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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로보틱스 최전선] 국내 로보틱스 현황과 글로벌 혁신 트렌드 

미·일·중과 4강 대결 

이진원 기자
세계의 산업 리더들은 제한된 투자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 발 빠르게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간단치 않은 작업이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공급망과 비용 상승 문제, 인력 수급 문제와 더불어 최근 급변하는 디지털 및 AI 기술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로보틱스(로봇공학)와 AI를 통한 자동화가 경영 솔루션으로서 더욱 주목받고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현대위아가 지난 10월 1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로봇산업 전시회 ‘로보월드 2023’에서 공개한 주차로봇 모습. / 사진:현대위아
기존의 하드웨어 자동화와 비교해 로보틱스가 갖는 장점은 유연성이다. 1961년 산업용 로봇이 최초로 도입된 이래 기계(하드웨어)를 통한 자동화는 제품이나 프로세스에 작은 변화가 생기면 변경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로보틱스 자동화는 새로운 작업에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

국제로봇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IFR)이 지난 9월 말에 발표한 보고서(World Robotics 2023 Report)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로봇 설치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전 세계 공장에 신규 설치된 산업용 로봇은 55만3052대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대비 5% 늘어난 수치다. IFR은 2년 연속 50만 대를 넘어선 데 이어 올해 산업용 로봇 시장은 7% 성장해 59만 대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 보면 신규 배치된 로봇 중 73%가 아시아에 설치됐고, 유럽 15%, 미주 10%였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단연 세계 최대 시장으로,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2022년 29만 대가 설치됐다. 중국의 연간 로봇 설치 규모는 매년(2017~2022년) 평균 13%씩 증가했다. 중국 시장 성장에 부응하기 위해 글로벌 로봇 제조업체들은 중국 내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생산 규모를 늘려나가고 있다.

로봇 업계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은 편이다. IFR 보고서상의 주요 포지션을 살펴보면 ^로봇의 밀도(직원 1만 명당 설치 로봇 수) 세계 1위 ^연간 로봇 설치 대수 세계 4위 ^가동 로봇 재고 세계 3위 ^전 세계 로봇 생산량의 5%를 기록했다.

2022년 국내에 설치된 로봇은 3만1716대이고 이는 전년 대비 1% 증가한 수치다. IFR 보고서는 “한국은 연간 설치량 기준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의 시장”이라며 한국이 주요 로봇 시장으로 성장한 배경에 대해 “자동차 생산량이 연간 380만 대로 세계 5위 수준이고 삼성, LG 등 기업이 주도하는 LCD 및 메모리 칩 제조 분야와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 분야에서 선두 주자이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실제 로봇 설치 산업별 비중은 전기전자 46%, 자동차 17%였다.

“한국은 인구절벽으로 로보틱스 관련성 높아질 것”


로봇 제조 측면에서 보면, 국내 산업용 로봇 생산량은 2022년 2만5188대로 전년 대비 3% 증가했다. 국내 로봇 제조업체는 사용하기 쉬운 로봇 수요를 충족하는 데카르트/선형/갠트리 로봇을 제공한다. 이런 형태의 로봇은 제한된 응용프로그램, 짧은 수명주기, 저렴한 가격, 간단한 조립작업이 특징이며 국내 생산량의 52%를 차지했다. 한편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요구되는 다관절 로봇과 SCALA(수평다관절) 로봇의 생산 점유율은 각각 26%, 10%를 기록했다.

국내 총 로봇 매출은 약 6210억원 규모이며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평균 단가는 모든 유형의 로봇을 통틀어 2460만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한편 내수용 판매(수입포함)는 설치 대수가 3만1716대, 금액으로는 8920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출입 현황을 살펴보면, 무역액 기준 적자다. 수출량은 2022년 기준 6305대(전년 대비 4% 증가), 수출액은 1660억원, 수출 평균 단가는 2636만원이었다. 수입량은 같은 기간 1만2833대(전년 대비 1% 감소), 수입액은 4380억원, 수입단가는 3410만원이었다.

국내 로봇 설치 용도는 취급 작업/머신텐딩이 4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 용도 내 주요 응용 분야는 포장, 선별, 배치 작업이다. 이어 클린룸 21%(평판디스플레이, 반도체), 용접 9%(아크, 스폿, 레이저), 디스펜딩 6%(페인팅, 에나멜링, 접착, 도포, 스프레이 등) 순이다.

IFR 보고서는 국내 산업용 로봇 단기 수요 전망에서 낮은 성장률을 예측했다. 현재 국내 로봇 수요의 양대 분야인 전자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수주가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자동차/배터리 업계는 50% 증가한 상황이다. 그러나 전자업계가 2024년부터 성장 궤도가 제자리를 찾게 되고 로보틱스에 대한 신규 투자를 주도할 것으로 봤다.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로봇 수요는 2023년 소폭 감소 후 2024년 안정세를 유지하고 2026년까지 낮은 연평균 성장률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IFR 보고서는 국내 로보틱스 총평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장기적으로 한국의 인구통계학적 변화가 로보틱스 시장에서 큰 변수가 될 것이란 점이다. 2021년 이래 인구 감소가 계속되고 있어 로보틱스 시장과의 관련성이 점점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로보틱스 자동화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


실제 국내외 많은 제조업체가 노동력 고령화와 신규 채용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로봇과 자동화는 미래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을 여러 방면에서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기술자 퇴직률이 높은 산업에서 로봇은 용접과 같은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또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와 AI(인공지능)는 반복적으로 분석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인간보다 더 높은 일관성과 정확도를 발휘할 수 있다. 특히 로봇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와 같은 고급 도구로 형성되는 첨단 기술 환경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많은 공장이 자동화를 도입하면서 한계도 적잖았다. 모든 작업이 자동화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자동화가 수작업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AI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창의성, 적응성, 탄력성은 업무에서 중요한 역할이다. 로봇 자동화 투자에서 비용편익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로봇 자동화 도입을 확대하겠지만, 재정적 제약이 있는 경우에는 자동화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진행돼왔던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체가 효율성 향상, 품질 향상, 비용 절감을 위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것이었다. 반면, 최근 유럽위원회(EC)가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5.0의 목표는 가까운 미래에 제조업에서도 인간이 핵심임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영국 리서치ㆍ컨설팅사 포레스터(Forrester)는 제조업체가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자동화 기능과 인간 작업자의 창의성, 적응성, 탄력성을 결합하는 ‘자동화 삼각형(Automation Triangle)’을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 반복 작업은 하드웨어 자동화로 처리하고, 소프트웨어 자동화는 반복적인 데이터 처리와 분석 기능을 수행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동화를 감독하고 지속가능성과 같은 문제 해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이 접근 방식의 이점은 현재 제조 활동의 예측 불가능성에서 벗어나도록 도움으로써 불확실성과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담당자들이 창의적 기술을 발휘할 기회가 더 늘어나고 업무 자율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 기업은 임직원의 의욕이 더 강해지고 참여도가 높아지는 점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202311호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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