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기록을 갈아치며 호황을 누렸던 IPO(기업공개) 시장의 주요 상장사 89개사 데이터를 시각화했다. 그리고 상장 이후 2021년 마지막 날 종가까지의 시가총액 변동률을 살펴봤다.
▎데이터 시각화: 이진원 기자 |
|
2021년 유가증권·코스닥·코넥스 시장에 총 134개 기업이 상장에 성공했다. 지난 2000년(251개사), 2015년(177개사) 이래 최대 규모다. IPO 공모금액(재상장, 유가증권 이전상장, 코넥스 제외)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연간 IPO 공모금액과 상장 시가총액은 각각 20조8000억원, 104조8000억원이었다. 이는 과거 최고치였던 2010년(공모금액 10조1000억원, 시가총액 41조7000억원) 대비 거의 2배 수준이다. 2021년 IPO 시장 호황의 배경은 크래프톤(공모금액 4조3000억원), 카카오뱅크(2조6000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2조2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1조5000억원), 카카오페이(1조5000억원) 등 굵직한 기업이 상장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그림 1]
2021년 상장한 주요 기업 89개 업체(재상장, 코넥스, 스팩, 리츠, 코스피 이전상장 제외)를 살펴봤다. 이들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54.9%로, 이 역시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IPO 시장의 호황이 시작된 2020년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 53.3%를 넘겼다.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높은 수익성을 보인 이유는 첫째, 89개 업체 중 35개 기업이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 최대인 100%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소형주는 물론 일부 대형주마저 최대치인 100%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둘째, 다양한 산업에서 상장이 이루어진 가운데, 시장에 부응하는 2차전지, VFX(시각특수효과), 플랫폼 기업 등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주가 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난해 메타버스와 관련해 VFX 관련 기업인 자이언트스텝과 맥스트가 상장해 큰 관심을 끌었으며, 수익성도 높았다.상장 당시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의 2021년 폐장일까지의 변동률을 살펴보면, ▶크래프톤 -7.5% ▶카카오뱅크 51.3% ▶카카오페이 96.1% ▶SK아이이테크놀로지 60% ▶에스디바이오센서 7.5% ▶현대중공업 58.7% ▶SK바이오사이언스 246.2% ▶롯데렌탈 -35.4% ▶피비파마 -34.8% ▶HK이노엔 -11%를 기록했다. [표 1]
IPO 수익률 1위 자이언트스텝각 IPO기업들의 상장 시 시가총액 대비 2021년 폐장일(12월 30일) 시가총액의 변동률(수익률) TOP 5를 꼽았다.[그림 2] 1위는 앞서 언급한 메타버스 관련주 자이언트스텝이 차지했다. 수익률은 636.9%를 기록했다. VFX 1세대 기업인 자이언트스텝은 광고 콘텐트 부문의 시각효과 기술을 갖고 있으며, 자체 연구소 GX랩은 최근 ‘리얼타임 엔진’을 개발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얼굴 애니메이션 자동화 솔루션을 통해 실제 사람을 빼닮은 극사실적 3D 캐릭터를 구현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상당한 콘텐트 제작 능력을 갖춘 만큼 향후 메타버스 시장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2위 역시 메타버스 관련주인 증강현실(AR) 기술 전문기업 맥스트로, 수익률은 355.8%다. 맥스트는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메타버스 플랫폼을 목표로 XR 공간 지도 구축 사업, 공간 임대 플랫폼, 스마트글라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3위는 나노씨엠에스로, 지난해 수익률 314.5%를 기록했다. 나노씨엠에스는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코로나19 사멸램프의 판매를 시작했다. 나노씨엠에스가 개발한 마이크로프라즈마 222nm 램프는 원자외선인 222nm(나노미터) 파장을 가진 램프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을 포함하고 있어 조명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면서 눈의 눈물막이나 피부 각질층을 통과하지 않아 인체에 무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4위는 반도체 부품·소재 전문 기업 지오엘리먼트로, 수익률 271%를 기록했다. 지오엘리먼트는 반도체 생산공정 중 증착·금속 배선과 관련된 부품 및 소재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5위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던 지난해 3월 공모금액 1조원이 넘는 대어급으로 기대를 모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로, 246.2%에 달하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상장일 이후 2021년 폐장일까지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빠진 기업을 살펴보면, 1위는 유전체분석 기업 지니너스(-363%)였고, 2위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 진시스템(-42.2%), 3위 건강기능식품 기업 에이치피오(-38.7%), 4위 건강기능식품 기업 프롬바이오(-38%), 5위 롯데렌탈(-35.4%) 순이었다.올해는 70조원 몸값을 자랑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오일뱅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 1조원 넘는 몸값을 자랑하는 기업만 14곳이 대기하고 있다.[표 2] 2022년의 첫 IPO를 앞둔 지난 1월 19일 LG에너지솔루션의 일반공모 청약에 110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국내 기업공개 사상 최고기록이다. 청약자 수는 440만 명을 넘었다.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쏘카 등 유니콘 기업들도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이들 ‘대어(大魚)’만 상장을 완료하더라도 올해 공모금액은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