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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 TG-C 美 3상 임상 투약 재개 

인보사, 재도약 날개 펴나 

장진원 기자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인보사)가 미국 FDA로부터 임상 투약 재개 결정을 받았다. 더욱이 고관절 골관절염 환자에 대한 임상까지 승인받아 적응증 확대까지 이뤄내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코오롱티슈진 미국 본사에서 신약 개발 중인 연구원의 모습.
인류의 질병사가 지금과 같은 현대 의학의 세계에 편입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세기만 해도 진통제나 마취제 없는 수술이 보편적이었고, 질병 자체보다 수술 후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았다. 비슷한 시기, 파스퇴르가 ‘균(Germ)’이라는 새로운 용어와 함께 살균제를 내놓기까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약은 한약방 서랍에 넣어둔 약초나 약재에 더 가까웠다. 지금같이 화학적으로 대량생산에 성공한 약의 등장은 20세기 들어서였다. 마취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위생 관념이 정착하면서 외과적 수술도 발전했다. 이와 함께 진행된 현대적 의미의 신약 개발은 인류의 질병사를 19세기 이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시킨 일등 공신이 됐다.

그래서 신약의 등장은 인류사의 고비를 이겨낸 이정표로 기록되기도 한다. 끔직한 합병증으로 신음하던 당뇨병 환자를 구원해낸 인슐린, 항생제 페니실린, 합성화학 시대를 연 진통제 아스피린, 그 밖에도 각종 마취제와 소독제, 항말라리아제, 최근의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까지. 인류를 고통의 근원에서 벗어나게 해준 신약들은 그 자체로 과학사의 한 장면이 됐다.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인 TG-C(인보사)도 이른바 ‘꿈의 신약’으로 주목받았다. TG-C는 코오롱그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골관절염 치료 신약으로, 기존 주사제나 수술법과 달리 단 한 번의 주사 투여로 최소 1년 이상 통증이 완화되고 관절 기능 개선 효과까지 확인된 바이오 신약이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개발된 유전자치료제인 TG-C는 골관절염 분야에서는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 관련 업계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거란 기대가 높았다. 기존 치료제 대비 뛰어난 통증 완화 효과는 당연했고, 관절 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근본적 치료제(DMOAD: Disease-modifying Osteoarthritis Drug)로 승인받을 수 있도록 임상 디자인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DMOAD로 인정받은 치료제는 아직까지 없다.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어떤 제약사도 성공하지 못했던 근본적 치료제 시장의 문을 열 것이라 기대됐던 TG-C 투약에 제동이 걸린 것은 2019년 5월 들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임상보류’로 지정하면서다. TG-C 2액 세포의 기원 문제가 임상보류의 이유였다. 이미 2017년 7월 품목허가를 받아 환자 3700여 명이 투약받은 한국에서도 식약처가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고, 현재까지 관련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임상 재개 더불어 적응증도 확대


뜻하지 못한 장애를 만나 고개를 숙였던 TG-C가 최근 부활의 날갯짓을 준비 중이다. 미국 내에서 중단됐던 3상 임상시험이 재개되면서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해 12월 28일 “12월 27일(미국 서부표준시)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 있는 소스 헬스케어(Source Healthcare) 병원에서 TG-C의 임상환자 투약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FDA에서 임상보류 지정을 받은 지 2년 만에 투약이 재개된 것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앞으로 미국 전역에 있는 80여 개 임상기관에서 환자 총 1020명에 대한 투약을 2023년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FDA는 2020년 4월 TG-C의 무릎 골관절염 임상 재개를 허가했고, 더불어 2021년 12월에는 고관절 골관절염(Hip OA)에 대한 2상 임상도 따로 승인했다. 기존 치료 적응 부위 외에 새로운 부위에 대한 임상까지 허용한 사례다. 더욱이 FDA는 고관절 골관절염 환자에 대한 TG-C 임상을 승인하면서 임상시험계획서와 임상 1상을 면제하고 바로 2상에 진입하도록 했다. 코오롱티슈진 관계자는 “이번 임상 3상 재개와 적응증 확대는 그동안 코오롱티슈진이 축적해온 과학적 임상 데이터의 성과를 FDA가 인정해준 것”이라며 “TG-C의 안전성 재확인 외에도 적응증 확대라는 성과까지 거두게 됐다”고 자평했다.

업계에서는 FDA의 TG-C 임상 재개와 적응증 확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FDA가 동일한 세포로 15년간 진행했던 임상시험 데이터를 다시 한번 인정한 셈으로, 방사선 조사 등으로 안전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다. 코오롱티슈진 역시 미국 FDA가 1000명이 넘는 자국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 재개를 결정한 것만으로도 안전성을 인정했다는 취지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코오롱티슈진은 2019년 임상보류 지정 이후 세포 기원 착오 발생 경위와 세포 특성에 대한 추가 실험 자료 등을 FDA에 제출했고, FDA 역시 면밀한 자료 검토 끝에 관련 이슈들이 해결됐다고 밝혔다.

2023년까지 임상 3상 투약을 마치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경우, TG-C는 세계 최초의 근본적 치료제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시장 상황도 긍정적이다. 현재 미국 내 골관절염 환자의 규모는 약 38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TG-C의 주요 타깃인 무릎 골관절염 증상에 대해 처방받고 있는 환자는 약 2000만 명 정도다. 데이터분석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골관절염 시장 규모는 2021년 76억 달러에서 2024년 92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8.3%에 달하는 성장률이다. 또 미국 내에서만 중증 고관절염으로 보험 적용을 받는 45~60세 환자만 약 1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거래중지 중인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이슈도 이번 환자 투약 재개로 파란불이 켜졌다. 코오롱티슈진은 지난 1월 7일 한국거래소에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 행내역서 제출 후 20영업일 이내에 상폐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설 연휴를 전후해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2019년 FDA의 임상 보류 결정이 있은 그해 5월 거래정지 이후 한국거래소는 두 차례 개선 기간을 거쳐 현재 최종 심사를 논의 중이다. 일반적으로 거래소 상폐 심사는 사업 안정성이나 재무적 이슈 외에도 해당 기업의 미래 성장성, 사업 전망 등을 주요한 심사 기준으로 본다. 임상 재개는 물론 적응증 확대까지 이끌어낸 TG-C의 부활 전망이 코스닥 시장위원회의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이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202202호 (2022.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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