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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한 관광산업, 화두는 ESG] 박윤숙 한국관광공사 관광기업지원실장 

균형발전과 스타트업 육성으로 관광업 ESG 실현 

신윤애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준정부기관인 한국관광공사(KTO)의 주도로 관광산업에 ESG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잠시 여행이 멈췄던 지난 팬데믹 기간을 선제적인 대응을 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삼고, ESG에 대한 개념 연구와 사례 스터디 등을 진행하며 도입 방안을 마련해왔다.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약 3년 만에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자 한국관광공사는 그간의 계획을 차례로 실행에 옮기며 ‘ESG 관광’ 시대를 활짝 열었다. 2021년 한국관광협회중앙회 등 26개 민간유관협회와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의 성장을 위한 관광업계 공동 ESG 실천’ 선언식을 열었고, 같은 해 사회혁신 전문 컨설팅·투자 기관인 엠와이소셜컴퍼니(MYSC)와 함께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광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2021년 말에는 ‘제4차 관광개발기본계획(2022~2031년)’을 수립해 향후 10년간 지속가능한 관광을 개발하고, 그 가치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관광업에서의 ESG를 저탄소 친환경관광 주도(E), 관광산업과 지역발전 기여 및 사회적 책임활동 실천(S), 윤리 및 경영투명성 강화(G)로 정의합니다.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과제와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의 참여를 독려,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윤숙 한국관광공사 관광기업지원실장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관광산업에서 ESG를 성공적으로 이뤄내기 위한 핵심 요소는 균형 있는 발전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관광객이 서울의 몇몇 관광지를 방문하는 데만 그친다면 그 효과가 전 지역으로 골고루 전파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관광공사는 지역관광의 발전을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테면, 올해로 14회째인 관광벤처 공모전, 2020년 최초 실시했던 ‘관광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 등 관광기업 육성 사업을 추진해 엔데믹 시대 K관광을 이끌 기업들을 선정하고 육성, 지원한다. 박 실장은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고도화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738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2011년부터 올해까지 관광벤처기업 1500여 개를 발굴하고 지원했으며, 해외 관광기업지원센터 싱가포르(2022년 8월 개소)를 필두로 67건에 이르는 해외진출 성공 사례를 창출했다. 올해는 도쿄에도 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어떤 시장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대원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법. ESG가 아무리 좋은 취지로 도입됐다고 하더라도 관광객들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할 것이다. 관광객의 ESG 수요에 대해 박윤숙 실장은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관광업에 적용된 ESG 중에서 특히 환경 분야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2023년 관광 트렌드 소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친환경 여행 키워드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를테면 제로 웨이스트(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여행, 플로깅(쓰레기를 주우며 조깅), 생태관광, 비치코밍(해변에 떠밀려온 표류물이나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보호 활동) 등이죠. 소셜미디어에 이런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 사진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이런 키워드는 해외여행에서 비롯된 게 다수지만 점차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여행의 성격과 종류가 다양화되고 있다. 이를테면 각종 나물과 채소를 즐겨 먹는 우리나라의 채식 문화는 비빔밥을 중심으로 다양한 재료와 요리법이 알려지며 전 세계 채식주의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고, 사찰에서 시간을 보내는 템플스테이도 대표적인 친환경 여행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박 실장은 “최근 유행하는 촌캉스(시골에서 보내는 휴가)도 탄소중립 숙박시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환경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 실장에 따르면 극복해야 할 한계점도 명확하다. 저출산 현상 등으로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해 있는데, 이는 거버넌스(G)를 추진하는 데 약점으로 작용한다.

“모든 산업의 영역에서 정책들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역 인구를 늘리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우리 공사에서는 소멸되는 지역들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으로 풀어나가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역균형관광팀을 신설하고 지역 체류와 관광을 연계한 워케이션 사업 지원, 디지털 관광주민증 발급 등이 대표적인 예죠. 더불어 관광기업지원실에서는 BETTER理 사업을 추진합니다. 관광인구 증대사업 모델을 보유한 관광기업을 선발하여 실제 인구 감소 지역 내에서 생활 인구를 늘릴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실증(PoC)까지 진행해보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사업 대부분은 ESG 경영을 몸소 실천하며 이루어진다. 2021년부터 KTO ESG 인덱스를 도입해 각 부서에서 사업을 수행할 때 해당 인덱스를 활용하도록 독려한다. 박 실장은 “이 지표는 ESG 측면에서 사업의 추진 성과를 빈틈없이 체크하기 위한 방편으로, 매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관광기업지원실은 한국의 인바운드 유치 마케팅 이외에도 글로벌 관광산업의 생태계 혁신 관점에서 관광 융복합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성장단계별 맞춤형 육성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관광공사(NTO)들은 인바운드 유치 마케팅 역할에 그치는 편이지만 우리 공사는 관광산업 자체의 활성화에 큰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예기치 못했던 글로벌 환경의 변화 속에서 관광기업들이 대처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며 다양한 산업과 융합하는 것을 지원하며 관광시장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공공과 기업 등 민간의 산업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상생 모델을 만들고, 나아가 글로벌 관광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KTO 경영 전략과제
● 환경경영 추진체계 고도화
●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배출
● 저탄소 친환경 여행환경 조성 및 지원
● 글로벌 기후행동 참여
● 관광을 통한 지역상생 및 지역 발전 추진
● 관광기업 지원 및 관광인재 육성
● 협력사 ESG 경영 지원 및 동반성장 추진
● 국민 관광복지 및 여행서비스 확대
● 산업안전보건 체계 구축
● 조직다양성 확대 및 근무환경 개선
● 협력적 노사관계 및 인권 보호
● 관광형 사회공헌 추진
● 이사회 다양성 및 운영 활성화
● 윤리경영 및 내부견제 시스템 고도화
● ESG경영 공시 및 경영투명성 제고
● ESG경영 성과관리 체계 운영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_ 사진 한국관광공사

202312호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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