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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가 만난 TREND LEADING COMPANIES(9) 최용호 갤럭시코퍼레이션 대표 

메타버스가 연 본캐·부캐 공생시대 

신윤애 기자
모두가 부캐(부캐릭터) 한 개쯤은 갖고 있는 세상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SNS에서 조금씩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유명인일수록 부캐는 더 다양하다. 박진호 대표가 유명인의 IP를 활용한 부캐 사업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메타버스 기업을 찾았다.

▎최용호 대표는 “연예인의 부캐 IP로 올해 700억원이 넘는 매출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사진 속 공간은 갤럭시코퍼레이션의 회의실이다. 감옥 콘셉트로 꾸민 이 공간에는 미국의 감옥에서 볼 수 있는 2층 침대와 스테인리스 양변기를 그대로 구현해냈다. 직원들은 양변기를 의자처럼 사용한다.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 메타버스(metaverse)의 사전적인 의미다. 한마디로 ‘가상세계’를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온라인 추세가 확산되면서 메타버스가 급물살을 탔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고 메타버스 관련 기업들은 교육, 헬스케어, 전자상거래 부문 등 공격적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엔 은행들도 메타버스에 올라타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2018) 속 세상이 곧 현실화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도 많다. 그것도 20년 이상 빨리(영화에선 2045년이다) 말이다.

메타버스 산업은 현재진행형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미래가치와 전망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뜨겁다. 일례로 팀 쿡 애플 CEO는 “새로운 기술을 탐구해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내는 우리는 최근 메타버스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자주 이야기한다”고 긍정적으로 표현한 반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현재로선 메타버스를 활용해 강력한 성공을 거둔 사례를 보지 못했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가상세계라는 개념 자체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니까 아직은 지켜보자는 기업이 많겠죠. 호기롭게 시작했어도 이익을 못 내는 곳이 많은 게 사실이고요. 반면 갤럭시코퍼레이션은 큰 보폭으로 경쟁자들을 앞지르며 성공 사례들을 쌓아가고 있다고 감히 소개합니다.”

박진호 대표의 말처럼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업계 선두 기업이다. 스타트부터 빨랐다. 방송인 유재석이 ‘유산슬’, ‘유두래곤’, ‘지미유’로 활약하며 ‘부캐’라는 개념을 대중화하기 전인 2019년부터 가수 매드클라운의 부캐 ‘마미손’을 예능, CF 등에서 활용하며 이미 수억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현재는 산이, 더원, 폴킴, 인순이 등 80명 넘는 연예인의 부캐를 만들었고, TV조선과 손잡고 자회사 페르소나스페이스에서 최초의 메타버스 TV 예능 [부캐 전성시대]를 외주 제작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SKT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누리호 2차 발사 기념행사와 라이브 응원 이벤트도 열었다. 이 외에도 연예인 IP를 활용한 부캐로 차별화된 프로젝트를 다수 기획하고 진행하며 메타버스 시대를 리딩하고 있다.

기업가치도 쑥쑥 오르고 있다. 최근 마무리된 시리즈 B에서 갤럭시코퍼레이션은 투자금 약 200억원을 유치했다. 지난해 10월 시리즈 A에서 기업가치를 1200억원으로 인정받았는데, 시리즈 B에서는 2700억원으로 평가받았다. 이에 힘입어 내년을 목표로 코스닥 상장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8월 17일, 박진호 대표와 함께 여의도 IFC몰 53층에 둥지를 튼 화제의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 사무실을 찾았다. 서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고층 사무실의 멋진 전경에 감탄한 것도 잠시, 감옥을 구현해낸 독특한 인테리어에 곧바로 시선을 뺏겼다. 가상 감옥이지만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자잘한 소품에도 공을 들인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최용호입니다. 영어 이름은 스코필드(Schofiled)예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광팬이어서 주인공 이름을 그대로 썼습니다.”

건네받은 명함엔 스코필드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사무실 콘셉트가 감옥인 것도 [프리즌 브레이크]의 영향이라고 했다. 박진호 대표가 사무실을 둘러보며 “여의도 고층 빌딩에 콘셉트 강한 사무실을 꾸민 대표님의 용기와 실험정신이 매우 놀랍다”고 웃어 보이자 최 대표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감행했다”고 화답했다. 다음은 박진호 대표와 최용호 대표의 일문일답이다.

지금도 ‘메타버스 시대가 진짜 도래할까?’, ‘진짜 대세가 될까?’라는 의심이 걷히지 않았는데, 사업을 시작했던 3년 전엔 투자를 받거나 사업을 확장해나갈 때 어려움이 더 컸을 것 같다. 그때 메타버스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현재 힘들어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고. 그런데도 대표님은 네이버Z, 두나무 등으로 부터 수백억원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설득 포인트가 궁금하다.

난 모든 분야에 메타버스가 적용된다고 믿는다. 현재는 메타버스가 미디어 산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커머스, 의료, 금융, 유통 등 어떤 산업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배척하거나 어려워하는 이유는 현실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메타버스는 현실을 ‘리플레이스먼트’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 가상을 더하고, 가상에 현실을 더해 액셀러레이팅’한다고 봐야 한다. 이처럼 메타버스의 개념과 활용 방안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투자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상세계가 아니라 현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가상공간이라는 건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점점 현실과 연결되고, 공존하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상공간과 아바타(가상인간)만 있는 게 초기의 메타버스1.0이라면 메타버스2.0은 인간과 아바타가 공존하는 공간을 뜻한다. 우린 메타버스2.0을 지향한다. 나아가 요즘에는 공존을 넘어 공생을 고민한다. 인간과 아바타가 같이 축구를 하고, 식사를 하고, 함께 출근하는 세상을 꿈꾼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이 외주 제작한 [부캐 전성시대]에서 가수와 그의 아바타가 듀엣으로 노래하는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 방금 말씀하신 ‘공생’을 예능에서 실현한 건가.

맞다. 2년 전쯤 ‘예능을 메타버스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메타버스를 가장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포맷이 예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능은 짜인 각본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상황을 유발해 재미 요소를 이끌어낸다. [1박 2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표적이다. 현실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에 가상의 영역을 접목해 ‘메타 버라이어티’를 만들고자 했다. 현재 JTBC의 [뭉쳐야 찬다] 시리즈, KBS의 [1박 2일] 등 13개 예능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하고 있는 것도 추후에 메타 버라이어티를 만들기 위함이다.

여러 사업을 하고 계신 것 같다. 그럼에도 갤럭시코퍼레이션의 핵심은 연예인 IP를 활용해 부캐를 만들고 부캐의 IP로 수익을 내는 것이라고 보면 되나.

한 가지 정정하자면 여러 사업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메타버스 사업만 한다. 우리 회사의 핵심 사업인 연예인 부캐 사업은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부가가치가 높은 연예인(본래 캐릭터)의 IP는 소유할 수 없지만 부캐의 IP는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부캐는 본캐 못지않은, 아니 넘어서는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있지 않나. 본캐가 바쁘거나 휴식을 취할 때도 부캐는 다른 곳에서 열심히 돈을 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부캐를 가장 잘 활용하는 연예인으로 매드클라운이 꼽히는데, 그의 부캐인 ‘마미손’은 돈을 꽤 잘 번다. 지난 4월 조각투자 플랫폼 트레져러에서 진행된 ‘마미손’의 대체불가능토큰(NFT) 조각투자 모집이 오픈 3초 만에 마감됐는데, 6000만원에 낙찰해 화제가 됐다.

마미손은 고무장갑이 연상되는 복면을 뒤집어쓴 모습이고, [부캐 전성시대]에서 듀엣으로 등장한 가수 더원의 부캐는 구멍 난 양말에 허름한 슈퍼맨 티셔츠, 파랑 트레이닝복을 걸친 모습이었다. 연예인들은 이미지가 생명 아닌가. 애써 쌓아 올린 이미지를 훼손할까 우려하는 연예인이 있을 것 같다.

우린 연예인의 부캐를 제작하기 전에 ‘어렸을 적 꿈이 무엇이었는지’ 딱 한 가지만 질문한다. 더원은 이 질문에 ‘슈퍼맨’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슈퍼맨 티셔츠를 입혔다. 트레이닝복과 구멍 난 양말도 그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다.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성공하기 위해 간절히 노래하던 모습을 재현하고 싶어 했다. 이 외에도 키가 작아 고민이라는 가수 원슈타인은 15등신 부캐를 만들었고, 배우 이지훈은 자신의 전성기 시절인 20대 초반의 모습을 재현했다.

부캐 대부분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모습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는 적은 편이다. 사실 별다른 설명이 없다면 아바타의 본캐가 누구인지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다.

K컬처 전파하는 컬처 사이언티스트가 꿈


▎갤럭시코퍼레이션에는 ‘감옥’ 콘셉트 외에도 ‘우주’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이 있다. 우주인 모형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최용호 대표(왼쪽)와 박진호 대표.
캐릭터의 모습으로 만든 이유가 있나. 최근 광고나 홈쇼핑 방송 등에 등장하는 가상인간을 보면 실제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현실적이니 말이다.

아바타를 만들 때 두 가지 옵션을 제시한다. 캐릭터성으로 만들거나 현실에 가까운 실감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연예인이 선택한다. 대개 활동 중인 연예인은 캐릭터성을 선택하고, 망자이거나 특별한 이슈가 있는 연예인은 실감형을 선택한다. 최근 아바타의 트렌드는 캐릭터성에 가까운 것 같다. 삼성과 LG의 아바타는 3D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얼굴은 캐릭터, 몸은 실감형의 느낌인데, 싱크로율이 70% 정도 된다고 본다.

캐릭터성 아바타는 단순히 트렌드인 건가.

그렇지는 않다. 나와 싱크로율이 90~99%인, 똑같이 생긴 아바타가 있다고 상상해보라. 보통은 ‘무섭다’거나 ‘기분이 나쁘다’고 싫어한다. 복제인간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과 아바타가 친구 되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에 친밀감이 드는 캐릭터성 아바타를 선호한다.

지금까지 연예인 80여 명의 아바타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계속 늘려갈 계획인가.

일주일에 한두 명씩 계속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최소 300명대의 연예인 부캐 IP를 모으고 싶다. 이들을 모아 마블의 [어벤져스] 같은 아바타 군단을 만드는 게 꿈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히어로를 모아 영화 [어벤져스]를 만든 마블은 또 다른 세계관과 IP를 탄생시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또 메타버스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자 하는데, 고인이 된 유명인을 아바타로 되살리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고인이 되신 송해 선생님을 비롯해 듀스의 김성재, 배우 김자옥 등을 아바타로 재현해냈다.

고인을 다루는 일은 조심스러울 것 같다.

철학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왜 부활시켜야 하는지,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등이다. 생전 인터뷰 등에서 밝혔던 그들의 소망이나 약속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지키지 못한 가족과의 약속, 팬과의 약속을 아바타로 되살려 지켜낼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고인뿐 아니라 최근엔 클론의 강원래씨를 아바타로 만들었다. 본캐는 두 발로 딛고 서서 춤출 수 없게 됐지만, 그의 아바타는 여전히 클론의 멤버로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를 활용해 따뜻한 휴머니즘을 구현하는 일도 하고 있다.

대표님의 창의력 덕분인가, 메타버스의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게 느껴진다. 남다른 창의력은 자유롭게 보낸 학창 시절에서 비롯됐나.

중고등학생 때 학교를 거의 다니지 않고 혼자 4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경험했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시던 아버지의 권유였다. 공부도 좋지만 세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그 덕분에 어린 나이에 넓은 세상을 경험했고, 남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 또 우리나라 학생들은 잘 도전하지 않는 창의력 올림피아드에도 참가했는데 국내에서 2등, 세계에서 8등을 차지했다. 첫 사업도 일찍 시작할 수 있었다. 23살 때 프랑스 리옹에서 케이컬처라는 회사를 차려 종합한류문화를 소개하는 잡지 ‘케이웨이브’를 발행했다. 첫 호가 3만여 부 판매됐고 꽤 인기가 좋아 나중엔 루마니아, 러시아, 일본 등 총 11개국에서 발행했다. 케이웨이브의 성공으로 한국에 와서 KBS의 한류문화 종합 매거진 ‘KBS 케이웨이브’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당시 잘나가는 아이돌 대부분과 작업했고, 도산공원 근처에 큰 스튜디오까지 세우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잡지는 발행할수록 한계가 느껴졌다. 디지털전환을 시도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결국 사업을 접었다.

이후 과정은.

메타버스로 오기 전에 중간 과정이 있다.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하고 있을 시점에 우리가 실검 광고 대행을 맡아 진행했다. 검색어 알고리듬을 활용해 광고주를 검색어 순위에 노출시키는 작업이다. 당시 광고주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마케팅 수단이었다. 실검 서비스가 없어지기 전까지 2년 반 정도 우리 회사가 업계를 장악했다. 200억원 넘게 수익을 올렸다. 이전 사업에서 생긴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사업을 구상하던 중 마미손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의 IP를 인수했고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메타버스 사업 중에서도 연예인 부캐를 선택한 건 매거진을 발행하면서 연예인의 IP가 얼마나 강력하고 범접 불가능한 것인지 인지했기 때문이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이 문을 연 2019년은 코로나19가 시작된 해다. 메타버스라는 아이템이 급부상한 시점이기도 하고. 메타버스 초창기와 3년이 지난 지금을 비교하면 업계가 얼마나 달라졌나.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겠다. 유재석씨가 부캐를 대중화하기 전에는 일반인 열에 아홉은 부캐라는 단어조차 잘 몰랐다. 주로 게임 유저들이 쓰던 말이었다. 한번은 연예인의 출연료를 문의하는 광고주에게 “본캐는 3억원이고, 부캐는 1억원입니다”라고 답하자 “같은 사람인데 장난하느냐”며 버럭 화를 내더라. 3년이 지난 지금, 이해도가 많이 올라가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곧바로 비즈니스를 얘기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2~3년 후에는 우리 같은 일반인들도 부캐 아바타를 갖고 있을 정도로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표님은 아바타가 있나.

있다. 내 어릴 적 꿈은 외교관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외무고시에 합격할 자신은 없어서 내가 잘하는 문화 외교를 하려고 한다.(웃음) 거창하게는 ‘컬처 사이언티스트’, 즉 문화과학자가 되고 싶다. 이런 꿈을 담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의 이미지를 본따 만들었다. 여기에 과거의 과학자들이 사실은 우주에 다녀온 경험이 있다는 세계관을 넣어 우주인 콘셉트도 살짝 섞었다.

메타버스에서는 세계관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대표님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데, 혹시라도 대표님이 부재한다면 세계관이 흔들리는 건 아닌가.

내가 없어도 세계관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시스템화하고 있다. 내가 0에서 1을 만들면 직원들이 1에서 100을 만들고, 나는 또 다른 0을 찾아 1을 만드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내년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상장사가 되면 누군가가 없어도 시스템으로 잘 돌아가는 회사의 면모를 갖춰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1년 내에 이 작업을 마치는 게 목표다.

M2O의 중심 메타버스 커머스


▎TV조선의 예능프로그램 [부캐 전성시대]에서 가수 더원이 자신의 부캐와 듀엣하는 모습. /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다시 메타버스 세상으로 가보겠다. 최근 가상의 백화점을 짓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현실에 11번가가 있으면 가상에서 12번가를 만들고, 발란이 있으면 도발란 백화점을 만들어주는 개념이다. 현실의 것을 살짝 틀어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작업이다. 현실에서 거래액이 1조~2조원 규모인 커머스 기업을 가상세계에 구현해낸다면, 1000억~2000억원대 매출은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최근 커머스 회사들의 영업이익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영업이익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어서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커머스 기업의 메타버스화. 이것이 메타버스가 가야 할 방향인가.

메타버스와 커머스의 결합을 ‘메타 커머스’라고 하는데, 나는 메타 커머스가 메타버스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재킷을 하나 구매한다고 가정해보겠다. 현실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고, 신유통시장인 메타버스 백화점에서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백화점에서 구매하면 현실의 나와 가상의 아바타 모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데다 제작과 유통과정이 수월한 그곳에선 희소성 있는 제품도 많이 생겨날 것이다. 조만간 O2O(Offline to Online)를 넘어 M2O(Mobile to Offline) 세상이 열릴 것이다. 그 중심엔 메타버스가 있을 것이고.

곧 출시 예정이거나 다음 비즈니스로 구상하는 게 있다면.

하나는 이동하는 전광판, 다른 하나는 아바타 커머스다. 전광판부터 설명하면, 한국의 타임스퀘어라고 불리는 코엑스의 대형 전광판을 떠올리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광고비가 가장 비싼 전광판인데도 1년간 모든 스케줄이 예약돼 있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우리도 입점 문의를 했었는데 1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직접 전광판을 제작하고 있다. 대형트럭 위에 ‘ㄷ’자 형태의 대형 스크린을 만든 모양이다.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서 월요일은 강남, 화요일은 홍대, 수요일은 이태원, 즉 그날그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검색해 옮겨 다니며 영상을 노출할 예정이다. 아바타 커머스는 아바타가 메타버스에서 본캐 대신 판매활동을 하고 수익을 얻는 구조다. 배우 이지훈씨의 아바타가 10월부터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 방식은 본캐는 이미지 타격을 받지 않고, 부캐를 통해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국가마다 다른 언어로 라이브 커머스를 진행할 수도 있다. 라이브이지만 시공간을 초월한, 새로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이 열리는 거다.

최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스토리 리빙’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도 제시했다.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K콘텐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마블이나 원피스처럼 연결하지는 못했죠. 정해진 결말 없는 가상의 스토리 안에서 아바타들이 계속해서 살아가는 형태예요. 이를 ‘스토리 리빙’이라고 부릅니다. 연예인 부캐들의 세계관을 확장해 K아바타로 ‘스토리 리빙’을 실현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그 날이 머지 않았다고 봅니다.”

※ 박진호는… 뷰티전문마케팅회사 뷰스컴퍼니를 2014년에 창업해 아모레퍼시픽,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1500건이 넘는 브랜드 캠페인을 진행했다. 발 빠르게 트렌드를 수집해 효과적인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제안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K뷰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 정리=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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