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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밸리 혁신가(14) 김시출 MJ플렉스 대표 

HR업계 ‘퍼스트무버’의 빠른 선택과 전환 

조득진 선임기자
그는 “열심히 했지만 운도 따랐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러나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의 빠른 전환, 종합편성채널 등장에 맞춘 파견·도급 시장 진출 등 남다른 혁신이 존재한다. 미디어 분야 HR 리딩 컴퍼니로 우뚝 선 MJ플렉스 김시출 대표 이야기다

▎김시출 MJ플렉스 대표는 PD 출신 장점을 살려 미디어 HR 시장을 빨리 읽고 먼저 움직였다. 그 결과 미디어 분야 HR 업계 정상에 섰다.
1996년 10월 창업에 나선 김시출 MJ플렉스 대표에게 IMF 외환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기회가 되었다. 취업시장이 얼어붙자 일자리가 간절한 구직자들이 구인 정보가 있는 취업 사이트에 몰린 것.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도 마찬가지였다. 비대면 상황에 적합한 인력 운용이 필요했던 기업들이 HR 전문기업에 채용을 의뢰하는 일이 크게 늘었다. 불황기엔 구직 활동이, 호황기엔 구인 공고가 증가하는 HR 산업의 특징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시기다.

‘경기와 상관없이 평타는 친다’는 업계 속설이 있지만 어느 산업이든 혁신을 이끄는 ‘퍼스트무버’가 존재한다. HR 업계에서는 MJ플렉스가 손꼽힌다. 미디어를 비롯한 다양한 인력 채용과 파견 사업을 기반으로 미디어전문 취업 포털 1위에 오른 뒤 인력 아웃소싱, 헤드헌팅, 광고대행, 디자인, 홈페이지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취업 포털 1위에 오른 동력은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의 빠른 전환이었고, 사업다각화의 터닝포인트는 미디어 분야에 인력 파견·도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다. 매출은 해마다 15%씩 늘어 2020년 270억원에서 2023년 380억원으로 훌쩍 뛰었고 올해 목표는 430억원이다. 본사 직원과 파견·도급 인력도 크게 늘어 2022년 830명에서 지난해 1100명, 올해 6월 말 1250명을 넘었다.

성공에는 방송사 PD 경험이 한몫했다. 미디어 HR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빨리 읽고 한 걸음 먼저 움직였던 것. 8월 중순 서울시 구로디지털단지 MJ플렉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시출 대표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로 안정적일 때 위기를 준비해왔다. 그것이 변화와 혁신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며 “HR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낮은 평균 영업이익률은 사업다각화로 높이고, 더딘 모바일화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혁신하는 것이 진짜 이기는 전략”


‘컴퓨터 1대로 1억원을 벌 수 있다.’ 1996년 당시 동아TV PD로 일하던 김 대표를 창업으로 이끈 일간지 기사 제목이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내 사업에 대한 꿈이 컸다. 그때 존경한 분이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라며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기준을 세우고 창업 아이템을 찾다가 미디어 등 전문직 취업 가이드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PD를 그만두고 1998년 ‘IP월드’를 세운 후 하이텔에 ‘언론방송인 취업가이드(jobtv)’ 콘텐트를 제공했다. 이후 천리안, 유니텔, 나우누리, 채널아이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급성장했다.

김 대표의 ‘퍼스트무버’ DNA는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의 빠른 전환 과정에서 나타났다. 2000년 당시 김대중 정부의 정보통신산업 강화 정책을 보면서 ‘앞으로 인터넷이라는 세상이 크게 열릴 것’이라고 예측한 그는 기업의 토양을 PC통신이 아닌 온라인 분야로 옮기는데 착수했다. 온라인으로 옮기며 브랜드를 ‘미디어잡’으로 바꾸었고, 이어 ‘디자이너잡’, ‘돌보미닷컴’ 등을 오픈했다. 그는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자신을 낮추었지만 당시 인터넷 매체로 넘어오지 못한 기업들은 90% 이상이 사라졌다.

혁신 DNA는 2009년 인력 파견·도급 시장 진출에서도 잘 나타난다. 김 대표는 “이때가 회사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말했다. 2009년 파견·도급 사업을 접한 그는 2010년 본격적으로 서비스 진출을 준비했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앞두고 있던 시기로, 그는 관련 일자리가 크게 늘겠지만 정규직보다는 파견 등 비정규직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종편 개국에 즈음해 JTBC, MBN, 채널A, TV조선 등에서 분야별 인력 파견 요청이 증가했고, 1년 만에 100명 넘게 파견하는 성과를 냈다. 채용 포털 온라인에 오프라인 비즈니스까지 병행하자 매출은 급증했다.

전문가 출신들이 만들어내는 차별화도 돋보인다. 일단 대표부터 미디어 전문가다. 연세대 생명공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이후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방송영상을 전공하고,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매스컴 취업! 이렇게 하라』, 『POWER 매스컴 취업특강』 , 『발 빠른 성공 구직 기법』(공저), 『이력서에 생명을 불어넣자』(공저) 등 관련 저서도 상당하다. 김 대표는 “임직원 상당수가 미디어 출신이라 산업과 직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덕분에 기업이 어떤 인력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며 “교육과 경력을 갖춘 인력 1200여 명을 확보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MJ플렉스는 미디어 IR 분야에서 ‘첫 사례’와 ‘업계 기준’도 많이 만들어냈다. 서류 하나를 만들더라도 업계 특성을 반영했고, 빠르면서도 전문적인 피드백을 유지하고 있는 것. 김 대표는 “평소 직원들에게 ‘경쟁사와 비교하면서 사업을 하면 경쟁에 매몰된다’, ‘스스로 혁신적 가치를 창조하는 것이 진짜 이기는 전략’이라고 강조한다”며 “HR 리딩 컴퍼니로서 새로운 포맷과 전문성을 열어가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취업 포털의 ‘더딘 모바일화’ 개선할 것


MJ플렉스의 비즈니스는 크게 HR아웃소싱, 구인구직 플랫폼&HR솔루션, 종합광고홍보 대행, 유튜브&콘텐트기획 제작 등이다. 매출로 보면 HR아웃소싱이 90%를 차지하고, 구인구직플랫폼&HR솔루션이 7%,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광고대행과 콘텐트 제작은 3% 수준이다. 주 고객사는 삼성, 현대, 두산, 롯데, CJ, SK, 카카오 등 대기업 계열과 KBS, MBC, SBS, JTBC, TV조선 등 방송미디어그룹이다. 최근엔 고령사회를 겨냥한 실버산업, 재취업 사업에도 진출해 요양보호사교육원을 오픈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플렉스, 피플, 휴먼 등 현재 운영하는 자회사에 SNS홍보대행과 교육사업을 더해 5개 정도의 플랫폼을 계획하고 있다”며 “방송·미디어, 일반 사무, 헤드헌팅 등으로 분야별 특화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재파견업은 허가제라 인허가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업계 퍼스트무버다 보니 도전 과제도 많다. 우선 영업이익률 높이기다. HR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3% 정도로, 우리나라 전체 산업 평균 영업이익률 4~5%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파견업체의 주 수입원은 파견 근로자의 급여에 따른 수수료인데, 파견 근로자의 급여 수준이 낮다 보니 영업이익도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대표는 “하루아침에 파견 근로자의 급여가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수수료율을 높일 수도 없는 문제”라며 “또 다른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MJ플렉스는 대안으로 AI 아나운서, 로봇 파견 등 신규 아이템을 도입하고 상대적으로 급여 수준이 높은 대기업 거래처를 많이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파견아웃소싱을 기반으로 신사업을 키우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기업의 관심이 큰 AI, 챗GPT 활용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교육기관을 졸업한 사람들의 이력을 리모델링하고 있다”며 “분야별 인재를 구성해서 기업에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로봇, 동네 순찰로봇 파견도 새로운 아이템이다. 그는 “식당과 카페에서 로봇을 도입하듯이 이 분야에도 곧 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를 잘 개발해서 로봇 파견사업에도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첨단 파견 비즈니스 영역이다.

가까이는 ‘모바일 최적화’에도 나서야 한다. 지식정보산업에서는 디지털화, 모바일화가 핵심 전략이지만 취업 포털 서비스 분야에선 유독 모바일화가 더디다. 취업포털을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데이터 양이 많은 데다가 모바일의 작은 화면에 이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고, 사용자 입장에선 모바일로는 간단하게 체크한 후 PC에서 재확인하는 패턴이 자리 잡아서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취업 포털 운영사의 개발 의지가 약한 것이 부끄러운 사실”이라며 “채용 공고를 조금 더 슬림화하고, 이력서 매칭도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올 하반기 우리 회사 IT사업본부의 미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역시 HR 리딩 컴퍼니로서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등 소속과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적 대우와 시선이 여전한 현실에선 파견근로자들의 자존감을 세우고 그들의 권익을 지켜주는 일도 HR 리딩 컴퍼니로서 중요한 업무다. 김 대표는 “인력 파견업체로서 한계도 존재하지만 파견근로자를 본사 정규직 직원과 똑같이 대우하려고 노력한다”며 “파견근로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다양한 복지제도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파견근로자의 법적인 권리는 노무법인과 세무법인, 법무법인에서 담당 전문가들이 지키고 있다. 그는 “기본이 안 된 악덕 사업주 10여 곳을 퇴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퇴직한 직원들도 행복한 강소기업’이 목표

1000명 넘는 근로자를 파견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김 대표가 강조하는 일하는 방식이다. 주도면밀, 대충타파, 즉결즉행, 깊은 사고, 자기존중 등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몸 안에 나쁜 벌레가 있다. 회충, 십이지장충이 아닌 대충’이라고 강조하는데 이것은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며 “매년 경영 지침이나 방향을 잡을 때 이 단어들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공배수’라는 사훈도 강조했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 소통하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 배려하는 사람, 수용하는 사람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MJ플렉스가 여가친화인증기업 선정,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우수기업 표창 등으로 인정받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강소기업이다. 그는 이 강소기업 앞에 ‘퇴직한 직원들도 행복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전에는 상장 준비도 하고, M&A도 논의했지만 이젠 일을 벌이기보다는 차근차근 도약해 내실 있는 강소기업이 되고자 한다”며 “무엇보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퇴직 후에도 촉탁이든 프리랜서든 기업의 혜택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명 MJ플렉스에서 MJ는 근간 기업인 ‘미디어잡(MediaJob)’의 줄임말이고 플렉스는 ‘Complex(연합체)’를 표현한 것이다. 다양한 연관 사업으로 확장해 임직원들의 행복을 연장하겠다는 뜻으로, 사명이 곧 기업의 목표가 된 셈이다.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09호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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