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이엔드 주얼리 시장은 급격하게 커졌다. 1936년 탄생한 프랑스 하이 주얼리 브랜드 프레드 역시 지난해 대비 2배가량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주얼리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지난 7월 21일 한국을 찾은 찰스 륭 프레드 CEO를 만나 브랜드의 비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 타워에 자리한 프레드 부티크를 찾은 찰스 륭 CE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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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명품의 폭발적인 인기 속에 일반인들의 하이 주얼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팬데믹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며 핸드백으로 시작됐던 명품 수요가 하이 주얼리 시장까지 이어진 것.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자산가치가 있는 값비싼 제품을 구매하려는 중장년층부터 독창적인 디자인에 의미 있는 스토리가 담긴 하이 주얼리로 개성을 드러내려는 젊은 세대까지 합류해 매출 상승에 힘을 보탰다. 게다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인터넷 서핑을 통해 다양한 지식을 쌓으며 하이엔드 주얼리를 소비하는 패턴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다이아몬드의 크기와 커팅에 집착했다면, 지금은 다양한 소재와 풍성한 컬러, 독창적인 디자인이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 대를 이어 물려줘도 좋을 심플한 디자인이 대세였다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개성 넘치는 스타일이 트렌드로 떠올랐다.프랑스의 하이 주얼리 브랜드 프레드는 요즘 트렌드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창의적이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레이어드나 믹스매치를 통해 다채로운 스타일 연출은 물론 기분과 상황에 따라 착용할 수 있는 하이 주얼리를 선보이며 창의적인 MZ세대 고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특별한 기념일에 구입하는 귀중품으로 여겨졌던 전통적 하이 주얼리에 대한 통념을 깨고, 일상의 순간마다 함께하는 멋진 액세서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프레드를 이끌고 있는 찰스 륭 CEO에게 프레드 제품만의 특징과 앞으로의 계획을 직접 들어보았다.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한 소감은.한국에 다시 방문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유럽에서 지내다가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찾은 한국은 아시아 백그라운드인 내게 무척 친근한 나라다. 아시아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나라이자 모든 것이 굉장히 빠른 나라이기도 하다. 몇 년 만에 방문해보니 많은 것들이 바뀌고 새로워졌다. 기술적인 면도 그렇고 문화, 예술, 트렌드 등 모든 방면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최근 해외 럭셔리 브랜드의 행보를 보면 한국 시장에 주목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우스를 대표하는 포스텐 컬렉션의 링과 브레이슬릿. 핑크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세팅해 우아함을 강조했다. / 사진:프레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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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일 뿐 아니라 가장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나라로, 프레드 역시 주목하고 있는 시장이다. 그동안 한국 소비자들의 명품에 대한 관심이 가방이나 신발 등 패션 아이템에 국한되었는데, 점차 주얼리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포용력도 커졌다. 그뿐만 아니라 젬스톤, 다이아몬드 등 주얼리의 소재와 커팅 방식부터 역사에 이르기까지 하이 주얼리에 대한 관심과 지식도 많아졌다. 특히 이전에는 서울에 집중되어 있던 명품 소비가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점차 지방으로 확대되어 매출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부산이나 대구뿐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주목하지 못했던 지방 소도시의 소비자들까지 하이 주얼리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두 배 가까이 매출이 상승했다. 새로 론칭한 시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것이 무척 고무적이다.
프레드는 하이엔드 브랜드 중에서도 발 빠르게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한 브랜드로 손꼽힌다.
▎사랑이 지니는 다양한 면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리티 우먼 네크리스. / 사진:프레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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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에 이어 지난 7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공식 입점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지만 소비 욕구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오히려 온라인쇼핑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이런 시점에서 발 빠르게 디지털 플랫폼에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특히나 프레드 고객 중에는 온라인쇼핑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한국 내 온라인쇼핑 접근성이 높은 카카오톡 같은 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해 인지도를 높이고 고객 경험을 향상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직접 부티크에 방문하는 것을 꺼리는 고객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원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새로운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한 것과 동일한 퀄리티의 완벽한 고객 경험으로 24시간 편리한 쇼핑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이 주얼리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무한하게 이어지는 섬세하고 여성적인 곡선 형상의 샹스 인피니 링&브레이슬릿. / 사진:프레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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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주얼리는 오랜 시간 공들인 브랜드의 노하우와 유산이 깃들어 있는 예술 작품이자 심볼이다. 제품마다 깊은 의미가 담겨 있어 자신의 개성과 감정을 표현하는 스토리텔러가 되어준다. 프레드의 포스텐 컬렉션을 예로 들면 투지, 긍정, 용기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을 넘어 착용자에게 용기를 북돋아준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제품과 함께 전달함으로써 주얼리 그 이상의 가치를 선사한다.
프레드의 브랜드 철학은.프레드는 창립자인 프레드 사무엘의 가치관을 반영한 브랜드다. 그는 브랜드를 창립했던 1936년부터 모던하고 크리에이티브한 주얼리에 중점을 두고 브랜드를 이끌어나가겠다는 뚜렷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다. 우아하면서도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동시대적 미학을 반영해 모던함을 강조하는 브랜드 가치관을 투영했다. 케이블과 버클을 교체하거나 서로 다른 제품을 레이어드하는 등 기분에 따라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는 호환성이 뛰어난 주얼리로 창의적인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다른 주얼리 브랜드와 차별화된 프레드만의 강점은.
▎버클과 케이블을 자유롭게 매치해 다양한 분위기를 내는 포스텐 브레이슬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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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하이 주얼리는 결혼식이나 생일 등 특별한 기념일을 위해 구입하는 값비싼 귀중품으로 여겨지곤 했다. 반면, 프레드는 스페셜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매일 일상 속에서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일상 속의 크고 작은 순간에서 빛난다’는 가치를 담고 있는 주얼리로 연령대나 성별에 관계없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편안하면서도 유행을 타지 않는 모던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프랑스 리비에라 해안에 드리우는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햇살에서 영감을 받은 주얼리가 많아 컬러풀하고 따뜻한 무드를 선사하는 것 역시 프레드만의 매력이다.
럭셔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최근의 럭셔리 소비 트렌드는.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파베 세팅된 골드 포스텐 브레이슬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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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인 럭셔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부터 제작, 세공, 부티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 시간이 필요하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공들이고 투자할수록 가치는 올라간다.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프레드 부티크에 전시되어 있는 프리티 우먼 힙노틱 레인보우 롱 네크리스를 예로 들면, 커다란 하트 안에 장식된 노란색 스톤인 옐로 아케이트를 찾는 데만 약 4개월이 걸렸다. 가장 완벽한 피스를 선보이기 위해 주얼리에 장식되는 수많은 보석과 원석들을 찾고, 하나하나 디테일을 완성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실로 엄청나다. 따라서 럭셔리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은 제품 한 피스에 담긴 시간과 노력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일상 속 소소한 행복과 아름다움의 가치를 깨달았다. 하이 주얼리를 비롯한 럭셔리 아이템은 이제 소유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이 집결된 가치 있는 작품으로 여겨진다. 일상 속에서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정한 아름다움을 공유하려는 소비 패턴의 변화가 명품과 하이 주얼리 소비 상승으로 연결된 것 같다.
프레드 CEO로서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변주된 샹스 인피니 링 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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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이다. 급격한 성장률에 기쁘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따라서 현재뿐만 아니라 2~3년 이후의 시장 변화를 예측해 계획하며 실행에 옮기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팬데믹 상황이 계속돼 해외 출장을 다니지 못했는데,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직접 시장 동향을 살피는 것 역시 CEO로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이제 다시 세계 각지에 있는 프레드 지사를 방문하고 여러 나라의 비즈니스 파트너, 바이어, 미디어 등을 만나 시장 상황을 파악하며 최신 트렌드를 배우고 새로운 시장 개척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영국과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고, 지금은 한국에 와 있는 등 매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인재를 채용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브랜드인 만큼 서로에게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젊은 인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프레드 제품이 있을 것 같다.
▎간결한 룩에 우아한 기품을 덧입히는 샹스 인피니 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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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품을 다 좋아하지만,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내가 항상 착용하는 포스텐 브레이슬릿을 꼽고 싶다. 버클과 케이블을 자유롭게 매칭할 수 있어 호환성이 뛰어난 제품이기에 그날의 기분이나 전체 룩의 콘셉트에 따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유니크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해 비즈니스룩부터 캐주얼한 스타일까지 두루 착용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특히 포스텐(FORCE 10)은 항해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으로, 풍향 인덱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포스텐은 바람이 너무 세서 항해를 할 수 없는 레벨로, 바다를 항해할 때 만나는 강풍의 힘과 같은 강인함을 상징한다. 이 제품에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늘 투지와 용기를 가지고 삶을 일궈나가자’는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다. 어디에나 어울리는 모던한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만, 나 자신을 매 순간 늘 긍정적으로, 포기하지 말고 항상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자고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주는 상징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한국 고객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남고 싶은지.개성 있고 독창적인 하이 주얼리 브랜드로 남고 싶다. 언젠가 한국의 여성 고객이 자신의 승진을 축하하며 하트 모티브 프리티 우먼 네크리스를 선물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소중한 순간을 기념하고 새로운 시작을 격려하는 의미로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한 선물을 구입하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이렇듯 일상 속 크고 작은 순간을 함께하며 주얼리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는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다.-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사진 정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