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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이수관·홍준 모라이 공동창업자 

완전 자율주행의 꿈 

김영문 기자
올해 미국 CES에서 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기업인 미국 엔비디아가 주목한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자율주행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기술을 가진 ‘모라이’다. 국내 유일의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플랫폼 회사로, 벌써 현대차, 네이버 등 100여 개 고객사가 모라이 곁에 서 있다.

▎올해 모라이는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참이다. 이미 유럽 시장에서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표준을 승인받았고, 미국에도 법인을 세워 현지 사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정지원 CEO는 “글로벌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시장은 표준조차 없는 무주공산”이라며 “앞으로 국내외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표준을 주도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모라이의 정지원 대표, 홍준 CTO, 이수관 CPO.
디지털트윈이란 현실 세계와 똑같은 쌍둥이를 가상공간에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기법이다. 단순히 가상공간에 실제 건설할 건물이나 공장 등을 미리 그려보는 게 아니라 각종 변수 상황을 대입해 가동해보고 최적화된 설계를 뽑아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기술로 도시 전체를 그려볼 수도 있다. 자율주행 테스트부터 최적화된 스마트시티 설계까지 활용법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디지털트윈 역량이다. 이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인 다쏘시스템과 ABB 두 곳 정도만 명함을 내미는데, 이마저도 건설 분야에 국한된 얘기다.

쉽게 뛰어들 수 없다는 뜻이다. 공장이나 건물만 구현하기도 만만치 않은데, 이것들을 한데 담은 도시나 도로를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건 훨씬 까다로울 터. 하지만 한국 스타트업이 실제 도로 환경을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것도 이들의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기술 중 일부다.

“2018년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인 웨이모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무려 10년에 걸쳐 일반 도로에서 1000만 마일(약 1600만㎞) 넘게 달리며 주행 테스트를 거쳤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도로 형태, 지형지물, 보행자의 돌발 움직임에 변화무쌍한 날씨까지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려면 수천만㎞ 주행시험은 필수입니다. 자율주행 테스트가 오래 걸리는 이유죠. 이걸 ‘가상공간에서 하면 기간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지난 2월 11월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모라이 기업부설연구소에서 만난 정지원(33) 대표가 운을 뗐다. 모라이는 정밀지도(HD map)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자동 변환 기술을 적용해 대규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환경을 제공하는 기술 기업이다. 정 대표 말처럼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고 하기에는 이제 판이 꽤 커졌다. 2018년 카이트스(KAIST,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진들을 주축으로 시작한 모라이는 지난 2월 8일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기존 투자사인 네이버 D2SF, 현대자동차 제로원, 카카오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후속 투자에 이어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산업은행 등도 가세하면서 누적 투자 금액 약 300억원을 달성한 것이다.

투자사들은 모라이의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의 기술력을 인정했다. 실제 국내에서 풀스택(full-stack: 관련 운영 시스템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루는 것)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개발한 곳은 이 회사가 유일하다. 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글로벌 가상 자율주행 업체 ‘어플라이드 인튜이션’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솔루션 공급 방식에서는 앞서고 있다.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한 테스트 환경을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웹상에서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른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방식이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기(IT) 전시회 ‘CES 2022’에서도 SaaS 방식의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모라이 SIM 클라우드’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주목을 받았다.


정 대표는 “올해 SaaS 방식을 도입해 기업 고객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웹상에서 테스트하고, 테스트 환경도 고객 상황에 맞춰 구현할 수 있게 했다”며 “국내외 20곳 이상의 도로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매일 1000만㎞ 이상의 자율주행 시험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고객사가 투자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현대차가 모라이의 솔루션을 도입하려다가 주요 투자자로도 나선 사례다.

모라이가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 공동창업자인 이수관(33) 최고제품책임자(CPO), 홍준(33) 대표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덕도 컸다. 원래 둘은 모르는 사이였지만, 연구실에서 두 사람을 모두 겪은 정 대표가 다리를 놨다. 이 CPO는 “정 대표처럼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지만 늘 시선은 자율주행차에 가 있었다”며 “그러던 중 로봇공학을 전공한 홍 CTO를 소개받았고, 2016년부터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레이싱카 자율주행 알고리즘 테스트를 같이하며 알게 됐다”고 했다. 옆에 있던 홍 CTO는 “그때 자율주행차에서 시뮬레이션 개발로 방향을 튼 사건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어떤 계기였나.

홍준 CTO(이하 홍): 2016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로 하고, 레이싱카 알고리즘 테스트부터 진행했다. 테스트 차량에 관련 장비를 싣고 강원도 인제로 갔다. 이곳 도로 상황이 도심처럼 혼잡하지는 않지만, 꾸불꾸불한 도로 덕에 알고리즘과 차량의 각종 센서·기계 장치가 물리는 역학적 관계를 살펴보는 데 도움이 됐다. 우리가 구성한 개발 알고리즘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단골 테스트베드였다. 그러던 중 잘 가던 차량이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알고 보니 목표 주행 트랙 범위를 넘어서자 알고리즘이 예외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주행 통제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검증되지 않은 알고리즘으로 도로 테스트에 나서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이때 깨달았다.

항공우주공학자들이 시뮬레이션 개발로 방향을 트는 게 어렵지 않았나.

이수관 CPO(이하 이): 정 대표가 날 설득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물론 내가 합류했을 때도 강원도 인제로 테스트는 꾸준히 나갔다.(웃음) 나는 모라이에 합류하기 전에 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항공우주공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인공위성 제작사에 다녔다. 당시 내가 일한 분야가 인공위성 개발부터 운영·관리까지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연구였다. 정 대표에게 ‘인제 사고’ 얘기를 듣고 나니 늘 머릿속에만 있던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의 방향이 좀 더 명확해지는 듯했다.

그래도 쉽지 않았을 텐데.

정지원 대표(이하 정): 예상했던 바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도로 환경을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자동화하는 데만 1년 정도가 걸렸다. 이 공간에서 최소한의 리소스로 수만 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테스트할 수 있어야 했다. 제대로 구현도 못 했는데 구동 조건도 까다로웠던 셈이다. 뭐라도 시장에 내놓으려면 셋이 연구실에 틀어박혀 개발에 매달려야 했다.

그 노력 덕분인지 비교적 초기에 네이버와 현대차에서 투자를 받았다.

정: 개발 과정은 꽤 고됐지만, 대학원에서 자율주행 연구를 하며 꾸준히 교류했던 기업 현업팀들이 많이 도와줬다. 이들은 우리 개발계획을 듣고 각종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초기 투자에 나설만한 기관을 소개해줬다. 어떤 팀은 모라이 솔루션이 개발되면 실제 써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덕분에 창업 직후부터 네이버와 현대차로부터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고,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 투자를 끌어내면서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의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지원기업으로 선정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그때가 2020년 초였는데 코로나19가 터진 직후라 투자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다행히도 에이티넘파트너스 같은 유수의 FI(재무적투자자)가 우리를 알아봐줬다.

네이버와 현대차는 주요 투자자이면서 성격이 매우 다른 것 같다.


홍: 그렇다. 창업 직후부터 개발 전반에 이르기까지 두 기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두 기업의 관점은 확실히 달랐다. 네이버의 경우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기술이 가진 희소성과 자율주행 시장의 잠재력, 네이버랩스가 구축한 교통데이터와 연동 여부 등을 따져볼 기회로 삼았다. 현대차는 당장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활용하고 차량에 탑재할지, 차량 외에도 활용할 비히클(UAV, 주행로봇 등)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특히 현대차는 모라이를 단순 기술개발 용역회사가 아니라 양산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 협업 파트너가 될 수 있는지를 치열하게 따져봤다. 실제 우리는 현대차 50여 개 사업부, 실무진 100여 명과 검증 미팅을 거쳤다.

글로벌에서도 ‘디지털트윈’에 정통한 기업이 몇 군데 없다. 모라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이: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가상공간에 그럴듯하게 실제 환경을 본따 그려볼 수는 있겠지만 테스트를 위해 실제 환경 데이터를 가상공간에 투입하고, 시나리오에 따라 나오는 결과 데이터를 가지고 수정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협력사를 비롯한 많은 투자사가 실제 환경과 데이터 갭(차이)은 어느 정도이고, 이걸 줄여나가는 과정과 방안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일단 우리가 단시간 내에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을 크게 두 가지로 설명했다.

두 가지가 뭔가.

이: 창업자 모두 자율주행 분야에 대한 도메인날리지(Domain Knowledge, 전문지식)가 있다. 실제 도로에 나가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가상공간 테스트했을 때 어떤 이점이 있는지 정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개발 알고리즘을 수정해가며 결과물을 쌓아왔기에 정량적인 설득도 가능했다. 인프라도 우리 편이었다. 특히 한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지도 데이터가 잘 구축돼 있다. 정부가 주도해 직접 지도 데이터를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을 반영한다. 심지어 이런 데이터가 무료다.

정: 데이터 인프라뿐만 아니라 첨단 시험설비도 한몫한다. 경기도 화성에 국내 자율주행차 전용시험장(테스트베드) ‘케이시티(K-Ctiy)’가 있다. 이곳에서 우리가 개발한 시뮬레이션이 다양한 시나리오 환경에서 실제 주행과 얼마나 비슷한지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중소기업과 교육기관은 이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비·안개 등 기상 상황, 터널이나 빌딩 숲에서 일어나는 GPS·통신 방해 상황, 자동차와 자전거·보행자가 공존하는 혼잡 주행 상황 등 자율주행차가 대응하기 어려운 3종 가혹 환경시설까지 갖출 예정이라니 기대가 크다.

개발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 역시 인재 찾기다. 시장에 없는 걸 만드는 곳이다 보니 딱 맞는 인재가 없다. 쉽게 말해 시뮬레이터의 경우 게임 소프트웨어 기술, 소프트웨어 검증 기술, 차량 기계 장치들의 물리적인 현상을 묘사하고 이를 소프트웨어와 연동하는 기술을 함께 봐야 한다. 국내에 분야별 기술 전문가는 많지만, 이를 엮어본 이는 없었다. 우리는 없는 사람을 찾기보다는 차라리 ‘기술 융합’ 가이드를 우리가 제시하고, 분야별 기술 전문가가 서로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 집중하기로 했다.

시뮬레이터는 특정 장비의 테스트나 훈련 단계에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만약 완전한 자율주행이 이뤄진다면 시뮬레이터가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

정: 그렇지 않다.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나온다 해도 그 차량이 다니는 도시나 도로 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기존 차량의 자율주행 알고리즘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소리다. 차량 제조사들도 새로운 차량을 만들어내려면 탑재용 알고리즘을 새로 구성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시뮬레이션 테스트가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자율주행 차량에 시뮬레이션 솔루션을 내장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알고리즘이 구현될 기반을 조성할 수도 있다.

맞춤형 소프트웨어 공급에도 활용될 수 있겠다.


▎미국 CES 2022에서 첫선을 보인 ‘모라이 심 클라우드’(MORAI SIM Cloud)를 통해 구축한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미네소타주 덜루스이다.(위) 모라이 심 클라우드에서 실제 도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생성하는 과정이다.(아래)
홍: 최근 새로운 차원의 주행보조(ADAS)가 등장하면서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부터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되는 레벨 3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 이른바 ‘핸즈오프’(비상시 운전자 개입)로, 반드시 핸들을 잡아야 하는 레벨2 ‘핸즈온’ 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현대차는 레벨 3에 맞게 라이다를 적용하고 국토교통부도 관련 규칙을 정비해 정비업체를 찾지 않고도 자율주행 관련 전자·제어장치 등 소프트웨어를 무선 업데이트(OTA)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다. 테슬라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도 수많은 돌발 상황에 대응력을 키우려고 진화하고 있고, 5G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시뮬레이션 플랫폼이 ‘제작’에서 ‘사용’ 단계로의 확장이 가속화될 것이다.

신제품 ‘모라이 SIM 클라우드’에 관심 갖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사서 설치해 쓰는 온프레미스(자체 구축) 방식을 선호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경우 실제 도로 환경에서 마주하기 힘든 상황에 대처하고, 수많은 시나리오와 도로 형태상에서의 테스트 결과를 소화할 수 없다. 앞으로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하려면 클라우드를 도입하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SaaS 방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해야 하는 세상이 곧 올 것이다. 아니 그 변화는 벌써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엔지니어로 출발해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역할도 많이 달라졌겠다.

정: 우리 회사에서 내가 가장 많은 보직을 경험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웃음) 초반에는 시뮬레이터 개발자였다가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로 일했다. 투자를 받아야 할 때는 각 기업 협력팀과 소통하며 밤새 제안서를 만들고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실력 있는 개발자가 늘면서 영업과 행정을 도맡게 됐다. 나중에 영업과 IR 실력자들이 합류하면 그때 또 새로운 보직을 고민해봐야겠다.

개발자가 많은 조직은 특히 소통이 어렵다고 하던데, 실제 그런가.

홍: 현재 모라이 직원 중 약 80% 정도가 개발자다. 나도 개발자 출신이면서 CTO 역할을 맡고 있지만, 개발자들과 소통하는 일이 쉽지 않다. 처음 회의할 때는 서로 쓰는 용어가 달라 한동안 용어를 통일 하느라 고생했다. 다음은 해석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었다. 초반에는 이 간극이 너무 커서 한참 서로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 같은 데이터와 코드를 봤는데, 관점이 달라 당황스러웠다. 뭐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도 없었다. 그저 내가 직원들과 더 소통하고 내가 더 아는 부분, 그들이 더 아는 부분을 인정하고 공유하며 버티고 성장하는 수밖에.

이: 새로 합류하는 분들을 위해 일시적으로 워킹그룹을 꾸리기도 한다. 당장 기존 조직과 충돌하기보다는 소규모 워킹그룹에서 일하며 실력을 점검하고, 사내 분위기를 파악하는, 일종의 ‘인큐베이팅 그룹’ 정도로 보면 된다. 경영진 입장에서도 앞으로 리더로서 성장할 수 있는지 면모를 살펴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로 그간 말하지 못한 고민을 털어놓으면 어떻겠나.

홍: 얼마 전 만난 학교 선배가 건넨 안부에 난 “지원님이 일을 너무 잘해서 그런지 일이 많다”고 해버렸다. 그만큼 요새 일이 많다. 지원님이 대체 이 일을 어떻게 성사시켰나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일감을 끌어온다. 개발자 조직을 이끄는 CTO 입장에서는 많은 일을 어떻게 개발자 조직에 풀어낼지 고민이다.

정: 세 사람 모두 창업자로 출발했는데, 서로 맡은 일이 달라지고 조직이 커지다 보니 인식의 차이가 생긴다. 일단 외부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내 입장에서는 ‘된다’ 싶으면 일단 일감을 따왔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조직 내부와 고객사의 생각을 하나로 이어야 비로소 계약이 성사되는데,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셋이서 테스트할 차를 가지고 강원도 인제로 떠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마주 앉아 얘기할 시간조차 없다. 다행히 최근 홍준님 건의로 월요일은 무조건 세 명이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시장에서 그만큼 모라이를 찾는 이가 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우리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인재가 모라이의 성장 에너지를 함께 누리기를 바란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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