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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밸리의 혁신가(5) 김진석 휴럼 대표 

“경영자는 사람·물건의 동선을 먼저 읽어야” 

조득진 선임기자
300만원으로 1인 창업에 나선 지 20여 년 만에 매출 800억원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발명과 혁신으로 차별화에 성공하고,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덕분이다. 최근엔 프리미엄 니치 향수 브랜드 국내 독점판매, 필러 시장 진출 등 사업다각화에 한창이다. 김진석 휴럼 대표는 쉼 없는 학습으로 ‘장사꾼 DNA’를 키우고 있다.

▎김진석 휴럼 대표는 “3년 또는 5년 단위의 경영전략을 짜놓고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로 매출과 이익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럼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으로 꼽힌다. 업계 후발 주자였지만 기능성을 앞세운 독특한 제품 개발과 고민별·연령대별 맞춤 솔루션, 적절한 시기의 인수합병(M&A)으로 시장의 틈새를 뚫은 성공모델이다. 2017~2021년엔 연평균 매출 20%, 영업이익 30%씩 성장했고, 동남아·중화권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연구개발·상품기획·생산·유통·마케팅을 아우르는 전략적 밸류체인 시스템 구축이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2021년 7월, 엔에이치스팩16호와 스팩합병의 방식으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코로나에 따른 경기침체로 건강기능식품 실적이 떨어지면서 적자를 보았지만 올 1분기 매출이 다시 크게 점프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건강기능식품 판매가 다시 늘기 시작했고, 지난해 인수한 필러 전문기업 ‘와이유’의 성장, 프리미엄 니치 향수 시장에 안정적 진입, 이커머스 채널에서의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과 협업의 성과라는 분석이다. 지난 6월엔 ‘정원삼’으로 알려진 홍삼 제품 전문기업 네이처가든을 인수해 올해는 역대 최대 매출도 기대된다.

지난 6월 12일 서울 G밸리 휴럼 본사에서 만난 김진석 대표는 “우리 회사는 사람과 물건의 동선 파악에 주력한다. 사람들의 니즈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제품·서비스·용역은 어떻게 사람에게 전달되는지 먼저 연구하고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며 “기본적으로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계단 점핑 방식으로 성장을 일구는 회사다. 3년 또는 5년 단위의 경영전략을 짜놓고 새로운 제품과 비즈니스 모델로 매출과 이익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에서 잠시 직장생활을 한 김 대표는 서른두살에 창업 자금 300만원으로 1인 기업을 창업했다. 가치 있고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그는 이후 국립중앙도서관에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관련 논문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시장분석을 통해 내린 전략은 ‘경쟁이 없는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사업’. 전술은 제품을 통한 성장과 인수합병(M&A)이었다.

R&D와 M&A로 건식 시장 점유율 확대


▎휴럼은 충북 오창 기능성소재연구소, 제주 서귀포 중앙연구소, 서울 프로바이오틱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 후스타일을 설립, 요거트 프랜차이즈 ‘요거베리’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 파트너사와 협업해 미국과 중동 등을 중심으로 요거트 아이스크림 매장을 확장했다. 또 요거트를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14년엔 요거트 메이커를 출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뜨거운 물을 활용해 요거트를 만드는 기기로, 홈쇼핑과 온오프라인 몰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누적 판매량 200만 대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한창 요거트 메이커가 많이 팔릴 때 그는 인수합병을 준비했다. 홈쇼핑을 통해 이름이 알려져 기업가치가 높아졌을 때 속도를 내야 했던 것. 투자자에게 투자도 받았고, 2015년엔 홍삼 중심의 발효 전문 건강식품기업 휴럼을 인수했다. 후스타일은 유통과 마케팅에서 강점이 있었고, 휴럼은 기술력과 제조 기반이 튼튼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두 회사 합병 후 매출이 6~7배 늘었다. 프랜차이즈로 시작해 브랜드를 알린 뒤 M&A를 통해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김 대표는 “건강식품은 계속 성장하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엔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나이가 보통 30대 후반에서 40대였지만 그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는 것. 휴럼은 한국인 체질에 맞춘 제품 개발, 특히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했다. 대표 제품은 유산균 브랜드 ‘트루락’과 비건(Vegan) 인구 증가에 맞춰 출시한 식물 에너지 ‘비너지(V:nergy)’다. 김 대표는 “대중적인 제품보다 원가가 3배 이상 비싸지만 효과가 좋으니 재구매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휴럼은 충북 오창 기능성소재연구소, 제주 서귀포 중앙연구소, 서울 프로바이오틱스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선 휴럼의 특장점으로 ‘차별화’를 꼽는다. 특히 밸류체인 통합시스템에 주목한다. 김 대표는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빠르게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고, 유행하는 소재 역시 변화 속도가 빠르다”며 “원료 입고부터 R&D·생산·유통·마케팅까지 모든 생산과정을 아우를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 덕분에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홍삼 제품 전문기업 네이처가든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처가든은 이커머스 유통전문 건강기능식품 기업으로 쿠팡, 마켓컬리 등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 채널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이번 인수를 통해 휴럼은 네이처가든이 보유한 홍삼농축액 제조 및 신융합 농축시스템 등 생산기술과 함께 유통경쟁력도 확보했다. 김 대표는 “현재 청주 오송에 R&D 및 통합물류센터를 건설 중인데 이번 인수를 통해 신공장 건설과 더불어 생산기술 향상, 비용절감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생산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이커머스 카테고리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휴럼은 지난 1분기에 매출 203억원,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돌입했다. 김 대표는 “기존 사업에서 영업경쟁력을 확보하고 신규 사업을 다각화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주력 사업 분야인 건강기능식품 카테고리에서 디지털마케팅,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컬래버레이션, 대형 할인점인 코스트코 로드쇼 등을 통해 성장세가 주춤한 시장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판매고를 높였다”며 “지난해에 인수한 필러 전문회사 와이유의 성장과 새롭게 론칭한 니치 향수 사업도 전년 대비 매출이 상승하면서 매출 성장 가속화에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했다.

H&B 시장 재도전 “이제 실패는 없다”


최근 몇 년 새 휴럼은 유통망 재편과 사업다각화에 한창이다. 우선 홈쇼핑, 이마트, 농협하나로마트, 편의점(CU·미니스톱), 코스트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이커머스로 판매 경로를 확장 중이다. 홈쇼핑 비율을 축소하고 대신 온라인과 리테일 등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 H&B(헬스앤드뷰티) 사업에도 재진출했다. H&B 사업은 상대적으로 마진율이 높아 저하된 수익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번엔 성장세가 뚜렷하고 경쟁이 덜한 니치 향수와 필러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앞서 휴럼은 화장품 회사를 인수해 프랑스 화장품과 탈모 방지 샴푸를 선보였지만 손실 끝에 결국 2020년 뷰티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김 대표는 “화장품은 레드오션 시장이라 업체 간 경쟁이 매우 치열했지만 이번 프리미엄 니치 향수 사업은 국내 업체들의 진입 초기 시장”이라며 “해외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인정받은 브랜드를 발굴해 국내 주요 백화점, 프리미엄 아울렛, 면세점에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니치 향수는 스몰럭셔리 테마로, 비싼 가격에도 2030세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현재 클라이브 크리스찬(CLIVE CHRISTIAN), 몽탈(MONTALE), 만세라(MANCERA) 등 17개 브랜드와 국내 판권 독점계약을 맺었다. 유로모니터와 화장품업계는 한국의 향수 시장 규모를 6500억원대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 와이유를 인수하면서 필러 시장에도 진출했다. 와이유는 히알루론산을 기반으로 필러, 기능성 메조 화장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와이유는 신규 제품 ‘구슬 필러’ 개발을 끝냈다. 김 대표는 “와이유의 구슬 필러는 피부에 주입했을 때 액상 형태인 일반 필러와 비교해 지속 기간이 2~3배가량 길다는 게 장점이다”라며 “구슬 필러는 미용 목적 외에 반월상 연골 부분 절제수술 후 절제 부위에 넣어 관절염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용, 남성의 주요 부위를 확대하는 용도 등 활용 범위가 넓다”고 강조했다.

인수합병, 신시장 진출의 원칙과 방향을 묻자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우선 인접 사업부문 간 크로스마케팅이 가능한 사업영역으로, 휴럼의 기본사업과 시너지 창출 효과를 체크한다. 그래서 향후 진출이 용이한 연구기술, 마케팅, 영업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끊임없이 시장의 기회를 콘택트하고 있다. 단순한 건강기능식품회사가 아니라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군에 속한 회사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R&D는 기본, C&D(연결개발)로 경쟁력 강화

이 같은 전략 강화를 위해 휴럼은 연결개발(C&D, Connect&Development)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엔 R&D팀과 C&D팀이 있다. 김 대표는 “우리는 대학,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에서 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한 채 사장되는 획기적인 기술을 발굴해 이전받은 뒤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실제 제품 개발로 연결하고 있다”며 “연구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대신 상용화되지 못한 기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연결개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오픈형 R&D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우리는 와이유를 인수하면서 4년 뒤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적합 요건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그러면 2026년엔 휴럼과 와이유 두 개 상장회사를 거느리고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최고경영자(CEO)이지 개발자나 기술자가 아니다. 경영자로서 바이오 회사를 운영해나갈 수 있는지 평가받고 역량을 인정받으면 된다. 회사가 성장할 때 차기 성장 동력이 없으면 안 된다. 성장 중에도 5년 뒤 먹을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나의 경영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서울시 유망 중소기업이 모인 하이서울기업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1000여 개 회원사의 연 매출은 15조3000억원, 고용인원도 5만2000명이 넘는다. 그러나 평균 매출을 보면 150억원 정도로, 스케일업 등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는 “기업에 어려움이 왔을 때 고민하지 말고 바로 피버팅(pivoting)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속도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따라 기존 사업 아이템이나 모델을 바탕으로 사업 방향을 다른 쪽으로 전환하라는 것이다. 그는 “늘 더듬이를 세워서 내 사업이 지금 고객들에게 계속 유익할 것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조짐이 보이면 넥스트(다음)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기자

202307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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