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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만장자의 시대 

 

10억 달러로는 명함도 못 내민다. 억만장자들의 재산 규모가 12자리에 달하는 1000억 달러로 치솟고 있다.

▎(좌측부터) 베르나르 아르노, 스티브 발머, 무케시 암바니,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 사진:ILLUSTRATION BY BEN KIRCHNER
오직 돈으로만 살 수 있는 것이 있다. ‘1000억 달러 클럽’에 들어가기 위한 자격이 그중 하나다. 1000억 달러 클럽은 억만장자 중에서도 재산 가치가 12자리에 달하는 초엘리트 부호만 들어갈 수 있다. 올해에는 전 세계에서 14명이 그 자격을 획득하며 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만 해도 천억만장자는 전 세계 6명에 불과했고, 2020년에는 단 1명이었다. 대부분은 기술 기업을 창업해 천억만장자가 됐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전 세계 억만장자의 재산 가치는 10년 전 대비 120% 증가했지만, 천억만장자 14명의 재산은 같은 기간 255% 증가해 평범한 억만장자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이들의 순재산가치 상승률은 인플레이션(32% 상승)뿐 아니라 증시(S&P 500 지수 182% 상승)도 훌쩍 뛰어넘어 NFL 구단(257%)에 맞먹을 정도다. 천억만장자 14명의 재산 가치는 총 2조 달러로, 전 세계 억만장자 2781명 중 0.5%밖에 되지 않는 이들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재산 비중은 14%에 달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1000억 달러의 재산은 억만장자 입장에서도 벅차게 느껴질 만큼 대단한 금액이었다. 1987년 포브스가 처음으로 전 세계 부자 순위를 발표했을 때 재산 규모로 100억 달러(현재 기준 270억 달러, 2024년 부자 순위에서 69위에 해당)를 넘긴 억만장자는 단 두 명이었고, 두 명 모두 일본 기업인이었다.

최초의 천억만장자는 닷컴 거품 시기에 탄생했다. 바로 빌 게이츠다. 1999년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급등하면서 잠깐 그의 재산이 11자리를 훌쩍 넘긴 적이 있었다. 얼마 안 가 거품이 붕괴하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그의 순재산가치는 절반 수준으로 꺾이고 말았지만, 이후 20년 가까이 누구도 그의 기록에 근접하지 못했고, 미국 금융위기 전후 시장이 요동칠 때도 1000억 달러 기준은 누구도 넘지 못했다. 그러다 2017년 말 주가 급등으로 아마존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초과하면서 제프 베이조스가 그 어렵다는 고지를 넘어 두 번째로 1000억 달러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베이조스 외에 일론 머스크, 베르나르 아르노 등으로 대상이 확대되고 빌 게이츠가 다시 1000억 달러 클럽에 입성한 것은 2021년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전 세계에서 부가 넘쳐나면서 1000억 달러 클럽에 들어가기 위한 티켓은 전보다 흔해졌다. 지금은 로레알 상속녀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재산 가치 995억 달러)가 15번째 회원이 되기 위해 문을 두드리고 있고, 기술 기업 재벌 마이클 델(910억 달러)이 그녀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들어가기 어려운 1000억 달러 클럽의 회원 전부를 소개한다.

1. 베르나르 아르노: 2330억 달러·LVMH·프랑스


2년 연속 전 세계 최고 부자 1위를 지키고 있다. 루이비통, 크리스찬 디올, 세포라 등을 보유한 아르노의 럭셔리 대기업 LVMH가 2023년 또 다른 기록적인 한 해를 맞이하면서 그의 재산 또한 10% 증가했다. 지난해 LVMH가 발표한 매출은 940억 달러, 순수익은 165억 달러다. 1월에 아르노는 장남 앙투완과 장녀 델핀이 자리를 잡고 있는 LVMH 이사회에 동생 알렉상드르와 프레데릭을 합류시키면서 가족의 지배권을 지키기 위한 승계 계획을 공고히 했다.

2. 일론 머스크: 1950억 달러·테슬라, 스페이스X·미국

2021년 11월만 해도 전 세계 최초로 재산 규모가 3000억 달러를 넘어가는 등 엄청난 기록을 세웠지만,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이후 머스크가 추진한 과감한 베팅은 하늘 높이 날아가거나(스페이스X 기업가치가 80% 폭등하며 1800억 달러를 기록) 맥없이 거꾸러지면서(트위터에서 이름을 바꾼 X가 2022년 10월 머스크 인수가 대비 70% 이상 하락하고 테슬라 주가는 2021년 말 최고가 이후 57% 급락) 머스크는 ‘세계 최고 부자’ 타이틀을 잃었다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1월 델라웨어 법정에서는 2018년 머스크가 취득한 현재 가치 460억 달러의 테슬라 스톡옵션 권한이 무효라고 판정했다. 이 때문에 포브스는 머스크 항소 전 해당 스톡옵션의 가치를 50% 할인해서 재산 가치를 계산했다.

3. 제프 베이조스: 1940억 달러·아마존·미국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는 올해 재산 규모와 생활 환경을 크게 개선했다. 일단 거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 주가가 올해 들어 93% 치솟으면서 재산이 800억 달러나 늘어났다. 더불어 그는 흐리고 비 오는 시애틀 생활 30년을 청산하고 마이애미에 있는 ‘억만장자 동네’ 저택을 1억5000만 달러에 매입하면서 햇살 가득하고 세금 조건도 유리한 플로리다로 거처를 옮겼다.

4. 마크 저커버그: 1770억 달러·메타·미국

메타 CEO 저커버그에게는 대단한 한 해였다. SNS 대기업 메타의 주가는 2021년 최고가에서 무려 75%나 폭락했지만, 저커버그가 직원 4분의 1을 해고하고 동시에 AI와 메타버스에 엄청난 투자를 지속하면서 지난 1년간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저커버그의 베팅이 옳았음을 증명한 셈이다. 덕분에 39세인 저커버그의 재산은 그의 생애에서 최고치를 기록했다.

5. 래리 엘리슨: 1410억 달러·오라클·미국

오라클 CEO 자리에서 내려오고 10년이 지났지만, 엘리슨은 여전히 오라클 이사회 의장이자 CTO, 지분 4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다. 오라클 주가가 34% 상승하며 지난 12개월간 엘리슨은 (세전)10억 달러가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덕분에 그의 재산은 총 340억 달러가 늘어났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의 성과는 시원치 않다. 엘리슨이 보유한 X 지분은 매입가 10억 달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떨어졌고, 그가 2018년 공동 창업한 암치료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프로젝트로닌(Project Ronin)’은 사업을 접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6. 워런 버핏: 1330억 달러·버크셔 해서웨이·미국

찰리 멍거가 2023년 11월 향년 99세를 일기로 사망하면서 평생의 투자 파트너를 잃은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트럭 휴게소 체인 파일럿트래블센터즈(Pilot Travel Centers) 인수 가격을 두고 동료 억만장자인 지미 하슬람과 다툼을 벌였다. 그가 소송으로 누군가와 다투는 일은 좀처럼 보기 힘든 사건이기도 하다. 양측은 1월 합의에 이르렀고, 버크셔는 파일럿의 남은 주식 20%를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버크셔 주가는 전년 대비 30% 상승하며 또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7. 빌 게이츠: 1280억 달러·마이크로소프트·미국

게이츠의 재산 가치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했지만, 최상위권 경쟁이 워낙 치열해 그의 순위는 1992년 이후 가장 낮다. 2021년 이혼으로 지불한 비용이 워낙 컸고 자선재단에도 590억 달러를 기부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게이츠는 1995년부터 2017년에 이르는 총 23년 중 18년간 세계 최고 부자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8. 스티브 발머: 1210억 달러·마이크로소프트·미국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 구단주 스티브 발머는 NBA에서 가치가 다섯 번째로 높은 구단을 이번 여름 새로운 경기장으로 옮겼다. 사모투자로 20억 달러를 모아 로스앤젤레스 공항 근처에 지은 인튜이트 돔(Intuit Dome)이다. 발머의 재산은 전년 대비 400억 달러 증가했다. 클리퍼스 구단의 가치가 상승한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이크로소프트 주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9. 무케시 암바니: 1160억 달러·다양한 사업·인도

올해 1000억 달러 클럽에 입성한 최초의 아시아인이다. 암바니의 거대 기업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즈(Reliance Industries) 주가가 급등한 덕이다. 지난 3월, 그는 7월로 잡힌 막내 아들 아난트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유명인과 스타들을 초청해 릴라이언스 정유 복합시설에서 사흘 동안 갈라 파티를 열었다. 마크 저커버그와 빌 게이츠, 이방카 트럼프를 비롯한 초청객 1600명 앞에서 리한나가 공연을 펼친 파티였다.

10. 래리 페이지: 1140억 달러·구글·미국

11. 세르게이 브린: 1100억 달러·구글·미국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4년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거대 기술 기업 구글의 최대 개인주주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페이지는 피지와 푸에르토리코 등에 위치한 자신의 전용 섬 5개를 오가면서 생활하느라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브린은 지난해 은퇴에 가까운 생활에서 나와 구글 AI 챗봇 수정 작업에 참여했고, 12월 공개된 제미나이의 ‘핵심 기여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12. 마이클 블룸버그: 1060억 달러·블룸버그 LP·미국

블룸버그가 뉴욕 시장 3선 임기를 마치고 복귀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블룸버그 LP에서는 블라드 클랴치코(Vlad Kliatchko)를 신임 CEO로 임명했다. 금융기술 및 미디어 대기업 블룸버그의 공동 창업자 블룸버그(82)는 현재 자신의 재산을 장기적으로 어디에 쓸 것인지 계획하는 중이다. 지난 4월 그는 기후변화 예방과 공중보건 등에 자금을 후원하는 블룸버그 자선재단(Bloomberg Philanthropies)에 자신의 지분 88%를 죽기 전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13. 아만시오 오르테가: 1030억 달러·자라·스페인

오르테가의 재산은 전년 대비 260억 달러가 늘어 순재산이 12자리를 넘겼다. 패스트패션의 대명사 자라(Zara)를 운영하는 의류 리테일 그룹 인디텍스(Inditex)의 주가가 43% 오른 덕분이다. 오르테가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물류 시설과 주거용 부동산, 오피스 등은 대부분 북미와 유럽에 몰려 있다. 이 자산 포트폴리오의 현재 가치는 200억 달러이며 애플과 아마존, 월마트 등을 세입자로 확보하고 있다.

14. 카를로스 슬림 엘루: 1020억 달러·이동통신·멕시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최고 부자 1위 자리를 지켰다. 당시 그가 기록한 최고 금액은 740억 달러다. 이제는 13명이 그를 앞질렀지만, 멕시코 페소화가 큰 폭으로 절상되고 그의 대형 통신사 그루포카르소(Grupo Carso) 주가가 60% 급등하면서 재산 가치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 CHASE PETERSON-WITHORN 포브스 기자

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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