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된 시장도 동반성장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연평균 36.7%씩 성장해 2025년에는 1600억 달러(191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올 하반기 독일 튀링겐에 중국 밖 첫 공장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중국 본사가 약 18억 유로(2조 4481억원)를 투자한 이 공장에서 연간 배터리 용량 14GWh를 생산할 계획이다. / 사진 : D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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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관련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표하는 등 생산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는 글로벌시장에서 주요 공급처로서 국제 경쟁력을 지속하기 위해서 미래(2030년 경)의 생산 규모 목표를 설정하고 세계시장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일정의 생산 규모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은 규모의 경제에 따른 생산성 향상, 원재료·부재료의 조달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상력 강화, 정보 입수 등에 이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배터리 제조를 위한 업스트림 자원 확보는 주요한 이슈다. 국제적 자원 획득 경쟁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모터와 배터리 제조에 더 광범위한 광물이 필요하다. 실제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최대 6배 많은 광물을 함유하며 평균 340㎏가량 더 무거워진다. 전기차는 자동차에 동력를 공급하기 위해 거대한 광물 집약적 배터리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쉐보레 볼트 전기차에 사용되는 평균 60kWh 배터리팩에만 약 185㎏의 광물이 포함되며, 이는 기존 자동차 배터리(18㎏)의 약 10배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인 리튬의 글로벌 소비량은 2010년 대비 2021년에 283% 증가했다.[그림 1]
IEA(국제에너지기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기차에는 ▶흑연(천연 및 합성) 66㎏ ▶구리 53.2㎏ ▶니켈 39.9㎏ ▶망간 24.5㎏ ▶코발트 13.3㎏ ▶리튬 8.9㎏ ▶희토류 0.5㎏ ▶아연 0.1㎏ ▶기타 광물 0.3㎏이 포함된다. 반면 내연기관차에는 단지 ▶구리 22.3㎏ ▶망간 11.2㎏ ▶아연 0.1㎏ ▶기타 광물 0.3㎏만 포함되고 흑연, 니켈, 코발트, 리튬, 희토류 등은 사용되지 않는다. [그림 2]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은 모두 배터리 성능, 수명, 에너지밀도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기본 음극재이므로 중량도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그리고 전기차 성능을 결정하는 음극은 니켈, 망간, 코발트, 리튬으로 구성된다. 또 전기차 전기에너지를 기계적 에너지로 변환하기 위해 내부에 고정적으로 1.6㎞ 이상의 구리 배선을 포함하기도 한다.
자원 내셔널리즘의 확대글로벌시장에서 광물자원의 수요와 가격은 급상승하고 있다. 특히 니켈은 2021년 이후 전기차 수요 증가, 광산 사고, 파업 등에 따른 공급 우려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코발트, 리튬은 지난 몇 년간 항공기 수요 급감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요가 줄어 가격이 안정적이었지만, 2021년 이후 전기차 수요와 공급부족 우려에 가격이 반전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림 3] IEA의 STEPS 시나리오(공표정책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 광물 수요는 2020년 대비 구리 1.7배, 코발트 6.4배, 리튬 약 13배, 니켈 6.5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4]수요 증가에 대응해 광물 생산국들은 수출금지조치와 같은 자원 내셔널리즘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광업법을 개정해 지난 2014년부터 사실상 고부가가치 광석의 수출을 금지했다. 2017년 재정적자로 인해 수출금지를 완화했지만 2022년부터 일부 니켈 제품에 대한 누진 수출세 부과를 현재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콩고, 세르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멕시코 등 중남미·아프리카 자원국으로 확대되고 있다.각국 배터리 제조업체는 자원 확보 권리 획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 역시 해외 광산 개발 및 자원 확보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지원에 나서고 있다.전기차의 높은 수요와 공급망 불안은 배터리 제조업체의 치열한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는 배터리 산업 혁신의 본거지이며 시장점유율 10대 기업 모두 중국, 한국, 일본에 집중돼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상위 4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 LG에너지솔루션, BYD, 파나소닉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5 ]
중국의 CATL은 불과 10년 만에 최대 글로벌 배터리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CATL은 테슬라, 푸조, 현대, 혼다, BMW, 토요타, 폴크스바겐, 볼보에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CATL 주가는 2020년 160% 상승해 시가총액은 약 1860억 달러(239조원)에 달한다. 1968년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난 창업자 쩡위췬(Zeng Yuqun)을 포함한 주주 9명은 포브스 글로벌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중국에는 글로벌 3대 배터리 제조사 BYD가 있으며 투자계의 큰손 워런 버핏이 이 기업에 투자해 최근 340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2위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셀은 재규어, 아우디, 포르쉐, 포드, GM에, 4위 파나소닉은 테슬라, 토요타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국내 3사의 2022년 기준 점유율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각각 14.9%, 7%, 4%로 총 25.9%를 차지하고 있다. 3사의 성장세는 각 사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는 모델들의 판매 증가가 주요인이다. SK온은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의 판매 증가 덕분에 고성장하고 있다. 삼성SDI는 BMW i3와 iX, 피아트 500 등의 판매 증가가 성장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지난 4월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3과 Y는 유럽, 중국에서 판매량이 대폭 감소했다.미국 등 서방국가 제조업체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에는 미국 내 배터리 생산 확대가 포함돼 있고 유럽 국가들은 수십 년 동안 커져버린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오닉매터리얼스(Ionic Materials),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 실라 나노테크놀로지(Sila Nanotechnologies), 사이온파워(Sion Power), 시오닉에너지(Sionic Energy) 등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며 배터리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미래형 배터리 기술 선점이 관건현재의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각국에서는 차세대 이차전지 연구개발이 한창이다. 현재 리튬이온배터리가 주류지만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이 상용화에 가장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그림 7]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지난 2005년 이래 특허출원 건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2018년까지 1089건이 출원됐다. [그림 8]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의 공통된 목적은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자원의 한계를 넘어 풍부하고 지속가능한 자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미래형 배터리 기술로는 수직정렬탄소나노튜브 전극, 코발트가 없는 리튬이온배터리, 해수에서 추출한 화학물질 배터리, 모래에서 추출한 실리콘 활용 배터리, 금 나노와이어 배터리, 그래바트 그래핀 배터리, 알루미늄공기 배터리, 아연공기 배터리, 나트륨이온 배터리 등이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자원들을 대체하기 위해 다양한 물질을 도입하고 있으며 충전 시간을 줄이거나 충전 주기를 늘리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결론적으로 배터리 산업은 배터리 셀 제조뿐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소재, 생산설비,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 등이 복합적으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다만 자원 확보부터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까지 현재 극복해야 할 주요 이슈가 많다.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향후 큰 성장이 기대된다. 배터리 화학물질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자동차 제조업체가 다양한 특성을 가진 새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적용될지 점쳐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든 배터리 생산업체의 전망은 밝다는 것이다.
- 포브스코리아 인텔리전스 유닛 lee.zino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