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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투자 플랫폼 DAO,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탈중앙화 자치 조직’으로 알려진 리더 없는 투자 공동사업체 DAO는 아직 많은 의구심을 받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높은 유연성과 아직 엄격하지 않은 규제 덕분에 투자수익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리스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부문에서 아트 블록스(Art Blocks)를 창업해 운영하는 에릭 칼데론은 불안했다. 2021년 2월, 투자자 59명이 인기 NFT 크립토펑크 150종을 모은 희귀 세트를 제작자 라바 랩스(Larva Labs)로부터 직접 매수하기 위해 뭉쳤을 때, 칼데론은 이들 59명에 포함돼 투자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투자자 그룹은 ‘플라밍고’로 불리는 탈중앙화 자치 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s), 일명 DAO다. 투자금 총 1000만 달러를 모아 매주 줌회의(익명으로 남고 싶은 사람은 음성으로만 참여)로 어디에 돈을 투자할지 논의한다. 펑크당 4이더(당시 7200달러)로 나온 크립토펑크 세트를 구매하려면 자본금의 10%를 써야 했다. 인스턴트 메신저 앱 디스코드에서 진행된 회의에서 칼데론이 불안해한 이유 중 하나다.

‘프랭시(Pranksy)’라는 가명의 회원이던 라바 랩스와 다른 채널을 열어 혼자서 150개 펑크를 매수하는 선행 매매를 시도했다는 사실이 발각되면서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졌다. 결국 플라밍고 회원들은 투표를 통해 펑크에 투자하자고 결정했다. 당시 매수한 펑크의 가치는 현재 3000만 달러로 높아졌다. 프랭시의 경우 “상호 합의를 통해” DAO를 떠나면서 “DAO의 절차에 대해 순진하게도 잘 몰랐다”는 말을 포브스에 전했다.

사실 대부분의 미국인이 DAO를 잘 모른다. 물론, 개념 자체는 들어봤을 것이다. 우두머리 없는 투자 단체를 결성해 집단이 민주적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1만7000명이 모여 DAO를 결성해 단 13부밖에 없는 미 헌법 원본 중 하나를 매수하려 한 적이 있었다. 플라밍고를 결성한 트리뷰트 랩스(Tribute Labs)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에런 라이트(Aaron Wright, 41)는 DAO를 “은행 계좌를 가진 하위 레딧”이라고 정의한다. 언론매체에서 DAO를 화려하게 표현하든 어리석게 묘사하든, DAO는 실질적인 대체 투자기구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모델임이 확실하다.

25년 전, 일리노이주 비어즈타운에 있는 교회 지하실에서 시작된 투자클럽 비어즈타운 레이디즈(Beardstown Ladies)의 투자 경험을 다룬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리고 이를 모방한 주식종목선택 투자모임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DAO는 블록체인의 강력한 장점을 접목하여 과거 투자클럽의 개념을 현대화해 디지털 세상으로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DAO는 토큰을 사용하여 효율적인 방식으로 투표를 진행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한편, 무엇보다 유동성을 공급한다. 토큰은 거래 가능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적어도 당분간은 미 증권거래위원회에서 토큰 거래를 허용해줄 것 같지는 않다.

82년 전 만들어진 오래된 ‘투자클럽’ 조항에 따라 회원 수를 100명 이하로 제한한 일부 DAO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회원들이 투자자산 관리에 직접 참여하고 유가증권을 공모하지 않는다면 증권거래위원회의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최종 결정권자가 없는 모델을 ‘무정부 상태’로 규정할 수도 있겠지만, 덕분에 대다수의 헤지펀드나 벤처캐피털, 사모펀드 매니저들이 평균 실적 정도만 내고 정기적으로 받아가는 20%의 수익공유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서 대체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DAO 통합 솔루션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신디케이트(Syndicate)는 다른 스타트업과 손잡고 투자자들이 연간 수수료 2000달러만 내면 모든 법무 및 세무 관련 서류를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리뷰트에서는 DAO가 보유한 원래 투자금의 2%만 연간 수수료로 받고 모든 서류작업을 처리하고 단체 통화 등을 조율해주는 행정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수수료를 여타 펀드 선불수수료와 동일하게 정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모든 수익을 투자자가 가져간다는 것이다.

이 모든 점을 종합해보면, 별 생각 없이 쓴 헤드라인 만으로 DAO를 판단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변호사를 통해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주식회사보다 쉽게 법인을 세우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유한책임회사가 등장했던 것처럼, DAO도 하나의 법적 플랫폼으로 등장했다고 보는 게 옳다. 가장 먼저 DAO에 합류한 얼리어답터들은 의심 어린 눈길을 받았겠지만, 두 번째로 열풍이 불 때가 오면 DAO는 주류 시장으로 옮겨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킨잘 샤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창투사 블록체인 캐피털(Blockchain Capital)의 파트너다. 운용자산이 18억 달러인 블록체인 캐피털은 다른 투자사와 유사한 전통적 수수료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미 펀드가 있음에도 샤는 코모레비 컬렉티브(Komorebi Collective)라는 DAO를 공동 설립했고, 여성 투자자 35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납입자본은 40만 달러이고, 여성 창업자나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벗어난 창업자들이 이끄는 암호화폐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신디케이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여) 기관투자자 조건이나 높은 수수료에 발목 잡히지 않는 투자 기구를 만든 샤는 DAO를 통해 “실험적 시도와 유연한 결정을 훨씬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험적이고 유연한 시도는 보통 기하급수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초창기에 DAO는 구조적 장점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2016년에 이더리움 얼리어답터들이 암호화폐 프로젝트 투자를 위해 ‘더다오(The DAO)’를 설립하고 빠르게 투자금 1억5000만 달러를 모집했다. 그러나 첫 투자를 진행하기도 전에 해킹으로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도둑맞았다. 개발자들이 말 많은 이더리움 포크(재발행)를 진행하면서 해커들은 훔쳐간 전리품을 돈으로 바꾸지 못하며, 취약점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더다오는 해체됐으며, ‘실크로드’와 같은 초기 다크웹의 어두운 이미지가 모든 DAO에 덧씌워졌다.

그럼에도 DAO는 조금씩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다오 생태계 분석 플랫폼 딥다오(DeepDAO)에 따르면, 2018년에는 약 10개의 DAO가 결성됐고, 2020년에 그 수가 200개으로 늘어나고 유형도 다양해졌다. 물론, 당황스러운 사건은 그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특히 사기꾼들이 DAO 암호화폐를 공모로 팔아 치운 다음 투자금을 가지고 도망가는, 일명 ‘러그 풀(rug pull)’이 잇따랐다. 뮤지컬 [더 뮤직맨]의 사기가 디지털 버전으로 펼쳐졌다고 보면 된다. 올해 1월에도 보유 비트코인에 대해 이자 수익을 안겨주겠다고 약속한, 회원 수 2만4000명의 배저다오(BadgerDAO)가 사이버 공격으로 1억2000만 달러를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서부 개척시대와도 같은 무법천지의 세상에도 보안관들이 등장한다. 암호화폐 전문 감사업체 오픈제플린(OpenZeppelin) 자료를 보면, 현재 블록체인 보안 실사를 진행하는 기업은 50여 개에 달한다. DAO도 계속 증가 추세로 현재 시장에는 4000여 개 DAO가 있으며, 이들이 보유한 자금은 80억 달러가 넘는다.

이렇게 수가 많아지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투자 테마를 내세우다 보니 DAO는 미디어의 집중 관심을 받고 있다. 자산 규모가 1억 달러 정도인 플리저다오(PleasrDAO)의 경우, ‘최고기쁨총괄자(Chief Pleasing Officer)’로 있는 재미스 존슨은 “끝내주는 일”부터 “인터넷 문화를 대표하는 자산 포트폴리오” 구축까지 다양한 미션을 가지고 우탱클랜이 단 1장만 출시한 앨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샤오린]을 (주가조작범 마틴 슈크렐리로부터 압수해 간) 연방정부에서 인수하기 위해 400만 달러를 지불했다. 플리저펀드는 미 국가안보국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도망자 신세가 되어 발매한 ‘스테이 프리’ NFT를 매수하기 위해 550만 달러를 지불했고,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홍보하는 암호화폐 도지코인의 마스코트 ‘도지’ 이미지 원본 NFT를 400만 달러에 구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밈 주식 투자와 달리, DAO 회원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는 일반 투자자가 아니다. 개인뿐 아니라 기관이나 법인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앤드리슨 호로비츠와 같은 명문 벤처투자사들도 DAO에 들어가 있다.

스포츠 구단 인수에도 나서

함께 돈을 모아 자신의 도시를 대표하는 스포츠 구단을 인수하는 것은 스포츠 팬들의 오랜 꿈이다. 이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전직 NBA 선수들과 슈퍼팬들을 모집하여 NBA 구단을 인수하는 현실적 방안을 제시하는 크라우스 하우스 다오(Krause House DAO)도 있다.

이렇게 DAO가 합법적인 모습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트리뷰트 랩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법학 교수인 라이트의 공이 크다. 그는 처음부터 DAO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깊이 연구하고 있었다. 2005년 카르도조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스포츠 커뮤니티 사이트 암체어 GM을 공동 창업하여 2006년 200만 달러를 받고 위키피디아 수익 사업부에 매각한 사업가이자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제이-지를 변호했으며 뉴욕 기업법 소송도 진행한 변호사다.

2014년 라이트는 지적인 모험과 더 많은 시간을 벌기위해 모교에서 법학을 강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기술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 클리닉을 시작하고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강의를 하며 자신의 두 커리어를 하나로 합쳤다. 2015년에는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들이 최초의 크라우드세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자문에 응했으며(당시 이들이 30센트에 매각한 이더리움의 현재 거래가는 2500달러) 이후에는 더다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라이트는 더다오에 투자하지 않았다. “어디에 투자하는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그게 효과가 있을지가 100%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우려를 나중에 확인이라도 해주듯이, 증권감독위원회는 더다오에서 발행한 토큰들이 증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등록 대상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7년에 라이트는 스위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데이비드 룬과 함께 트리뷰트 랩스를 공동 창업했다. 법률 계약을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법에 대해 자문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카르도조 로스쿨 졸업생 프리얀카 데사이가 최고운용책임자로 합류했다. 골드러시가 일어나던 시절 금을 담을 도구를 판매한 셈이다. 결국 그 자신도 금 채굴에 나서며 플라밍고를 결성한 핵심 인물 중 한 명이 됐다.

트리뷰트의 DAO는 이더를 자금으로 모집하고 블록체인상에서 운영된다. 핵심 보안조치는 블록체인에 코딩되어 있으며, 운영 주체는 델라웨어의 유한책임사다. 투자자들은 지분권을 토큰이 아니라 지분 형태로 보유한다. 증권거래위원회 감독 및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트리뷰트의 DAO는 소득 20만 달러 이상 또는 투자 가능한 순재산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개인 등 적격 투자자나 투자펀드만 가입을 허락한다. 투자자당 보유 지분은 최대 9%까지며, 라이트는 자신의 보유 지분을 DAO당 1%로 제한한다.

트리뷰트 DAO의 정관에 따르면, 어떤 투자 계약이든 전체 회원의 과반수가 아니라 투표 참석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매수에 나설 수 있다. 불만을 갖게 된 참여자들이 돈을 빼거나 DAO의 세계에서 발을 빼려는 경우 ‘분노의 퇴장’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정관에 있다. 만나서 함께 논의를 하긴 하지만, 원한다면 자신의 정체를 알리지 않고 익명으로 남을 수도 있다. 트리뷰트에서는 변호사와 엔지니어, 금융 전문가 12명이 각자 원격으로 일하면서 모든 참여자의 신원을 조사하여 연방정부의 고객신원확인(know your customer) 요건을 맞추고, 국세청에서 요구하는 K-1 세금보고서를 매년 발행한다. 플라밍고 참여자들은 뉴욕과 캘리포니아,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조세피난지로 유명한) 푸에르토리코, 호주 등에 분포되어 있다.

라이트는 “미국의 법체계는 유럽보다 DAO에 호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회원들이 관리하는 기업을 설립할 때 경영자나 CEO를 반드시 임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는 와이오밍주 정부를 도와 유한책임 DAO를 허락하는 주법을 제공했지만, 델라웨어 주법도 그만큼의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트리뷰트가 DAO 열풍에 불을 지른 덕에 이제는 DAO가 거의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지난 10월 네온 다오(Neon DAO)는 45분 만에 메타버스 투자금 2000만 달러를 모집했으며, 가상세계에 있는 미개발 토지를 매입 중이다. 2개월 뒤에는 음원 NFT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노이즈 다오(Noise DAO)가 결성돼 30분 만에 투자금 700만 달러를 전액 모금하고 회원 모집을 끝냈다. 디지털 패션(메타버스 내 의류·의상에 대한 소유권을 기록한 NFT)에 투자하는 레드 다오(Red DAO)는 9월에 1200만 달러를 모금했다. 회원 중에서는 패션 브랜드들에 NFT 전략을 제공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흔하다. DAO 회원들은 단순한 수동적 투자자가 아니라 직접 업계 종사가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플라밍고는 (부분적으로 플라밍고의 지원과 판매 덕에) 디지털 세상에서 명성을 얻은 무명 아티스트들의 NFT를 대신 판매해서 수수료를 받는 일도 하고 있다.

10년 후 주식·부동산 규모 자금 몰릴 것

그렇다면 DAO 투자는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글로벌 자산관리 산업의 자산 규모는 현재 100조 달러를 넘어가고 있다. 신디케이트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이안 리는 DAO가 이 시장의 최소 2%를 가져갈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 10년 후에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맞먹는 엄청난 자금이 점차 DAO 쪽으로 흘러 들어올 것이라고 믿는다. 벤처투자자이자 시티그룹 암호화폐 총괄이었던 리 CEO는 “앤드리슨 호로비츠, 코인베이스 벤처스, 스눕독, 애슈턴 커쳐, 알렉시스 오해니언 레딧 공동 창업자를 비롯해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투자자 및 투자사들이 신디케이트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태계는 빠르게 성숙하는 중이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밴쿠버에서 90분가량 떨어진 집에서 DAO 산업의 와이콤비네이터가 되려는 시드 클럽(Seed Club)의 리더 제스 슬로스(39)를 만났다. 시드 클럽은 프로그램에 합격한 15개 팀을 위해 8주간의 스타트업 워크숍을 운영하고 있다. 마케팅이나 토큰 발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슬로스는 디지털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거대 인터넷 기업이 가진 힘에 실망하고 불만을 느꼈다. 슬로스는 “이들 기업을 위해 우리가 창출하는 가치가 상당한데도 의견을 낼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나눠주는 지분은 최소한이거나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중세 봉건군주 같은 이들 밑에 있으면서 밭이나 갈아야 하는가?” 봉건군주라니 과장 같지만, 전혀 틀린 표현은 아니다.

지난해 슬로스는 유니언 스퀘어 벤처스의 파트너 닉그로스먼의 지원을 받아 트리뷰트 랩스 DAO를 포함한 수십 명의 에인절투자자로부터 투자금 200만 달러를 모금했다. 게다가 ‘크리에이터와 아이디어를 자신의 노력에 따라 창출된 부에서 투자자와 함께 공정한 지분을 가져가도록 하겠다’는 DAO는 시드 클럽 말고도 많다. 프랑스 핀테크 창투사 QED도 최근 DAO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QED의 파트너 프랭크 로트만은 “DAO의 에토스와 시대정신이 차세대 투자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잘 맞는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신디케이트는 DAO 모델을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키울 방법을 찾고 있다. 이더리움 지갑을 바로 DAO로 바꿔주는, 최대 회원수 99명의 서비스도 만들 계획이다. 이른바 ‘웹 3 투자클럽’으로, 블록체인에 기록된 자본에 대해 투표하고 추적하는 게 가능하다. 기본 금액은 300달러 미만으로, 1월 말에 발족되어 일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200개 DAO가 결성됐다.

함정은 여기저기 있다. 사기꾼들은 돈을 훔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자산 규모가 수조 달러로 불어나면 증권거래위원회도 더는 뜨개질 클럽에나 맞는 재무 요건을 적용해주지 않을 것이다. 투표 수단으로 사용됐다가 투자자 탈퇴 후 소각(파괴)되지 않고 거래가 가능한 토큰은 당국이 증권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탈중앙 거래소 유니스왑(Uniswap)이 이미 존재한다. 로트만은 이에 대해 “대규모의 시민 불복종 사태로 볼 수도 있다”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투자성과 문제다. 군중이 아리스토텔레스의 계몽사상이 아니라 밈 주식의 투자 행태를 따라간다면 DAO는 결국 짧은 생을 마치고 사라질 것이다. 동네 투자모임에서 놀라운 수익을 거두었다며 투자책을 출간했던 비어즈타운 투자클럽의 할머니들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엄격한 검증을 받았고, 결국 이들이 ‘지하실의 버핏’이라는 주장은 환상에 불과했다. 수익률도 시장 평균을 하회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플라밍고 뒤에 있는 얼굴 없는 투자자 집단은 크립토펑크 NFT 말고도 다른 투자에서 흐름을 앞서가는 명민한 결정을 내려 15개월 만에 투자금 1000만 달러를 10억 달러 가까이로 불리는 데 성공했다. 2만3000달러를 내면 가져갈 수 있었던 플라밍고의 1% 지분은 이제 3000이더, 즉 800만 달러에 거래된다. 이제는 플라밍고에 기여할 수 있는 지식과 영향력이 있어야만 신규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블루칩 창투사나 헤지펀드들이 파트너를 찾는 기준과 마찬가지지만, 그들이 가져가는 ‘미친 수수료’만 없을 뿐이다.

※ 브루클린에서 자란 푸디 펭귄 트리뷰티랩스 CEO 애런 라이트와 COO 프리얀카 데사이가 브루클린 우노리엄스버그에 있는 유명 NFT 벽화 앞에 서있다. 회사는 사무실을 두지 않고 경영진만 뉴욕 아파트에서 가상으로 일한다.

※ ‘더다오’ 네트워크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본거지를 둔 제스 슬로스를 만났다. 시드 클럽의 ‘촉발자’인 그는 DAO를 결성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석자들은 수업료로 자신이 발행한 토큰의 3%를 시드 클럽에 양도해야 한다.


- JEFF KAUFLIN, ISABEL CONTRERAS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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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호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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