.C에 설립한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 파트너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시옷을 미래차 보안을 선도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울 생각이에요. ‘시옷’이라는 이름도 해외 진출과 관련 있습니다. 암호를 뜻하는 ‘C(Cryptography)’와 IoT를 합쳐 만든 사명은 어느 언어권에서든 부르기 쉽습니다.”차세대 사업도 구상 중이다. 부품의 마모 상태, 수리 이력 등 차량 하드웨어에 담긴 다량의 데이터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새로운 시도를 좋아합니다. 반복을 싫어해요. 기술적인 백그라운드가 탄탄히 쌓여 있다 보니, 무엇을 보든 기술을 활용할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다. 시장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려 합니다.”한편, 박 대표는 ‘IT 여성기업인협회’를 진두지휘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2022년부터 2년간 협회를 이끌 회장으로 선출됐다.박 대표는 아이 엄마로서 직장을 다니는 것도 낯선 시대에 ‘남초’인 컴퓨터공학, 그중에서도 특수 분야인 보안업계에서 버텨냈다. IT에 대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세월이었다. 그는 “밤을 새워도 상관없을 정도로, 개발 일이 너무 좋았다”고 회상했다. 30여 년간 이어온 워킹맘 생활은 박 대표에게 여성 인력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심어줬다. 시옷의 CEO, CTO, CFO가 모두 여성이다. 업계에서 드문 사례다.“여성으로서 직장 생활을 하려니 출산, 육아 무엇 하나 쉽지 않았습니다. 여성 기업인들을 보면 어떤 어려움을 거쳐왔는지 짐작이 갑니다. 여성으로서 업계에서 자리잡았다면 대단한 사람일 것임을 몸소 느껴 알기에, 여성 기업인들을 존경과 인정으로 대우합니다.”
J포럼 원우 동정 - 김보은 아트라컴퍼니 대표이사(22기)전통문화 예술분야 스타트업인 ‘아트라컴퍼니’의 북청사자 캐릭터 ‘바우’ 인형의 크라우드 펀딩이 시작되었다. 아트라컴퍼니는 현대인의 생애별 다양한 콘텐트로 현시대와 발맞춰 성장하는, 전통문화 콘텐트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7월에는 자체 제작한 국악기 캐릭터를 활용하여 전통문화 애니메이션 [소리마을 따꿍이]를 론칭했다.
※ J포럼은 - 2009년 국내 언론사에서 최초로 시작한 최고경영자과정이다. 시사와 미디어, 경제, 경영, 역사, 예술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강좌와 역사탐방, 문화예술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로 14년째를 맞이한 J포럼은 매년 두 차례 원우를 선발하여 진행된다. 그동안 졸업생 1100여 명을 배출해 국내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학습과 소통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문의·접수 중앙아카데미 J포럼사무국(02-2031-1018) http://ceo.joongang.co.kr- 정하은 인턴기자 jung.haeun@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