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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안나 웰로 대표-정책의 골든타임 지킴이 

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 57 

노유선 기자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만나면 정부 정책도 산업이 된다. 2021년 설립된 웰로는 ‘몰라서 놓치는 정부 지원 혜택’에 주목했다. 국민의 정책 접근성과 신청 편의성을 높이고자 AI를 비롯한 다양한 IT 기술을 활용했다. 이른바 ‘거브테크(Gov-Tech)’ 기업의 탄생이다.

▎김유리안나 웰로 대표는 대학생 때 수행한 프로젝트를 계기로 창업에 도전했다.
국내 중소기업 중 약 17%가 정부 지원사업을 모르거나 절차상 어려움 때문에 정책자금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중견기업 후보 기업 중 19.5%가 ▶제출서류 과다 등 까다로운 지원절차 ▶심사기간 장기 소요로 적기 조달 곤란 ▶엄격한 자격조건 등을 이유로 정책자금을 활용하지 않았다.

중견기업 후보에 속하지 않는 중소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같은 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중 14.5%가 ▶정책자금이 있는지 몰라서 ▶정책자금을 받는 절차를 몰라서 ▶대출서류·절차가 복잡해서 정부지원사업에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이처럼 정부의 지원자금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곳에 전달되지 못하자 정부는 정책 혜택을 놓치는 국민이 없도록 웹사이트 ‘보조금 24’를 개설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깜깜이 정부 지원 정책’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스타트업이 바로 ‘웰로(Wello)’다. 지난 9월 9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웰로 사무실에서 만난 김유리안나(28) 대표는 “지난 2021년 공공 예산 약 656조원 중 개인과 기업에 전달된 지원금은 200조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지원 정책을 알지 못하거나 신청 절차가 복잡해서 정책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지원 정책은 한번 놓치면 돌이킬 수 없어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설립된 웰로는 개인과 기업에 꼭 맞는 정책을 알려주고 정책 지원 과정을 돕는다. 설립 1년 만에 가입자 10만 명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 8월 누적 이용자 220만 명, 월간활성이용자(MAU) 30만 명을 돌파했다. 그만큼 한국 사회에 웰로 서비스 관련 니즈가 잠재돼 있었다는 방증이다.

웰로는 데이터를 활용해 정책 산업을 혁신하는 거브 테크(Gov-Tech, Government+Tech) 기업을 표방한다. 서비스는 크게 3가지다. 개인 맞춤형 정책 추천 서비스 ‘웰로’와 기업 대상 올인원(All-In One) 정부 사업 솔루션 ‘웰로비즈’, 정부 기관용 정책관리 솔루션 ‘웰로링크’ 등이다. 웰로와 웰로비즈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맞춤 정책을 추천하며, 웰로링크는 설문조사 등 국민의 정책 피드백을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해 효과적인 정책 수립을 돕는다.

웰로는 사회 공헌적 가치와 수익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김 대표는 "올 상반기 실적 상승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연 매출 100억원을 기대할 수 있다"며 “총선 등 정치권 이슈로 정책 시행이 늦어졌기 때문에 하반기 매출은 상반기보다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을 모두 갖춘 배경에 대해,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김 대표가 의견을 나눴다.

개인과 기업이 꼭 맞는 정책을 만나도록


▎김유리안나 웰로 대표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사회 공헌의 의의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명에는 어떤 뜻이 담겼나.

창업 초반에는 보건·복지·교육 정책을 알리는 데 집중했기 때문에 복지를 뜻하는 ‘welfare’와 ‘hello’를 합쳐 사명을 정했다. 모든 복지 지원의 순간에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현재는 복지뿐 아니라 주거, 교통, 고용, 창업 등 여러 분야에서 마련된 지원 정책을 안내하고 있다. 개인에게는 라이프사이클 서포터, 기업에는 정책 솔루션 컨설턴트가 되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출산 지원금이 나오고 그 아이가 대학생이 되면 장학금 지원 제도나 구직자를 위한 제도에 신청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유아부터 노년까지 지원 정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웰로 덕분에 수혜자가 늘어난 사례가 있는가.

2023년 국토교통부의 ‘청년월세특별지원 사업’을 알리는 홍보 채널 역할을 했다. 웰로 애플리케이션(앱)은 정책에 적합한 타깃층을 정확하게 필터링해 푸시 알림을 보낸다. 알림을 확인한 5만4600여 명 중 90.1%가 정책 정보를 열람했다. 올 상반기에는 서울시와 협력해 ‘서울안심소득 네이밍 공모전’을 홍보해 성과를 거뒀다. 지난 3월에는 KB국민카드가 웰로와 손잡고 KB페이(Pay) 내 ‘맞춤형 정책지원금 알림서비스’를 오픈했다. 중앙부처와 산하 공공기관, 민간기관·기업 등 5000여 곳이 웰로에 정보를 제공한다.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를 착안했나.

대학에서 아동가족학과 경영학을 공부하던 기간에 이른바 ‘알파고 사건’이 터졌다. 학생들 사이에서 빅데이터와 AI를 연구하는 분위기가 일었다. 이때 아동가족학과 관련한 데이터에 집중했고 좋은 기회로 ‘서울시 꿈나무 카드(학생 급식 카드) 데이터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그런데 학생들의 카드 사용 패턴을 분석해보니 주로 편의점에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벽에 결제한 사례도 있었다. 알고 보니 학생들이 새벽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것이었다. 데이터분석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찾아냈을 때 보람을 느꼈다. 이 프로젝트 결과가 서울시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이러한 지원 정책을 플랫폼화하면 사회문제를 빠르게 개선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창업을 결심했다. 그 프로젝트의 규모는 작았지만 경험의 가치는 상당했다.

웰로는 거브테크 기업을 표방한다. 어떤 기술을 활용하는가.

우선 정책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익 재단, 민간 사회공헌기관 등 2684곳의 정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자동 수집하는데, 이 일이 간단치 않다. 기관마다 정책을 알려주는 자료 형식이 일관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글 파일, 웹사이트 텍스트 등 중구난방이다. 여기에 웰로의 자연어 분석 기술이 적용된다. 각 자료에서 정책 내용, 정책 기간, 정책 대상 등을 구분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가공하는 것이다. 기관에서 자료를 수정할 때도 실시간으로 트래킹해 업데이트를 반영한다. 또 맞춤 정책 추천 기술을 확보했다. 가입 시 등록한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개별 맞춤 정책을 필터링한다. 주거, 창업, 임신 등 상황별 정책이나 자신이 속한 지역의 정책 등을 안내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안 인증은 오는 10월에 획득할 예정이다.

정책 알림에서 신청까지 원스톱 서비스 구상


▎웰로와 웰로비즈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편의성을 높였다
웰로비즈에 대해 설명해달라.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인 웰로비즈(Wello Biz)는 기업 대상으로 정부의 지원·조달 사업을 안내하는 올인원 솔루션이다. 기업의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정책·금융·사업을 연결하는 서비스로,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독 형태다. 서비스 단계별로는 ▶정부의 다양한 사업 중 기업 상황에 맞는 것을 찾아서 알려주고 ▶사업 신청 시 필요한 서류를 빠르고 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후에는 1년 단위 정부사업 로드맵을 세워 기업이 효과적인 사업전략을 세우는 데 기여한다.

정부 사업 신청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고 제출해야 할 서류도 많다. 절차상 편의성을 높이고자 인터넷등기소와 홈택스, 사회보험통합징수포털, 중소벤처24 등과 제휴해 웰로비즈 사이트에서 바로 서류를 발급할 수 있도록 했다. 웰로비즈와 제휴된 지원사업이라면 웰로비즈 사이트에서 바로 지원할 수도 있다. 현재는 정부의 모든 지원사업을 이곳에서 신청할 수 있도록 IT(정보기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과의 차별성은.

웰로는 정책 정보를 무료로 제공한다.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무료서비스 형태를 유지할 것이다. 로크인(Lock-in)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다른 차별점은 앱 안에 ‘정책의 장’과 같은 커뮤니티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가입자들은 웰로 커뮤니티에서 동네 소식과 정책 관련 소식, 정책 경험 후기 등을 공유한다. 정책 수다 코너도 있는데 주로 금융과 주거, 교육 관련 정책 이야기가 오간다.

또 가족 구성원 등록 시스템도 마련했다. 노년층은 웰로 웹사이트나 모바일앱 접근성이 낮은 편이다. 이들을 대신해 다른 가족 구성원이 맞춤 정책을 확인할 수 있도록 가족 단위 등록이 가능한 서비스를 구성했다. 독거노인을 위한 서비스도 기획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대학생이 장학금을 신청하는 과정을 편리하게 개선하는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장학금 신청 시 필요한 여러 정보(자산, 소득 등)를 빠르고 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준비 중인 또 다른 서비스가 있다면.

개인이 정책을 인지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웰로 앱 안에서 신청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아직도 지원 정책 대부분이 오프라인에서 신청을 받지만 온라인으로도 신청 가능한 정책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 가입자가 동의할 경우 웰로가 서류를 대신 발급받은 뒤 유관 기관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국민 모두의 정책 접근성을 높이고 정부 지원 제도의 혜택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웰로의 비전이다.

웰로링크는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지난해 12월 론칭한 웰로링크는 기관형 정책 관리 서비스로, 폐쇄형 사스 형태로 운영된다. 정부 기관에서 정책을 기획하거나 예산을 심의할 때 필요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제공하고 문서·인허가를 자동화하는 데 쓰인다. 또 행정·예산 심의 과정 등 각종 절차를 간소화·효율화하는 것도 웰로링크의 역할이다. 이로써 정책에 할당된 예산이 정부 지원이 필요한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배분되길 바란다.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구분해달라.

단기적으로는 올해 웰로 월간활성이용자 100만 명 돌파가 목표다. 웰로비즈 고객사도 1만 곳 가까이 늘리고 싶다. 장기적으로는 국민 대다수가 ‘정책’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웰로가 연상될 수 있길 바란다. 이른바 ‘국민앱’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또 글로벌 서비스도 기획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기업을 위한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국가별 정책을 수집해 안내·추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정책 산업을 가장 넓고 깊게 다루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며 2022년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10호 (202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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