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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LS일렉트릭 CTO & 문석환 앤시스코리아 대표 

한국 제조업 DX의 첨병 

김영문 기자
한국 대표 산업용 전력·자동화 기업 LS일렉트릭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고 있다. 수년 전부터 글로벌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선도 기업 앤시스와 손잡고, 연구개발(R&D) 역량은 물론 제조공정까지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 제조업 DX의 선도 사례로 꼽히는 두 회사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LS일렉트릭과 앤시스는 지난 2016년부터 CAE 시뮬레이션 도입과 활용에 협력해왔고, 올해도 DX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함께하기로 했다. 사진은 김영근 LS일렉트릭 CTO(오른쪽)와 문석환 앤시스코리아 대표.
한국 제조업도 이제 디지털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글로벌 환경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난국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얘기가 불거졌고, 여기에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심화하는 신냉전 시대, 디지털 플랫폼 패권 경쟁, 생산공정 혁신을 통한 제조업 리쇼어링(Reshoring, 생산시설의 국내 이전) 등 자국우선주의로 재편되는 제조업 공급사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자원 무기화 등까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제품·공정 혁신에 목말라하는 제조업은 컴퓨터이용공학(CAE, Computer-Aided Engineering)을 도입하고 있다. CAE는 컴퓨터상에서 설계·제품 모델을 시뮬레이션해 기술 해석 등 공학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특정 SW를 이용해 진행되며, 제품의 성능·특성을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환경 조건에서 물체의 운동이나 변형을 소프트웨어로 구체화해놓고 최적의 방법을 찾는 식이다. 사람이 진행하는 실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 제품 제조 기간과 비용을 줄여준다는 장점 덕분에 제조업에서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전통 생산방식으로는 성장과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은 꽤 오래전부터 느끼던 바입니다. 금성계전으로 시작해 LG산전, LS산전에 이어 2020년 LS ELECTRIC(이하 LS일렉트릭) 까지 오면서 격변을 거칠 때마다 더 그랬죠. 손으로 설계하다가 CAD로 2차원 설계를 했습니다. 3차원 설계로 가자 불량률이 확 줄었죠. 그러다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을 도입하자 전기·에너지 장비와 공장자동화 설비 생산뿐만 아니라 개발 과정도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김영근 LS일렉트릭 CTO

“베테랑 근로자의 경험과 감(感)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원가 절감과 품질 개선에 한계가 있습니다. 게다가 LS일렉트릭이 주로 생산하는 저압차단기, 초고압변압기, 초고압직류송전 등 직류·교류 관련 제품에는 고도의 엔지니어링 기술과 노하우가 담겨 있어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오래 걸리고 설계·개발 단계에서 오류를 잡아내기도 힘들죠. 시뮬레이션은 이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문석환 앤시스코리아 대표

지난 9월 15일 경기도 안양시 LS일렉트릭 연구소에서 만난 김영근 LS일렉트릭 CTO와 문석환 앤시스코리아가 대표가 서로 손잡은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CTO는 “현업에서는 기존의 개발 경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한 사전 검증 사이에 간격이 존재한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한 연결(connectivity)이 확대되면서 시뮬레이션이 제조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옆에 있던 문 대표도 “LS일렉트릭은 2016년부터 국내 업계 최초로 ‘앤시스 엘라스틱 라이선싱(Ansys Elastic Licensing, 이하 AEC)’ 제품을 도입해 제품설계, 제조, 품질관리에 활용하고 있다”며 “2018년에는 CAE 플랫폼을 앤시스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운영하는 프로젝트가 IDC DX 어워드에서 우수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LS그룹 상장 계열사 중 하나로, 국내 대표 산업용 전력·자동화 기업이다. 1974년 럭키포장으로 시작해 국내 최대 배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고, 2020년 사명을 LS일렉트릭으로 바꾼 후 전력·자동화·신재생 분야에 주력하는 종합 전기전자기업으로 거듭났다. 수년 전부터 디지털전환(DX)을 전면에 내걸고 스마트 에너지 등 융복합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인 1970년에 설립한 미국 앤시스는 52년 넘게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로서 업을 이어왔다. 특히 최근 2~3년간 10개가 넘는 시뮬레이션 회사를 인수해 항공우주·자동차·방산·에너지·산업장비 업계에 엔지니어링 과정을 시뮬레이션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실제 두 회사의 협력 사례는 국내 엔지니어링 제조업의 연구개발 분야에서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통합된 엔지니어링 개발 환경을 갖추기 어려운 업계 현실 탓이다. 김 CTO는 “대다수 업계가 구조 해석, 유동 해석, 전자기장 해석 등 영역별로 여러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쓴다”며 “각기 다른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쓰니 비용도 늘고, 데이터 호환도 어려워 설계·개발 단계에서 오류를 찾거나 검증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도 “AEC를 활용하면 유체, 구조, 전자기학에서 다중 물리에 이르는 다양한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다”며 “LS일렉트릭이 활용 중인 소재·물성 데이터 플랫폼인 앤시스 그란타(Ansys Granta)에서는 제품설계부터 시뮬레이션, 제조까지 정확하고 동일한 물성 정보 시스템 덕분에 불량률 제로에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디지털트윈 기술인 셈이다. 디지털트윈이란 현실과 같은 쌍둥이 제품을 만들어 각종 변수를 입력해 가상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저압차단기나 초고압변압기에 쓰이는 금속부품의 종류와 사용한 센터, 학습한 환경에 따라 다양한 상태를 알게 된다. 김 CTO는 “여기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면 제품설계 단계에서 단순히 저항값이 변하는 양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변하는 저항값의 패턴을 학습하고, 어떤 특정 외부요인 때문에 금속부품에 변형이 일어나는지, 특정 부분의 마모 문제나 피로파괴 문제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LS일렉트릭은 다양한 AEC 제품을 클라우드 기반 CAE 플랫폼에서 활용하고 있다. 구조 해석 부분에서는 앤시스 메카니컬(Ansys Mechanical), 전자계 해석 부분에서는 앤시스 맥스웰(Ansys Maxwell), 열유동 해석 부분에서는 앤시스 플루언트(Ansys Fluent)와 앤시스 아이스팩(Ansys Icepak), PCB 부분에서는 신뢰성 검증을 위해 앤시스 SI웨이브(Ansys SIwave) 등을 활용한다.

물론 솔루션이 전부가 아니다. LS일렉트릭이 쌓아온 엔지니어링 기술과 현장 실무 역량이 융화돼야 하고, 연구원과 개발자가 잘 활용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양사도 DX 사업 고도화와 관련 시장 개척에 머리를 맞대기로 했고, 그 중심에 김 CTO와 문 대표가 섰다. 김 CTO는 금성계전 시절부터 연구원으로 시작해 전력연구소장, 전력시험기술센터장, 통합 CTO까지 도합 36년간 LS에 몸담아온 정통 엔지니어이자 공학박사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 전력기기분야(IEC TC17) 멤버이자 국제고전압대전류학회(ISH), 국제송전기술협의체(CIGRE), 국제배전기술협의체(CIRED) 등 국제단체에서 기술 활동을 펼치는 현역 연구자이기도 하다. 문 대표는 한국IBM에서 20여년간 공공, 금융, 유통, 제조, 의료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활약해온 비즈니스 전문가로서 LS일렉트릭을 돕고 있다. 최근 LS일렉트릭과 앤시스코리아가 3년 사용 계약을 재체결하며, DX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시금 손을 잡았다. 다음은 그들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DX, 머리 맞댄 LS일렉트릭과 앤시스


▎문석환 앤시스코리아 대표.
올해 LS일렉트릭은 ‘드라이브 체인지 포 2030(Drive Change for 2030)’을 선포하면서 DX를 재차 강조했고, 앤시스와도 재계약했다.

김영근 LS일렉트릭 CTO(이하 김 CTO): 구자균 회장께서 DX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시다. 학계에 계셨던 분이라 글로벌 환경 변화에도 상당히 민감하다. 앤시스와의 재계약도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LS일렉트릭의 DX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라고 권하셨다. 이에 LS일렉트릭은 DX 역량으로 제조공정 혁신을 이루기 위해 앤시스와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앤시스 입장에서 LS일렉트릭은 어떤 기업인가.

문석환 앤시스코리아 대표(이하 문 대표): ‘국내 최초’ 기록에 늘 도전하는 산업용 전력·자동화 기업이다. 제조업계에서 막연하게 스마트 팩토리라는 개념이 거론되던 2017년에 LS일렉트릭은 이미 CAE 인프라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축했다. 국내 그 어느 업체보다 빠른 결정이었다. 실제 수년간 LS일렉트릭은 앤시스의 전자계·구조·열 해석 분야에서 멀티피직스(multi-physics, 다중 물리)를 포함한 다양한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서 기술적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고 본다.

솔루션 도입 후 어떻게 달라졌나.

김 CTO: 일단 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품질이 더 좋아졌다. LS일렉트릭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3차원 설계 솔루션과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제품 생산 초기 과정에서부터 각종 해석 툴과 워크스테이션 인프라 위에 설계지원 소프트웨어(SW)인 CAx(CAD·CAE·CAM: 컴퓨터 기반 설계·엔지니어링·제조)를 활용해왔다. 물론 당시 시뮬레이션 기술은 설계를 사전 검증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그래픽과 HMI(휴먼-머신 인터페이스)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석 결과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멀티피직스, 조립 공정 시뮬레이션, 자동화 등에도 적용해, 일부 제품에서는 한 달 이상 걸리던 업무가 이제 3시간이면 끝난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을 텐데.

김 CTO: 그렇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CAE 인프라를 구축하기 전에는 부서나 업무마다 소프트웨어도 달랐다. 수많은 부품을 조립해 설계 시연을 하려고 시뮬레이션에 올렸더니 데이터값이 호환되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시스템 업그레이드와 유지 보수, 호환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일단 연구원들이 기존 개발 경험을 최대한 시뮬레이션에 녹일 수 있도록 새로운 프로세스를 익히는 일을 도왔다.

앤시스 솔루션을 도입하면 비용을 낮출 수 있나.

문 대표: AEC가 PPU(Pay-Per-Use), 즉 사용한 만큼 과금되는 형태의 라이선스 모델이라 비용 절감이 가능했다.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위해 새로운 라이선스를 사거나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과정도 필요 없다. 클라우드 호스팅 파트너가 제공하는 라이선스 서버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라이선스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특히 예산에 맞게 사전에 정해진 패키지별로 구매할 수 있고, 앤시스의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사용할 수도 있다. 또 LS일렉트릭은 라이선스의 전체 사용량, 사용 제품, 사용 흐름 등 관련 정보를 해당 포털에서 직접 관리할 수도 있다.

클라우드 CAE 인프라로 개발한 사례를 하나 소개할 수 있나.

김 CTO: 지난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170kV 친환경 g3 가스 적용 개폐장치*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170kV 친환경가스절연 개폐장치’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한국전력이 도입하는 미래 핵심 기자재 중 하나로, 기존 SF6(육불화황)* 가스를 절연 매질로 사용한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대체한다. 다시 말해 SF6 가스는 절연, 말 그대로 전기나 열이 통하지 않게 하는 물질이다. 전기를 차단할 때 순간적으로 1400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는데, SF6가 이를 막아준다. 하지만 이 가스가 기화되면서 온실가스로 변하는 게 문제다. 170kV 친환경 가스절연 개폐장치는 기존 개폐장치와 성능은 같지만, 온실가스를 99%까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g3 가스를 대체해 적용하려면 수많은 시뮬레이션 실험을 해야 하는데 보통 3년 정도 걸린다. 하지만 AEC에서 다중코어(Multi-Core) 해석 등으로 최적의 파라미터값을 단 3일 만에 찾아냈다.

* 개폐장치: 전력설비의 보호 및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스위치.
* SF6(육불화황): 전력설비 내부에 채워 절연 용도로 활용되는 가스.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2만3900배인 온실가스로, 수명이 다한 개폐기를 폐기할 때 SF6 가스가 대기로 누출돼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사례는 없나.

김 CTO: 크게 두 가지가 더 있다. 먼저 변압기를 개선한 사례다. 몰드변압기 보호 커버형 환기장치의 위치 설곗값에 따라 열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면서 변압기 성능을 시스템 단위로 평가해볼 수 있었다. 다른 하나는 고덕변전소에 설치한 스태콤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의 밸브 내진 성능을 검증한 사례다. CAE 클라우드로 10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고, 한전에도 보고했다.

앞서 김 CTO가 앤시스의 멀티피직스 시뮬레이션을 얘기했다. 간략하게 소개한다면.

문 대표: 멀티피직스 시뮬레이션은 개발 전 단계에서 실제와 같이 구동되는지를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다. 먼저 멀티피직스 시뮬레이션을 사용하면 전자, 기계, 유동, 시스템 공학 등 다양한 물리적 현상과 작용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다. 제품의 강도, 탄력성, 온도 분포, 자성, 유체 흐름 등 다양한 속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입력하고 학습시킨다. 고객은 시제품을 제작할 때 물리적인 테스트를 하지 않고도 원재료 선택부터 함량, 경도, 내구도 등까지 어떻게 개선할지 가늠한다. 사실상 ‘디지털트윈’ 솔루션인 셈이다.

지멘스·ABB와 경쟁 나선 LS일렉트릭


▎김영근 LS일렉트릭 CTO.
팬데믹 이후 LS일렉트릭을 찾는 글로벌 고객이 늘었다고 들었다.

김 CTO: 그렇다. 현재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 된다. 이것도 지난 수년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겪으며 글로벌 경쟁사가 휘청거린 덕을 보기도 했다. 글로벌 수요를 댈 수 없어 LS일렉트릭을 찾는 이가 늘었다. 우리는 전력 관련 제품과 소재는 물론 제품개발, 생산부터 전력관리 시스템 시공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처리한다. 덕분에 긴급한 제품 수요를 맞출 수 있었다. 분명 기회였지만, 위기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왜 위기라고 생각했나.

김 CTO: LS일렉트릭의 글로벌 경쟁사인 지멘스나 ABB가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잠시 주춤한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수년간 DX 역량을 강화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공정 혁신기술을 쥔 이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생산력을 회복해갔다. 그러자 LS일렉트릭으로 몰렸던 수요가 조금씩 줄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한껏 높아진 고객 눈높이에 맞춘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디지털트윈’으로 조업 편차 감소에 따른 생산성 및 품질 향상뿐 아니라 안전사고까지 예방해야 글로벌 경쟁사를 앞설 수 있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문 대표: 최근 글로벌 앤시스뿐만 아니라 앤시스코리아 조직도 몇 배 성장했다. DX를 통한 제조업 혁신은 글로벌뿐만 아니라 한국을 관통하는 최대 이슈임은 분명하다. 52년 넘게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니 산업 발전의 흐름을 먼저 알 수 있었다. 앤시스는 제조업이 혁신하면 우리도 성장한다는 일념으로 인수합병에 지속적으로 나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기술 고도화에 매달려 왔다. 그란타(Granta), LSTC, 루메리컬(Lumerical), 제멕스(Zemax)가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한국 산학연을 연계하는 지원사업도 펼쳐 제조업 DX 혁신에 기여하고 싶다.

김 CTO: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앤시스가 탐난다. 한국은 수십 년간 기술 전문성과 노하우를 갈고닦은 세계 최고 수준 명장(名匠)들의 숨결과 경험이 살아 있는 곳인데, 왜 우리가 이런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지 못했을까 아쉽다. 그래서일까. LS일렉트릭은 DX를 통한 ‘혁신’에 더 목마르다. 덕분에 LS일렉트릭은 10년 넘게 학술정보서비스 업체인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주관한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에 선정됐고, 청주사업장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등대공장’에 뽑히기도 했다. 회장께서는 늘 “우리 회사는 R&D(연구개발)로 먹고사는 회사다”라고 강조하신다. 이제 그 R&D 에너지는 DX를 향하고 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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