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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코치가 만난 글로벌 리더스(03) 제임스 리, 『레드 헬리콥터』 저자 

선함과 수학으로 비즈니스 성공을 구축하라 

성취에 대한 압박이 심한 사회에서 사모펀드 투자자 제임스 리(James Rhee)는 화려한 회사와 전용기를 버리고 22년 동안 적자를 내던 기업의 CEO가 되어 7년간 일했다. 무너져가던 기업을 ‘선함’과 ‘수학’을 결합해 성장으로 이끈 제임스 리의 성공 공식을 제안한다.

▎제임스 리는 하버드 출신 변호사, 사모펀드 및 벤처캐피털 투자자, 연쇄창업가. 그는 현재 패밀리오피스 파이어핀그룹(FirePine Group)을 운영하며 듀크대학교 로스쿨, MIT 슬로안에서 수석 강사로 빨간색 헬리콥터 운영 체제를 가르치고 있다. 하워드대학교에서 기업가정신, 여성 및 글로벌리더십 센터 수석고문이자 JP모건체이스 ‘인종평등을 위한 CEO 행동위원회’의 운영위원이다. 미국 유명 토크쇼인 테드토크(TED Talk)에서 강연한 바 있으며 EY 올해의 기업가상, 풀브라이트상 등을 수상했다. 유년 시절 받은 빨간 헬리콥터 장난감에서 착안해 관대함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및 개인 성공을 위한 방법론을 개발했다.
사람들은 사모펀드 투자자 제임스 리(53)가 2013년 애슐리 스튜어트의 새로운 CEO로 자신을 소개했을 때,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왜 그는 존경과 명성, 부를 축적한 성공한 삶을 뒤로하고 패색이 짙었던 플러스사이즈 유색인종 여성을 위한 의류 브랜드 기업으로 옮겼을까. 그는 자신이 일반적인 리더가 아니라는 데 동의한다. 그는 패션업계 CEO로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또 애슐리 스튜어트를 이끌기로 했다는 것은 기존 삶의 정체성과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했다.

세상은 단순히 그가 애슐리 스튜어트의 구원투수로 간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는 더 큰 야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장기적 성장을 위해 비즈니스 성공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로 친절, 조직문화, 사람, 수학의 융합이 진정한 성공 비결임을 증명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에게 애슐리 스튜어트는 처음부터 단순한 의류 브랜드가 아니었다. 사모펀드 투자자로서도 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이유는 적자 실적 이외에 이 회사에는 많은 무형자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대차대조표에 없는 자산입니다. 예를 들어, 애슐리 스튜어트는 여성들에게 자신감과 안전감을 제공했어요. 매장 매니저들이 고객을 진심으로 맞이하는 모습,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자녀를 데리고 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진정한 인간미가 느껴졌습니다.”

월스트리트는 수백 개 매장을 폐쇄하고 매출 감소와 부채 증가, 운영 손실로 인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애슐리 스튜어트의 상황에 주목했지만, 그는 충성도 높은 고객, 탄력적인 매장 관리자, 배려심 깊은 직원들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저는 결국 투자자로서 오래 지속되고 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투자하고 싶었고, 애슐리 스튜어트에서 그 가능성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지원, 재정적 지식, 인맥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이민자 부모님이 뉴욕에서 소수민족으로 살며 자녀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기에 이런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다. 그래서 수십 년 동안 사모펀드 업계, 하버드 재학 시절에 얻은 지식과 인맥을 그들과 공유함으로써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를 바꾸고 싶었다.

“(애슐리 스튜어트에 들어서는 순간) 제 이민 경험과 성장 과정이 떠올랐어요. 사무실에는 와이파이가 없었어요. 그리고 최고의 공급업체도 없었죠. 제가 팀원들에게 가장 먼저 한 말은 ‘제가 여러분과 닮지는 않았지만 돕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강인하고 회복력 있는 여성들에게서 제 어머니를 보았고, 그들의 용기를 세상에 알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리가 친절을 실천하고 서로가 책임을 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애슐리 스튜어트가 초석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된 가장 중요한 메시지였습니다.”

2014년 두 번째 파산을 겪은 애슐리 스튜어트가 지금은 기업가치 약 1억 달러(1000억여원)로 평가되는 번창하는 기업이 됐다. 이러한 성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친절과 수학을 겸비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친절은 부드러움이고 수학은 단단함’이라고 착각하지만,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포용과 책임감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친절을 실천하고 비즈니스 운영, 안전, 보안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그는 직원을 보호하고 사무실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무장 경비원을 고용했으며, 커뮤니케이션을 개선하기 위해 낡고 오래된 매뉴얼을 없앴다. 또 수학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나쁜 시스템, 나쁜 사람, 해로운 행동을 줄이는 여러 가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예를 들어, 그는 증가하는 재고비용을 줄이기 위해 잘 팔리지 않은 의류를 대폭 할인해서 판매하고, 재정을 잘못 관리한 직원들을 해고했다. 그는 “좋은 리더십은 목적 중심의 비전을 돈과 경영상의 세부 사항으로 연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1993년 6월 하버드대학 학부 졸업장 들고 있는 제임스 리. 그는 하버드대 졸업 후 졸업생들의 일반적인 진로를 뒤로하고 고교 교사를 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마친 뒤에는 변호사가 아닌 매사추세츠공과대학 (MIT)에서 퀀트 강의를 들었다. / 사진:JAMES RHEE
“리더는 직원들이 목적과 비전을 이해하고 상황이 바뀔 때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훌륭한 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직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자신만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여러분의 역할은 모든 목소리가 함께 잘 들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것이 바로 합창입니다.”

그는 상황을 역전할 자신감이 있었지만, ‘도대체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도 있었고, 용기도 필요했다. 경제적으로 안락한 삶을 떠난 데다 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임종을 앞두고 있고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있으며 딸도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황이라 강한 스트레스에 휩싸인 시기이기도 했다.

“사모펀드는 제 정체성이었죠. 저는 보스턴에서 15년 동안 이 일을 해왔어요. 하지만 백인 의사결정권자들과 골프를 치다가 애슐리 스튜어트에 대해 들었고 뉴저지에서 아버지와 애슐리 스튜어트라는 두 가지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런 도전이 성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에 몇 달은 많이 힘들었어요. 혼자라고 느끼고 외로울 때도 많았죠.”

그럴 때마다 그는 그동안 부모님이 어떻게 인내심과 친절을 갖고 살았는지 떠올리며 동기를 얻었다. 의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종종 병원비를 제때 내지 못하는 환자를 치료했고, 그의 어머니는 영어를 잘하지 못했을 때도 지역사회를 돌보았다. ‘어떻게 하면 정(精)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라는 것을 심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주 밤을 새면서 고민하고 걱정했다.

그가 비즈니스에서 정의 가치를 처음 깨달은 건 다섯살 때 학교에서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빨간 헬리콥터 장난감을 뜻밖의 선물로 받았을 때였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갖게 되어 기뻤지만 부모님은 이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집안 형편을 고려할 때 처음에는 그가 장난감을 훔쳤다고 생각하고 꾸짖었다. 선물이라고 해명했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걱정이 많았고, 그가 미국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

진실이 밝혀졌을 때 모두가 깜짝 놀랐다. 친구의 아버지는 “그저 우리 아들에게 한국 도시락을 나눠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장난감을 선물한 것”이라고 오해를 풀어줬다.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점심을 먹지 못했고, 아버지는 아이의 점심 도시락을 챙기지 못한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그의 진심과 친절함에 감동을 받았다. 다섯 살이었던 그는 “내가 여기서 한 일이 무엇이든 반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제 나이가 든 그는 이 ‘빨간 헬리콥터’의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애슐리 스튜어트에서 이 가치를 어떻게 확장 가능한지를 입증했다.

지난 2020년, 7년간 변화무쌍한 세월을 보낸 그는 애슐리 스튜어트를 떠났다. 최근 아버지의 죽음에 이어 어머니마저 잃었고, 업무에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휴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가르치고 창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자신을 재충전하고, 자아를 성찰하는 데 휴식 시간을 썼지만 동시에 글을 쓰고 창작하는 기회로 삼았다.


▎2016년 뉴저지에서 열린 EY 올해의 기업가상(Entrepreneur of the Year) 시상식에서 제임스 리. / 사진:JAMES RHEE
2024년에 애슐리 스튜어트에서 겪은 이야기와 교훈, ‘빨간 헬리콥터’ 같은 친절의 순간이 어떻게 모든 사람의 비즈니스와 리더십 성공의 비결이 될 수 있는지를 담은 저서 『레드 헬리콥터』를 출간했다. 그는 다음 단계로 다른 이들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고 싶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2024년 가을에는 한국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로 번역될 예정이다. 또 다음 세대에 투자하는 것이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는 신념으로 MIT, 듀크 로스쿨, 하워드대학교에서 매주 비즈니스 수업을 가르치며 겸임교수로 시간을 쪼개어 쓰고 있다.

“저는 젊은이들을 멘토링할 때마다 그들이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돌이켜보면 한국 남성으로 살기가 힘들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어렸을 때 롤 모델이 별로 없었거든요. 제가 자랄 때만 해도 이민자 가정이나 한국계 미국인 가정에서는 창의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지금은 미디어를 통해 ‘한국인은 멋지다’는 인식으로 바뀌었지만요. 저는 제 창의적인 목소리를 더 많이 내고 다른 사람들도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싶습니다.”

그가 강연에서 리더십의 가치로서 친절, 수학과 함께 창의성을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 그는 장기적 사고에 투자하는 시스템 마인드 만들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삶을 바둑기사처럼 사는 것을 좋아하고 추천한다. 바둑에서는 한 수를 놓을 때마다 다음 20수가 무엇이 될지, 상대가 무슨 수들을 쓸지 항상 전략을 짜고 생각을 해야 한다. 비즈니스와 삶도 비슷하다. 우리는 종종 눈앞의 이익을 위해 그다음에 놓을 수만 생각할 때가 많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는 힘은 더 큰 성공과 성장을 이끈다.

어찌 보면 그는 살면서 종종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진로 결정’을 용기 있게 실천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장기적 가치를 찾았다. 하버드 학부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고, 하버드 로스쿨 졸업 후에는 변호사의 길이 아닌 사모펀드에 종사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그리고 이제는 이 모든 배움을 나눠서 다른 이들이 성공하게 돕는 게 그의 희망이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제가 배운 것을 되도록 많이 나눠주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살면서 당장의 수익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때때로 져도 괜찮다는 뜻입니다.”

매출, 사용자 증가, 고객 만족도는 리더에게 중요한 주요성과지표(KPI)일 수 있지만, 그는 훌륭한 비즈니스 리더라면 거기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이야기는 우리가 비즈니스 세계에 선의를 심는 방법을 잠시 멈추고 다시 생각하도록 영감을 주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KPI는 바로 ‘친절’이라고 알려준다.

※ 모니카 H. 강 이노베이터 박스 대표는… 글로벌 500대 기업, 고등교육기관, 정부 및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실행 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기업문화 변화, 리더십 개발, 팀빌딩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구글, NBC유니버설, 삼성전자, 펩시코, 트위터, 존스홉킨스대학교, 미국 정부 등 다양한 업계의 고객사와 일했다. 백악관, 아쇼카 체인지메이커(Ashoka Changemakers), 전국여성기업위원회(WBENC) 등으로부터 인정(Recognition)을 받은 창의 교육 전문가다

202408호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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