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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테넷] 유튜버 서아름 

두 아이 엄마는 어떻게 50만 명 거느린 유튜버가 됐나 

자극적인 콘텐트가 범람할수록 진정성 있는 콘텐트를 찾는 수요도 증가한다. 구독자 50만 명을 거느린 유튜버가 내놓은 비결도 바로 진정성이다.

유튜브에서는 매일같이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데, 그 이유는 모두 제각각이다. 영상에서 알려주는 정보가 매우 좋거나 재미있어서일 수도 있고, 시각적인 부분이 뛰어나거나 창의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영상 내용이나 표현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큼 자극적이거나, 특수한 계기로 영상을 올린 타이밍이 맞아떨어져 플랫폼 알고리즘에 채널이 노출되면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극적인 콘텐트나 특별한 채널 유입 계기 없이 꾸준하고 조용하게 팬들이 늘어나 2년 만에 구독자 50만 명을 거느리게 된 유튜버가 있다. 운동 유튜브 채널 ‘빅씨스(BIGSIS)’를 운영하는 뉴요커 서아름(46세)씨다. 그녀의 콘텐트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빅씨스는 중독성 높은 콘텐트와 강력한 팬덤을 갖고 있다. 그녀를 만나보았다.

이상인: 반갑다. 귀중한 시간 내주어 감사하다.

빅씨스: 나도 반갑다. 내가 영광이다.

이: 현재 이곳 시애틀은 오후 7시니 뉴욕은 10시일 텐데, 늦은 시간에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빅: 10시면 아직 초저녁이다.(웃음)

이: 현재 두 아이를 둔 엄마로 알고 있는데, 유튜버가 되기 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하다.

빅: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두 아이 엄마이자, 한 남자의 아내로 뉴욕에서 살았다. 예전에는 회사도 다니는 등 여러 일을 했다. 그런데 아이가 조금 특수한 환경에 있어, 엄마로서 아이를 집중적으로 케어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바람에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 커리어우먼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빅씨스 채널 편집자이기도 한 남편과 함께 방송하는 모습.
빅: 엄마로선 당연한 결정이었다. 첫째 아이가 많이 예민해서,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어 하루 종일 안고 있었다. 또 맞벌이로 일을 하려면 아이를 맡겨야만 하는데, 그런 곳을 찾기가 불가능했다.

이: 아이가 힘든 것만큼 부모 입장에서 어려운 일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빅: 그런데 이런 일들이 막상 닥치니까 오기가 생기더라. 또 내가 포기를 모르는 성격이기도 하다. 아이를 안고, 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정말 많은 책을 읽으며 공부하고 힘껏 노력하며 키웠다. 또 남편과 나 둘 중에 한 명은 경제활동을 해야 하니까, 남편이 일을 하고 나는 오롯이 아이들을 키우며 지냈다.

이: 그렇게 지내다가 어떤 시점에서 ‘아, 이제 조금 안정되었으니, 나도 내 일을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나?

빅: 사실 그런 시기는 아직도 완벽하게 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며 중간중간 잡지에 기고도 하고, 인테리어 프로젝트도 맡아서 진행했다. 두 아이와 마라톤 같은 시간을 보내던 중, 나도 숨통을 조금 틔우려고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했다. 원래부터 부동산 ‘플립(오래된 부동산 매물을 사서, 여러 부분을 고친 후 구입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을 본격적으로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내가 가진 능력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이곳을 멋지게 만들면 재미있겠다’가 전부였다. 그렇게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감사하게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

이: 그럼 ‘빅씨스’ 유튜브는 어떤 계획과 취지로 시작하게 되었나?

빅: 엄청난 플랜이 있어 시작했다기보다는, 머리에 떠오르면 바로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항상 남편이랑 ‘이런저런 일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런 게 세상에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며 비즈니스 이야기도 많이 하고, 밥 먹으면서 이를 위한 브랜드 이름이나 로고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 날 유튜브를 한번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바로 함께 계정을 만들고 첫 영상을 올렸다. 참고로 남편이 빅씨스 채널의 편집자다.


▎단란한 한때를 보내는 서아름씨 가족.
이: 엄청난 팀워크와 실행력인 것 같다. 그런데 왜 운동이라는 카테고리를 정했나? 사실 유튜브에서 운동 카테고리는 어찌보면 레드오션 아닌가? 운동 전문가나 기존 운동 유튜버 강자도 무척 많지 않나?

빅: 나조차 예전에는 체력이 몹시 약했던 사람이다. 아이를 키우며 너무 힘들 때 나 스스로 운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엄청나게 긍정적인 변화를 생활 속에서 직접 체감했다. 내 인생을 이렇게 달라지게 한 운동, ‘이 좋은 걸 진즉에 말해준 언니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혼자 운동하다 보면 금방 좌절하는 순간들이 온다. 나도 그랬다. ‘조금만 참아내고 함께 운동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고, 지금 힘든 일들이 있어도 모두 괜찮아. 운동으로 함께 이겨내보자’라고 이야기해주는 큰언니, 큰누나 같은 채널이 되고자 했다.

이: 진정성이 느껴져 좋다. 확실히 스스로 직접 해본 사람이 이야기해주면 전달력이 남다를 것 같다.

빅: 나도 원래 운동을 못 하던 사람이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 특히 빨리 질리는 스타일이라 무언가 성과를 보면서 돌진해야 하는 운동은 너무나 어려웠다. 지루하기만 한 운동을 극복해내며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혼자서 정말 많이 연구했다. 그렇게 쌓아온 노하우를 유튜브에서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 빅씨스가 볼 때 어떠한 점에 가장 신경쓰며 운동해야 하나?

빅: 운동할 때 절대 조급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근육도 배워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소한 동작이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근육이 느껴지기 시작할 거고, 나중에는 그 근육 생각만 해도 자극이 오는 때가 온다.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많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그렇게 해낸 친구들이 실제로 영상에 ‘언니, 정말 말도 안 돼요. 제가 해냈어요!’ 같은 댓글을 남긴다.

이: 그런 반응을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겠다.

빅: 그렇다. 빅씨스를 우리 패밀리와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너무 좋다. 처음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5분짜리 콘텐트를 하나 만들어도 숨이 차고 힘들었는데, 이제는 한두 시간짜리 영상도 거뜬히 작업해낸다. 사실 유튜브에 대해 처음에는 오해도 있었다. 여기저기 떠도는 자극적인 콘텐트나 악의적인 댓글들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 일부러 멀리했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사람들이 남긴 ‘언니 덕분에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빅씨스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어요’ 같은 댓글들을 보면 온라인의 순기능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내가 너무 오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앞으로 빅씨스 채널의 계획은 무엇인가?

빅: 현재 갖고 있는 뚜렷한 계획 같은 것은 없다. 다만 내게 지금 주어진 일들을 성실히 해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목표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의 초심이 변하지 않게 마음을 다스리면서 앞으로도 좋은 영상을 만들어나가자가 목표인데, 그게 바로 내 삶의 비전인 것 같다.

빅씨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왜 이 채널이 속칭 ‘(조회수가) 터진 영상’이 없어도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는지 이해됐다. 진정성을 능가하는 좋은 브랜딩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빅씨스는 유튜브 채널을 넘어 진정성 있는 하나의 브랜드로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상인은… 이상인 디렉터는 Web 3.0,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및 디자인 전문가로 현재 구글 본사에서 유튜브 광고 디자인 시스템을 총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플랫폼 그룹의 디자인 시스템 스튜디오 총괄로 일했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의 디자인 디렉터로 일했으며, 디지털 에이전시 R/GA에서 리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2019년)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뉴 호라이즌』(2020년), 『디자이너의 접근법; 새로고침』(2021년)을 출간한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202209호 (202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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