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빔을 소유한 위스키 대기업 산토리홀딩스는 일본 인구가 감소하고 내수가 줄어들자 해외 사업 확대 나섰다. 100년 전 첫 양조장을 설립한 일본 주류 대기업은 가족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자 한다. 그 목적을 달성할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산토리홀딩스의 CEO 겸 사장 니나미 다케시(왼쪽)와 최고운영책임자 겸 부사장 도리 노부히로.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날 촬영에 임했다. / 사진:MACIEJ KUCIA (AVGVST) FOR FORBES ASIA |
|
일본 기업 산토리홀딩스를 소유한 가족은 장기 계획에 초점을 맞추고 느긋하게 움직인다. 그 영토도 마찬가지다. 그럴 만도 하다. 산토리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대표 제품은 수상 이력에 빛나는 세계적 위스키인데, 숙성에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올해 위스키 양조 100주년을 맞이한 이 비상장기업은 2022년 매출 2조7000억 엔을 올렸다. 일본의 파편화된 증류주, 맥주, 음료 시장에서 굳건히 입지를 지키며 해외 진출을 위해 많은 위험을 감수했다. 2014년 16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상장 버번 양조업체 빔(유명한 인기 브랜드 짐빔 제조업체)을 인수한 사례는 일본 회사의 해외 기업 인수 가운데 사상 최대 수준이다. 이 인수로 산토리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주류업체로 발돋움했다. 무디스의 투자자 서비스에 따르면 오늘날 산토리는 영국 디아지오, 프랑스 페르노리카에 이어 매출 3위의 증류주 제조업체다.산토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일본 시장에서 산토리의 위스키 매출은 1950억 엔으로 두 배 증가했다. 데이터 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국내에서 산토리는 위스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으며 전체 주류 시장에서 점유율 16%로 아사히(34%), 기린(29%)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산토리는 내수시장에서 빠르게 노령화되며 줄어드는 인구와 주류 소비량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맥주, 사케, 증류주 등 1인당 주류 소비량은 연간 75L로 25% 감소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젊은 층의 주류 소비량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다.또 산토리에서 오래전부터 예상된 경영자 교체가 다가오고 있다. 2014년부터 니나미 다케시(64)가 CEO겸 사장을 맡고 있지만 경영권이 다시 창업자 가족에게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유통 대기업 사장을 지낸 니나미는 산토리가 1899년 설립된 이래 가족 외 인원으로서 처음 임명된 대표다. 그동안 다음으로 회사를 이끌 인물은 77세 회장 사지 노부타다의 조카이자 산토리 창업자 도리 신지로(후손들은 도리와 사지 성을 모두 사용한다)의 증손자인 도리 노부히로(57)가 될 것이라는 조짐이 몇 차례 나타났다. 포브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한 사지 회장은 자녀가 없으며, 개인 순자산은 12억 달러로 추산된다.니나미, 도리와 인터뷰를 했지만 경영자 교체 시기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들을 수 없었다. 니나미는 자신이 얼마나 더 CEO를 맡을지는 “사지 회장과 창업자 가족 구성원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도리는 자신이 CEO가 되면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일반적인 의견들을 전했다.도리는 회사에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사업 방식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좀 더 혁신해야 하며 획기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스키와 건강, 웰빙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목표는 밝히지 않았다. 니나미는 산토리의 2030년 목표 매출이 주류세 제외 3조 엔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수치보다 11% 많은 금액이다.한 가지 나아갈 방향은 더 진전된 글로벌화다. 2022년까지 10년 동안 산토리는 일본 밖으로 다각화를 시도하며 해외 매출을 2배로 높여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으로 만들었으며, 주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28%에서 35%로 높였다. 다음으로 산토리가 눈독들이는 것은 데킬라 투자다. 산토리는 이미 빔 산토리 산하에 데킬라 브랜드 5개를 보유하고 있다. 니나미는 “데킬라는 세계적”이라며 “데킬라나 스카치 브랜드를 인수하여 음료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싶다. 아직 진출하지 않은 나라로 진출하고자 한다. 증류주도 마찬가지다. 인도에서는 현지 양조업체를 인수할 수도 있다. 좋은 후보가 있다면 언제든 인수 가능하다”고 말했다.사지 회장은 마치 위스키를 숙성하듯 수십 년 동안 도리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며 그를 경영자로 키웠다. 때로는 조카를 공개적으로 박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2013년 한 일본 주간지와 보기 드물게 인터뷰를 한 사지는 “도리는 열심히 하고 있지만 아직 어리고 더 많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구원 투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그로부터 1년 뒤 사지는 지도자 공백기를 선언했다. 5년에 걸친 구애 끝에 니나미가 일본 최대 수준의 편의점 대기업인 로손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사임하고 산토리에 합류해 빔 통합과 국제 사업 확장을 주도하게 됐다. 영어가 능숙하고 하버드 MBA로 무장한 니나미는 1981년 일본의 상사 대기업 미쓰비시에 입사한 이래 빠르게 승진했다. 니나미는 빔 통합이 운영 통합인 동시에 문화 통합이라고 말했다. 그는 “빔 인수 이후 산토리의 가치, 지향을 이해시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니나미는 자신의 예상 후계자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기업이 최고위직 인사이동에 대해 거의 정보를 드러내지 않는 일본에서는 드문 일이다. 니나미는 언론인 이즈미 히데카즈의 2022년 저서 『세습과 경영: 사지 노부타다의 신념』에 수록된 인터뷰에서 “노부히로는 지금 아주 어려운 시기에 직면해 있다. 산토리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으면서 고토부키 부동산의 사장도 맡고 있고, 차세대 리더십을 맡을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리 가문과 사지 가문이 소유한 오카사 소재 자산관리사인 고토부키는 산토리홀딩스를 지배한다.
▎니나미 다케시 산토리홀딩스 CEO 겸 사장은 2014년부터 산토리를 이끌고 있다. / 사진:MACIEJ KUCIA (AVGVST) FOR FORBES ASIA |
|
도리는 삼촌 사지나 니나미처럼 일본 기업 최고경영자를 많이 배출한 게이오대를 졸업했다. 또 1991년 미국 보스턴의 브랜데이스대에서 국제경제와 금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지금은 미즈호금융그룹의 일부가 된 일본산업은행에서 6년 동안 일한 뒤 1997년 산토리로 옮겼다.초기에 도리가 산토리에서 맡은 주요 직책 중 하나는 2006년부터 프리미엄 맥주 사업을 이끄는 것이었다. 경쟁사인 도쿄 소재 삿포로홀딩스가 1990년대 초 에비스 브랜드로 시장을 개척했지만 도리는 2008년 산토리의 프리미엄 몰트 브랜드로 1위를 차지했다. 1963년 맥주 시장에 진입한 산토리는 2008년에야 전체 생산량 3위의 맥주 양조업체가 되어 삿포로를 제치고 수익을 냈다. 이듬해 도리는 프랑스의 오랑지나 슈웹스 인수를 주도했으며, 2013년에는 산토리식품 CEO로서 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감독했다. 산토리식품은 산토리에서 유일한 상장회사다.산토리에서 임원을 지낸 아베 사토루는 거의 40년 동안 산토리에서 근무하며 도리와도 함께 일했다. 아베는 도리가 산토리에서 인수 대상을 물색하면서 금융 지식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도리는 3개의 대형 인수(프랑스 오랑지나, 뉴질랜드 프루코어, 영국 루코제이드 및 리베나 브랜드)를 주도했으며 인수 후 통합도 총괄했다. 아베는 이메일에서 “도리는 10년 뒤에는 후계자가 될 수도 있다고 예상하면서 경험과 지식을 쌓아나갔다”고 밝혔다.인터뷰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주회사를 상장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CEO와 COO 모두 상장을 배제했다. 사교성이 좋은 니나미와 달리 말수가 적은 도리지만 산토리홀딩스가 비상장회사로 남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열변을 토했다. 도리는 “상장하는 이유는 세 가지뿐이다. 자본이 필요하거나, 사람이 필요하거나, 평판이 필요한 경우다. 오늘날 산토리에는 부채가 있기는 하지만 자본이 더 필요하지 않고, 사람이 부족하지도 않고, 창업자 가족의 수익이나 평판 또한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상장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창업한 지 100년이 지난 회사가 2만5000개가 넘는다. 그중 90% 이상은 가족경영 기업이다. 도쿄 소재 100년 가족기업연구소의 고토 도시오 회장은 가족기업의 영속성은 다른 형태의 기업에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분 희석, 내분, 잘못된 경영 때문에 가족이 경영권을 잃는 사례는 있었다.고토는 100년 이상 지속되는 기업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지속 가능한 사업이어야 하고, 강한 가족 지배 구조와 내부 소통이 있어야 하고, 가족과 비가족 구성원 간에 강력한 소통이 유지되어야 한다. 20년 이상 가족경영 기업을 연구해온 고토는 사지 가문과 도리 가문이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말했다. 독립성과 기업문화를 유지해온 산토리는 상장과 비상장이 혼합된 구조다. 비상장회사인 산토리홀딩스가 상장회사인 산토리식품 지분을 60%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고토는 “회사가 커질수록 보통 가족의 영향력은 줄어든다. 바뀌기 어려운 역사적 철칙이다. 그럼에도 산토리는 영향력을 유지했다”며 “아주 성공적인 사례다. 120년 넘게 회사가 지속되면서 아주 거대한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도리 노부히로 산토리홀딩스 COO 겸 부사장은 산토리 설립자 도리 신지로의 증손자다./ 사진:MACIEJ KUCIA (AVGVST) FOR FORBES ASIA |
|
도리는 가족 구성원의 지분이 더는 희석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지분이 다음 세대로 상속되면서 자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가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조세제도가 바뀔 것이고, 그러면 어떻게 대응할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의결권이 있는 지분과 없는 지분이 있어서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도리는 덧붙였다.1899년 와인 수입 상점 도리쇼텐으로 시작한 산토리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가족에 의해 운영됐으며(사지 가문이 3대 연속 경영), 사업을 유기적으로 확장했다. 초기에는 와인과 위스키로, 이후에는 맥주와 음료로 성장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사지가 CEO일 때 빔 같은 기업들을 인수했다(2009년 도쿄 소재 경쟁사 기린홀딩스와의 합병 합의는 이듬해 산토리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합병 비율에 대한 견해 차이로 무산됐다고 사지가 이즈미의 책에서 밝혔다).가족이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높은 수익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고토부키의 주주들이 인수 거래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도중 영어로 말한 니나미는 운영 수익 마진을 기준으로 산토리는 15%를 겨냥하고 있으며, 이를 “글로벌 표준”이라고 설명했다. 니나미와 도리는 마진이 높은 위스키와 마진이 낮은 음료가 모두 있는 산토리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강조했다.도리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산토리식품의 사장을 맡았을 때 주기적으로 미국에서 투자자들을 만나면서 낮은 마진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 도리는 수십 년째 지속되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때문에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소비자가 가격 인상에 익숙해지고 있어서 곧 가격인상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도리는 “일본에서의 마진이 너무 낮다”고 말했다.산토리식품의 2020년 영업이익은 팬데믹의 영향을 받았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그 수치가 크게 회복되어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140억 엔을 넘어섰으며, 매출은 1조3000억 엔이었다.다이와증권은 산토리의 올해 영업이익이 2019년 대비 25% 증가한 1420억 엔을 기록하고 2024년에는 1590억 엔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와증권은 자사가 취급하는 일본의 주류 및 식음료 부문 회사 20여 곳 중에서 단 두 곳만 매수 의견을 유지 중인데, 산토리가 그중 하나다. 기린, 아사히 그룹 홀딩스 등 일본 국내 경쟁사의 수치는 올해와 내년 훨씬 느린 속도로 증가하거나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다이와 측은 밝혔다. 다이와의 애널리스트 모리타 마코토는 지난 5월 산토리식품에 대해 “가격을 적절하게 올렸을 뿐 아니라 시장점유율도 적절하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며 “코로나 팬데믹 도중에도 브랜드와 영업 마케팅에 지속적으로 투자했으며, 그 덕분에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산토리식품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은 지난 3월 오노 마키코를 CEO로 임명한 것이다. 산토리 측에 따르면 오노는 시가총액이 1조 엔을 넘는 일본 기업의 첫 여성 CEO다.무디스는 6월 보고서에서 산토리홀딩스가 일본의 주류 및 비주류 음료 부문 양쪽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으며, 포트폴리오는 강력한 브랜드들로 다각화되어 있고 지리적인 다양성도 개선되는 중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낮은 음료 마진이 전체 마진을 희석하기 때문에 산토리의 수익률은 글로벌 주류 회사의 수익률보다 낮다고 분석했다.도리는 현재 산토리홀딩스의 매출에서 극히 일부분만 차지하는 건강 및 웰빙 사업의 확장과 산토리 위스키를 세계적인 인기 브랜드로 만드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꼽았다. 도리는 “제품이든, 부가가치 서비스든, 아니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구독 서비스 모델이든, 건강 및 웰빙은 아주 광범위한 영역”이라고 말했다.니나미는 산토리 세계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CEO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경영진에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니나미는 시야를 넓히는 차원에서 일본의 3대 기업 로비 단체 중 하나로 꼽히는 경영자 모임인 경제동우회 회장에 취임했다.이즈미의 책에 따르면 사지는 “물론 니나미의 의사에 달렸지만, 니나미가 노부히로를 돌봐주면서 그가 임원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면 정말 고마울 것이다. 노부히로가 사장이 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장이 되고 나서도 계속 성장해야 하며, 니나미의 탁월한 국제적 감각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니나미는 자신의 사명이 산토리를 한층 세계화하여 “진정한 글로벌 회사”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도 하겠지만 빔 같은 대형 건은 아닐 것이다. 니나미는 “이는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뚝심으로 성공시킨 위스키산토리에서 가장 유명한 제품은 위스키 브랜드, 특히 야마자키 레이블이다. 올해는 산토리가 교토 인근의 야마자키에 첫 양조장을 설립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산토리는 일본 위스키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고 일본인들이 위스키를 즐기게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위스키는 산토리의 DNA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산토리에서 최고 위스키 전문가인 최고블렌딩책임자는 처음부터 늘 가족 구성원의 몫이었다. 1대는 설립자인 도리 신지로이고, 현재는 그의 손자인 부사장 도리 신고(70)가 맡고 있다. 도리 신고 밑에서 일하는 산토리 블렌딩책임자 후쿠요 신지(62)는 “도리 신고는 위스키 사업의 방향을 고민하는 동시에 최고블렌딩책임자로서 맛을 검토하고 증류의 세부 사항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도리 신고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쉽지만은 않았다. 2007년까지 25년 동안 계속된 침체기에는 야마자키 양조장에 있는 증류기 6대 중 1대만 가동됐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회사는 계속해서 위스키에 투자하고 새로운 블렌딩을 개발했다”고 후쿠요가 말했다. 일본 국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2007년 위스키 판매량은 1983년 최고치 대비 5분의 1로 곤두박질쳤다. 그럼에도 산토리홀딩스는 비상장회사였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유지할 수 있었다.현재 매출은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산토리는 숙성 야마자키 및 하쿠슈 싱글 몰트와 히비키 블렌드로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일부 위스키는 경매에서 1병에 수십만 달러에 판매되기도 한다. 현재의 높은 수요와 침체기 당시의 적은 생산량, 저렴한 블렌드로 판매된 값비싼 숙성 위스키 등 여러 요인이 결합되면서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졌다.양조장에서 인터뷰에 응한 후쿠요는 침체기 도중 “위스키 재고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판매 계획을 세워야 했다. 계속 하락세였기 때문에 대단히 비극적이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산토리는 바에서 위스키와 탄산 하이볼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진행해 소멸 직전이던 내수시장을 되살렸다. 이듬해에는 유통업자를 통해서도 공급했다. 후쿠요는 “저녁 식사를 하러 갔을 때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던 시기에서 모두가 위스키를 마시는 시기로 빠르게 전환됐다. TV 드라마에서도 위스키 하이볼을 마시는 캐릭터를 볼 수 있었다”며 “당시에는 정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지난 2월 산토리는 100억 엔을 투자하여 야마자키 및 하쿠슈 양조장을 리모델링하고 더 희귀하고 비싼 맥아 처리 공법인 플로어 몰팅(기계가 아닌 손으로 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을 공개했다. 산토리가 계속해서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산토리의 광고 마케팅 캠페인 중 일부는 대단히 성공적인 사례로 역사에 남아 있다. 잘 알려진 것 중 하나는 1922년에 등장한 광고 포스터이다. 유명한 일본 여배우 마쓰시마 에미코가 모델을 맡아 산토리의 아카다마 포트 와인이 담긴 잔을 손에 들고 있는 광고 포스터를 제작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마쓰시마의 어깨와 가슴 윗부분이 맨살을 드러내고 나머지 부분은 그림자로 가려진 포스터였다. 이 광고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노출로 논란을 일으켰고, 아카다마 포트 와인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캠페인으로 얻은 수익이 야마자키 양조장 건물을 사는 밑천이 됐다. 아카다마 포트 와인은 지금도 판매된다. 이 달콤한 알코올 첨가 와인의 상징은 태양이었으며, 이는 산토리라는 이름의 기원이 됐다. 산토리는 태양을 뜻하는 영어 sun의 일본식 발음과 창업자의 성인 도리를 결합한 이름이다. 회사 이름은 1963년에 공식적으로 산토리가 됐다.시와 수필을 쓰며 예술 동인에서 활동했던 사지 게이조(1961~1990년 사장)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문학과 마케팅 분야의 인재들을 채용하여 광고 카피를 쓰고 미국 남성지 에스콰이어와 유사한 무료 상업지 요슈텐코쿠(‘양주 천국’이라는 뜻) 발행에 투입했다. 그중 두 사람은 나중에 일본의 명망 높은 문학상을 타기도 했다. 한창일 때는 약 24만 부가 발행됐고,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산토리가 운영했던 토리바 2000곳에 배부됐다. 이를 비롯한 각종 캠페인과 두 자릿수 경제성장에 힘입어 위스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전후 판매량을 크게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 2008년 산토리는 또 다른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일본 국내 위스키 매출을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침체기로부터 되살려내며 이 신화를 재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