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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과 열정(12) 최정필 대표, 김진국 대표, 이재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동료와 멘토, 그리고 깐부! 

김민수 기자
코어라인소프트는 국내 의료 영상 연구 1세대인 카이스트 출신 공동 창업자 3명이 2012년에 설립한 의료 AI 기업이다. 20여 년 전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대학원 연구실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한 번의 촬영으로 모든 유관 질병을 동시에 자동 검사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AI 의료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코어라인소프트 사무실에서 만난 (왼쪽부터)이재연 CTO, 김진국 대표, 최정필 대표. 재미로 해 본 MBTI 검사 결과, 이 CTO와 김 대표는 INFJ(선의의 옹호자), 최 대표는 ENTJ(대담한 통솔자)가 나왔다.
“세계적인 의료 소프트웨어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비전을 공유하며 열심히 달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셋 다 소위 ‘대세’를 따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안정적인 환경에 안주하기보다는 항상 도전하는 삶을 꿈꿨다.”

최정필 대표, 김진국 대표, 이재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카이스트 영상시스템 연구실에서 석박사 과정을 함께 밟은 선후배 사이다. 당시 연구실 내 많은 인력이 동영상을 압축하거나 처리하는 연구를 선택했지만, 세 사람은 이제 막 시장이 생겨나기 시작하던 의료 영상의 길을 걸었다.

최근 수년간 딥러닝 등 AI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의료 영상 분야에서 AI의 적용 범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 AI 의료 영상기기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2029년에는 11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AI 기반 이미지분석 솔루션 분야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6조원 수준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국 대표는 “당시 의료 영상 분야는 이제 막 태동하는 블루오션이어서 우리가 직접 만든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전공 선택 배경을 밝혔다.

코어라인소프트는 AI가 의료 분야에 활용되기 전부터 3D 기술로 의료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든 국내 1세대 의료 영상 전문기업이다. 투자자도 없고 매출도 나지 않을 때부터 독자적인 기술로 시장을 개척해온 지 어느덧 10년. 카이스트 석박사 시절부터 헤아리면 이들은 2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해오고 있다.

“저희는 커뮤니케이션을 거의 하지 않아요. 어떤 사안이든 서로 어떻게 생각할지 대충 알기 때문에 알아서 눈치를 채는 것 같아요.” 이재연 CTO가 장난스럽게 운을 떼자 두 대표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20년 넘게 쌓아온 신뢰와 전문성


기술개발부터 시장 개척까지 세 사람이 변함없이 시너지를 내며 인연을 유지해온 비결은 무엇일까. 이 CTO는 “전 두 분에게 못 하는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 간혹 화를 내기도 하고 뭐든 터놓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두 분이 저를 조심스러워하는 편”이라며 바통을 넘겼다.

코어라인소프트의 맏형인 최 대표는 “치열하게 설득하고 반대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 같다”면서 “의견을 조율해나가는 과정에서 모두가 성장할 수 있고 내 생각도 대부분 정리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우리는 항상 의견이 다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두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으로 암, 심혈관질환, 신경질환 등의 발병률이 높아짐에 따라 AI 의료 영상기기와 영상 솔루션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생명과 직결되는 흉부를 중심으로 검진 부위를 전신으로 확장하며 AI 의료 솔루션 기술을 혁신해왔다.

코어라인소프트의 솔루션은 한 번의 흉부 CT 촬영으로 폐암, 만성폐쇄성폐 질환, 관상동맥 석회화 등 3개 질병을 동시에 조기 진단할 수 있다.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국내 100여 개 병원, 관련 기관은 물론 전 세계 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 FDA 인증과 유럽 CE인증을 획득하고 일본과 대만에서도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았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묻자 “창업 직후 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솔루션을 판매해야 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면서 “2000년대 이후 의료 소프트웨어에 AI 도입이 활발해지면서부터는 먼저 협업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상황이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졸업 후 잠시 각자의 길을 걷던 세 사람이 다시 모인 계기는 카이스트 연구실 벤처인 메비시스가 만들어지면서다. 벤처 붐이 끝나가던 2001년, 당시 김대중 정권은 IMF 외환위기 이후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랩벤처 제도를 설립했다.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대학 연구실에서 벤처기업을 만들면 나라에서 자본금을 빌려주고 교수들이 벤처 대표로 겸직할 수 있게 했다. 카이스트 인큐베이팅센터를 활용해 사무실도 저렴하게 빌릴 수 있었다. 최 대표가 랩벤처 메비시스 대표를, 김 대표가 연구소장을 맡으면서 같은 연구실에 있던 이 CTO도 합류했다. 이 밖에도 많은 카이스트 연구실 출신이 메비시스를 거쳐 코어라인소프트에 합류했다.

카이스트 연구실 지도교수가 최 대표에게 메비시스 대표직을 제안했을 당시 그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연구개발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2000년 10월에 결혼하고 2001년 5월에 (삼성을) 퇴사했는데요.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무모한 결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미래의 연구에 집중하던 종합기술원에서 갈증을 느꼈던 그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메비시스는 CT 및 MRI 영상을 분석해 3차원으로 가시화하는 기술로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때마침 치과용 CT 1위 기업인 바텍이 치과용 덴털을 개발해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시점에 메비시스의 의료 영상 소프트웨어를 채택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다시 창업으로

치과용 소프트웨어 판매로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을 때, 이들의 3D 영상 분석 기술을 눈여겨본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전문기업인 인피니트 헬스케어가 인수합병을 제안해왔다. PACS는 기존에 필름 또는 테이프로 저장하던 의료 영상을 디지털 상태로 받아 진료기록을 데이터베이스로 보관·관리·조회·전송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병원 의료시스템을 통합하고 데이터를 클라우드화하는 데 꼭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김 대표는 당시 인수합병을 결정하게 된 이유로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우리 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많이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면서 “기술력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PACS 전문기업의 네크워크를 활용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인피니트헬스케어에 인수된 이후 세 사람은 기획, 연구개발, 해외 사업 등 각자의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PACS 전문기업에서 3D 영상분석 기술의 역할이 주요 사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CTO는 “5년쯤 일해보니 당장 매출을 올리는 일에 계속 매몰되면서 우리의 전문성을 키우긴 힘들겠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나가서 다시 제로부터 시작해보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 역시 “일이 평이하게 진행되는 것보다 도전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세 사람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같았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나보다 잘하는 두 사람이 하는 말이니 설마 굶기야 하겠냐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거들었다.

세 사람에게 서로의 장점을 한 가지씩 말해달라고 했다. 이 CTO는 어려운 상황을 잘 분석해서 체계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하고, 최 대표는 가장 연장자이지만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방식과 넓고 깊은 인간관계를 자랑하며, 김 대표는 어떤 장애물이든 부딪혀서 해결해내고 마는 성실함의 소유자라는 답변이 나왔다.

보수적인 의료 시장에서 신뢰를 쌓으려면 기술과 인적 네트워크를 축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기술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의료 솔루션 분야는 기술력만으로 열리는 시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은 2012년 코어라인소프트를 설립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우리만의 의료 솔루션을 선보이기 전까지는 외부 의료기기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용역 개발을 3년여간 병행하면서 회사를 운영해나갔다”면서 “일감이 없어 어려운 시기를 버티면서 제품화를 고심하던 시기에 때마침 의료 현장에서 폐질환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기술개발에 앞서 이들은 서울아산병원의 폐 관련 임상연구팀으로부터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대한 진단 수요를 파악했다. 당시 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에서도 폐암 조기 검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찾던 참이었다.

폐암은 전 세계 사망률 1위 질환이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고 생존율이 낮아 조기 발견이 필수적이다. 저선량 흉부CT를 사용한 정기적 폐암 검진이 폐암 사망률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의사마다 경험과 직관에 따라 영상 판독 시 편차가 생겨 100%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렵다.

코어라인소프트는 2016년 세계 최초로 AI 기반 COPD 진단 솔루션을 출시했다. COPD는 폐가 굳어 호흡이 원활하지 못한 증상으로, 전 세계 사망률이 4위에 달하지만, 조기 증상이 없어 발병해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병이다. 이듬해에는 환자의 폐 CT 영상데이터에서 폐 결절을 판독해 암 여부를 판단해주는 폐암 검진 AI 솔루션을 선보였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카이스트 시절부터 연구해온 3D 기반 의료 영상 분석 기술에 AI를 도입해 질병 발견과 분석, 예측이 가능한 알고리즘을 구현했다. 폐 결절 검출과 과거 영상 추적 등 진단에 필요한 모든 과정이 AI로 자동화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진단 범위를 폐에서 흉부를 거쳐 전신으로 확장하면서 한국의 암검진을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대만에서 다양한 검진 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국가폐암검진 본사업자로 선정돼 코어라인소프트의 솔루션이 국립암센터에서 시행하는 국가폐암검진 질관리 사업의 공식 솔루션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초 AI가 없던 시절부터 병원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만들어오다가 AI 기술이 대중화되면서부터 의료 소프트웨어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지만 기업공개(IPO)를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나아가는 초석을 다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어라인소프트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IPO는 중요한 주춧돌이다. 글로벌시장을 공략하는 데 레퍼런스를 쌓으려면 충분한 자금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이미 국내에서 국가폐암검진 사업을 진행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의료 기업들을 제치고 유럽 최대 폐암검진 프로젝트인 EU ‘포인더렁런(4-In the Lung Run)’과 독일 한세 프로젝트에 소프트웨어 공급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말에는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밀라노 소재 국립암센터에 솔루션 공급 계약을 확정했다. 이탈리아 전역에 있는 18개 병원 및 암·종양센터가 참여하는 이번 사업은 혈액분석에 의한 폐암검진과의 상관관계 분석에서 세계적으로 유수한 프로젝트다.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들의 사용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더 많은 환자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묻자 가장 말수가 적었던 최 대표가 입을 열었다. “우리의 네 번째 멤버이자 막냇동생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사람이 있으면 자나 깨나 생각나지 않습니까. 우리도 항상 우리 막내가 잘 자라서 한국에서, 나아가 전 세계에서 자기의 역할을 잘할 수 있게 되기를 애정을 갖고 보살피려고 합니다.”

-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사진 신인섭 기자

202202호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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