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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밸리의 혁신가(2) 이계우 아쿠아픽 대표 

‘메이드 인 코리아’ 구강세정기로 시장 개척 

조득진 선임기자
국내 구강세정기 시장을 석권하고 아시아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덴탈케어 기업 아쿠아픽. 생소한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이계우 대표는 R&D를 통해 기술 격차를 확보하며 50여 개국에 수출 중이다. 신사업 진출 등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는 그는 동료 중소기업들과 협업해 ‘글로벌 헬스케어 브랜드’를 꿈꾼다.

▎이계우 아쿠아픽 대표의 명함엔 ‘CEO’ 타이틀과 나란히 ‘고객감동책임자’라고 적혀 있다. 건강이라는 가치를 사회에 제공하고, 고객을 감동시키겠다는 의지다.
‘치주포켓.’ 2001년 당시 서른한 살이었던 이계우 아쿠아픽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키워드다. 글로벌 치과장비 1위 독일계 기업에 다니던 이 대표는 ‘하루라도 양치질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치과엔 왜 이리 환자가 많을까’ 하는 궁금증의 답을 치주포켓에서 찾았다. 치주포켓은 치아와 잇몸 사이의 2~3㎜ 틈으로, 칫솔모가 닿지 않아 음식물 찌꺼기가 끼거나 세균덩어리가 형성되어 결국 잇몸이 내려앉는 등 치주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대표는 “한 대학병원 의사가 ‘치아 건강을 지키려면 칫솔질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치실로 치간 솔질, 구강세정기로 치주포켓을 관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며 “하지만 당시는 치주포켓은커녕 치실에 대한 인식도 없던 때였다”고 말했다. 하이텔, 천리안 등 PC통신을 뒤져 시중에 판매되는 구강세정기를 찾아냈고 사용해보니 방금 양치질을 했는데도 음식물 찌꺼기가 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치과 관련 창업을 꿈꾸던 그에겐 ‘유레카’였다.

이후 연구개발을 거듭한 결과 현재 아쿠아픽의 구강세정기는 유일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 되었다. 아쿠아픽의 원리는 ‘맥동수류’로 불리는 탁탁 끊어지는 물줄기를 쏘아 칫솔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남아 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뽑아내는 것이다. 치아교정 환자들의 브래킷 세정뿐 아니라 임플란트 환자의 임플란트 주위염 예방과 잇몸질환 환자의 구강관리에 효과를 보이면서 대한치과의사협회 공식 추천품으로 선정됐다. 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린 것도 브랜드를 알리는 데 한몫했다. 현재 국내 구강세정기 시장점유율 70~80%를 차지하고, 북미·유럽·중동 지역 50여 개국에 수출하면서 연 매출은 17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구강세정기는 칫솔, 치실 대용이 아니라 숟가락, 젓가락처럼 고유의 기능을 갖춘 제품”이라며 “제품에 대한 인식도, 시장도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저었지만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있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솔루션을 생각하고 추진하는 실천력이 바로 아쿠아픽의 혁신 원동력이라는 설명이다. G밸리 아쿠아픽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구강세정기가 왜 필요해?’ 인식을 바꾸다


▎이계우 아쿠아픽 대표가 구강세정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는 입안에 넣고 작동해야 한다. / 사진:아쿠아픽
구강세정기를 직접 사용해보고 효과를 경험한 이 대표는 우선 지인들에게 제품을 선물하며 체험케 했다. 새로운 물건에 대한 반응은 괜찮았다. ‘그렇다면 내가 시장을 만들어보리라.’ 대만에서 구강세정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호기롭게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대만으로 향했다. 2001년 ‘물쏘시개’란 뜻의 아쿠아픽(aquapick) 브랜드를 만들어 국내 판로 개척에 나섰다. 그러나 고생길의 시작이었다.

“처음엔 실패의 연속이었죠. 수천 곳의 치과병원에 카탈로그를 보내고, 신문광고를 해도 반응은 미미했어요. 한 달에 200개도 못 팔았으니까요. 시장조사를 해보니 ‘평소 양치질을 하는데 이게 왜 필요하냐’는 반문과 귀찮음, 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있더라고요.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야 했죠.”

제품을 알리기 위해 당시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홈쇼핑의 문을 두드렸다. 수차례 문전박대를 당한 끝에 어렵사리 방송 기회를 잡았지만 판매량은 보잘것없었다. ‘회사 망하겠다’는 우려 속에서도 방송을 거듭한 결과 네 번째 방송에서 대박이 났다. 이 대표는 “앞서 세 번의 방송을 보면서 호기심을 가졌던 소비자들이 네 번째 방송에서 크게 몰린 것”이라며 “그날 하루에만 8000개가 매진되면서 당시 홈쇼핑 판매 역사를 다시 썼다”고 말했다. 이후 효능이 입소문을 타면서 홈쇼핑 매출이 꾸준히 발생했다.

실제로 대한구강보건학회의 연구 결과를 보면, 아쿠아픽 구강세정기 사용 후 치간 치면세균막(플라크) 잔사 지수가 사용 전보다 대폭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칫솔질을 하고 구강세정기를 사용하니 칫솔질만 할 때에 비해 플라크가 40% 이상 감소했다. 또 같은 기관의 임상연구 결과 구강세정기는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할 때보다 기능성, 편리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뛰어난 효능은 엉뚱한 곳에서 파트너를 만들어주었다. 바로 잠재적 경쟁 상대로 여겼던 치과. 마침 국내에 임플란트 시술이 크게 늘면서 임플란트 주위염 관리가 중요해졌는데 구강세정기의 예방 효과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 결과 아쿠아픽 구강세정기는 2009년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공식 추천품 인증에 이어 2013년에는 대한치과의사협회 공식 추천품 인증까지 받았다. 이 대표는 “현재 국내 치과 1만5000곳 중 1만 곳 이상이 아쿠아픽 구강세정기를 구매하고, 환자들에게도 권한다. 전체 매출 중 치과 비중이 40~50%”라고 말했다. 글로벌 치과장비 업체에 다니며 얻은 전문지식과 경험,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된 것은 당연했다.

가장 큰 차별화는 기술력에서 나온다


▎아쿠아픽 구강세정기 대표 모델. / 사진:아쿠아픽
업계에선 아쿠아픽의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원동력을 기술력에서 찾는다. 창업 당시 대만과 일본의 생산 공정을 빌렸던 아쿠아픽은 2008년 디자인 개발을 시작으로 2011년엔 첫 시제품을 생산하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를 구축했다.

현재 제품 생산은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연구개발은 전문회사에 아웃소싱하고 생산은 한국 공장에서 진행하는 것이 한 축이고, 디자인 개발과 금형까지 한국 본사에서 진행한 뒤 생산만 2010년 설립한 중국지사에서 진행하는 것이 다른 한 축이다. 두 생산지역 모두 수출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TV의 생산지를 따지지 않듯이 기술 측면에서 보면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메이드 바이 코리아로 가고 있다”며 “가격경쟁력은 중국산이, 브랜드 경쟁력은 한국산이 높아서 바이어 니즈에 맞추어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기가 좋은 제품은 아쿠아픽 구강세정기와 아쿠아픽 코드리스 구강세정기로, 모두 10만~20만원대다. 아쿠아픽 구강세정기 AQ-350 모델은 분당 2400회의 강력한 맥동수류로 치아와 잇몸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제거하고 잇몸 마사지 기능도 갖추었다. 전원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손잡이를 들면 자동으로 작동되는 첨단 시스템이다. AQ-230 모델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용이 가능한 프리볼트로, 휴대가 편리하다. 분당 1400회 맥동수류를 갖추었고, 클린 소프트 마사지 등 수압을 3가지로 조절할 수 있다.

“물 관련 제품에는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전압과 압력의 변화에도 안정적 수압과 분사가 중요하죠. 구강세정기 하나에 들어가는 부품이 80개가 넘는데, 아쿠아픽은 부품 하나하나를 모두 캡으로 감싸 완전 방수가 가능합니다. 개발 과정에서 방수 성능을 체크하기 위해 물통에 며칠 동안 담아두기도 했죠. 사소한 문제라도 발생하면 부품 금형까지 모두 바꾸었고요.”

내구성과 개인위생에도 신경을 썼다. 맥동수류를 뿜어내는 데 쓰이는 실린더 내부를 스테인리스로 코팅하고, 피스톤 링에 닳지 않는 특수 고무를 써 제품 장기 사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유격을 막아 물이 새는 현상을 방지했다. 이 기술은 아쿠아픽이 특허를 갖고 있다. 또 분사구 부분에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제트팁을 마련해 한 제품을 여러 사람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쿠아픽은 현재 헬스케어 전반으로 사업 부문을 확장하면서 신제품 연구개발(R&D)에 매출의 20% 정도를 쓰고 있다. 음파전동칫솔, 항균칫솔, 칫솔살균기, 화이트닝 버블치약, 클리닝정, 전기주전자 등도 판매한다. 이 대표는 “우리의 경쟁력과 혁신 키워드는 품질 향상과 서비스 정신”이라며 “우리 생산 라인의 불량률이 현재 0.1% 수준인데 목표를 0.01%로 설정해놓았다. 초기엔 자체 생산 불량률이 5%가 넘어 클레임이 상당했지만 끊임없이 혁신한 결과”라고 말했다.

브랜드로 키우고, 협업으로 확대하라


▎2019년 독일 IDS(International Dental Show) 전시회 참가 모습. / 사진:아쿠아픽
아쿠아픽은 현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럴케어 전문기업이란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사업 영역을 대폭 확장해 뷰티&케어 분야 글로벌기업으로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뷰티&케어 시대다. 헬스케어는 인간의 본능이자 생활이 여유로워질수록 관심이 커진다”며 “오럴케어, 헬스케어, 제약, 식품, 뷰티, 전자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러한 도약에 함께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아쿠아픽은 오럴케어, 덴탈 등의 분야에 매우 적합한 브랜드이지만 확장성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래서 또 다른 브랜드를 키우고 협업을 통해 확대하려는 것입니다. 우선 생활가전은 솔트(SALT) 브랜드로, 오럴케어는 아쿠아픽 브랜드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솔트 브랜드는 새해 솔트전자 출범으로 시작하고, 아쿠아픽에선 치아미백제를 곧 론칭할 겁니다. 제품 브랜드는 B로 통일할 계획인데, ‘You are A, We are B’라는 고객우선주의에서 찾은 BI입니다. 우리 사업군에 해당하는 중소기업과 협업할 것입니다.”

이 대표는 한국산업단지경영자연합회서울(KIBA서울) 회장도 맡고 있다. 2년 임기를 마치고 주위의 요청에 따라 연임에 들어갔다. KIBA서울은 구로·가산디지털단지(G밸리) 지역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KIBA MBA는 벌써 졸업생 1000명을 배출했다. 현장 중심의 양질의 강의뿐 아니라 서로 간 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사업 노하우뿐 아니라 자금유치 방법, 자금 활용, 노무 관련 등 경영상 전반적인 사안이 공유된다.

“저는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장사꾼, 사업가, 기업인으로 분류합니다. 장사꾼은 본인이 팔고, 사업가는 직원 시켜서 팔고, 기업인은 가치창출에 나서는 사람입니다. ESG 경영이 바로 기업인이 하는 경영활동인 셈이죠. 중소기업인들도 이런 마인드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G밸리 경영인들 모임에 열심입니다.”

매년 9월 14일 ‘산업단지의 날’이 정부가 제정·주관하는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에도 G밸리 중소기업인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그동안 산단공과 KIBA 등을 주축으로 실시하던 행사는 내년부터는 정부 주관으로 실시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이날을 구심점으로 산단 기업들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영자연합회가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는 데도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최영재 기자

202301호 (20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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