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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와 종말 사이 

 

인터넷 시대의 억만장자 투자자들이 이제 인공지능의 미래를 두고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안전을 중시한 규제가 먼저일까, 자유로운 경쟁 속 발전이 먼저일까?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중요한 물음이다.

무더운 5월 1일 노동절임에도 근엄한 검은색 터틀넥과 블레이저를 차려입은 비노드 코슬라(69)는 그날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에 앞서 사람들로 가득한 찬 미국 국회의사당 중심부의 강당을 둘러봤다. “인공지능(AI) 경쟁에서의 승리는 곧 경제적 패권을 차지했음을 뜻하며, 이는 사회적 정책이나 이념에 대한 영향력으로 이어집니다.”

힐 앤드 밸리 포럼의 AI 및 국방 학회가 열린 그 강당에서 중국의 AI 역량이 다가오는 미국 대선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코슬라의 주장은 매파적인 의회 직원들과 정책 전문가들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적국의 손에 조작되는 AI가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거대한 암운을 드리운다. 그러나 코슬라는 미국의 선도적인 AI 모델이 널리 사용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이로 인해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아주 격렬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선마이크로시스템 CEO를 지내고 코슬라벤처스를 설립한 코슬라와 그의 동료 투자자, 기업가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인공지능은 메인프레임 또는 PC와 같은 수준의 기술적 혁명을 예고했다. 심지어 억만장자이자 그레이록의 파트너인 리드 호프먼(56)은 이를 자동차나 증기기관의 발명에 빗댔다. 모든 스마트폰에 저렴한 가상 의사가 들어가고, 모든 아이에게 무료 강사가 제공될 것이다. AI는 더 많은 평등을 실현하고 디플레이션을 해결하여 생명을 구하고 빈곤을 줄일 수 있다. 코슬라는 “40년 동안 하루 8시간씩 공장 조립 라인에서 작업하는 고된 일에서 사람들을 해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꿈에는 끔찍한 비용이 따를지도 모른다. 과거의 기술혁명에 수반됐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중국과의 디스토피아적인 AI 군비 경쟁이 그중 하나다. 소셜미디어가 문화 전쟁과 ‘진실’의 무기화를 일으켰다면 AI로 인한 부수적인 피해는 무엇일까?

코슬라와 호프먼을 비롯한 IT 업계의 리더들이 보기에 의도치 않은 결과를 완화할 방법은 명확하다. AI 개발을 통제하고 활용을 규제하는 것이다. 대기업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를 실천 중이며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코슬라와 호프먼이 초기에 투자했다)도 함께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AI 유토피아에 도달하려면 지침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견해에 동의하는데, 코슬라와 호프먼은 바이든에게도 기부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여기에 공감한다. 마크롱은 자신이 “정신의 증기기관”이라 부르는 AI 혁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지난가을 조찬에 호프먼을 초대했다.

“어떻게 해야 의사 같은 좋은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돕고, 범죄자 같은 악인들을 최대한 덜 도울 수 있을까요?” 링크드인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한 호프먼이 고민 중인 과제다. “제가 생각한 방법은 그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영리하게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능한 한 빠르게 발전하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슬라와 호프먼 진영에 격렬하게 반대하는 세력들도 있다. 넷스케이프와 벤처캐피털 회사 a16z를 공동 설립한 마크 앤드리슨(52)이 그 주축이다. 앤드리슨의 파트너십과 오픈소스 절대주의를 고수하는 그의 무리(오픈소스 AI 스타트업 허깅페이스와 미스트럴의 CEO들,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 얀 르쾽 , 테슬라 CEO이자 X 소유주 일론 머스크 등)는 AI 패권을 조기에 확보한 자들이 이를 독차지하기 위해서 AI와 관련된 재난이나 국가적인 위험을 언급한다고 본다.

르쾽 은 “안전 문제는 없다. 현재 기술에서 심각한 위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앤드리슨의 동료인 AI 투자자 마린 카사도는 이에 동의하며 “선두에 있는 자들은 위험하니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경쟁을 차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고전적인 규제 감옥 수법이죠. 사람들이 남을 막고 싶을 때 사용하는 수사입니다.”

앤드리슨과 그의 동료들은 AI가 질병과 조기 사망을 막고, 모든 예술가와 기업인이 AI 비서와 함께 일하며 더 높은 성과를 올리는 최선의 미래를 꿈꾼다. 인간의 끔찍한 실수가 없는 전쟁에서는 사상자도 더 줄어들 것이다. 또 AI 증강 예술·영화를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해 앤드리슨(이 기사를 위한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은 자신의 입장을 자세히 설명한 선언문에서 규제 장벽으로 AI의 개발을 가로막거나 스타트업을 희생하는 대가로 대기업을 보호하는 일이 없는 오픈소스의 낙원을 꿈꾼다.

기술 유토피아와 혼돈의 서부 시대


▎매파 미다스 순위에 17번 오른 비노드 코슬라는 AI의 잠재적 이점이 “매우,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험도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의 AI가 가장 큽니다. 그 사실이 인류를 말살하는 AI보다 훨씬 더 걱정됩니다.” / 사진:VINOD KHOSLA BY GUERIN BLASK FOR FORBES
이 세 억만장자 투자자는 모두 AI보다 범위가 훨씬 큰 세계 최고의 IT 투자자로 이뤄진 미다스 순위에 올랐다. 호프먼은 8위, 코슬라는 9위, 앤드리슨은 36위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첨단기술 분야다. 이 저명한 최신 기술혁명 리더들은 앞으로의 핵심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밀어붙이고 있다.

안전한 혁신과 반경쟁적 당파 중에 무엇이 나을까? 기술 유토피아와 혼돈의 서부 시대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각 세력을 대표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모두 의견이 엇갈린다. 심지어 서로를 제각기 다른 이름으로 정의하고 같은 용어도 서로 다르게 쓴다. 앤드리슨 같은 ‘가속주의자’에게 호프먼처럼 속도를 줄이려는 사람은 ‘감속주의자’이고, AI가 인류에게 실존적 위협이라고 말하는 학자나 리더들은 ‘파멸론자’다. 한편 호프먼은 앤드리슨이 기술 낙관주의를 신조로 삼기 한참 전부터 자신을 기술 낙관주의자라 불러왔다고 말했다. 호프먼은 “앤드리슨이 공론화해줘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나는 앤드리슨보다 오픈소스에 훨씬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동의하는 것도 있다. 이들 중 우세한 쪽의 의견이 앤드리슨의 말대로 “문명이 지금까지 만든 것들 중 가장 뛰어나고 가장 중요한 것”의 미래를 좌우하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부가 뒤따를 것이다.

2023년 5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AI 관련 미국 상원 소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의사당에 나타났다. 그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를 규제하라’는 것이다. 그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이는 들고 일어날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전, 오픈AI를 공동 설립하고 비영리 오픈소스 조직일 때 자금을 댔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X(구 트위터)에서 오픈AI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수십억 달러 자본을 받은 사실을 규탄하고 나섰다. 오픈AI는 비영리 조직이었던 태생에서 “폐쇄적이고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사실상 마이크로소프트에 종속된 회사”가 됐다고 머스크는 말했다.

전략을 논의하려고 올트먼을 몇 번 만나기는 했지만 같은 집단에서 활동하지는 않는 코슬라와 호프먼은 오픈AI가 스스로 손을 들고 나온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본다. 호프먼은 바이든과 이야기하든, 교황과 이야기하든, 최근 자주 협력하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장관을 만나든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유권자들의 삶은 AI로 인해 어떻게 바뀔까?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AI로 인한 혜택을 기대해야 할까, 아니면 위협을 우려해야 할까? 호프먼은 “그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며 “정부를 향해 ‘방해하지 말고 비키라’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프먼은 자신이 수많은 팟캐스트 출연, 링크드인 게시물, AI를 활용해서 쓴 주제 관련 책 등에서 입장을 일관되게 제시한다고 말했다. 또 예술가부터 학자, 기업가, 과학자까지 많은 사람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AI의 발전이 좋은 일이라는 전제 자체에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SF 소설이나 영화 때문에 AI가 잘못 발전하여 사람을 죽이는 로봇이 되거나 인류를 말살하기로 결정하는 초월적 지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호프먼은 “AI에 대한 우려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건 ‘비행기 사고를 없앨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는 라이트형제의 비행을 허용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발전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슬라는 자신과 호프먼이 정책에 대해 “비슷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코슬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 위험을 낮추는 균형 잡힌 접근법이 사회를 위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바이든 측의 실리콘밸리 모금 행사를 공동 주최하는 코슬라는 지난 10월 원작자 의사를 존중한다는 전제 하에 AI 모델이 저작권 있는 자료를 학습하는 것에 대해 변호하는 의견을 미국 저작권사무소에 제출했다.

그러나 최근 코슬라는 오픈AI의 작업을 원자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과 비교하며 더욱 우려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X에서 코슬라는 앤드리슨에게 ‘그런 것도 오픈소스로 만들겠냐’고 직접 질문했다. 코슬라는 AI를 규제하지 않고 두면 더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코슬라는 “폭탄은 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지만 AI는 모든 지역에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호프먼이 걱정하는 것은 폭탄이 아니라 1억 명을 죽일 수 있는 생화학무기를 만들어서 광범위하게 배포할 수 있는 무료 AI 모델이다. 호프먼은 “이런 문제를 오픈소스로 만들면 돌이킬 수 없다”며 “내 입장은 수백만 명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시급한 문제들을 선별하자는 것이다. 그 외의 사안들은 여차하면 돌이킬 수 있다”고 말했다.

모델 제작자에 대한 감독을 촉구


▎인본주의자 미다스 순위에 11번 오른 리드 호프먼은 AI로 사회를 더 낫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정당과 관계없이 누구든 만나겠다고 말했다. “AI는 사회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당파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 사진:REID HOFFMAN BY GUERIN BLASK FOR FORBES
이들은 바이든의 지난 10월 행정명령처럼 “아주 가벼운” 규제를 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모델 학습 테스트 결과 공유, 새로운 모델 출시 전에 안전 표준 마련 등 모델 제작자에 대한 감독을 촉구하는 명령이다. 그러나 앤드리슨 측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앤드리슨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 기업”과 오픈 AI, 앤스로픽 등 대형 IT 기업의 지원을 받는 “신생 업체”의 목표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자신들이 “공유하는 안건”을 고수하기 위해 “정부의 보호를 받는 카르텔”을 구축하는 것이다. 앤드리슨은 X에 “유일한 대안인 머스크, 스타트업, 오픈소스가 모두 전방위적 공격을 받고 있는데 지지자는 거의 없다”고 썼다.

2012년 네트워킹 스타트업 니시라(Nicira)를 VM웨어에 10억 달러 넘는 가격으로 매각한 카사도의 입장에서 규제는 자신과 앤드리슨이 이전에도 겪었던 문제다. 메타 같은 소셜미디어 회사에 과도한 권력이 쏠려 화가 난 정치인들은 아직도 규제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많은 IT 기업 임원이 마음속으로는 오픈소스 중심적인 스타트업 기풍에 공감하더라도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들은 지금 연방정부 규제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캘리포니아 같은 주정부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지난 3월 최초의 AI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 유럽연합은 그보다 더 좋지 않은 상대다.

카사도는 “지금까지 ‘당신 말에 동의하지만 어차피 저쪽에서 뭔가를 규제하려고 할 테니 조금 하게 내버려두자. 우리는 손실을 보게 되겠지만 그 손실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자’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앤스로픽의 공동 설립자 잭 클라크는 “이 논의는 사람들에게 자기 입장을 드러내게 한다는 점에서 유익하다”며 “실리콘밸리는 정책에 너무 적게 관여하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인센티브를 주면 성과를 내주겠다.” 전설의 투자자라 불리는 고 찰리 멍거가 남긴 이 말은 현재의 의견 대립에서 세쿼이아의 입장을 한마디로 보여준다고 파트너인 팻 그레이디(미다스 순위 81위)가 말했다. 그레이디는 허깅페이스, 오픈AI 같은 모델 업체와 하비 같은 법률 AI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물론 호프먼, 코슬라, 앤드리슨을 비롯해 여러 사람이 AI 이념 전쟁을 벌이는 각축전에는 자신들의 이권도 걸려 있다. 코슬라가 오픈AI에 초기 투자한 5000만 달러는 결국에는 100배 이상 오를 수도 있다. 코슬라는 또한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사르밤 AI 등 자체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일본과 인도의 기업들에도 투자한다. 이 기업들이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방어막이 되어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사르밤 AI의 CEO 비베크 라그하반은 “우리가 사르밤 AI를 설립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나 미국 등) 외부에 종속되지 않는 인도 내의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호프먼은 자신의 회사 그레이록이 아닌 자신의 재단을 통해 오픈AI의 비영리 사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호프먼은 링크드인을 260억 달러에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와 긴밀한 관계이며 그 회사의 이사를 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의 깊은 관계를 중개한 주요 인물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23년 1월 수십억 달러 투자를 결정하기 몇 달 전, 호프먼은 공동 설립자 빌 게이츠의 자택에서 올트먼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야 나델라의 만남을 주선했다. 업무용 AI 비서를 구축하도록 그레이록이 총 4억1500만 달러를 투자한 유니콘 스타트업 어뎁트 AI와도 함께 일했다. 그리고 2022년 호프먼은 가까운 친구이자 구글 딥브레인을 공동으로 제작한 무스타파 쉴레이만과 인플렉션 AI를 공동 설립했다. 쉴레이만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소비자 AI 활동을 맡기 위해 최근 회사를 떠났다.

앤드리슨도 이념적·재정적으로 투자를 받았다. 앤드리슨이 이사로 있는 메타에서는 GPT-3의 경쟁 제품인 라마를 오픈소스로 만들었다. 가장 최신 버전은 지난 4월 출시됐다. 그가 이끄는 a16z는 2023년 오픈AI 지분을 산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해 12월에는 가장 이목을 사로잡는 오픈소스 측 경쟁사인 파리의 미스트랄(현재 60억 달러 가치평가를 받고 펀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을 위해 4억 달러가 넘는 투자 라운드를 주도했다. a16z는 자사의 오픈AI 지분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a16z에는 사내 법무·정책 전문가 27명으로 구성된 팀이 있다. 이들은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에 대한 공개 의견서와 바이든 정부를 향한 공개 편지를 작성했다. 대통령이 최근 내린 행정명령이 미스트랄 같은 오픈소스 스타트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오픈소스 반규제 세력 측은 자신들이 열세라는 호소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다스 순위에 올랐던 벤치마크 투자자 빌 걸리는 “종말론자들이 이기고 있고 그쪽이 훨씬 조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앤스로픽이 자사의 값비싼 모델을 공공재로 만드는 오픈소스 경쟁사의 빠른 추격 속도에 놀랐다고 본다. 걸리는 “샘 뱅크먼프리드를 제외하고 정부에서 새로운 기술에 대해 이렇게 조직적으로 대응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뱅크먼프리드는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전 CEO로 현재 기소된 상태다.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COO는 그런 주장을 웃어넘겼다. 그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익숙하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쉴레이만은 “사소한 차이가 있을 뿐” AI의 잠재력을 지지하는 IT 업계 리더들은 궁극적으로 같은 의견이라고 답했다. 구글은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보통은 조심스럽게 유보적으로 표현하는 호프먼의 눈이 걸리의 비판에 반짝였다. 호프먼은 “걸리가 말로만 떠들지 않고 나처럼 11년 동안 오픈소스 단체인 모질라 이사회에서 일했더라면 그를 환영했을 것”이라며 “투자에 유리할 것 같으니 이제 와서 오픈소스의 옹호자를 자처하고 다녀선 안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AI 모델 유니콘기업 코히어의 이사회 의장인 인덱스벤처스 파트너 마이크 볼피(미다스 순위 33위)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은 상장기업의 충실의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볼피는 대규모 모델 제조사들이 부분적이지만 “일리가 있는” 설명을 하면서 자신들의 초기 우위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도구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주요 업체들은 자연히 AI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대중의 공포를 해소하고자 할 것이라고 볼피는 덧붙였다. 그는 “그런 회사들은 훨씬 화력이 강하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선동가 미다스 순위에 11번 오른 마크 앤드리슨은 온라인상에서 미다스 순위의 다른 인물들을 거리낌 없이 비판한다. 그는 지난 3월 X에 “코슬라는 오픈소스를 막기 위해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썼다. / 사진:MARC ANDREESSEN BY ETHAN PINES FOR FORBES
오픈소스 측의 열성적인 지지자 중에는 머스크도 있다. 한때 세계 최고 부자였던 머스크는 2023년 3월부터 6개월 동안 안전을 위해 AI 모델 개발을 잠시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대단히 종말론적인 입장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머스크는 4개월 뒤 오픈AI 경쟁사인 X.ai를 공개하며 사명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이유로 과거 동료였던 오픈AI 측을 고소했다. 이에 대해 오픈AI 측은 “머스크의 모든 주장을 부정한다”고 밝힌 지난 3월 블로그 게시물을 언급하며 추가 답변을 거부했다. X.ai는 지난 5월 기업가치가 앤스로픽과 비슷한 180억 달러로 평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에서 코슬라의 발표 때 청중으로 참석했던 한 설립자는 한 가지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AI의 역량에 가장 낙관적인 사람들이 종종 그 오용을 가장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기에 선도적인 모델을 잠그고 규제를 마련하는 것은 말 그대로 수백만 명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이러한 우려가 과장됐다고 보는 경쟁자들은 AI의 영향력을 더욱 낮게 평가하는 셈이다.

앤드리슨은 지난 3월 게시물에서 “AI가 무시무시한 실존적 위협이어서 대형 AI 연구소들이 ‘지금 당장’ 국영화·군사화되어야 하거나, 아니면 AI는 단지 소프트웨어이자 수학일 뿐이어서 공포를 조장하는 행위나 규제를 위한 로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앤드리슨은 중국 첩보원들이 이미 미국의 선도적 AI 회사에서 밤마다 업데이트를 다운로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모델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도둑이 집 안에 있는데 현관문을 잠그는 것과 마찬가지다. 앤드리슨은 그 대신 미국이 중국 수출을 포함하여 미국의 AI 지배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프먼을 비롯한 규제 찬성 측은 누구든지 모델을 무기화할 수 있다고 해서 앤스로픽의 클라크가 말하듯이 “탱크에 열쇠를 꽂아두고” 자리를 비울 이유는 없다고 본다. 미국은 최신 모델 접근을 제한해도 적이 다른 돌파구를 찾는 것을 막지 못하며, 그걸로 뭘 할지 억제할 수도 없다. 하지만 계속 쫓아오느라 바쁘게 만들 수는 있다는 것이 코슬라의 주장이다. 그는 AI 산업에서는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더라도 무의미하지 않다”고 믿는다. 글로벌 영향력의 측면에서 보면 수많은 오픈소스 AI 도구를 이용할 수 있으며, 상업적으로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는 것도 많다고 코슬라는 덧붙였다. “나머지 세계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따르고 있습니다.”

가파른 혁신으로 인해 상상도 못 할 무시무시한 결과가 도래하는 미래. 지나치게 우려하는 소수로 인해 혁신이 가로막혀 발전이 정체된 미래. 양측은 상대가 생각하는 미래를 비현실적이라고 여긴다. 양측은 자신들의 전망이 맞으며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인과 대화해 논의를 형성해나가든, 더 힘이 적은 이해관계자가 뒤처지지 않도록 보장하든, 모두가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분야의 선구자이자 스탠퍼드 인간중심AI연구소의 공동 소장인 페이페이 리는 규제가 학계와 공공 부문에 미칠 영향이 “진심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리는 “열대우림에서도 큰 나무들이 이따금 햇빛이 비칠 자리를 내줘서 아래에 더 많은 꽃이 피게 한다”고 경고했다.

호프먼은 더 낙관적이다. 그는 “게임은 시작됐고, 우리 모두는 인류에게 더 나은 미래를 실현하고자 한다”며 “아직 아주 초기 단계이며 자신이 올바른 정책을 지금 안다고 믿는 사람은 자신 또는 남을 속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함께 배워나가야 합니다.”

- Alex Konrad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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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호 (202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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