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Home>포브스>Management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 

비약적인 성장과 줄기찬 도전 

노유선 기자
IT 서비스 전문기업 ‘아이티센(ITCEN)그룹(이하 아이티센)’이 ‘3년 연속 조 단위 매출 경신’에 이어 클라우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이티센의 계열사는 총 30곳. 강진모 아이티센 회장은 이들의 역량을 한데 모은 시너지로 국내에 이어 글로벌시장까지 나아가겠다는 포부다.

1986년 LG와 일본 대기업 히타치(Hitachi)가 합작 설립한 LG히다찌가 한국의 중견기업 아이티센의 품에 안긴다. 1981년에 설립된 국내 1호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쌍용정보통신도 2년 전 이곳에 인수됐다. 업력 20년이 채 되지 않은 아이티센이 오랜 역사와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기업들을 거듭 인수하자, IT 서비스 업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005년에 설립된 아이티센은 시스템 통합(System Integration·SI) 및 유지·보수, IT 컨설팅,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 등이 주요 사업 분야다. 특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11월 14일에 공시된 올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14곳에 달한다. 그렇다 해서 아이티센을 무분별한 M&A로 기업 규모만 키운 ‘눈사람’이라 단정하기엔 이르다.

아이티센에는 ‘3년 연속 조 단위 매출 경신’이란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아이티센은 2019년 매출 1조 클럽에 입성한 후 2020년 2조2751억원, 2021년 3조2809억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 IT 서비스 업계 신흥 강자로 떠오른 아이티센의 차기 과제는 탄탄한 내실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시장 진출이다. 강진모(54) 아이티센 회장을 만나 어떤 무기와 전략으로 치열한 글로벌시장에 나설지 물어봤다.

공격적인 M&A? “원칙 있는 결단”

사업가에게 ‘1조 클럽’의 의미는 남다르다. 매출 1조 달성은 사업 모델의 성공을 뛰어넘는 놀라운 성취다. 매년 조 단위로 매출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는 강 회장에게 1조 클럽은 어떤 의미일까. 강 회장은 “1조라는 숫자가 머릿속에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며 설렘이 가득한 표정으로 답했다.

“제 기억으로 1990년대 중반에는 이른바 한국의 재벌 30위권 기업 매출이 1조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1조라는 숫자가 뇌리에 박혔어요. 물론 창업 당시만 해도 1조를 반드시 달성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다만 ‘의미 있는 회사를 만들자’는 게 목표였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경영에 자신감이 붙는 거예요. 그렇다면 예전에 들었던 그 숫자, 1조를 한번 달성해보자고 목표를 바꿨죠.”

창업 초반 외부 업체의 IT 솔루션 판매 및 서비스에 주력했던 아이티센은 설립 5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공공기관에서 교육기관, 정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등으로 고객군을 확대해나간 것이 주효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티센은 자체적으로 IT 시스템 설계·분석 기술을 확보하는 데 매진했다. 강 회장은 “아이티센이 성장한 원동력은 오로지 ‘기술’에 있었다”며 “원천기술 확보가 아이티센 성장의 가장 큰 발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부족한 기업은 선진 기업과 협력해 기술을 이전받거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는 등 두 가지 방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보다 후자에 중점을 뒀던 아이티센은 ▲2012년 코스닥 상장사인 비티씨정보통신(현 소프트센) ▲2015년 굿센과 시큐센 ▲2016년 에스엔티씨 ▲2018년 콤텍시스템 ▲2020년 쌍용정보통신 등을 인수하며 종합 IT 서비스 전문기업으로 도약했다. IT와 거리가 먼 한국금거래소도 아이티센의 식구가 됐다. 의외의 선택에 강 회장은 “세상의 모든 서비스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일이 아이티센의 역할”이라며 “낙후된 금 시장의 프로세스를 쉽게 바꿔 매출을 1조3000억원가량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액을 들여 회사 한 곳을 인수하기보다 고급 기술을 보유한 경력 개발자 여러 명을 채용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강 회장은 M&A가 경력자 채용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단언했다. 이직이 잦은 개발직군의 특성상 M&A로 인한 직원 퇴사율이 경력자를 채용한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수차례 진행한 아이티센의 M&A는 성공적이었다. 몸집을 키운 아이티센은 2013년 코넥스 상장에 이어 2014년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했다. M&A에 적합한 회사를 알아보는 강 회장의 안목이 탁월했다는 방증이다.

“아이티센은 M&A로 제품과 서비스를 다양화하면서 고객 수를 늘려왔어요. M&A의 기준은 두 가지, 바로 고객과 기술입니다. 저는 고객을 X축에, 기술을 Y축에 놓고 시장 확대 가능성을 따져봅니다. 아이티센이 미처 확보하지 못한 고객과 활발하게 거래하고 있는 회사 또는 아이티센이 보유하지 않은 기술을 이미 개발한 회사가 M&A 대상이에요. 전자일 경우 고객과의 관계가 얼마나 견고한지 살핍니다. 후자인 상황에서는 향후 시장 재편을 이끌 만한 기술 여부를 검토하죠.”

강 회장은 투자를 결정할 때도 M&A와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올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티센의 계열사는 총 30곳에 달한다. 2019년 아이티센은 반려동물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반려동물 전문 소셜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는 마이펫씨앤제이의 투자사로 나선 것이다. 강 회장은 “반려동물 시장은 시장 확대 속도가 빠른 데 반해 서비스는 낙후돼 있다”며 “아이티센의 기술을 접목하면 디지털전환에 따른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개발자 품귀 현상에 따른 위기


아이티센의 성장에는 강 회장의 다채로운 경험도 한몫했다. 사람들은 사는 모습이 제각각이다. 이처럼 다양한 삶의 양상이 궁금했던 강 회장은 대학 시절 신발공장에서 잡일을 하고 고층 건물에 올라 유리창을 닦는가 하면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자처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해봤던 아르바이트 종류만 10개가 넘는다”며 “이때 사람을 대하는 방법,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다”고 회상했다. 당시의 깨달음에 대해 그는 이같이 답했다.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상대방의 말을 흘려듣기보다 귀 기울여 듣고 그 말에 공감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듣기보다 말하기 바쁘죠. 물론 누군가의 말을 귀담아듣는 건 쉽지 않아요. 훈련이 필요하죠. 무엇보다 경청하는 자세는 기업경영에도 도움을 줍니다. 아이디어는 사람에게서 나와요. 그러니 상대방의 말을 최대한 많이 들어야 합니다.”

아이티센 초창기까지만 해도 강 회장은 직원들 이름을 모두 외웠다고 한다. 직원들 역시 강 회장에게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털어놨기에 그는 직원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직원이 100명 정도일 땐 전국 각지에 있는 모든 지사에 방문할 정도로 직원들을 챙겼다”며 “하지만 이제는 계열사 계약직까지 포함하면 직원이 2500여 명이다. 예전처럼 할 수가 없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잦은 M&A와 투자가 낳은 부작용은 아니었을까. 여러 기업의 이질적인 문화를 하나로 융합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최근 개발자 품귀 현상까지 겹친 탓에 수많은 IT기업이 인력 이탈 현상으로 고민에 빠져 있다. 강 회장은 “기술 중심 회사인 아이티센에선 직원들의 퇴사는 곧 위기”라며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플랫폼 업체가 높은 수준의 대우를 제시하며 경력직을 채용해 속이 상한다”고 토로했다.

강 회장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통상적으로 M&A가 진행되면 피인수기업은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기 마련이다. 이는 곧 고용불안으로 직결된다. 강 회장은 “창업 후 기업 20여 곳을 인수해왔고 지금도 1년에 유망기업 3~4곳을 접촉하고 있다”며 “항상 일관되게 적용하는 원칙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불안에 직면한 사람이 과연 창의적이고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겠냐”며 “기술과 경험을 가진 직원 개개인은 하나의 공장과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에 최근 강 회장은 부회장단과 워크숍을 열고 직원의 행복이 아이티센의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아이티센의 핵심 가치 중 하나가 ‘봉사’인데 직원에 대한 봉사와 고객에 대한 봉사, 사회에 대한 봉사가 서로 맞물려 있다”며 “직원이 행복해야 봉사의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행복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강 회장은 “IT기업이 직원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충분한 지식 습득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도전장


“디지털전환이나 혁신이란 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있었지만 그 여파로 확산됐습니다. 비대면 문화로 인해 IT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죠. 기존 IT업계는 물론 제조업 기반의 전통산업까지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에요. 디지털 혁신 기술로 산업 간의 단단한 벽이 점차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을 봤습니다.”

팬데믹을 계기로 시장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해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강 회장의 고백이다. 아이티센은 IT 서비스에서 디지털전환 서비스로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특히 컨설팅과 클라우드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강 회장은 IT 서비스와 관련해, 실행만 잘하는 기업이 아니라 실행과 컨설팅 모두 뛰어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설립된 INF컨설팅이 그 시작이다. INF컨설팅은 디지털전환을 원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에 맞는 차별화된 컨설팅을 제공한다. 디지털전환을 위한 전략 수립에서부터 플랫폼 구축 및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 참여한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강 회장이 글로벌시장에 들고 갈 무기는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다. 지난 2020년 클라우드 사업 역량이 높은 쌍용정보통신을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IT 서비스 업계 첫 상장기업인 쌍용정보통신은 이미 2015년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브랜드를 운영해왔다. 강 회장은 지난 5월 쌍용정보통신의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분할해 클라우드 전문기업 ‘클로잇(CloIT)’을 설립했다.

강 회장은 5년 안에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단순한 디지털전환을 넘어 이제는 속도전”이라며 “디지털전환의 핵심은 속도를 높이는 건데 소프트웨어를 서버에 직접 설치하는 온 프레미스(On-Premise) 방식으로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시장은 한국 대기업조차 진입하기 힘든 영역이다. 특히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경우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가 5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클라우드 산업이 난해한 이유는 기술과 플랫폼, 서비스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고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2차 산업혁명의 시작은 석유화학과 전기통신 기술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세상을 발전시킨 동력은 기술을 기반으로 탄생한 여러 제품과 서비스였어요. 기술 자체와 그 기술을 이용하기 위한 플랫폼보다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제품 및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봐요. 이런 관점에서 클라우드 시장에 접근할 계획입니다.”

클라우드 시장은 크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인 SaaS(Software as a Service)와 IT 인프라 장비를 빌려주는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플랫폼을 빌려주는 PaaS(Platform as a Service) 등으로 구성된다. 강 회장은 이 중 SaaS를 글로벌시장에 도전할 무기로 택했다. 그는 “SaaS는 별도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아도 돼 유연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아이티센의 클라우드 사업 1순위는 SaaS”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글로벌 IT리서치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23년에는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SaaS가 차지하는 비중(33%)이 가장 높을 전망이다. 강 회장은 “SaaS 형태로 개발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무궁무진하다”며 “그동안 축적한 고객 데이터와 서비스 역량에 기반해 SaaS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강 회장에게 아이티센이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고 대중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지 물었다. 강 회장은 “디지털 혁신을 가장 잘하는 기업”이라며 “세상의 모든 서비스에 아이티센의 디지털 혁신 기술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 강진모 아이티센그룹 회장은···
1993년 아주대 물리학 학사 1993년 다우기술 입사 1998년 열림기술 합류 2005년 아이티센 설립 2011년 연세대 공학대학원 공학경영 석사 2016년 아이티센그룹 회장 2022년 한국정보처리학회 회장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2212호 (2022.11.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