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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상속자가 임팩트 투자를 선택한 이유에 

 

현대그룹 창업주 고(故) 정주영의 손자 정경선은 컬럼비아대학에서 MBA를 취득하고 사촌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한국 최대 기업그룹 중 하나인 현대에 손쉽게 들어갈 수 있었지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임팩트 투자자로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난 9월, 허리케인 이안이 플로리다 남서부를 휩쓸고 지나가며 100여 명의 목숨을 빼앗고 주택 1만8000채를 파괴했다. 재난 모델링 기업 캐런 클라크 앤 코(Karen Clark & Co.)는 허리케인 피해로 민간 보험사가 지불해야 하는 보험금이 6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플로리다를 강타한 태풍 중 역대 최대의 피해를 남긴 셈이다.

기후변화로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의 파괴력이 더욱 강해지면서 현대 창업주 가문의 후손 정경선(36)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결국 임팩트 투자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경영대학원에 들어갔을 때 기후변화에 대한 많은 데이터를 처음으로 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브스 글로벌 CEO 회의 ESG 및 지속가능성 주제 패널로 참석한 그를 만나 성사된 인터뷰다. “데이터를 보고 있으니까 정말 걱정이 됐습니다. 일단 제 생계가 영향을 받겠더라고요. 다음으로는 기후변화로 가장 먼저 초토화될 분야가 보험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캘리포니아 역대 최대 규모로 최악의 피해를 낸 2018년 캠프파이어 산불을 예로 들었다. 피해가 워낙 막대해서 지역 보험사인 메르세드 손해보험사는 화재 관련 보험금 청구 때문에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보험산업이 무너지면 그의 생계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는 현대해상 회장이자 최대주주인 정몽윤(67)의 외아들이다. 정몽윤 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의 여덟 아들 중 7번째 아들이다. “저한테는 그냥 넘길 수 없는 신호였습니다.” 그가 메르세드의 파산에 대해 말했다. “그래서 임팩트 투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2019년 컬럼비아대학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그는 동기생 스콧 쥰과 함께 사모투자사 실반그룹(The Sylvan Group)을 설립했다. 환경과 사회를 위한 임팩트 투자를 전문으로 하며 수익을 내는 투자사였다. 현대 가족과 록펠러 가족, 싱가포르 억만장자 위 초 야우(Wee Cho Yaw)의 유나이티드 오버시즈 뱅크, 한화생명 등에서 총 2억 달러 자금을 모집했고, 기후변화와 싸워나갈 기업들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정 대표는 자신의 첫 투자 건수들을 집행했다. 아르테미스 헬스 벤처스, DX 이미징, 주니퍼 바이오로직스, 주니퍼 테라퓨틱스 등 싱가포르 헬스케어 및 제약 기업 4개를 총 1억405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기업들은 아니다. 그러나 정경선은 “모든 것이 긴밀히 얽혀 있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지지와 참여가 없다면 기후 행동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교육과 헬스케어, 주택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 참여를 이끄는 단계까지 갈 수도 없죠.”

그는 비영리 부문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왔다. 2012년에는 사회적기업가를 지원하는 한국의 비영리기관 루트 임팩트(Root Impact)를 설립하여 사회적기업 스타트업들에 사무공간 등을 지원했다. 세계 최대 자선 서비스 기구인 록펠러 자선자문단(Rockefeller Philanthropy Advisors) 이사회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다.

정 대표는 부자라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조부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주영 창업주는 1977년 아산재단을 설립했고, 이를 통해 병원과 의료연구센터 건립, 장학금 제공, 자선기관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한반도 분단 전 북한에서 태어난 정주영 창업주는 1998년 식량난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트럭 50대에 소 500마리를 싣고 고립 상태에 있던 ‘은든의 왕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난 30년간 세계질서를 이끌어온 세계화가 주춤하고 여기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기류를 적극 반영한 투자를 하려 한다. “코로나 사태 때부터 디커플링과 탈세계화 움직임이 시작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공급망이 교란되기 시작했어요.” 정 대표는 말했다. “이후 특정 상품의 공급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이 중에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일례로, 2월 초 코로나 검역 조치로 중국 본토와 맞닿은 국경이 봉쇄되면서 신선식품 공급망이 붕괴된 홍콩은 심각한 채소 공급부족에 시달렸다. 여기저기서 식량난이 심화되자 홍콩에서는 수직농업 기술을 보유한 팜테크 기업에 대한 수요가 치솟았다. 채소와 과일을 수경·수생 기법으로 재배하는 팜66가 그중 하나다. “팬데믹이 일어나고 나서야 국내 채소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다들 깨달았다”고 팜66 CEO인 고든 탬이 올해 초 포브스 아시아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는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싱가포르에서는 육류 중 가장 수요가 높은 닭고기 가격이 크게 뛰었다. 이웃 국가 말레이시아에서 팬데믹과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상기후로 교란된 국내 공급망을 안정화하기 위해 6월 1일 일시적으로 닭고기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닭 사료에 들어가는 옥수수와 밀가루의 주요 생산국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난 것도 공급망 교란을 악화한 또 다른 요인이 됐다. “이번에 닭고기일 뿐, 다음에 다른 어떤 식품의 가격이 치솟을지 모른다. 우리는 대비를 해야 한다”고 5월 말 진행된 싱가포르 언론 인터뷰에서 리셴룽 총리가 말했다.

“농산업은 얼마 안 가 아주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정 대표는 그래서 대체 단백질과 지속가능 농업, 재배 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인플레율과 금리가 치솟는 와중에도 정 대표보다 먼저 식량 관련 스타트업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은 투자자들이 있다. 일례로 세포배양 기술을 적용하여 생선 필레와 중국에서 미식 재료로 인정받는 생선 부레를 생산하는 홍콩 기업 아반트 미츠(Avant Meats)는 6월 말 1080만 달러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 주관사 S2G 벤처스는 (월마트 창업주 샘 월튼의 손자인) 억만장자 루카스 월튼이 지원하는 식량농업 전문 투자사로, 시카고에 본사를 두고 있다. 모집된 자금은 아반트 미츠가 싱가포르에 시범 농장을 건립하는 데 지출될 예정이다. 아반트 미츠는 올해 ‘100대 주목할 기업’ 순위에 오른 16개 홍콩 기업 중 하나다.

싱가포르에서는 식물성 닭고기 대체육 생산기업 넥스트 젠 푸드(Next Gen Foods)가 2월 미국 등 해외시장 확장을 위해 진행한 투자라운드에서 1억 달러를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자 명단은 무척 화려하다. 동남아시아 기업 알파 JWC 벤처스, 중국 최초의 푸드테크 VC펀드 비츠×바이츠, 영국 축구선수 델리 알리, 싱가로프 글로벌 펀드 EDBI, 포브스 ‘미다스의 손’ 순위에 오른 제니 리의 GGV 캐피털, (말레이시아 최고 거부 로버트 쿠옥의 손자) Kuok Meng Xiong의 K3 벤처스, 싱가포르 국유 투자사 테마섹, (싱가포르 억만장자 로버트 응의 큰아들) 대릴 응의 식음료 제조사 여 히압 셍(Yeo Hiap Seng) 등이 포진하고 있다.

“창업투자금이 넘쳐나던 시절에는 푸드테크 기업이 집중적으로 투자를 받았습니다. 이제는 이들 회사가 자립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서 규모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정 대표가 말했다. “이제 이들 기업은 저희 같은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 후보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주 진지하게 푸드테크 산업을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 2022년 9월 27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포브스 글로벌 CEO 회의에 참석한 정경선 대표.

- JOHN KANG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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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호 (2022.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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