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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파크원 개장식 

아시아 금융 허브로 진격 

조득진 선임기자
지난해 준공한 서울 여의도 파크원이 뒤늦게 개관식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미뤄진 탓도 있지만, 금융사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서울 넘어 아시아 금융 허브’로 갈 준비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 사진:UCI그룹
서울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318m) 파크원은 대지면적 4만6465㎡에 지하 7층~지상 53·69층 오피스빌딩 2개 동과 8층 규모의 리테일 1개 동, 31층짜리 호텔 1개 동 모두 4개 동으로 구성된 대형 복합 문화시설이다. 서울 롯데월드타워(555m), 부산 엘시티(412m)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다. 연면적은 축구장 88개를 더한 62만9047㎡로, 여의도 IFC의 1.3배, 63빌딩의 4배에 이른다.

2007년 착공한 파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2010년 10월부터 6년간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7월에야 완공됐다. 2조100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들어간 국내 최대 규모의 공사였다. 이곳엔 개관 후 연 매출 최단기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백화점 ‘더현대 서울’과 특급호텔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이 들어섰다.

특히 2만5000명이 근무 가능한 오피스 타워에 최근 금융사들이 속속 입주하면서 당초 건립 목표였던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다. 서울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홍콩을 대신할 환태평양권 금융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번 개관식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8월 12일 페어몬트 호텔에서 진행된 개관식에서 건립자인 문현진 UCI그룹 회장은 “여의도에 새롭게 활성화된 은행 부문은 젊고 활기찬 기업들의 성장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한국의 혁신과 창업가 정신을 더 활성화할 수 있다”며 “최근 홍콩의 위상이 예전보다 못한 상황을 고려할 때 뉴욕과 런던이 대서양권에 있기 때문에 서울이 태평양 지역 전체의 새로운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엔 김진표 국회의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파크원이 대한민국 금융 허브로서 런던과 홍콩, 뉴욕을 넘어 세계 금융 중심지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고, 김 지사는 “파크원은 인문, 공학, 예술을 포용하는 건축의 종합예술적 관점에서 볼 때 특별한 장소와 장소성이 어우러진 명실상부한 랜드마크이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 전 총리는 “주민들이 파크원의 야경을 찍는 모습들을 보면서 서울의 품격이 한층 높아졌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최대 상업용 빌딩 프로젝트


▎지난해 2월 오픈한 현대백화점의 파크원 여의도점 더현대 서울은 영업면적만 8만9100㎡로 서울 최대 규모다. 사운즈포레스트 전경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UCI그룹
문 회장은 개관식에서 “부친이신 고(故) 문선명 총재께서 1971년 이 땅을 취득했을 때, 궁극적으로 이곳에 건설될 건축물들이 한국의 성장과 번영을 위한 중요한 자극제가 되며 앞으로 올 한국의 밝은 미래를 상징할 것이라고 보셨다”며 “실제로 50년이 조금 지난 후, 그리고 많은 소란과 이루 말할 수 없는 노력 끝에 그분의 비전이 마침내 실현됐다. 2006년 선친께서 이 프로젝트 완성을 맡기셨는데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파크원이 들어선 땅은 당초 통일교재단이 1980년대에 세계선교본부를 짓기 위해 사들였다. 이후 문 총재의 3남 문현진 회장이 말레이시아 법인 APD 등을 통해 100% 출자한 시행사 Y22가 2007년에 착공했다. 하지만 사업 불확실성, 종교적인 문제 등이 얽히면서 좌초 위기가 몇 차례 찾아왔다. 관심을 보였던 국내 금융회사들도 사업비만 2조6000억원이 드는 초대형 개발사업이라 결국 두 손 들고 포기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NH투자증권이다. 2016년 금융주 관사로 나선 NH투자증권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1000억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조달했다. NH투자증권은 사업 진행 단계마다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해 새로운 대출을 만들어 냈다. 상업시설과 오피스빌딩을 담보로 대출을 진행했고, 이해관계자들의 신용을 동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결합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NH투자증권과 범농협 계열사, 시공사 포스코건설, 현대백화점 등 주요 임차기업들이 리스크를 나누었다. 파크원 건립은 ‘단군이래 최대 상업용 빌딩 프로젝트’로 불리며, 프로젝트 파이낸싱 성공 사례로 꼽힌다.


▎문현진 UCI그룹 회장이 8월 1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파크원(Parc 1) 개관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UCI그룹
문 회장은 “이 사업을 의미심장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나 재벌체제에서 벗어난 최대 규모의 민간금융 프로젝트이며, 담보는 어떤 유형자산도 아니라 오직 미래에 대한 약속뿐이라는 것”이라며 “파크원의 성공적인 완성은 선택된 소수에 영합하는 경직되고 종종 조작된 시스템적 결함을 넘어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파크원의 비오피스동에는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더현대 서울과 국내 최초로 선보인 페어몬트 호텔 등이 들어섰다. 준공에 앞서 지난해 오픈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개장 100일 만에 매출 2500억원을 돌파하면서 화제가 됐다. 전체 면적 중 절반을 숲과 인공폭포 등 자연 친화적인 휴식 문화 공간으로 조성했다. 326개 객실과 스위트룸, 4개 다이닝과 실내 수영장 등을 갖춘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역시 핫 플레이스가 됐다.

“금융 체제 시스템 민영화해야 한다”


▎파크원은 오피스 2개 동(타워1·2)과 백화점, 호텔 등으로 이뤄진 대형 업무·상업 복합시설이다. 타워1동은 69층으로 국내에서 세 번째로 높으며, 여의도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이자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다.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UCI그룹
한국의 대표적인 금융업무지구 여의도에 세워진 랜드마크 건물이다 보니 금융사의 입주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주관했던 NH투자증권은 2500억원을 투입해 파크원 4개 동 가운데 지상 53층짜리 오피스 1개 동(타워2)을 직접 매입해 2~18층으로 본사를 옮겨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자산운용사의 파크원 이동이 눈에 띈다. 지난 3월 우리자산운용이 파크원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한국투자금융그룹 내 대체투자 전문 하우스 한국투자리 얼에셋운용도 타워2(41층)에 입주했다. 최근엔 쿼터백 자산운용이 IFC(서울국제금융센터)에서 파크원으로 이전했다. 앞서 2020년 연말 유진그룹 계열사인 유진자산운용도 파크원을 거처로 삼았다.

증권사와 가상자산 관련 기업의 입주도 이어진다. 케이프투자증권, 상상인증권, 리딩투자증권 등이 입주했거나 임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엔 국내 대표 전문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타워1의 45, 46층에 입주했다.

비금융사도 상당하다. LG화학, 포스코E&C, 진원생명과학, LG에너지솔루션, GC녹십자헬스케어 등이 일찌감치 둥지를 틀었고 지난 7월 초엔 HMM이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에서 나와 파크원 타워2 13~21층으로 이전했다. 최근엔 공유오피스 기업 스파크플러스, 유튜브 채널 ‘삼프로TV’로 알려진 콘텐트기업 이브로드캐스팅, 뷰티·헬스기업 유한건강생활, 바이엘코리아 등도 입주했다. 콘텐트·뷰티·화학·패션·에너지·바이오·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군이 파크원에 입주한 것이다.

업계에선 기업들이 주변 시세 대비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쾌적한 업무 환경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파크원행을 택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세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환경의 업무 공간이 필요한 기업들이 파크원을 찾고 있다”며 “조직원들에게 최고층 오피스에서 일한다는 자긍심을 고취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교통도 편리하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서울·경기·인천을 오가는 지선·간선·광역 등 31개 노선버스가 정차하는 여의도환승센터가 5분 거리에 있다.

문현진 회장은 “서울이 홍콩을 대체하는 금융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은 이제 더는 아시아의 금융 중심이 아니다.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 허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그 중심이 될 좋은 기회이며 여의도가 뉴욕의 맨해튼처럼 금융 중심지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제가 가지고 있는 비전은 여의도가 한국의 금융과 정치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환태평양 지역의 금융 중심지가 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선 금융 체제 시스템을 민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정부와 재벌들이 결합하고 있기 때문에 재벌들이나 영향력이 큰 사람들만 자본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미래를 생각해볼 때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재벌들이 한국 국내총생산의 90%를 담당하고 있지만 고용은 10%밖에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벌들이 국제화될수록 한국 국민에게 제공됐던 직업들이 다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융제도를 민영화하고 시장 원리에 따라 자본이 모든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서 한국 중소기업들이 더욱더 자유롭게 자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된다”고 주장했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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