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용인 수지에 설립된 미국 사립형 국제학교 페이스튼은 미국 교과 K-12과정을 운영하며, 약 760명이 재학 중이다. 미국 중부교육청(MSA CESS)의 인가를 받은 공식 미국 학교로, 졸업생은 미국 학력을 인정받고 전 세계 명문대로 진학하고 있다. 다니엘 팩시디스 페이스튼 국제학교 설립자 겸 총괄교장을 만나 운영 현황과 교육 철학을 들었다.
“2023년 페이스튼 국제학교 졸업생 총 58명 중 40명이 미국의 ‘톱 40’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나머지는 국내, 아시아, 유럽, 캐나다, 호주 대학에 갔어요. 최근 미국 상위권 대학은 SAT(미국대입시험) 비중을 낮췄어요. 대신 고교 성적이 좋은지, AP(대학과목 선이수제) 과목을 몇 개나 패스했는지, 캡스톤 디플로마(졸업작품/소논문)의 여부와 그 내용에 가치를 부여해요.”다니엘 팩시디스 페이스튼 국제학교 총괄교장은 올해 진학 결과가 페이스튼 국제학교 설립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이라는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특히 페이스튼 국제학교의 25개 AP 과목 개설과 국내 5개 국제학교에서만 가능한 캡스톤 디플로마가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팩시디스 총괄교장은 “SAT, AP 공부만으로는 미국 현지 학생의 영어구사능력을 따라갈 수 없다”며 “우리는 학생들의 기본기를 탄탄히 하기 위해 독서 프로그램을 강조하며, 많이 읽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논문과 발표를 포함하는 캡스톤 디플로마는 각 대학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AP 리서치 과목에서 학생들이 사회문제에 대해 기발하고 깊은 생각으로 접근한 소논문이 인상 깊었어요. 일례로 미국 밴더빌트대학에 합격한 송은재 학생은 ‘조선업계 하도급 인력의 근로기준 민간 규제 전망’이란 제목으로 논문을 썼어요. 이 논문은 조선업계 하청 관행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조명하고 그 원인이 되는 세 가지, 즉 불충분한 작업 안전 기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조정 부족, 제조 공정에 대한 감사와 감독절차의 부족함을 분석했죠.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 업계의 자발적 규정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연구했어요.”리서치와 캡스톤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적은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11, 12학년은 2년에 걸쳐 리서치와 논문 작성을 진행한다. 생각을 가다듬고 토론하며 교류하는 과정에서 성장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훈련을 한다. 페이스튼 국제학교 내에서도 캡스톤 디플로마를 받으면 우등졸업생이 된다.한편, 학생들은 이글 프로젝트를 통해 빠른 성장을 경험한다. 방학 특강 개념의 이 프로그램은 교사와 더불어 졸업생 선배들에게 SAT, 토플, 에세이 작성법 등을 배우는 시스템이다. 그는 “교사들의 리더십 아래 학생들은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방학 동안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정교하게 보완해간다”고 설명했다.
미국, 아트스쿨 등 멀티 캠퍼스페이스튼 국제학교는 지난 1월 광교크리스천아트스쿨(GCAS)을 개교했다. 페이스튼 국제학교 졸업생 중 일부는 피바디음대, 버클리음대,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파슨스디자인스쿨 등 예술대에 꾸준히 진학하고 있다. 팩시디스 총괄교장은 “학생들의 예술적 재능을 특화한 커리큘럼이 필요했다”며 “페이스튼 국제학교 학생은 학업과 포트폴리오의 비중이 2:1이라면, 아트스쿨 학생은 1:2로 적용해 포트폴리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현재 GCAS는 예비 오픈 상태로, 15명이 속해 있으며 올가을 30명 소수정예로 운영될 계획이다.현재 페이스튼 국제학교는 본교인 수지 캠퍼스 외에 GCAS, 미국 뉴저지유나이티드크리스천아카데미(NJUCA)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담양에 캠퍼스를 설립할 예정이다. 페이스튼 학생들은 중학교 6, 7, 8학년 때 뉴저지 캠퍼스나 영국의 자매결연 기숙사 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다. 팩시디스 총괄교장은 “학생들은 평소 독서와 영어 토론 및 발표 등 기본기 훈련을 많이 한 덕분에 해외 현지에 쉽게 적응하고 수업도 잘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페이스튼에서는 도전 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5대 활동을 해야 한다. 첫째, 미국 대륙횡단 캠퍼스 투어다. 9~10학년에 학생들은 미국 각 도시를 돌면서 미국 대학 캠퍼스에 방문하고 한 곳에 3박 4일 정도 머문다. 이곳에서 페이스튼 동문 선배를 만나 대학 생활을 엿보고 동기를 부여받는다. 둘째, 학교 축제다. 매년 2000명이 모이는 축제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해 공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사회성을 기른다. 셋째, 비전여행이다. 매년 봄가을에 3박 4일간 자연에서 세미나, 액티비티, 강연 등에 참여해 미래 꿈에 대해 고민해본다. 넷째, 하와이 영성캠프이다. 하와이열방대학교(Univ. of Nations)에서 4주간 머물며 강의, 공연, 문화를 체험한다. 다섯째, 봉사활동이다. 주로 아프리카, 필리핀 등의 고아원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한다.
이 외에도 페이스튼은 활발한 액티비티를 권장한다. 팩시디스 총괄교장은 “학생들은 기본 4개, 많게는 8개까지 다양한 활동을 한다”며 “학교가 운영하는 축구, 배구, 농구 팀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는 클럽이 70개 정도”라고 전했다.
도심형 공동체를 꿈꾸다팩시디스 총괄교장은 한국에서 초·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당시 그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이 너무 상이함을 실감했다. 한국은 입시 위주의 교육인데 반해 미국의 예체능 통합 교육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학생들이 숨을 쉬게 하고 싶어 학교를 설립했어요. 2008년에 한국에 돌아와 토플 교재를 집필하고 국제학교에서 근무하게 됐죠. 당시 미국에서 경험한 교육을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미국기독교학교연합회(ACSI)로 작게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학생 3명을 데리고 학교를 시작했는데 학생들이 점점 늘어 지금은 700여 명에 학교 건물도 10동으로 늘었어요. 기독교 기반의 학교라 후원하는 교회와 부모가 있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실제 학교 이름인 페이스튼은 ‘믿음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그러다 뉴저지에 비슷한 배경으로 재미교포가 설립한 NJUCA와 인연을 맺게 됐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며 평생 모은 재산으로 재단과 학교를 세운 설립자가 연로해져 NJUCA의 학교 운영을 팩시디스 총괄교장에게 넘긴 것이다. 현재 팩시디스 총괄교장은 NJUCA의 총괄교장도 겸임하며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NJUCA의 교장과 정기적으로 영상회의를 하며 학교 운영을 논의한다”며 “작은 사립학교인 NJUCA에는 현재 현지 학생 100여 명이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 위주인 한국 공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요.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이 너무 높아요. 한 해에 약 300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죠. 특히 수도권에서요. 왜중 2 학생이 기말고사 성적을 비관해서 뛰어내리고 특목고에 못 간다고 좌절해야 하나요. 아이들마다 각자 다양한 재능이 있고 전 세계에는 너무나 많은 기회가 있어요. 꽃도 피기 전에 좌절을 경험해야 하는 교육 문화를 다이내믹하게 바꾸고 싶었습니다.”교육자로서 그는 학교와 교사의 철학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해외 명문 학교일수록 교사들의 가치관이 뚜렷하다”며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것을 넘어 교사의 철학과 진정성이 아이들에게 전달되면 학생들이 졸업할 즈음에는 세계관이 많이 바뀌고 어떻게 살아갈지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설립자인 저와 학교가 바라는 인재상은 ‘철학을 갖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인재’입니다. 좋은 가치관을 가진 리더가 좋은 교육을 이끌고 또 학생들이 성장해 어떤 지위에 올랐을 때 다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믿습니다. 학교의 철학과 교사의 실력에 따라 학생들의 인생은 많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을 1, 2, 3등급으로 상대평가를 하기보다는 절대평가를 해서 각자 어떤 소질과 재능이 있는지 찾는 데 우선순위에 둡니다. 그리고 전 세계 많은 대학을 연결해 그들의 기회와 꿈을 찾아 연결해주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 다니엘 팩시디스 총괄교장은··· 미주리-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과 졸업, UCL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MBA, 타임교육 링구아포럼 연구원 및 저자, 미국 대학시험 코디네이터, 케이건코리아 대표이사, New Jersey United Christian Academy 총괄교장(현), 페이스튼 국제학교 설립자 겸 총괄교장(현)-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