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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거주자의 복잡한 상속 문제 

 

최근 들어 국제결혼이 많아지고, 해외에서 근무하다가 현지에 정착하는 일도 늘었다. 실제 통계에 따르면 매년 10만 명씩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상속 문제가 생기면 해외 거주자들이 대응하기는 더 난감해진다. 실제 사례 하나를 보자.

해외에 거주하는데 갑자기 상속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부동산 증여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기홍씨(58, 가명)는 미국 집으로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 있는 여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오랜 기간 투병해온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몇 해 전부터 식사량이 줄고 쇠약해졌지만 80대 중반의 연세이고 더구나 노인성질환으로 몇 차례 시술 후에는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며 약을 먹어왔기에 암이라는 중병이 있으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지에서 직장을 갖고 가정을 꾸린 김씨는 코로나 때문에 뵙지 못한 아버지를 추석 명절에 뵀다. 오래전부터 요양병원에 입원한 터라 쇠약해진 상황이었지만 자신을 알아보는 아버지에게 자주 연락드리겠다고 한 말이 마지막이 되었다. 이북에서 작은아버지와 함께 내려와 사업을 일궈낸 강한 아버지 덕분에 자신도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고 한국에 있는 형과 누나, 여동생까지 4남매 모두 그런 아버지에게 감사하며 살아왔다.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외로웠던 아버지를 봉안당에 모시고 돌아왔다. 남은 것은 상속재산 처리였다. 아버지 명의 주택과 상가건물 매각 후 병원비로 거의 다 충당하고 남은 현금이 조금 있다는 형제들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서류와 도장을 한국으로 보내주었다. 평소 관계가 나쁘지 않았고 다들 경제적으로 크게 궁핍하지 않아 합리적인 분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상속처리가 조금 지체된다는 여동생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자신의 도장까지 날인된 협의 분할서를 받아본 후에야 우리 형제들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그런 관계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형과 누나는 김씨가 미국에 멀리 있다는 이유로 부친 봉양에 부족했다고 일방적으로 몰아갔고 자신들끼리도 누가 더 부담했냐는 논란으로 언성을 높였다. 더욱이 김씨 모르게 형과 누나가 부친으로부터 받은 증여재산이 지금은 상당한 규모가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큰 배신감과 상실감이 밀려왔다. 결국 국내에 들어와 법률관계를 상담했다. 상속재산협의분할에 대한 부당함과 자신은 소외된 채 형과 누나가 받은 증여재산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이처럼 해외에 계시는 분들은 상속이 발생해도 급히 한국에 들어와 장례식만 치른 후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게 된다. 상속세 신고까지 돌아가신 분의 재산조사, 협의분할, 신고, 세금납부 등 여러 유산정리 업무를 함께 할 수 없다는 미안함에 위임장을 보내 협의분할이 마무리된 뒤라면 더 큰 불편함이 따르게 된다. 돈과 시간 그리고 관계의 단절도 각오해야 한다. 법률대리인을 지정해도 멀리서 잘 모르는 제도를 이해하고 기다리는 스트레스 역시 상당할 수밖에 없다.

상속이 발생하면 형제들이 위임장을 보내달라고 하거나 미리 작성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믿고서 도장을 찍게 된다. 부모님 재산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남기신 재산이 거의 없다는 말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 계신 분들의 경우 한국에서 상속절차를 위해 가족관계 공부 정리도 중요하다. 오랜 이민생활로 출생신고, 혼인신고, 이혼신고 등과 관련된 서류들이 잘 정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가족관계등록부 등 서류정리를 마치면서 진행하게 된다. 또 사망신고와 안심상속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부모님 재산을 조회하거나 때로는 직접 구청이나 등기소,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하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 김씨 사례처럼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게 되는 과정이 중요하다. 세금을 납부하고 다른 비용들도 정산해야 한다는 이유로 위임장을 보내주는 경우도 있으나 되도록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그 내용을 명시하거나 재산분할협의의 내용을 명확하게 확인한 후에 날인하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위임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부여할 경우 이를 바로잡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형과 누나가 부친 생전에 증여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유류분반환소송 등을 통해 재산분할의 형평성을 바로잡을 수 있다. 유류분은 돌아가신 분의 사망 시점에서 남은 재산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 제한 없이 상속인들이 과거에 증여받은 재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해외 거주자 입장에서는 상속이 발생하면 부모의 재산변동에 대한 내용을 쉽게 알 수 없고 거주지역과 한국의 상속제도가 달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려움은 비단 상속이 발생한 뒤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한국에 소재하는 부모의 건물을 증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인근 부동산 중개법인 등을 통해 임대료 현황과 조정, 임차인 마케팅은 진행할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관리를 위해 부동산신탁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다. 부동산신탁은 수탁자에게 재산을 맡겨 관리, 처분, 운용, 개발 등을 할 수 있는 계약제도이다. 재산을 맡아 관리해주는 곳은 통상 금융기관으로 일정한 신탁보수와 비용은 발생하지만, 필요경비 공제가 가능하고 임차인의 대면관리, 적정 임대료 산정 및 임대차 계약 관리를 대신해준다. 임대료 수납 후 경비를 지출하고 소유자들에게 남은 자금의 분배까지 처리해주는 시스템이라 좀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다.

해외 거주자 본인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미국에서만 나고 자란 자신의 자녀들이 상속문제로 더욱 힘들어질 수 있어 자녀들을 위한 고민까지도 신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자신이 증여받은 부동산 지분을 관리하기 위해 신탁하면서 만약 유고가 발생하면 미국에 있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받아갈 수 있도록 일종의 유언 조치도 해놓았다. 이를 유언대용신탁이라 하며 유언에 의한 상속과 달리 신탁계약을 통해 사후에 재산을 받아갈 사람을 지정할 수 있다.

이렇게 신탁을 해놓으면 부동산을 매각할 때도 수탁자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어 있어 굳이 매각될 때 서류를 보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메일로 진행 상황만 받아 절차가 이루어진다. 신탁을 통해 관리·매각에 상속절차의 옵션까지 함께 보완해놓음으로써 증여받은 이후 관리와 제2차 재산이전에 대한 고민까지 해결할 수 있다.

신탁제도는 원격지에 있는 형제들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줄여주고 적정한 자산관리를 통해 자산가치도 유지하면서 매각 등 유동화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유언대용신탁까지 결합함으로써 제2차 상속증여 문제까지 한꺼번에 풀 수 있다.

-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 센터 본부장

202211호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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