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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형 유니버셜 로봇 코리아 대표 

협동 로봇과 인간의 동행 

노유선 기자
글로벌 협동 로봇 시장을 선도하는 유니버셜 로봇이 국내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저가 로봇의 잦은 고장에 실망한 제조업체가 내구성이 뛰어난 유니버셜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내형 유니버셜 로봇 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국내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고 말했다.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로봇산업은 전 세계적 인구 고령화 현상에 기인한다. 각국이 겪는 인력 부족 문제는 앞으로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세계 로봇산업 규모가 2020년 약 33조9200억원에서 2030년 217조880억원으로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로봇산업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로봇은 청소기나 서빙로봇의 형태로 일상생활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2020년쯤만 해도 제조 공장에서 사람의 작업을 돕는 산업용로봇은 서비스로봇만큼 널리 사용되진 않았다. 산업용로봇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지난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맞물려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공장 근로자가 고위험 작업을 되도록 수행하지 않도록 산업용로봇을 도입하는 제조업체가 늘고 있다. 지난 2018년 5조8000억원이었던 국내 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5조4700억원까지 떨어진 뒤 2022년 5조8900억원대로 회복했다. 이제 서비스로봇만큼이나 산업용로봇도 국내 산업계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FR,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에 따르면 로봇은 크게 산업용로봇과 서비스로봇으로 나뉘며, 산업용로봇은 또다시 전통 산업용로봇과 협동 로봇(Cobot, Collaborative robot)으로 구분된다. 협동 로봇은 전통 산업용로봇보다 혁신적이란 평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로봇산업 동향 및 성장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 산업용로봇이 안전 펜스가 필요할 정도로 위험한 반면 협동 로봇은 센서가 있어 굳이 펜스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또 전통 산업용로봇과 달리 협동 로봇은 비전문가도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 정도로 운영체계가 단순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협동 로봇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조원에서 2025년 6조45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통 산업용로봇에서 협동 로봇으로


혁신성과 시장성을 모두 갖춘 협동 로봇을 가장 잘 만드는 회사는 덴마크의 유니버셜 로봇(Universal Robots)이다. 유니버셜 로봇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3억400만 달러(약 4000억원)를 올리며 전 세계 협동 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유니버셜 로봇 제품 가격이 경쟁사와 비교해 높은 편인데도 점유율 1위를 굳건하게 지키는 이유는 두 단어로 요약된다. 바로 ‘스피드’와 ‘퍼스트’다. 2005년 설립된 유니버셜 로봇은 3년 만에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협동로봇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협동 로봇의 단점으로 꼽히는 느린 속도를 기존보다 35% 개선해 시장성을 더욱 높였다.

유니버셜 로봇은 국내에서도 인기다. 유니버셜 로봇은 지난 2016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뒤 2020년 유니버셜 로봇 코리아를 설립했다. 그동안 운영해온 세일즈 오피스를 확대해 로봇 아카데미를 갖춘 한국 지사를 정식 오픈한 것이다. 초대 지사장인 이내형(47) 대표는 “지난해부터 국내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며 “저가 로봇을 사용하던 제조업체들이 내구성에 실망하면서 고품질로 알려진 유니버셜 로봇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밝힌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0% 정도다. 덕분에 이 대표는 덴마크대사관이 주관하는 오덴세 로보틱스 협회 행사에서 한국 대표 발표자로 나선다.

“국내시장 매출이 신장해 아시아 시장 성공 케이스로 유니버셜 로봇 코리아가 낙점된 겁니다. 다음 주 발표를 앞두고 설렘 반 부담 반이에요.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여러 로보틱스 회사가 주목하는 행사입니다. 세계 최대 로보틱스 클러스터가 있는 덴마크 오덴세에서 한국 매출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라서 긴장되고 떨릴 수밖에요.”

지난 8월 16일 경기 판교에 있는 유니버셜 로봇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한 이 대표는 독일계 부품 제조회사를 비롯한 외국계 기업에서 약 20년간 일했다. 그에게 국내 협동 로봇 시장의 현황과 전망, 유니버셜 로봇 코리아의 성장전략 등을 물었다.

최근 국내 산업용로봇 시장 분위기는 어떠한가.

한국은 산업용로봇 도입에 적극적인 국가다. IFR이 발간한 ‘세계 로봇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산업용로봇 밀도는 한국이 1등이다. 로봇 밀도는 인구 수 대비 로봇 설치 비율을 말한다. 당시 한국은 1000대를 기록한 것으로 기억한다. 저가 전통 산업용로봇이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때였다. 전통 산업용로봇 시장은 무르익었다고 보면 된다.

협동 로봇인 유니버셜 로봇의 판매 현황은.

유니버셜 로봇 코리아가 설립된 2020년만 하더라도 협동 로봇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히 낮았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협동 로봇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이 많아졌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잠잠해지고 고객사와 커스터마이징 미팅이 활발해지자 ‘시험 삼아 협동 로봇을 한번 써볼까’ 하는 기업이 하나둘 생겨났다. 그런데 막상 써보니 협동 로봇 덕분에 효율성과 생산성이 상당히 개선된 것이다. 그러자 지난해부터 협동 로봇을 대량으로 구입하거나 대여하는 기업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고객사 중 현대중공업이 이 같은 케이스다.

저가 협동 로봇도 많아 경쟁이 치열하겠다.

사실 2022년에는 유니버셜 로봇 콘셉트(6축 다관절 로봇)를 카피해 저가로 내놓는 제조사들과 경쟁하기가 녹록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경쟁 구도에서 많이 벗어난 상황이다. 로봇 시장은 6개월마다 판도가 바뀌더라. 과거 저가 로봇을 사용했던 업체들이 장비의 잦은 오류·결함 문제로 유니버셜 로봇을 찾기 시작했다. 로봇 점검·수리 기간 동안 업체는 로봇을 활용하지 못해 기회비용과 수익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저가 로봇을 사용해본 업체는 고가여도 내구성 좋고 퀄리티 높은 로봇을 써야 한다고 판단한다. 수년간 협동 로봇을 개발해온 유니버셜 로봇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경험으로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 유니버셜 로봇의 차별화 포인트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통 산업용로봇과 협동 로봇의 차이는 무엇인가.

전통 산업용로봇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사람과 부딪히면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에게 닿지 않도록 일정 구간에 안전 펜스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이유다. 대신 협동 로봇보다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유연하게 움직이는 협동 로봇은 로봇 관절에 부착된 센서 덕분에 사람과 충돌이 예상되면 즉각 작동을 멈춘다. 또 협동 로봇은 전통 산업용로봇에 비해 작기 때문에 공장의 기존 공정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사람의 작업에 투입된다. 말 그대로 사람과 협동해 작업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다양한 공정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유니버셜 로봇만의 차별화된 강점은.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로봇 제조업체 중 원가 절감을 위해 저가 부품을 사용하는 곳이 적지 않다. 제품의 내구성은 부품에서 시작되는데 부품 품질이 낮다보니 제품 전체의 고장이 잦은 것이다. 반면 유니버셜로봇은 소모성 부품뿐만 아니라 커넥터, 케이블, 기어, 모터, 드라이버 등 모두 까다로운 자체 검증을 통과한 부품을 사용한다. 일본산 부품은 유니버셜 로봇 직원들이 일본 공장에 상주하며 부품 제조 과정을 체크한다. 유니버셜 로봇이 설치 후 10년이 지나도 제대로 작동하는 이유는 내구성, 다시 말해 고품질의 부품 덕분이다.

협동 로봇의 본거지, 덴마크 오덴세

유니버셜 로봇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는가.

주로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유니버셜 로봇을 많이 찾는다.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일본 도요타, 자동차 부품 제조사 컨티넨탈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조립하거나 폐배터리를 철거하는 작업에 활용된다. 엔진이나 나사 검수와 타이어 운반 작업에도 적용돼 자동차 공장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또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소에서 유니버셜 로봇이 용접 작업을 대신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물류센터에서 수많은 박스를 팰릿(pallet)에 쌓아 올리고 고정하는 팰리타이징 작업과 밀링머신·프레스 등 장비에 반제품을 로딩하고 완제품을 언로딩하는 머신텐딩 작업에도 쓰인다. 특히 머신텐딩 작업은 사람이 하기에 위험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협동 로봇을 많이 적용하는 추세다. 또 글로벌화장품 기업 로레알(Loreal)은 품질검사 공정에 유니버셜 로봇을 사용한다.

유니버셜 로봇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다.

2005년 덴마크 오덴세 부근 공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세 명이 협동 로봇을 개발한 것을 계기로 유니버셜 로봇이 탄생했다. 이후 2008년 세계 최초로 가반하중(로봇이 들 수 있는 무게) 5kg인 협동 로봇 상용화에 성공한 뒤 신제품을 연이어 선보였다. 현재까지 출시된 협동 로봇은 5세대 제품이다. 유니버셜 로봇은 협동로봇 황무지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ISO(국제표준화기구)는 유니버셜 로봇 제품을 기준으로 기술표준을 정립했다.

유니버셜 로봇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덴마크 오덴세는 1950~60년대 덴마크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였다. 기반 산업은 조선업이었다. 하지만 점차 조선업이 쇠퇴하면서 2000년대 오덴세는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했다. 이후 유니버셜 로봇이 설립되자 여러 로보틱스 업체가 이 지역에 거점을 두기 시작했고 오덴세는 세계적인 로봇 클러스터로 급부상했다.

5세대 로봇은 기존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

현재 UR20(가반하중 20㎏)과 UR30(30㎏)의 5세대 로봇이 판매되고 있다. 5세대는 4세대보다 동작이 35% 빠르다. 또 360도 회전이 가능해 움직임이 자유롭고 부품 수도 50% 줄여 고장 시 수리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조만간 고중량 5세대 로봇도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 UR30도 35kg짜리 물건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보강한 가반하중 35kg짜리 UR30이 오는 9월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협동 로봇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중국 제조사의 약진으로 협동 로봇 시장은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다. 아마 2년쯤 후에는 협동 로봇이란 단어가 익숙하게 들릴 것이다. 중고 로봇 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갑자기 회사가 폐업하는 경우 공장에 있는 로봇을 되팔아야 하는 수요가 생길 것이다. 이에 따라 중고 로봇 매매 시장이 부각되리라 본다.

경쟁사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유니버셜 로봇은 고품질 전략을 고수할 방침이다. 유니버셜 로봇 코리아는 대기업 고객사만 겨냥하지 않고 중소·중견기업으로 거래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복잡하고 위험한 작업에는 기술력이 높은 로봇이 적합하다고 설득할 것이다. 또 곧 F&B(식음료) 산업에도 유니버셜 로봇이 적용될 계획이다. 대형 식품 공장에서 단순노동 작업이 협동 로봇으로 대체된다면 생산성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9호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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