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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에서 디즈니를 꿈꾼다 

 

월트 디즈니는 초기 영화산업을 활용해서 자신의 엔터테인먼트 제국을 세웠다. 마블은 만화책에서 같은 수법을 썼다. 54세 창업 전문가 버드니츠는 괴상한 콘텐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다가오는 메타버스에서 활약할 멀티미디어 캐릭터들을 만들었다.
미래 메타버스 문화의 중심지는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에서 5000㎞ 떨어진 곳일지도 모른다. 버몬트주 벌링턴에 있는, 100년 된 목재와 벽돌 창고 말이다. 섐플레인호 기슭에서 슈퍼플라스틱의 설립자 폴 버드니츠와 디자이너팀은 지난 5년 동안 팬 수백만 명을 끌어들이기 위해 디지털 캐릭터들과 복잡한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런 것들이 향후 엔터테인먼트, 음악, 패션, NFT, 암호화폐 등 새로운 웹3의 세계에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일지도 모른다.

슈퍼플라스틱의 느와르 테마 세계는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보다 매트릭스에 가깝게 느껴진다. 그 세계의 다채로운 거주자들은 제각기 수백만 명에 달하는 소셜미디어 팬을 끌어모았다. 또 크리스티 등에 NFT 수만 개를 판매해 2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들은 패리스 힐튼과 파티를 벌이고, 포트나이트에서 놀고, 래퍼 겸 가수 J 발빈과 물리적 수집품을 컬래버하고, 구찌 모델이 되어 돈을 받기도 한다.

버드니츠는 “우리 회사는 계속해서 성장하는 캐릭터들의 유니버스”라며 “인기를 얻으면 어떤 디지털 시장에서든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있고 시청자를 존중하는 곳, 내가 멋진 것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떤 시장에서든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플라스틱은 1900년대 초 신문 만화에서 영감을 받아서 2020년 첫 캐릭터를 출시했다. NFT가 팬데믹 중반에 시대정신이 되기도 전의 일이다. 그러나 만화와 달리 이 캐릭터들은 메타버스라는 특성상 디지털 콘텐트와 물리적 수집품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갈 수 있었다. 고양이처럼 생긴 캐릭터 얀키는 대중문화와 음악, 운동화를 좋아한다. 가장 허영심이 강하다고 알려진 토끼 캐릭터 구기몽은 공포영화와 패션을 좋아하지만 불법 약물과 우울증에 대한 콘텐트도 게시한다. 나중에 추가된 데이지는 상거래와 IT에 해박한 래퍼다.

버드니츠는 “우리 캐릭터들은 대단히 현대적”이라며 “캐릭터들은 진화한다. 나는 오래 기다리기에는 성격이 너무 급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IT, 엔터테인먼트, 상거래, 패션 분야에 걸친 투자자들은 슈퍼플라스틱의 독특함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18년 시드 라운드 이후 슈퍼플라스틱은 거물 벤처 투자 업체(구글 벤처스, 인덱스 벤처스), 연예인 에인절투자자(애시튼 커처, 저스틴 팀버레이크, 체인스모커스, 자레드 레토) 등 각계각층의 후원자로부터 총 46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버드니츠는 포브스에 슈퍼플라스틱이 아마존, 소니 재팬, 애니모카, 케링(구찌와 발렌시아가의 모그룹) 등으로부터 400만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추가로 받았다고 밝혔다. 새로운 투자자들은 현금과 명망, 글로벌 미디어 및 커머스에 대한 접근성을 제공한다.

아마존과의 거래는 좀 더 장기적인 방송 및 만화 형식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니는 아시아 내 음악·영화 배급에 핵심이다. 애니모카는 이미 리브 레이싱, 더 샌드박스 내에서 슈퍼플라스틱과 NFT로 협업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미 NFT나 구찌를 통한 수제 도자기 캐릭터 조각상 등으로 슈퍼플라스틱과 협업한 케링은 새로운 디지털 및 물리적 제품 유형을 모색하고 있다.

슈퍼플라스틱은 케링이 지난해에 알렉산더맥퀸이나 이브생로랑 등 럭셔리 브랜드를 과도하게 노출하지 않으면서 비즈니스를 혁신할 방법을 찾기 위해 투자한 여러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다. 그 밖에 투자한 기업으로는 중고 패션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영국 럭셔리 핸드백 구독 플랫폼 코쿤.클럽, 쇼핑 가능한 스트리밍 플랫폼 NTWRK 등이 있다. 케링의 최고고객디지털책임자인 그레고리 부테는 초기 실험 결과 이미 NFT에 “상당한 수요”가 있으며, NFT의 배타적이고 창의적인 특징이 명품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테는 “이 트렌드가 뜨고 있으며 우리 업계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확히 어떤 영향일지는 확신할 수 없으니 가까이서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피규어 제작자의 인생2막

수차례 창업을 경험한 버드니츠는 2002년에 장난감·엔터테인먼트 업체 키드로봇을 설립하고 2013년에 매각했다. 2014년에는 광고가 없는 소셜네트워킹 플랫폼 엘로를 설립했다. 10년 전에는 벌링턴에 자전거 가게 버드니츠 바이시클을 열었지만 팬데믹 도중 문을 닫았다.

버드니츠의 책상 옆 벽에 붙은 포스터에는 ‘노스탤지어에 죽음을’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키드로봇을 설립한 시절부터 가지고 다니던 구호다. 그렇다고 해서 버드니츠가 과거에서 영감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버드니츠의 캐릭터는 크레이지 캣이나 이그나츠(1913년부터 1944년까지 신문에 연재된 만화 캐릭터) 같은 과거의 만화 캐릭터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또 버드니츠는 벨기에 만화 아스테릭스와 땡땡도 좋아한다.

어떤 의미에서 슈퍼플라스틱은 버드니츠의 인생 제2막이었다. 버드니츠의 지도하에 10년 동안 키드로봇은 다양한 방송과 브랜드를 취급했다. [심슨 가족], [아이언맨], [사우스 파크], [패밀리 가이] 등의 피규어를 제작했다. 폴크스바겐이나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와 컬래버하고, 나이키와는 신발을, 버튼과는 스노보드를 함께 만들기도 했다. 버드니츠의 캐릭터 수십 개는 지금도 뉴욕현대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버드니츠는 키드로봇에서의 경험에서 슈퍼플라스틱의 근간이 되는 핵심 교훈을 얻었다. 지식자산을 절대 그냥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새 키드로봇 캐릭터를 만들어서 다음 방송에 내보내기로 계약했지만 그 방송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캐릭터는 결국 어딘가의 스튜디오에 방치되고 말았던 일을 기억한다. 하지만 12년 전에 만든 적 없는 영화에 대한 사용료는 여전히 받고 있다.

버드니츠는 “과거에 애니메이션 미디어가 만들어진 방식이 그랬다”며 “아티스트가 훌륭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면 대형 스튜디오에 판매한다. 그러면 스튜디오가 이를 이용해서 돈을 벌고, 일반적으로는 망치고 만다”고 말했다.

버드니츠는 만화영화 제작자 월트 디즈니에게서도 영감을 받았다. 1950년대에 디즈니는 미키를 만들고 그와 관련된 모든 지식자산을 자신이 가졌다. 그 덕분에 디즈니는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을 발휘하면서 영화, TV, 물리적 제품과 테마파크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세계를 위한 비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버드니츠는 말했다.

디지털 수집품 인기 호재

디지털 유명 인사와 가상 캐릭터는 급속도로 인기를 얻었다. 지난 3월 디즈니의 전 CEO인 밥 아이거는 지니즈에 투자하고 이사회에 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니즈는 사람들이 가상 3D 아바타를 만들게 해주는 스타트업으로, 10억 달러로 가치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주요 할리우드 기획사들은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 크립토펑크, 미비츠 등 인기 NFT에서 탄생한 여러 디지털 캐릭터와 브랜드, 팬, 콘텐트, 상거래 등의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대형 에이전시 UTA의 마케팅 임원인 새라 얼리는 “이 분야를 나중에는 소셜미디어를 보듯이 돌이켜보게 될 것”이라며 “모두가 그 안에서 역할을 하려고 할 것이다. 전략이 없이 뛰어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슈퍼플라스틱의 계획에는 항상 캐릭터가 중심에 있다. 모든 영화, 음악, 스토리, 스폰서는 캐릭터에서 나온다. 디지털 수집품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오랜 시간 물리적 한정판 상품을 제작하고 판매해본 버드니츠에게 호재다.

브라이언 로젠블랫은 2019년 슈퍼플라스틱에 투자한 샌프란시스코 소재 벤처캐피털 크래프트 벤처스의 파트너다. 슈퍼플라스틱이 지난가을 시리즈A 라운드에서 2000만 달러 투자금을 발표했을 때 로젠블랫은 포브스 인터뷰에서 버드니츠가 “창의적인 천재”라며 “신흥 종교 같은 브랜드 추종자를 모았던 경험이 있으며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대한 안목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슈퍼플라스틱의 시리즈A 라운드에 투자했던 시러그 캐피털의 총괄 파트너 모셰 리프시츠는 “내가 그동안 투자했거나 일했던 그 어떤 IT 회사와도 다른 분위기”라며 “버드니츠가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식에는 뭔가 유쾌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실 세계에서의 야심 또한 슈퍼플라스틱이 눈에 띄는 이유다. 슈퍼플라스틱은 최근 BAYC와 새 플라스틱 장난감 컬래버를 진행했다. 6월에는 뉴욕시에 물리적 상품을 판매하고 NFT 소유자를 위한 비밀 방을 갖춘 매장을 열 계획이다. 여러 파트너와 초밥 음식점을 열고 얀키와 구기몽이 출연하는 ‘코미디 힙합 공포’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할 준비도 하고 있다.

얀키와 구기몽의 팬들이 이들을 따라 영화관에 가고, 앨범을 듣고, 상품을 구매하고, 그 토끼굴을 따라 더 깊은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 슈퍼플라스틱 설립자 겸 CEO인 폴 버드니츠가 버몬트주 벌링턴에 자리한 슈퍼플라스틱 본사에서 촬영에 응하고 있다.

※ 얀키, 구기몽, 데이지는 슈퍼플라스틱이 메타버스를 위해 만든 캐릭터 유니버스의 세 캐릭터다.

※ 슈퍼플라스틱이 구찌와 컬래버하여 제작한 NFT 가운데 하나의 이미지.


- MARTY SWANT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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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호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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