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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찬·김도엽 뷰메진 공동창업자 

건설시공 품질관리의 미래 

김영문 기자
자율주행 드론과 AI 비전 인식 기술로 아파트 준공검사가 확 달라졌다. 50여 명이 2주 동안 로프에 매달려 맨눈으로 하던 작업을 이제 드론이 반나절이면 끝낸다. 한국 스타트업 뷰메진 얘기다. DX 무주공산이라 불리는 건설 현장에서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종합 건설관리 플랫폼을 꿈꾸는 이들을 만나봤다.

▎뷰메진은 수주 걸리던 아파트 준공 검사를 자율주행 드론과 AI 비전 기술로 반나절 만에 끝내버렸다. 권혁찬(오른쪽), 김도엽 뷰메진 공동창업자는 종합 건설관리 플랫폼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여전히 수많은 건설 현장에서 점검자의 육안에 의지해 안전 점검을 합니다. 교량, 아파트, 물류창고 등 규모가 꽤 크다 보니 한 번에 50명 정도를 투입해서 하루 종일 돌아봐도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자율주행 드론과 인공지능(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하면 반나절이면 미세한 크랙까지 찾아낼 수 있죠.”

지난 9월 6일 강남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도엽 창업자(이하 김 창업자)는 뷰메진이 하는 일을 이렇게 정리했다. 단순히 안전 점검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였다고 끝날 문제도 아니다.

“김도엽 창업자 말대로 현재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외벽 검사를 현장 작업자에게 맡깁니다.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상당히 위험한 일이죠. 특히 외벽 검사는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가며 작업하기에 추락 사고 등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사마다 현장관리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옆에 있던 권혁찬 공동창업자(이하 권 창업자)가 덧붙여 설명했다. 이어 김 창업자는 “뷰메진의 드론은 자율주행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되고, 주변 장애물이나 새 등을 자동으로 피한다”며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 데이터는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 3D 모델링을 한 뒤, AI 기술로 촬영 영상에서 미세한 갈라짐(크랙)이나 외벽 얼룩, 도막 박리(칠 벗겨짐) 등을 찾아낸다”고 말했다.

뷰메진이 처음부터 건설 현장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자율주행 드론으로 송유관과 가스관에서 결함을 찾는 게 첫 타깃이었다. 한국에서는 장거리 송유관이나 가스관을 보기 힘들지만, 미국이나 중동에서는 수천 마일 이상의 송유관과 가스관이 광활한 대지를 관통한다. 김 창업자는 창업 초기를 떠올리며 “중동에서 송유관과 가스관의 손상 부위를 찾지 못해 애를 먹는 걸 본 적이 있다”며 “이미지를 인식해 인공지능으로 결함을 찾는 솔루션이라면 쉽게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김 창업자가 중동 얘기를 꺼낸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청와대 경호실을 거쳐 UN 안보국 안보 담당관·자문관을 지내면서 이라크와 리비아, 시리아 등지에서 일어난 5번의 현대전에 참전했고, 유럽과 중동을 오가며 10년 넘게 대테러 업무를 수행한 인물이다. 그는 중동에서 근무할 때 송유관과 가스관 결함 때문에 발을 동동 굴렀던 글로벌 기업을 직접 지켜봤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송유관과 가스관을 사업 아이템으로 두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권 창업자는 “한국은 송유관과 가스관을 국가 전략자원으로 분류해 드론 촬영 자체가 불법인 경우가 많다”며 “선박, 항공기도 고려해봤으나 지난해부터 교량 진단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건설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외벽 결함을 탐지하는 드론’이라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차량 공유업체 쏘카 부사장으로서 늘 시장 수요를 좇았던 그는 이런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고, 김 창업자도 재빨리 건설시공 분야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두 창업자가 발 빠르게 움직인 덕에 창업 초기부터 시장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2020년 4월 창업 후 단 석 달 만인 7월 하나금융이 주최한 초기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넉 달 후인 11월에는 스마트 건설기술·안전 대전에서 대상인 ‘국토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이후 뷰메진을 궁금해하는 국내 건설업계의 연락이 줄을 지었다. 국내 건설사 대부분이 건설시공 품질관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2021년 기준으로 국내 대형 건설사에 걸린 하자보수 소송 규모만 3000억원에 가깝고, 관련 민원은 5000여 건이 넘는다.

수요가 있는 곳에 기회가 있는 법. 이후 두 창업자는 본격적으로 건설 현장을 주 무대로 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호반그룹 혁신기술공모전에서 ‘드론+AI 비전으로 건설현장 품질검사’ 솔루션이 최우수상을 거머쥐며 기회를 얻었다. 수상 자체보다 대규모 아파트 건설 현장에 기술을 최초로 활용한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이후 뷰메진은 호반건설 등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 현장 2개소에 정식으로 AI 드론 기술을 적용하기로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김 창업자는 “지난 5월 호반그룹이 국내 최초로 AI 드론 품질검사 솔루션을 현장에 적용했다”며 “2025년까지 호반그룹의 모든 건설 현장에 뷰메진 솔루션이 적용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는 국내에서 콘테크(Contech, 건설+기술) 스타트업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팁스(TIPS) 사업과 국토교통부가 선정하는 드론 규제박스 사업자로도 나서게 됐고, KT 주도의 선발 프로젝트 ‘코리아 AI스타트업 100’에도 이름을 올렸다.

투자도 순조로웠다. 올해 5월 뷰메진은 이지스투자파트너스, 플랜에이치벤처스, IBK중소기업은행으로부터 프리 A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앞서 하나벤처스, 팁스 등을 통한 지원액을 합치면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은 총 18억원에 이른다.

두 창업자는 투자 유치 후 기술 고도화와 더불어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바로 건설시공 품질관리를 자동화한 플랫폼 ‘보다(VODA)’다. 권 창업자는 “당장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AI로 분석하는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결국 건설시공 품질뿐만 시공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으로 관리하는 종합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보다’ 플랫폼은 건설시공 전반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아 분석하는 종합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김도엽 창업자.
어떻게 만났나.

권혁찬 창업자(이하 권 창업자): 2020년 12월쯤이었을 거다. 바로 전달인 11월에 뷰메진이 스마트 건설기술·안전 대전에서 대상인 ‘국토부장관상’을 받으면서 알게 됐다. 당시 자율주행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국토부장관께서 “드론에 관심 없냐?”며 연락을 했다. 재미 있는 스타트업을 소개해주겠다는 취지였다. 그게 바로 뷰메진이었다. 곧바로 김도엽 창업자를 만났고 뒤늦은 합류를 결심했다. 워낙 초기였고 둘의 역할이 명확해 외부에 공동창업자라 소개했다.


▎권혁찬 창업자.
창업한 계기가 있었나.

김도엽 창업자(이하 김 창업자): 앞서 중동에서 대테러 작전 업무를 했다고 했다. 좀 더 설명하면, 이라크 남부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송유관 시설에 대한 안보성 평가를 맡은 적이 있다. 그때 기름 도둑이 송유관 여기저기에 구멍을 내거나 훼손하면서 폭발사고까지 발생했다. 송유관이 너무 길게 뻗어 있어 아주 작은 크랙은 찾기도 쉽지 않았고, 크랙이 있다고 보고를 받아도 현장까지 가는 데 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그러다 지인에게서 AI 비전 기술을 듣게 됐고, 이거다 싶어 사업을 결심했다.

아직 해외에 진출한 건 아니다.

김 창업자: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컸다. 그렇다고 스마트팩토리에 AI 비전 기술을 쓰자니 이미 많은 기업이 뛰어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찾은 게 교량 진단 사업이었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은 일단 규모가 크니까 안전 점검 수요도 많을 거라고 봤다. 교량 안전 진단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하며 노하우를 쌓은 중견 엔지니어링사와 협력하고 모델 학습과 결과물을 검증했다. 이미 국내에서 15개 교량을 대상으로 검사해 콘크리트 표면의 균열을 자동으로 탐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교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건설 분야를 잘 잡았다.

권 창업자: 사실 김 창업자가 2020년 11월 국토부장관상을 받으면서 해당 분야에서 PoC(사업자 검증)에 나선 상황이었다. 교량 안전 점검을 하며 기존 방식보다 점검시간을 75%, 비용도 25%나 줄였는데 정확도는 95%가 넘었다. 처음엔 정확도를 의심하던 관계자들도 드론을 띄워 0.3㎜의 미세한 크랙까지 잡아내자 믿기 시작했다. 문제는 시장이 작아 사업성을 평가하기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아파트가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

권 창업자: 그렇다. 이미 나를 비롯한 수많은 소비자가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한다. 시공사도 품질을 높여 브랜드 가치에 프리미엄을 얹으려고 할 테니 ‘드론+AI’ 안전 점검 솔루션 수요가 꽤 있겠다 싶어 관련 시장을 깊이 들여다봤다. 이후 호반 혁신기술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국내 최초로 아파트 건설 현장에 우리 솔루션을 적용해볼 기회를 얻었다.

아파트 외벽을 검사한다면 일단 뭘 찾는지 알아야 AI 비전도 찾아내지 않겠나.

김 창업자: 교량 안전 진단을 했으니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도 잘할 거라 생각했지만, 크랙의 성격이나 분석 방식이 좀 달랐다. 데이터는 차치하고 아파트 현장에서 실제 어떻게 외벽 검사를 하는지 알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옥상에 올라가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서 크랙을 하나하나 찾아 수기로 기록해 보고하는 작업을 반복했다. 당연히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위험하다고 느꼈다.

건설 현장을 수주했으니 매출도 늘었겠다.

권 창업자: 당연하다.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국내 AI 비전 인식기술로 안전 점검을 하는 업체 중에서는 단연 톱이다. 호반건설 등 1000세대 이상 아파트 단지에 처음 도입된다는 사실도 좋았지만, 크랙 데이터값이 쌓여 분석·시각화 데이터가 늘어난다는 점이 더 중요했다. 시공 품질검사에서 정확도는 순전히 데이터 양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뷰메진도 개발진 구성이 탄탄하겠다.

김 창업자: 그렇다. 개발 부서는 AI 알고리즘(자율주행, 비전 인식), 로보틱스, 클라우드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이렇게 나눈 이유는 기술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자율주행하는 드론은 3D 지도를 기반으로 최적의 비행경로를 계산하고 거리센서로 건물과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이어 AI 비전으로 탐지한 영상은 이미지를 다듬고 결함 위치와 정상 부위를 구분해 교정한다. 마지막으로 결함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쌓아 결함의 성격과 영향 등을 분석하고, 다시금 학습하는 식이다. 세 가지 기술 메커니즘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드론은 왜 직접 개발하지 않나.

권 창업자: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다. 드론 자체보다 드론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초기에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지만, 드론은 그냥 주문 제작하는 게 훨씬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하드웨어 성능시험에 쏟을 시간에 AI 알고리즘이나 클라우드 솔루션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는 게 맞다. 물론 드론 스테이션은 예외다.

왜 예외인가.

김 창업자: 배터리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드론은 40분 정도 비행할 수 있다. 여기에 초정밀 카메라가 장착되면 35분 남짓 운행할 수 있다. 충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 탓에 이동형 드론 스테이션 ‘VM-100’을 개발했다. 특히 통신, 충전이 가능한 스테이션은 건설 현장이나 오지, 산악, 해양 등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이미 지난해 방수 문제까지 해결한 1차 시제품을 군수산업 전시회에 출품한 바 있다.

시장을 개척하는 입장에서 기술개발 기준을 잡는 건 쉽지 않을 텐데.

권 창업자: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그나마 쏘카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개발 목표를 좀 타이트하게 잡는 편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소규모 인력으로 완전히 새로운 개발에 나서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직접 개발하지 않고 기성 서비스에만 의존하면 더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개발진과 치열하게 토의하고, 개발 목표를 달성해야 나아질 수 있다.

개발진 외에 드론 오퍼레이터도 있다고 들었다.

김 창업자: 현재 드론 오퍼레이터 5명이 전국에 있는 건물을 끊임없이 찍고 다닌다. 그중 한 명이 737 여객기를 몰았던 파일럿이다. 우리를 만나고 다니던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권 창업자 말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어려움은 있지만, 뷰메진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온 열정 넘치는 임직원이 의기투합한 회사다.

두 분도 의견 충돌이 있지 않나.

권 창업자: 당연한 일이다. 나는 좀 더 과감하게 베팅하는 스타일이라면, 김 창업자는 상당히 세심하고 신중한 편이다. 성향은 좀 다르지만 나도 많은 기업을 돕고 상장까지 가는 과정에서 숱한 사람을 만났다. 의견이 다를 때는 왜 이 문제를 두고 충돌하는지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기업과 기업이 만나 사업을 이끌어가는 것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다. 끊임없이 대화하며 접점을 찾아간다. 구성원 누구와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목표가 있다면.

김 창업자: 최근 들어 콘테크 얘기가 자주 들린다. 글로벌 건설 시장 규모만 2경4800조원이나 된다고 하니 더 그렇다. 수많은 글로벌기업이 DX(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를 무기로 뛰고 있기에 한국 건설 현장에도 DX 바람이 불 수밖에 없다.

권 창업자: 김 창업자의 말에 덧붙이고 싶다. 이번에 우리 플랫폼 ‘보다(VODA)’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미국 IDEA상을 받았다. 그만큼 UI·UX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플랫폼 ‘보다’가 건설시공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건설관리 솔루션이 되는 그 날을 고대해본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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