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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의 테넷 |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도 한때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빠져 내리막길을 걸었다. 사티아 나델라 CEO가 새로 심은 조직문화의 힘은 죽어가던 마이크로소프트를 또다시 혁신과 개방의 리더로 바꿔놓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조직 전체에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이라는 DNA를 심어놓았다.
성장기를 지나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자신의 가능성이 빠르게 닫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경험하는 성장에는 크게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개인의 성장’이고 다른 하나는 ‘조직의 성장’이다. 개인과 조직의 성장은 다른 듯하지만 양립할 수 있다. 실제로 개인이 조직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조직의 동반성장을 이끄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다지도 어려운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환경적 요소도 구축돼야 한다. 이번 칼럼에선 마이크로소프트에 다니며 직접 겪은 그들의 성장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합리적 선택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며 알게 된 가장 눈에 띄는 접근법은 ‘그로스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직역하면 ‘성장하는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난 이것을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이라 부르고 싶다. 성장을 위한 의지와 방향성이 깃들어 있는, 즉 동적인 마음 상태이기 때문이다.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이라는 개념은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이 처음 소개했다. 그의 연구는 사람들이 능력에 대한 두 가지 기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고정된 마음가짐(Fixed Mindset)’과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Growth Mindset)’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적극 차용해 그들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현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전사적으로 문화 전환을 주도하면서 이 개념을 핵심 가치로 채택했다. 2015년 CEO로 임명된 나델라는 곧장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편지에서 그는 캐럴 드웩의 책『Mindset』을 언급하며 ‘Growth Mindset’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델라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은 정체되어 있지 않고, 항상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며,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장하는 마음가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약간의 정체기를 겪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역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여겼다. 그런 동력을 바로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에서 찾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이를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DNA에 실제로 심기 시작했다.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은 ‘나’보다 ‘사용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게 돕는다.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끌던 팀은 디자인 시스템을 관장하는 업무를 했다. 사용자경험(UX)의 전반적인 흐름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가 상대하는 대부분 팀은 사용자의 니즈에 맞는 기능을 개발하고 적용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제안을 하는 게 중요했다. 일관성과 새로움. 당연하게도 둘 사이의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게 이상적이지만, 서로의 입장 차뿐 아니라 프로젝트의 타임라인 등 주변 상황으로 인해 만족할 만한 합의점에 효과적으로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프로필 사진의 사이즈, 버튼 위치 등 디테일한 디자인에 대한 논의부터 사용자가 차트를 생성하거나 구매하는 플로(flow) 등 사용자경험의 일관성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다양한 영역에서 합리적 가이드를 우리 팀이 제시해줘야 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팀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시간을 너무 오래 끌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경우 결국 피해 보는 이는 사용자다.

그러다 보니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지만 어떤 시점에 이르면 ‘내 생각이 오히려 틀릴 수 있겠다’ 같은 합리적 의구심을 갖는 게 프로젝트에 통상적으로 적용된다. 서로 자존심을 내려놓고 대의를 위해 한 발짝 물러나는 것이다. 무엇이 진정으로 사용자를 위한 길인가를 논의하다 보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내 성장이 조직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구조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은 실패에서 배우는 문화를 장려한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실수에서 무엇을 얻는가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모든 프로젝트 이후 ‘리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라는 미팅을 반드시 진행한다. 프로젝트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좋았던 부분도 이야기하지만,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 않았거나, 완전히 실패한 부분도 가감 없이 공유한다. 팀장이 팀원을 질책하거나 평가하기 위해 진행하는 건 물론 아니다. 모두의 의견이 동등하게 공유된다. 심지어 리더십 역할이 부족했다고 생각한 점도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한다. 프로젝트에서 발행한 여러 상황에 대한 팀원들의 생산적인 피드백을 공유하고,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어떻게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지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은 새로운 것을 배우도록 장려하는 역할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도전을 장려한다. 이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도록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적극 후원한다. 나아가 이러한 배움과 성장을 개인 차원을 넘어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도록 장려한다. 구성원 개인의 성장이 결국 회사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깊은 믿음 때문이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회사의 지원을 받아 여러 콘퍼런스를 방문해 배울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보고 배운 것들을 언제나 회사 동료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공유했다. 개인의 배움을 조직으로 연장해 그룹 전체가 동반성장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을 하나의 평가 기준으로도 삼았다. 개인을 넘어 수십만 명이 속한 큰 조직 차원에서 이런 마음가짐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년에 두 번 직원 업무 평가를 실시한다. 여기에 정식으로 포함된 항목이 ‘내가 다른 이들의 성공을 위해 한 행동들’이다. 내 커리어의 성공만을 위한 행동이 아닌, 나와 내가 속한 조직 모두를 함께 성장하게 한 행동이 정식 평가 항목에 들어 있다. 그런 만큼 이를 위한 실제 행동이 뒷받침돼야 업무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팀플레이가 가능한 문화를 만들고 회사 전체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추구하는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며,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성장 지향형 마음가짐은 개인의 성장과 조직 전체의 성장을 함께 이끌어낼 수 있었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접근법을 조직 속에 깊이 심으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시금 전성기를 맞은 것은 아닐까.

※ 이상인 - 이상인 디자이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미국 본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했다. 베스트셀러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리즈의 저자이다.

202404호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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