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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주 뉴로티엑스 대표 

전자약으로 구현한 ‘개인 맞춤형 치료’ 

노유선 기자
뇌신경 전기자극으로 병을 치료하는 전자약이 미래 헬스케어로 각광받고 있다. 전자약은 환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환자 맞춤형 전기자극을 가하는 의료기기다. 수면장애, 인지기능장애,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병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학과 의학을 두루 경험한 김동주 뉴로티엑스 대표는 “전자약에 대한 흥미는 필연이었다”고 말했다.
전자약(electroceutical)이 기존 약물을 대체할 수 있을까. 전자약은 전자(electronic)와 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로, 전기자극을 이용해 특정 질환을 치료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의료기기다. 전자약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지 않다. 환자 상태에 대한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일정한 자극을 가하는 기기는 전자약이 아니라 전기자극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전자약 개발업체 뉴로티엑스(NeuroTx)의 전자약은 남다르다. 김동주 대표는 “뉴로티엑스의 전자약은 환자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환자 상태를 파악한 뒤 그에 기반한 적절한 자극을 가한다”며 “미래 헬스케어로 불리는 ‘환자 맞춤형 치료’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헬스케어가 환자를 진단하고 질환을 치료, 관리하는 데 국한돼 있었다면, 미래 헬스케어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는 환자 중심 의료를 뜻한다. 웨어러블 센서와 빠른 통신속도, 정보통신기술(ICT)의 진보 덕분에 환자 생체 데이터는 양적, 질적으로 향상됐다. 관건은 이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뉴로티엑스가 개발 중인 전자약은 축적된 데이터를 AI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분석, 환자 상태에 맞는 전기자극을 가하거나 향후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예측해낸다.

전자약, 공학과 의학의 만남


전 세계가 전자약에 주목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글로벌 전자약 시장은 연평균 8.5%씩 성장해 2028년 448억8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자약 제품 다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출시됐다. 하지만 전자약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자약 개발업체는 극소수다. 이같이 열악한 상황에서 2015년 김 대표는 국내 전자약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학 때부터 막연히 사업을 꿈꿨던 그는 당시 사업 아이템에 대한 청사진도 없었다.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하다 떠오른 것이 전자약이었다. 공학도였던 김 대표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박사과정 중 신경외과 및 중환자의학과 병동과 수술실을 오가며 의료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김 대표는 “공학과 의학의 접점인 전자약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필연”이라며 “흥미에 그쳤던 전자약을 분석한 결과(상용화) 가능성에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전자약에 뛰어든 것은 비전 때문이었다. 통계분석에 그쳤던 AI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었다. AI는 단순한 데이터분석에서 더 나아가 실시간으로 고차원 데이터를 취득, 분석하고 어떤 대응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는 AI를 전자약에 적용한다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궁리했다. 그 결과 일상생활에서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처치를 행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 이것이 그의 비전이 됐다.

뉴로티엑스는 AI를 이용해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한 전자약을 개발하고 있다. 개인의 생체신호나 생리 신호를 획득해 이를 AI로 정밀하게 분석하고 환자에게 바이오피드백을 주는 방식이다. 증상 완화와 치료를 위한 전기자극은 개별 환자 상태에 따라 상이하다. 김 대표는 “AI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치료를 구현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것이 뉴로티엑스가 동종 업계 타사와 구분되는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뉴로티엑스의 헬스케어 및 웰니스 제품군을 오토티엑스(AutoTx)라고 명명했다. 오토티엑스는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와 치료(therapeutics)를 합친 말로, 인간의 자율신경계 밸런스를 회복해준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새로운 제품군인 뉴로에이드(NeuroAid)를 론칭했다. 뉴로에이드의 세 개 파이프라인은 수면장애를 위한 슬립에이드(SleepAid), 인지기능 강화 효과가 있는 코그에이드(CogAid), 파킨슨병에 특화된 피디에이드(PDAid)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메인 제품은 슬립에이드다. 슬립에이드의 소형 패치를 목과 머리에 부착하면 센서가 뇌파, 수면 패턴 등의 정보를 수집해 서버로 전송한다. 서버로 들어간 정보가 AI의 딥러닝 데이터분석을 거치면 환자 또는 사용자 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법이 도출된다.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환자가 대상인 코그에이드는 인지력 증가를 위한 게임과 함께 사용된다. 피디에이드는 파킨슨병 환자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뉴로티엑스의 제품은 효과 검증 단계를 거치고 있다. 그는 “연구자 임상 결과, 제품의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충분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용화는 시기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올해 하반기 중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와 협업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올해 하반기까지 모든 절차를 밟고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화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제품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김 대표는 가격에 대해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단가가 높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단가 때문에 제품을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수면 문제는 이윤 추구라는 기업적 목적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며 “제품을 판매해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제품을 통해 양질의 수면을 취하고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학술과 사업의 시너지

김 대표는 창업 후 가장 어려운 문제로 ‘사람’을 꼽았다. 뉴로티엑스 직원은 약 30명. 그는 “이들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 더불어 일하는 것이 사업”이라며 “불확실성이 높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람을 종이비행기에 비유하며 “종이비행기를 던지면 앞으로 가는 듯하다가 옆으로 향하면서 어딘가에 도착한다”며 “도착 지점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가 사업상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이 된 존재 또한 ‘사람’이었다. 그는 혼자서 이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며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저와 같은 곳을 바라봐주신 덕분에 사업상 어려움을 서서히 극복해가고 있다”며 “자본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고 바로 사람이 사회의 시작이자 끝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업가 외에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 뇌공학과 교수인 그는 교수와 사업가 둘 중 하나를 고르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교수와 사업가를 겸하는 것을 두고 불안하다고 말한다”며 “‘사업은 올인을 해도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는 조언을 듣곤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두 직업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술적인 부분과 사업적인 부분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시너지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교에 있지 않았다면 AI나 딥러닝 등의 기술을 고도화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회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로티엑스는 글로벌 진출 계획을 구상 중이다. 수면장애, 인지기능장애, 파킨슨병과 같은 적응증은 고령화가 진행 중인 선진국 및 중진국에서 일반적인 문제다. 특히 미국은 새로운 헬스케어 기기 사용에 적극적이라는 평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하고자 국내 인허가와 미국 내 인허가 모두를 서두를 계획이다.

뉴로티엑스의 최종 목표는 자율신경계 관련 질환의 치료 및 관리를 위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의 자극을 전달하는 전자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거창한 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사업가로서 발을 내디딘 이상 꿈으로만 그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2206호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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