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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사라, 제프리 안 베일러 국제학교 공동설립자 

젊은 교육개혁가들의 의미 있는 도전 

이진원 기자
경기도 안성 조용한 산자락에 자리한 베일러 국제학교는 한국형 명문 기숙학교(Boarding School)를 지향한다. 1986년생 젊은 교육개혁가들이 ‘학교다운 학교’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의기투합해 재단과 학교를 설립했다. 설립자가 미국 대학 입시 컨설턴트로 활동한 데다 기독교 학풍이 더해져 최근 괄목할 만한 대학입시 결과를 내고 있고, 학생들은 기숙학교에서 입시지옥, 치맛바람, 사교육 등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꿈을 좇으며 세계관을 정립해가는 유소년기를 보낸다.

▎변사라 대표(왼쪽) 워싱턴대 심리학과 졸업, 락킹코리아 창업자/대표, 베일러글로벌재단 설립자, 베일러국제학교 / 설립자 겸 대표(현), 북스 글로벌개발이사(현) 제프리 안 교장 콜로라도 볼더대 생물학과 졸업, 하버드대학원 교육학 석사, 컬럼비아대 교육리더십 마스터 프로그램 수료, 미국 라이프크리스천스쿨 국제학부 학장. 베일러글로벌재단 설립자, 베일러국제학교 설립자 겸 교장(현)
베일러 국제학교(Valor International School, 이하 VIS)는 베일러글로벌재단 설립자 변사라 대표, 제프리 안 교장이 미국 오리건에 첫 캠퍼스를 설립한 후, 지난 2017년 국내에 문을 연 기독교 국제학교다. 현재 미국 교과과정 5~12학년까지 학생 100여 명이 재학 중이며, 최근 졸업생들은 존스홉킨스대, UC버클리, NYU, 코넬대 등 미국 명문대에 진학했다.

기업연수원으로 사용하던 2만9090㎡(8800평) 규모의 리조트를 캠퍼스로 개조한 덕분에 조용한 산속 휴양시설 같은 학습환경과 기숙사를 갖추었다. 학생들은 통학이나 기숙을 선택할 수 있고 주말에 귀가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기숙학교 형태로 운영된다. 변 대표는 “경험상 주 5일 기숙학교가 국내에서는 최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외진 산속의 기숙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들과 함께 공부하고 운동하며 카운슬링, 멘토링을 받기 때문에 학생들은 라이프스킬을 많이 배워나가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용적·융합적 자체 개발 커리큘럼


▎베일러 국제학교는 팀 프로젝트 및 STEM 중심 교육, 과목 간 융합교육, 해외봉사활동 등이 커리큘럼의 특징이다.
VIS의 비전과 학풍을 이해하려면 베일러글로벌재단의 설립 배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3년 여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위치한 사립학교 교장인 앤지 타일러,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입시 컨설턴트로 활동한 재미교포 제프리 안, 세계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영문 잡지 ‘락킹 매거진’의 발행인인 변사라, 세 명이 만났다. 이들은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사명과 비전을 위해 스스로 목표를 이뤄갈 수 있도록 돕자’는 데 뜻을 같이했고 베일러글로벌재단을 설립했다.

“제프리와 저는 동갑내기 오랜 친구였고 국내에서 미국 유학 컨설팅 프로젝트를 추진하다 타일러 교장을 알게 됐어요. 오리건에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진 기독교 학교를 우리가 가진 교육 분야 전문성으로 재건하려는 시도가 바로 베일러크리스천스쿨인터내셔널(Valor Christian School International, 이하 VCSI) 설립이었요. 국제학교 시스템 도입, 인증작업, 미국 서부 및 해외 기독교학교 네트워크 구축 등 우리의 교육 실험은 학교의 발전을 이끌었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어요.”

변 대표와 안 교장은 미국에서의 성공적 학교 운영에 힘입어 국내에 베일러 계열의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마침 지금의 안성 캠퍼스를 학교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VIS를 두 번째 학교로 설립했다.

변 대표는 “미국 VCSI와 한국 VIS는 같은 재단이 운영하며 커리큘럼을 공유하고 교환학생제도 운영한다”며 “더 나아가 학생이 학비를 내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1:1 프로그램을 통해 필리핀, 아이티, 케냐, 과테말라의 기독교학교와 교류하며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필리핀 루세나 지역에 있는 베일러필리핀 학교를 우리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단의 글로벌 네트워크 프로그램(World Course)과 해외봉사활동(Mission Trip)은 재학생들에게 유익한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소중한 경험을 쌓게 한다. 미국 VCSI와 한국 VIS의 학생들은 함께 일주일간 개발도상국에 봉사활동을 간다. 현지 아이들과 교류하고 자신의 지식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될 뿐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을 전달하거나 실생활에 적용해보며 실력을 쌓을 수 있다.

“해외봉사활동은 책임감을 키우는 프로그램인 동시에 학습의 실용, 실천이라고 할 수 있어요. 봉사활동을 가기 전에 수업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해요. 우선 봉사활동 국가가 처한 환경에 대해 왜 가난한지, 그 지역에 전쟁이 있었던 지정학적 배경과 역사를 알아가죠. 그리고 그 지역에서 학생들이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도 궁리하죠. 일례로 필리핀 한 마을에 가로등이 없어 밤에 거리를 다니기 힘들다는 현지 사정을 접했어요. 그래서 학생들은 태양광 가로등을 마을에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실제 지난 4년 동안 봉사활동을 갈 때마다 설치해 지금까지 48개를 세웠어요.”

안 교장은 봉사활동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VIS가 독자 개발한 커리큘럼은 팀 프로젝트 및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중심 교육, 과목 간 융합교육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교과과정을 기반으로 필수 기초 수업을 마치면 학생들은 과학, 수학, 영어, 생물, 역사 등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야 하는 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며 “예를 들면 생물 과목의 진화론과 영어 수업을 연결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토론 기말고사를 보거나, 아이티의 역사, 지리, 수학, 과학, 공학을 융합해 내진건물을 설계하는 프로젝트 등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안 교장의 설명처럼 VIS는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UT Austin)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이 스스로 주도하는 프로젝트형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UT 오스틴의 엔지니어링 커리큘럼은 학생들이 핵심 개념과 여러 분야의 관점을 결합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을 2년 동안 이수하면 대학 학점으로 인정된다.

VIS에서는 국제학교의 경쟁력으로 평가되는 AP과목 10개를 포함해 약 50개에 이르는 다양한 수업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다.

“클래스는 최대 15명 규모도 있지만 3~4명이 참여하는 수업도 있어요. 우리 학교는 최대한 개인화한 수업을 지향해요. 학생들은 각각 다른 비전과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해 1:1 상담 후 원하는 수업을 개설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


▎경기도 안성의 베일러 국제학교 전경.
변 대표는 VIS의 커리큘럼과 글로벌 활동이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을 키워낸다고 특징지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경쟁 때문에 주눅 들어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없어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자존감이 높은 아이가 많아요. 내가 누구인지 잘 알며, 나만이 잘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죠. 이는 학교가 제공하는 교육 이상의 가치라고 봅니다. 좋은 문화와 삶을 영위하는 아이들이 여기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러한 가치와 학풍은 입시에서도 효과를 거두었다. 커리큘럼 안에서 학생들이 각자 잘하는 부분을 찾아나가고 학교는 일찍이 9학년(중학교 3학년)부터 진학 상담과 포트폴리오 구성을 시작한다. 안 교장은 “학교와 학생이 손발을 잘 맞춰 각자가 가진 관심사와 스토리를 끌어낸다”며 “이는 단순히 공부와 입시만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학교는 아이들의 미래를 설계해준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하고 교육자들은 다음 세대의 방향을 이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교육철학을 밝혔다.

중장기 계획을 묻는 질문에 변 대표는 ‘한국형 기숙 국제학교로의 성장’이라고 한마디로 답했다.

“기숙시설이 모자라 현재 대기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그래서 주변 부지를 매입하고 있고 내년에 기숙사동을 추가 건립할 계획이에요. 추후 200~300명 규모의 기숙학교로 규모를 확대하고자 합니다. 또 서울 근교에 유치원과 초등학교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데 계획대로 추진되면 전 학년을 아우르는 K12학년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7~8학년이 되면 여기 안성 VIS로 오는 구상이죠.

우리 학교는 해외 국제학교와 많은 교류를 하고 있는데 이곳 시설과 커리큘럼을 부러워하는 곳이 많아요. 역사가 길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우리 학교를 명문이라고 평가해요. 캠퍼스 공간을 잘 구성해서 최고의 기숙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기숙국제학교의 모델을 우리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형 모델로 해외에 진출하려는 원대한 포부도 있습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311호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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