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2000년 론칭한 ‘아줌마닷컴’이었다. 여성·엄마·경험 등 참여형 마케팅커뮤니케이션에서 독보적 지위에 오른 후 현재는 쌍방향 통합마케팅 커뮤니케이션으로 ‘소비자 역할’, ‘참여가치’라는 헤리티지를 잇고 있다.
▎황인영 이너스커뮤니티 대표는 리뷰 마케팅, 체험 마케팅의 개척자다. 여성·패밀리 마케팅에 최적화된 5만 명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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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를 이겨 내고, 닷컴(.COM) 열풍이 시작 되던 1999년. 광고회사에 다니는 언니와 리서치업체에서 일하는 동생이 마주 앉았다. 언니가 말했다. “여성은 결혼 후 이런저런 고민이 늘어나지만 대화 상대는 줄잖아. 고민을 나누고 해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게 인터넷 세상에선 가능하지 않을까? 주부들의 참여가 활성화되면 TV 드라마처럼 광고도 많이 붙을 것 같은데….” 동생이 화답했다. “그렇겠네. 설문조사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그것도 전국적으로 가능하고, 그렇게 소비자의 의견이 모이면 기업에서 이를 반영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도 있을 테고.”‘언젠가는 주부들이 인터넷을 전화처럼 쓸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두 사람은 창업에 나섰고, 2000년 ‘아줌마닷컴’을 론칭했다. 잘 만들어진 콘텐트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타 여성 관련 사이트와 달리 아줌마닷컴은 참여자인 주부가 주인이 되어 콘텐트를 만들고 공유하는 방식을 택했다. 소비자가 생산적·주체적 존재가 되어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으로, 이렇게 모아진 의견은 기업의 서비스·제품 개발에 활용됐다. 국내 최초 쌍방향 미디어의 시작이었다.25년 전 케케묵은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소비자 인사이트에 근거한 광고전략으로, 500건 넘는 브랜드캠페인과 공공캠페인을 진행하면서 국내 온라인광고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이너스커뮤니티의 업(業)의 근원, 원동력이 바로 아줌마닷컴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 성장한 이너스커뮤니티는 ‘신제품의 성공적 론칭’부터 ‘장기적 브랜드의 성장’, ‘위기에 처한 브랜드를 소비자와 함께 극복해내는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광고커뮤니케이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2월 중순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에서 만난 황인영 대표는 “우리는 소비자의 브랜드 경험이 어떻게 브랜드의 성장과 만나는지 연구하고, 이를 클라이언트의 성과로 연결하는 데 주력한다. 이는 아줌마닷컴부터 이어지는 헤리티지”라며 “고객의 인사이트에서 전략을 세우고 플래닝을 구체화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역량”이라고 말했다.다시 아줌마닷컴 이야기. 당시 닷컴 열풍은 수많은 여성 관련 사이트를 만들어냈다. 관련 기업들은 자본을 앞세워 콘텐트 경쟁에 나섰고, 회원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황인영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이런 콘텐트야 잡지나 TV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정말 주부들이 원하는 건 내 속내를 털어놓고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보는 거 아닐까. 게시판마다 이름을 달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도록 하자.’ 지금의 포털 사이트 네이버·다음의 카페 같은 형태였다. 할 말 많은 여성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자 정부 정책 공모, 기업 광고가 들어왔고 사이트 론칭 한 달 만에 매출이 일어났다. 아줌마 닷컴의 슬로건 ‘대한민국 힘 있고 아름다운 아줌마들의 인터넷 세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리뷰 마케팅, 체험 마케팅의 원조당시 황 대표의 닉네임은 ‘영자씨’, 운영자에서 따온 이름이다. 황 대표는 “이후 커뮤니티를 활용해 소비자평가단, 브랜드클럽 등을 운영했고 주부들이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요즘 이야기하는 리뷰 마케팅, 체험 마케팅의 시작이었던 셈”이라며 “우리는 소비자의 참여 가치를 비용으로 환산해 피드백했고, 2억원 넘게 지급된 해도 있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는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졌다. 아줌마닷컴을 론칭한 그해 회원들의 발의로 5월 31일을 ‘아줌마의 날’로 선포하고 봄소풍, 경제살림축제,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이너스커뮤니티의 사업은 크게 ‘브랜드사업’과 ‘소비자경험(CX)마케팅사업’ 두 축이다. 브랜드사업은 고객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TV, 디지털 미디어, 캠페인, 소셜채널, 오프라인 고객경험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진행한다. 야구선수 류현진을 활용한 진라면의 ‘할 수 있다’ 캠페인이 대표적이다.소비자경험마케팅은 아줌마닷컴을 기반으로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을 돕는다. 오프라인에서는 파워 소비자들이 참여하는 홈파티, 밸류샘플링 등을 열고 온라인에서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한다. 황 대표는 “최근에는 브랜드의 탄생 단계에서 소비자의 경험과 의견을 반영하는 ‘브랜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며 “소비자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면 ‘알리는(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소비자의 반응을 미리 체크할 수 있다”고 말했다.업계에서 꼽는 이너스커뮤니티의 브랜드 관리 성공사례는 CJ의 ‘행복한 콩’ 두부 프로젝트다. 풀무원의 시장점유율이 90%에 육박했던 냉장제품 시장에 CJ가 뛰어들면서 맨 처음 선보인 것이 바로 행복한 콩 두부. CJ의 의뢰를 받은 이너스커뮤니티는 ‘제1회 전국 엄마 모의고사’ 아이템을 뽑아들었다. 황 대표는 “머리로 제품을 이해하고, 가슴에서 제품이 좋아져야 구매로 이어진다. 행복한 콩을 사는 이유가 분명해야 했다”며 “주부들이 두부와 콩을 공부하고, 그 학습을 근거로 제품을 구매토록 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모의고사 과목은 ‘두부’. 전국에서 시험 주최자 200명을 선발해 시험지 500장씩을 보냈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응시한 사람이 10만 명. 10개 문항을 풀면서 주부들은 자연스레 건강한 두부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자신들의 기준에 맞는 제품이 출시되자 구매로 이어졌다. 1년 뒤 CJ 행복한 콩 두부는 시장점유율 13.5%를 기록했다.
“우리 회사 최고의 복지는 훌륭한 동료다”
▎이너스커뮤니티는 팝업스토어 데이터 플랫폼 ‘팝플리’를 선보였다. 지난해 진행한 ‘대한제분(곰표) ×코끼리베이글’ ‘공차’ 팝업스토어 모습. / 사진:이너스커뮤니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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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파동 당시에도 고객참여 프로그램은 힘을 발휘했다. 당시 깨끗한나라의 생리대에서 VOC가 검출되자 환불이 이어지면서 시장점유율은 12%에서 0%로 곤두박질쳤다. 깨끗한나라는 VOC 성분은 생리대뿐 아니라 모든 사물에 포함돼 있으며, VOC가 당시 제기된 여성 질환의 원인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알려야 했다. 이너스커뮤니티에 SOS를 쳤고, 황 대표는 이번엔 ‘생각캠페인’를 꺼내들었다. 그는 “생리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했고, 이것 또한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학습과 체험을 통해 만들어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며 “엄마와 딸이 함께 생리대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생리대를 만들어보며, 그렇게 만든 생리대를 주변에 선물하는 캠페인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소비자와 함께, 소비자가 원하는 생리대를 만드는 스토리를 쓴 것이다. 3년 후 깨끗한나라는 다시 시장점유율을 11%까지 끌어올렸다.이 같은 성공에는 이너스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 기술팀과 리서치팀의 역할이 한몫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소비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비자들과 함께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며, 브랜드 경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다시 유의미하게 구축하는 시스템이다. 황 대표는 “광고 시장은 복잡해진 타깃층과 법적인 이슈들로 인해서 점점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결국은 얼마나 유의미한 고객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가 이 시장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3년 내에 이너스커뮤니티의 특성을 반영한 CDP(Customer Data Platform, 고객데이터플랫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고객 마케팅플랫폼 ‘테이블(Table.)’도 같은 맥락이다. 2000년에 시작된 ‘소비자평가단’이 모태이며, 소비자모니터센터, 우먼테이블을 거쳐 여성·패밀리 마케팅에 최적화된 5만 명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제품 출시 전후 리서치를 통해 핵심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어 마케터가 선호하는 플랫폼이다. 황 대표는 “단순한 인플루언서 마케팅 플랫폼이 아니라 여성들의 재능이 브랜드와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의 개발단계부터 참여하고, 기업은 또 팔릴 만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선순환구조를 꿈꾼다”고 말했다.사내 도전 프로젝트로 탄생한 ‘팝플리(Popply)’도 운영 중이다. 소비자에게는 팝업스토어를 더 편리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돕고, 기업에는 고객의 유입과 고객의 피드백 관리 등 성과관리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한제분(곰표)×코끼리베이글’ 팝업스토어 등 1000건이 넘는 팝업스토어 데이터를 보유 중이다. 황 대표는 “최근 팝업스토어가 기업의 PR 전략으로 많이 쓰이지만 어떤 고객이, 어떤 니즈로 다녀갔는지 등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팝업스토어는 단순 홍보 이슈에서 끝나지 않고 기획과 제작, 마케팅 등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준지표’를 획득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이너스커뮤니티는 최근 몇 년 새 많은 광고 어워즈에서 굵직한 상들을 받았다. 특히 주니어 사원들의 성과가 눈에 띈다. 황 대표가 중시하는 ‘조직역량’과 ‘조직문화’ 덕분이다. 황 대표는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들이 이너스커뮤니티의 역사성과 헤리티지를 지키고 있고, 또 신규 리더들이 새로운 헤리티지를 써가고 있다”며 “개인과 개인의 역량이 조직의 역량으로 발현되도록 ‘소통하는 문화’, ‘도전하는 문화’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회사 최고의 복지는 바로 훌륭한 동료”라며 “직원들이 교육을 통해 성장하고 또 그 지식을 사내에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플랫폼 고민황 대표는 “브랜딩이라는 것은 단기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차곡차곡 신뢰가 쌓여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때로는 단기성과나 가시성과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 않을까. 그는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 시작 전에 고객사와 이너스커뮤니티 양사가 서로의 ‘목표(Objective)’와 ‘지표(Key result)’에 합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느 시점까지 얻고자 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 그 결과를 얻었다는 것을 어떤 지표로 확인할지에 대해 사전에 합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간혹 고객사에서 ‘과제’를 주고 ‘숙제검사’ 하듯 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는 양사 모두 주도성과 열정을 갖기 어렵다”며 “요즘 MZ세대들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최근 ‘여성’에 이어 ‘시니어’가 주요한 소비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 프리 시니어, 액티브 시니어, 아더 시니어, 실버 시니어 중에서 경제력과 소비력을 갖춘 50~60대 액티브 시니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너스커뮤니티도 새로운 소비 주체의 트렌드 파악과 이를 겨냥한 마케팅캠페인 전략을 수립 중이다. 황 대표는 “액티브 시니어 중에서도 여성이 소비 주체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플랫폼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24년 전 론칭한 아줌마닷컴의 리모델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_ 사진 원동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