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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나오키 후지필름비즈니스이노베이션 대표 

장수기업이 시대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이진원 기자
지난 2021년 4월 후지제록스는 후지필름 비즈니스이노베이션(FUJIFILM Business Innovation, 이하 후지필름BI)으로 사명을 바꿨다. 1962년 일본 후지포토필름과 미국 랭크제록스가 합작투자로 후지제록스를 설립한 후 60여 년 만에 기술계약 종료에 따른 것이었다. 독자 행보에 나선 후지필름BI는 지난 3년간 기존 사업 영역이었던 사무실용 복합기·프린터 등 하드웨어 관리 서비스를 넘어 ‘디지털전환 솔루션 기업’으로 본격 전환했다. 지난 7월 11일 한국후지필름BI 창립 50주년 행사 참석차 내한한 하마 나오키(浜直樹) 본사 대표 인터뷰에서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생존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하마 나오키 대표는 게이오대 경제학 전공, 후지포토필름 입사, 후지필름 주식회사 이사(디스플레이 소재, 그래픽 시스템, 잉크젯 등 총괄), 후지필름BI 대표(현), 후지필름 홀딩스 이사(현), 일본 소믈리에협회 공인 와인 전문가
“우리의 기존 서비스 영역은 복합기 중심의 솔루션, 즉 인쇄 관리 서비스였습니다. 그래서 서비스 엔지니어들을 확보하고 모든 기업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죠. 이러한 강점을 살려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인쇄뿐 아니라 회계, 제조관리, 클라우드 플랫폼까지 기존 아날로그 작업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IT지원서비스로 확대했어요. 지금은 성장의 큰 부분을 차지고 있습니다. 2023년 후지필름 홀딩스 실적에서 BI 사업 매출은 전 년 대비 6.8% 성장했습니다.”

하마 대표는 후지필름BI가 제안하는 종합IT솔루션 서비스의 두 가지 강점을 언급했다. 첫째는 솔루션에서 복합기는 인풋·아웃풋이고 전체 솔루션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오랜 복합기 관리 서비스를 통해 대기업, 중소기업과 접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지필름BI는 디지털전환과 업무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추진하는데, 자체 솔루션뿐 아니라 고객사의 목적과 니즈에 따라 타사 솔루션까지 복합적으로 적용한다.

“기업에 따라 업무 효율화와 자동화 니즈가 달라요. 예를 들어 은행이나 공공기관에서 다량의 종이 문서를 전자문서화하고 있어요. 이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해 스테이플을 로보틱스가 자동으로 제거하고, 사이즈가 다른 문서를 자동으로 일괄 스캔하는 솔루션이 적용되죠. 그리고 변환된 전자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다양한 분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업무자동화 솔루션을 종합적으로 제안하기 위해 후지필름BI는 최근 세계의 스타트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후지필름 메디컬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내시경, 화상처리, 전자데이터화 등 프로세스를 전체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AI를 통해 암을 진단하려는 목적을 지원한다.

“또 후지필름BI의 복합기 서비스는 역사가 긴 만큼 대부분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문서관리 솔루션을 제공해왔습니다. 대기업은 디지털전환을 선도적으로 진행해왔고 우리는 이를 지원한 경험이 있죠.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업체가 도면 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우리는 이를 전자문서화·관리 패키지화하는 솔루션을 적용했어요. 하지만 중소기업은 디지털전환에 대한 개혁 의지는 강하지만 사내 IT 담당 인재의 부족 등 한계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우리는 최근 중소기업용 IT 아웃소싱 서비스 ‘IT Expert Services’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클라우드나 플랫폼을 도입하기보다는 기존 복합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 후지필름BI는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까지 진출해 지난 4월 조인트 벤처 ’후지필름 클라우드’를 설립했다. 클라우드 플랫폼 ‘FUJIFILM IWpro’는 다양한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며, 시스템·업무 프로세스 간의 정보를 인력 개입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통합 환경을 실현한다.

특히 디지털전환 드라이브에서 보안은 언제나 주요 이슈다. 보안을 담보하기 위해 투입해야 할 IT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하마 대표는 한국에서의 서비스 경험이 주효하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한국은 주요 시장일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백야드로서도 중요하다”며 “한국은 5G 보급률, 최첨단 휴대폰 등 디지털 환경이 선도적으로 구축돼 보안에 대한 요구와 관리가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 확보된 디지털 보안 기술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1년 후지제록스에서 후지필름BI로 사명을 바꾸고, 팬데믹을 겪었던 지난 3년은 큰 전환기었다고 그는 말한다. 비즈니스적 위기 상황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오히려 기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에는 재택근무 등 사회적 변화가 컸죠. 사무실에서 출력 이용이 급격히 줄면서 우리 매출도 급감했습니다. 팬데믹 종료 후 매출을 회복했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팬데믹을 계기로 종이 출력물을 지양하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자데이터를 전송하는 등 새로운 업무 방식이 본격화했죠. 이런 변화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급격히 이뤄졌어요. ‘후지필름 비즈니스 이노베이션’으로 바뀐 사명대로 업무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솔루션·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는 데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고객사의 업무 디지털화가 가속화된 덕분입니다.”

하마 대표는 독자 행보에 나선 지난 3년 동안 서비스 영역뿐 아니라 시장 확대에도 주력했다고 밝혔다. 제록스와 맺은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기존 디자인·판매 시장 등에서의 제약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후지필름BI는 2021년 출범 당시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넘어 글로벌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그는 “지난 3년간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인도, 중동, 멕시코, 남미, 유럽, 아프리카 등 현재 30개국에 신규 진출했다”며 “시장경쟁이 심하지 않고 후지필름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국가, 판매망이 구축된 국가 순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 기술 확보에 주력


▎지난 7월 10일 서울 소재 한국후지필름BI 사무실에서 창립 50주년과 CHX(Customer Happy Experience) 라이브 개관을 맞아 테이프 커팅식을 했다.(왼쪽 네 번째부터) 후지필름BI 하마 나오키 대표, 나카무라 타츠야 동아시아 영업총괄, 한국후지필름BI 하토가이 준 대표.
하마 대표는 게이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후지포토필름(현 후지필름 홀딩스)에 입사했다. 공장업무부 생산관리과, 산업소재부 화학제품과 등을 거쳤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필름 매출의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몸소 경험했다.

“2000년부터 매년 필름 매출이 20%씩 감소했고 2010년에는 아예 제로가 됐어요. 내부에서는 회사가 망할 거라는 공포감이 조성됐죠. 필름인화사진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준비는 해왔지만 그렇게 급격히 시장이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후 그는 후지필름 내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으로 옮겼으나 다시 한번 시대의 변화를 겪었다. 브라운관 티비에서 액정티비로 바뀌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TV 제조사들이 신기술을 선점해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었다. 그는 “그때 세상의 변화를 거스르는 것은 무리이고, 빠르게 디지털화로 갈아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자제품, 반도체, 헬스케어 부문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그리고 2020년대 들어 변화할 것 같지 않았던 프린트 시장도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방식의 전환으로 축소됐다. 2019년 그가 후지필름 이사로서 잉크젯사업부, 그래픽커뮤니케이션사업부를 총괄한 지 불과 몇 년 후의 일이다. “프린트 관련 매출도 세계시장 기준 평균 3%씩 감소하고 있다”며 “바뀌지 않아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세상은 예상과 달리 급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영 철학을 묻는 질문에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론은 바로 ‘신속 과감’이다”라고 답했다.

“필름 사진 시장의 소멸, 디스플레이 소재 전환 등 시장 위기 상황에서 과감히 투자를 단행하고 전환을 꾀한 것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배경이에요. 더는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사업에 대해 신속하고 과감하게 의사결정을 내렸어요. 예를 들어 TV 디스플레이 사업에 대한 부정적 상황을 인식하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으로 전략을 전환했죠. 그때 한국, 대만 회사들과도 빠르게 협업을 구성했습니다. 신속 과감한 결정을 내리다보면 때로는 잘못되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빠르게 수정 보완해나갈 수 있습니다.”

후지필름사가 다양한 영역에서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던 다른 배경으로 적극적인 원천기술연구개발과 그 결과물에 대한 지식재산권(IP) 관리를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일부 특허는 최근 글로벌적으로 강력히 요구되는 지속가능성에 부합한다.

“우리는 제조사로서 연구개발과 특허화에 고집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저감·친환경에 대한 효율적 생산관리 지식재산권을 소개하고 싶어요. 복합기를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입니다. 5년 정도 사용한 복합기를 회수해서 84%의 부품을 재활용해 새 제품을 만들죠. 이런 노하우를 살려 유럽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생산공정 탄소 저감에 대응하고 있어요. 또 토너를 저온으로 유지해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특허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요. ”

후지필름BI는 전통 제조사로서의 원천기술 확보를 넘어 최근에는 디지털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면서 국가별·기업별 다양한 솔루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 협업에 적극적이다.

그는 “최근 뉴질랜드, 호주 등 해외 기업과 조인트벤처를 추진했고 기회가 되는 대로 확대하려 한다”며 “이스라엘, 미국, 인도 기업들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IT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후지필름BI는지난 2020년 미국 립코드(RIPCORD)사와 조인트벤처로 ‘후지필름 립코드’를 설립하여, 로보틱스 기술과 AI를 사용해 대량의 종이 문서를 고속으로 전자화하고 데이터의 자동 추출과 자동 분류 등을 수행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2년에는 일본에서 인수합병으로 ‘후지필름 디지털 솔루션즈’를 설립하고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의 핵심을 담당하는 기간 시스템의 판매·도입을 지원하는 비즈니스에 진출했다. 그리고 2023년에는 호주 기업을 인수해 사업 영역을 글로벌로 확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에서의 마케팅전략과 한국 기업들에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전했다.

“기존 복합기 서비스가 우리에게는 자산이기도 하지만 기업 IT솔루션이라는 새로운 제안에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 일본에서 복합기 광고보다는 이제 디지털전환의 파트너로서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한국과 일본은 비슷한 점도 많고 제 커리어도 한국과의 협력이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친한 분도 많고요. 우리 딸도 한국 관광을 너무 좋아합니다. 양국이 비즈니스적으로 좋은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갈 수 있길 바랍니다.”

-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08호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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