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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에스제이그룹 대표이사 

트렌드를 꿰뚫는 브랜드 디벨로퍼 

정소나 기자
‘NOT too MUCH, NOT too FAST(너무 많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를 모토로 한 걸음씩 성장하는 회사가 있다. 전 세계 속의 스토리와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를 발굴해 새로운 가치를 입혀 재창조하는 혁신가 이주영 대표가 이끄는 에스제이그룹 이야기다. 이제 패션에서 리빙으로, 국내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더 넓은 세상, 더 큰 가치를 위해 뛸 채비를 마쳤다.

▎캉골의 모자 수입으로 시작해 카테고리를 확장해나가며 에스제이그룹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주영 대표.
2008년 설립된 에스제이그룹은 영국의 헤리티지 브랜드 캉골의 모자 수입을 시작으로 가방, 의류 등을 선보이며 패션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호주의 여성용 모자 헬렌카민스키, 미국 항공사 팬암의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중견 패션 기업으로 거듭났다. 지난 2021년 12월에는 컨템퍼러리 라이프스타일 공간 플랫폼 ‘LCDC서울’과 자체 브랜드 LCDC™으로 첫 리테일 비즈니스에 도전하고, 카페와 바 등을 함께 운영하면서 F&B 시장에도 진출했다.

올 시즌에는 덴마크 프리미엄 슈즈 브랜드 에코(ECCO)를 운영하는 에코 글로벌과 합작한 ‘에코골프 어패럴’을 세계 최초로 론칭하기도 했다.

에스제이그룹의 성장을 주도한 이주영 대표는 브랜드 선택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다. 전 세계 수많은 브랜드 중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확장이 가능한 브랜드를 뽑아내는 뛰어난 감각과 이를 재해석하고 가치를 재창조해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재능으로 선택하는 브랜드마다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19년에는 회사 설립 11년 만에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캉골의 론칭 첫해 매출 10억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지난해 경기 불황 속에서도 매출액이 전년 대비 2.9% 증가한 2036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의 브랜드 운영 철학을 들여다보면 ‘기다림의 미학’이 돋보인다. 잘된다고 가속페달을 밟아 덩치를 키우지 않았고,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캉골을 론칭할 때부터 캉골 키즈 론칭을 염두에 두고 10년을 기다리고, 1년 넘게 사전 준비를 한 일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팬암을 들여올지에 대해서도 수개월간 고민하고, 성수동에 오픈한 공간 플랫폼 ‘LCDC’는 이름을 짓고 공간 스토리텔링을 구상하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 오픈 1년 반 전부터 LCDC서울의 콘셉트북을 만들고, 파트너들과 소통하며 흔들림 없이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과 ‘LCDC서울’은 지금의 소비 주축 세력인 MZ세대들이 성수동에 가면 꼭 방문해야 할 핫 플레이스로 부상했다.

브랜드를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 이주영 대표.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들에게 집중하면서 트렌드를 꿰뚫는 통찰력으로 패션에서 리빙, F&B, 뷰티로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한동안 벤처창업투자회사 심사역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패션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MBA를 마치고, 엔터테인먼트 투자자문사에서 영화·음반·공연 투자에 참여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우연한 기회로 호주의 모자 브랜드 ‘헬렌카민스키’의 전개권을 확보할 기회가 생겼다. 선배님이 대표이사로 있던 해외 명품 잡화 수입· 판매회사를 통해 헬렌카민스키를 수입하고, 사업부장으로 일하며 패션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독립해 캉골의 모자를 수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패션 경영인의 길을 걷게 됐다.

패션 사업을 하다 보니 전혀 다른 분야 같았던 금융이 패션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금융은 돈이 들어오는 시장이고, 패션은 상품이 들어오는 시장이다. 금융은 부실채권에 죽고, 패션은 장기 재고에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때의 경험으로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면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재고관리에 힘쓰고 있다.

패션은 6개월부터 1년까지 시즌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사업이기에 돌발 변수가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일을 시작했을 때 ‘드디어 내게 딱 맞는 일을 만났구나’라는 생각에 신나게 일했던 초심을 되새기며 지금껏 재미있게 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즌 키 룩으로 연출한 캉골의 2024 SS 캠페인 비주얼.
라이선스 비즈니스는 브랜드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브랜드를 선택하는 원칙이 있나.

패션 사업은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파는 것이기에 두 가지 기준을 염두에 둔다. 먼저 ‘스토리텔링이 가능한가’를 가장 먼저 생각한다. 브랜드의 힘은 브랜드 고유의 아카이브에서 나온다. 잘 축적된 아카이브를 통해 고객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 수 있어야 한다.

캉골은 1938년 영국에서 시작돼 86년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군에게 베레모를 공급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각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이 캉골의 모자를 즐겨 쓰며 유명해졌다.

1948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영국 선수들이 캉골 베레모를 썼고, 1960년에는 비틀스가 캉골 모자를 써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1983년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캉골 모자를 쓴 모습이 패션지에 실리며 인기를 얻었다.

비틀스가 미국 TV 쇼 데뷔를 앞두고 미국으로 입국할 때 썼던 모자가 캉골이었는데, 캉골 모자를 쓴 비틀스 뒤에는 그들이 타고 간 팬암의 항공기가 오버랩됐다. 그 모습에 운명처럼 이끌려 또 다른 스토리가 가득한 팬암을 에스제이의 브랜드로 추가했다.

두 번째는 ‘확장성이 있는가’를 중요시한다. 사업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마켓이 작거나 새롭게 확장해나갈 소재가 없다면 택하지 않는다. 캉골 역시 모자로 시작해 품목을 늘려나갈 수 있겠다는 판단에 시작하게 됐다. 또 패션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20세기 미국 최대의 항공사 팬암의 고유한 브랜드 정체성을 패션이라는 코드로 확장해 완전히 새로운 패션 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처럼 브랜드가 쌓아온 고유의 힘에 스토리텔링과 확장성을 더할 수 있는 브랜드라면 라이선스 비즈니스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에스제이그룹 하면 ‘캉골’을 빼놓을 수 없다. 캉골의 성공 비결이 있다면.

누군가 물을 때마다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정말 타고난 복과 운 덕분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한다.

캉골은 영국의 ‘국민 브랜드’라고 불릴 만큼 브랜드 파워가 있었고, 1980년대 힙합이 유행하며 뉴욕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브랜드라는 점도 한몫했다. 또 비즈니스를 확장하며 모자 다음으로 의류 대신 유행을 덜 타고 재고 부담이 적은 가방을 선택한 것도 주효했다. 처음 아이템을 확장할 때 시장조사차 백화점을 돌아다녔는데 그 당시 남자들이 대부분 노트북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가방을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 백팩을 함께 선보였는데 때마침 아이폰이 출시됐다. 백팩은 양손으로 핸드폰을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선사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당대의 유행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좋은 브랜드를 만나 아이템을 선정하고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가는 과정부터 트렌드와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까지 모두 운이 따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에코의 어패럴 전개로 론칭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에코골프어패럴’ 롯데백화점 수원점 매장.
올해로 16년째 전개 중인 캉골은 2024년 리브랜딩을 진행해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나갈 계획이다. 또 캉골 글로벌 라이선스 획득으로 법적인 권리를 확보하고, 중국 시장 진출 테스트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펼쳐나가며 글로벌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캉골 키즈 라인을 세계 최초로 론칭하기도 했는데.

캉골을 시작할 때 카테고리 확장뿐 아니라 ‘캉골 키즈’ 론칭이라는 추가 상품 기획까지 염두에 두었다.

2008년 20대를 타깃으로 론칭한 캉골의 고객이 30대가 되고 부모가 될 때까지 10년을 기다려 캉골 키즈를 선보였다. 20대에 캉골을 좋아하고 애착을 가졌던 고객들이라면 자신의 아이에게도 캉골을 입히고 싶어 할 것이기에 10년을 기다려 2018 FW 시즌에 한국에서 최초로 캉골 키즈를 선보이며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알록달록한 컬러와 캐릭터를 앞세운 보통의 아동복과 달리 기존 캉골 제품을 축소한 듯 심플한 디자인, 담담한 컬러, 성별 구분 없이 입을 수 있는 세련된 스타일링을 제안한 것이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동력이 됐다. 론칭 첫해부터 매년 빠르게 성장하며 캉골의 인기를 키즈 라인까지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TWS(투어스)를 새로운 앰배서더로 발탁해 비주얼 캠페인을 진행하고, 하이트진로 ‘테라’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등 활발한 마케팅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진짜 좋은 브랜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자체로 바이럴이 되고, 수많은 유명인이 알아서 찾는 브랜드이기에 특별한 마케팅도 필요 없다. 캉골이나 헬렌카민스키도 그동안 수많은 셀러브리티가 별다른 비용이나 대가 없이 옷을 입거나 모자를 쓰고 나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몇 년 전에는 세계적인 K팝 스타 BTS가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에서 1990년대 레트로룩을 연출하며 캉골 모자를 쓰고 나와 글로벌 본사에서 연락을 받는 등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헬렌카민스키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지속 가능한 소재를 앞세워 2021년 ‘강남 선캡’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한동안 품절 대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렇게 브랜드가 스스로 마케팅을 하기도 하지만 올해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회사의 중심인 모브랜드 캉골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부터는 브랜드 타깃인 20대의 시선을 끄는 아이돌 그룹과 광고를 하는 등 조금 더 공격적으로 브랜딩을 하고 있다.

에스제이그룹의 마케팅 방향성이 있다면.

에지와 볼륨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회사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짤 때 어느 정도 회사의 이미지를 만드는 ‘에지’ 브랜드와 수익을 극대화하는 ‘볼륨’ 브랜드가 나눠지기 마련이지만,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면 브랜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NOT too MUCH, NOT too FAST’라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마케팅에도 통용된다. 좋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 회사인 만큼 마케팅도 과하지 않은 적정한 볼륨안에서 에지를 잃지 않는 확고한 브랜드이미지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전 세계 최초로 ‘에코’의 어패럴을 전개해 론칭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에코골프어패럴’이 드디어 국내 시장에 출범했다. 에코 글로벌과 공동투자 계약을 체결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처음 라이선스 오퍼가 왔을 때 외부 컨설팅 팀과 함께 우리가 만들어갈 에코골프어패럴을 상상하며 브랜드북을 만들어 덴마크 본사에 전달했다. 이 책을 본 크리에이터 디렉터는 ‘이렇게 아름다운 책은 처음 봤다’라며 에코라는 브랜드를 옷으로 이렇게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는 피드백을 전했다. 긍정적인 반응에 내가 먼저 에코골프어패럴의 글로벌 디자인하우스가 되고 싶다며 공동투자 계약을 제안했다. 결국 한국 60%, 에코 글로벌 40% 지분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게 됐다.

에스제이의 골프웨어 사업에 대한 큰 기대가 담긴 에코 글로벌의 사상 첫 마이너리티(소수지분) 투자라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글로벌과 함께 ‘에코 글로벌 어패럴 하우스’를 공동의 목표로 잡았다. 국내 시장에서 에코골프어패럴의 경쟁력을 키워 아시아 무대까지 입지를 넓힐 계획인데 얼마 전 에코 차이나에서 방문해 매장 테스트를 위해 약 25억원 상당의 발주를 마쳤다.


▎성수동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공간 플랫폼 LCDC 서울. 카페와 바, 패션 편집숍, 팝업스토어 등으로 채워져 있다.
지난 3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 잠실과 수원, 현대백화점 판교 등 오프라인 매장 4곳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매장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국내 매장을 천천히 넓히면서 해외에 판로가 있는 에코 글로벌과 함께 중국을 비롯해 일본과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유럽까지 진출해 브랜드를 정착시키고 싶은 바람이다.

공간 플랫폼 LCDC는 성수에 오픈하자마자 ‘핫플’로 등극하며 화제를 모았다. LCDC 서울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

패션 브랜드는 결국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로 뻗어가야 하고, 그러려면 공간과 콘텐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간이 브랜드가 되고, 브랜드가 곧 공간이 되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LCDC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뜻하는 ‘LE CONTE DES CONTES’에서 앞 글자를 딴 이름으로, 예술과 공간, 이야기가 있는 콘텐트를 결합해 고객들과 소통하는 공간 플랫폼을 지향한다. 패션은 결국 여행과 만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여행자를 위한 공간이면서도 삶을 여행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꼼데가르송의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가 만든 편집숍 도버 스트리트 마켓처럼 이야기가 있는 공간에서 좋은 브랜드들을 경험하고, 커피를 마시고, 문화를 즐길 수 있길 바랐다. 작품 같은 공간에서 젊은 친구들이 우리만의 감각과 에지를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LCDC의 자체 브랜드 LCDC™(엘씨디씨티엠)은 글로벌 공략을 위해 만든 브랜드인데, 오는 6월 파리를 시작으로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공간이자 패션 회사로서의 감각을 보여주는 공간, 더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들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새롭게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에코골프어패럴에 이어 오는 8월 덴마크의 웨더웨어브랜드 레인스(Rains)의 론칭을 준비 중이다. 몇 년 전부터 레인부츠, 레인코트 등 웨더웨어가 메가트렌드로 부상했다. 레인스는 비가 자주 오는 유럽에서 레인재킷으로 시작해 가방, 액세서리 등으로 아이템을 확장해 약 1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핫하고 에지넘치는 브랜드다. 레인스의 고향 덴마크는 비가 자주올 뿐 아니라 굉장히 추운 나라여서 아우터에도 강점이 있다. 웨더웨어 브랜드이지만 단순히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시크한 아이템들로 스토리와 확장성이 있는 브랜드이기에 시장에서 선두 주자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종종 제2의 ‘F&F’로 언급되곤 하는데.

F&F는 국내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중국을 비롯해 더 넓은 해외시장으로 진출해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나간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회사다.

에스제이도 상장 초창기부터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을 얘기해왔기에 F&F처럼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치가 있는 듯하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조만간 캉골 키즈의 중국 시장 진출을 필두로 글로벌 도약을 준비 중이다. 올해 열심히 준비해 내년 하반기에는 중국, 미국, 유럽 시장을 테스팅하고 본격적인 영업으로 F&F처럼 공격적으로 글로벌 영역을 확장해나갈 생각이다.


▎급격한 매출 성장보다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 이주영 대표.
SJ그룹만의 차별점은 뭘까.

우리는 ‘브랜드 디벨로퍼(DEVELOPER)’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지는 않지만, 좋은 브랜드를 발견해 가치를 얹어 새로운 브랜딩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전 세계 속에서 스토리와 헤리티지를 지닌 브랜드를 발굴해 새로운 가치를 입혀 재창조하는 혁신가가 되고자 한다.

현재 가장 주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지금은 오히려 캉골, 캉골 키즈, 헬렌카민스키 등 기존 브랜드의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힘들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캉골의 리브랜딩 작업과 글로벌 진출을 기반으로 또 한 번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규 비즈니스에 끊임없이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브랜드를 론칭할 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오래 기다리는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속된 브랜드 론칭이 부담스럽진 않나.

신규 브랜드 론칭은 씨를 뿌리는 ‘시딩’과도 같다. 이미 씨를 뿌린 브랜드들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길 기다리는 시간인 동시에 새로운 브랜드라는 또 다른 씨앗을 심는 시간이다. 단지 이미 뿌린 씨앗의 성장 속도에 따라 새로운 씨를 뿌리는 시기가 정해질 뿐이다. 또다시 이 새로운 브랜드들이 성장하는 동안을 묵묵히 기다리는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급격하게 매출 외형을 확장하는 것보다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언제나 변함없는 우선순위다.

패션에서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영역을 확대 중이다. 그룹의 비전이 궁금하다.

‘글로벌 브랜드 하우스’를 만들고 싶다. 라이선스 브랜드인 캉골, 팬암, 에코골프어패럴을 비롯해 새로 준비 중인 브랜드, LCDC™을 비롯한 PB 브랜드까지 우리 만의 취향을 담은 좋은 브랜드가 어우러진 글로벌 브랜드 하우스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에스제이그룹의 올해 목표는.

무엇보다 새롭게 시작한 브랜드들이 잘 안착하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다. 간혹 이렇게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왜 끊임없이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 지금 이 시장이 얼마나 힘들고, 경기가 좋지 않은지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힘들 때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진짜 좋은 시절이 왔을 때 정작 할 게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물론 힘도 들고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하지만 이 시기를 단순히 힘든 시절이 아니라 좋은 시절이 왔을 때, 경기가 좋아질 때를 대비하며 준비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다.

2008년 단 4명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였지만, 16년이 지난 지금은 200개가 넘는 브랜드 매장을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호시절을 기다리며 정체돼 있기보다는 3년, 5년, 10년 뒤 추수를 준비하며 공격적인 투자로 신규 브랜드를 늘리고, 캉골을 비롯한 기존 브랜드들의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에게 어울리는 방향성이 아닐까 한다.

-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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